‘짝퉁’ 대공포가 서울 상공 방어

입력 2011.05.1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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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하늘을 불량품 대공포가 지켜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 무자격 업체가 제작한 부품이 스위스산 정품으로 둔갑해 납품됐는데, 당국은 6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습니다.

<질문> 고순정 기자, 그동안 대공포를 사용하면서 파손이 자주 일어났다고 하던데, 결국 불량품으로 확인이 된 거군요?

<답변>

네, 청와대를 비롯해 국가시설이 밀집해있는 서울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것이 바로 이 오리콘 대공폽니다.

35밀리 포탄을 분당 550발씩 쏴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포 몸통이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는 일이 잦았는데요,

심지어 지난 3월달에는 한 사격장에서 800발을 쏘자 마자 두동강이 나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문제가 됐던 '포 몸통'은 정상제품이 아닌 이른바 '짝통'제품 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래 스위스제 정품을 수입하기로 돼 있었지만, 납품권을 따낸 군수업체 대표가 정가의 1/4도 안되는 가격으로 국내에서 검증받지 않은 제품을 몰래 만들어 납품한 것입니다.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9개의 엉터리 제품을 납품하고 국방부로부터 48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경찰은 군납업체 대표 52살 안 모씨를 사기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질문> 정품으로 위조를 하려면 그래도 비슷하게는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국내 업체에서는 어떻게 제작을 할 수 있었던거죠?

<답변>

네, 엄 씨는 그동안 폐기된 포 몸통을 구해서 정품과 비슷한 구조의 설계 도면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만든 도면과 직접 구입한 원자재를 부산의 한 영세 금속 가공 업체에 주고 부품을 만들게 한 뒤 해외로 밀수출했다 다시 역수입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상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팀장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이상배(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팀장): "스위스 C사 규격제품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회사 명의 도용하여 국외 조달제품인 것처럼 위장해 납품했습니다."

제작을 맡았던 국내 업체는 군수품을 만들어본 적도 없고 제대로 만들 장비가 갖춰지지도 않은 영세 업체였는데요,

실제로 한국기계연구원에 성분 조사를 의뢰해 정품과 비교해본 결과 짝퉁 제품은 열처리를 거치지 않아 정품에 비해 내구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질문> 그런데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요?

<답변>

현재 국방부의 무기 거래는 성능이 같은 부품의 경우 최저가 낙찰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낙찰된 제품에 대해 업체가 제출한 서류만 믿고 실제 성능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이런 불량품이 계속 납품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국방부 관계자 (음성변조): "시험성적을 이상 없이 거쳤다 하는 서류 로만 검사를 하다 보니 하자부분을 다 검사를 못 했던 겁니다."

서류 검사만 실시하고 납품을 받아오던 국방부가 결국 지난해부터야 조사를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 밝혀진 것 이외에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다음달까지 남은 불량품에 대해 교체를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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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짝퉁’ 대공포가 서울 상공 방어
    • 입력 2011-05-19 23: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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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하늘을 불량품 대공포가 지켜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국내 무자격 업체가 제작한 부품이 스위스산 정품으로 둔갑해 납품됐는데, 당국은 6년 동안이나 모르고 있었습니다. <질문> 고순정 기자, 그동안 대공포를 사용하면서 파손이 자주 일어났다고 하던데, 결국 불량품으로 확인이 된 거군요? <답변> 네, 청와대를 비롯해 국가시설이 밀집해있는 서울의 하늘을 지키기 위해 배치된 것이 바로 이 오리콘 대공폽니다. 35밀리 포탄을 분당 550발씩 쏴야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포 몸통이 견디지 못하고 파손되는 일이 잦았는데요, 심지어 지난 3월달에는 한 사격장에서 800발을 쏘자 마자 두동강이 나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문제가 됐던 '포 몸통'은 정상제품이 아닌 이른바 '짝통'제품 이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원래 스위스제 정품을 수입하기로 돼 있었지만, 납품권을 따낸 군수업체 대표가 정가의 1/4도 안되는 가격으로 국내에서 검증받지 않은 제품을 몰래 만들어 납품한 것입니다. 지난 1998년부터 2004년까지 79개의 엉터리 제품을 납품하고 국방부로부터 48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경찰은 군납업체 대표 52살 안 모씨를 사기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질문> 정품으로 위조를 하려면 그래도 비슷하게는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국내 업체에서는 어떻게 제작을 할 수 있었던거죠? <답변> 네, 엄 씨는 그동안 폐기된 포 몸통을 구해서 정품과 비슷한 구조의 설계 도면을 만들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만든 도면과 직접 구입한 원자재를 부산의 한 영세 금속 가공 업체에 주고 부품을 만들게 한 뒤 해외로 밀수출했다 다시 역수입하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이상배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팀장의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이상배(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지능팀장): "스위스 C사 규격제품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회사 명의 도용하여 국외 조달제품인 것처럼 위장해 납품했습니다." 제작을 맡았던 국내 업체는 군수품을 만들어본 적도 없고 제대로 만들 장비가 갖춰지지도 않은 영세 업체였는데요, 실제로 한국기계연구원에 성분 조사를 의뢰해 정품과 비교해본 결과 짝퉁 제품은 열처리를 거치지 않아 정품에 비해 내구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질문> 그런데 그렇게 오랜 기간동안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을까요? <답변> 현재 국방부의 무기 거래는 성능이 같은 부품의 경우 최저가 낙찰방식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낙찰된 제품에 대해 업체가 제출한 서류만 믿고 실제 성능 검사를 실시하지 않아 이런 불량품이 계속 납품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국방부 관계자 (음성변조): "시험성적을 이상 없이 거쳤다 하는 서류 로만 검사를 하다 보니 하자부분을 다 검사를 못 했던 겁니다." 서류 검사만 실시하고 납품을 받아오던 국방부가 결국 지난해부터야 조사를 시작했는데요, 현재까지 밝혀진 것 이외에 납품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내부 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다음달까지 남은 불량품에 대해 교체를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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