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묻지마’ 발급…또 카드대란 우려

입력 2011.05.20 (22:04) 수정 2011.05.2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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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신용카드사간 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카드발급 카드수가 1억 2천만장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002년 카드대란 수준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한동안 사라졌던 불법 호객 영업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먼저 우한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적이는 놀이공원 매표소 앞, 한 카드 모집인이 다가와 대뜸 신용카드 가입을 권합니다.



<녹취> 카드사 상담직원 : "월드 이용하실려고요? 카드 신청하시면, 카드 바로 안나가지만, 무료입장 가능하세요."



아예 카드 판매대를 차린 곳도 있습니다.



손엔 입장권이 한 다발 들려있습니다.



연회비에서 상품권까지 가입 대가로 제공되는 건 6만 원어치.



<녹취> 카드사 상담직원 : "우리카드는 4월달 5월달 두 달만 쓰시면되요. 여기서 10만원만 쓰고, 신한카드는 한달만 10만원 써주시면 (입장권)4장 다 드릴게요."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각종 경품으로 고객 눈길을 잡습니다.



망설이는 고객에겐 현금까지 쥐어줍니다.



<녹취> 카드 모집인 : "치약세트고 리비아크림 골고루 하나씩 가져가세요. 제가 통장에 3만 원 넣어드리면 좋잖아요."



출혈 경쟁이 도를 넘으면서, 카드 모집인들이 자신 몫인 판매수당마저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연회비의 10%가 넘는 경품 제공은 불법입니다.



<녹취> "카드사들도 다 알면서 묵인하는 거에요. 이렇게 안하면 영업이 안되거든요."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는 이미 카드 대란 때를 넘어선 수준.



카드사들의 마구잡이식 경쟁이 다시 과열되고 있습니다.



<앵커멘트>



2002년 카드대란 때 봤던 모습과 너무 흡사하군요.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박찬형 기자! 저런 모습이 결국 카드빚을 양산하는 걸로 연결되는 게 문제인거죠?



<답변>



예, 신용카드의 본래 기능은 물품구매인데, 수익이 높은 고금리 대출에 열을 올리면서 카드빚을 양산.



지난해 연말기준 카드론 대출액은 23조 9천억 원, 1년전보다 무려 42.3% 급증.



특히 문제는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카드대출.



신용카드 보유가구 중에서 하위 40% 저소득층의 카드 대출금액은 평균 천 71만원, 가처분소득과 거의 같아 소득으로 대출금 갚으면 끝.



카드빚에 허덕일수 밖에 없죠. 저신용자들의 카드빚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신용등급 9등급인 김 씨는 요즘 월소득 2백만 원의 절반을 카드빚을 막는데 쓰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권유에 천4백만 원을 빌려 썼고 연 30%에 육박하는 연체이자가 버거워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빚은 3년 만에 3천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녹취> 김모 씨(카드빚 대출자) : "금방 해결될 거 같았는데 생각대로 쉽지 않더라고요. 여기서 빼 가지고 다시 메우고 그러다보니 쫙 올라가더라고요."



환갑을 넘긴 박 모씨, 7년 전 천2백만 원의 카드 대출을 받았다 빚에 갇혔습니다.



카드빚 돌려막기에 대출 카드는 5개로 늘었고, 이제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녹취> 박모 씨(카드빚 대출자) : "천 원짜리 두부도 비싸서 순두부 300원, 연두부 200원짜리가 있거든요. 그렇게 (먹고) 지내는 게 허다하죠."



이처럼 카드빚은 카드 돌려막기를 통해 장기간 저소득, 저신용자의 소득을 약탈합니다.



<인터뷰> 강윤선(신용회복위원회 명동지부장) : "카드를 쓰다 보면 또 다른 카드를 쓰게 되고 다른 카드를 쓰다 보면 카드사로부터 카드론을 권유받아서 그쪽으로 이용하다 보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또 도박을 하듯이 카드빚을 갚기 위해 또 카드 대출을 받도록 내몰립니다.



저소득 저신용자에게 카드빚은 파멸을 부르는 도박과도 같습니다.



<앵커 멘트>



이러다 제 2 카드대란 오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거든요. 어떻습니까?



<답변>



과당경쟁이 문제입니다.



마구잡이 카드발급,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증가.. 제2의 카드대란 우려가 괜한 게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도대체 뭘하고 있을까요? 김현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LG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LG카드는 부도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일가족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신용불량자 4백만 명, 10조 원의 적자를 본 카드사들은 대부분 매각되거나 합병됐습니다.



불과 7,8년전 일입니다.



그때 은행에 합병됐던 국민카드가 다시 분사했습니다.



이미 분사한 하나 SK 카드, 그리고 우리카드까지 분사를 서두르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카드대란 직후 만 7천 명으로 감소한 모집인은 다시 5만 명이 됐습니다.



7,8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 듯합니다.



과당경쟁의 진원지는 이번엔 카드론, 카드론 대출잔액은 1년 새 7조 원이 늘었고 5대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은 1년 새 3천억 원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최정욱(대신증권 리서치센터) : "카드론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카드대란)당시와 비교해보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동일한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건수가 1년 새 17%나 늘어난 점도 걱정거립니다.



특히 문제가 생길 경우 순식간에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카드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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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5-20 22:04:52
    • 수정2011-05-20 22: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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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간 경쟁이 불을 뿜으면서 카드발급 카드수가 1억 2천만장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2002년 카드대란 수준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한동안 사라졌던 불법 호객 영업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먼저 우한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북적이는 놀이공원 매표소 앞, 한 카드 모집인이 다가와 대뜸 신용카드 가입을 권합니다.

<녹취> 카드사 상담직원 : "월드 이용하실려고요? 카드 신청하시면, 카드 바로 안나가지만, 무료입장 가능하세요."

아예 카드 판매대를 차린 곳도 있습니다.

손엔 입장권이 한 다발 들려있습니다.

연회비에서 상품권까지 가입 대가로 제공되는 건 6만 원어치.

<녹취> 카드사 상담직원 : "우리카드는 4월달 5월달 두 달만 쓰시면되요. 여기서 10만원만 쓰고, 신한카드는 한달만 10만원 써주시면 (입장권)4장 다 드릴게요."

서울의 한 대형마트, 각종 경품으로 고객 눈길을 잡습니다.

망설이는 고객에겐 현금까지 쥐어줍니다.

<녹취> 카드 모집인 : "치약세트고 리비아크림 골고루 하나씩 가져가세요. 제가 통장에 3만 원 넣어드리면 좋잖아요."

출혈 경쟁이 도를 넘으면서, 카드 모집인들이 자신 몫인 판매수당마저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연회비의 10%가 넘는 경품 제공은 불법입니다.

<녹취> "카드사들도 다 알면서 묵인하는 거에요. 이렇게 안하면 영업이 안되거든요."

1인당 신용카드 보유 수는 이미 카드 대란 때를 넘어선 수준.

카드사들의 마구잡이식 경쟁이 다시 과열되고 있습니다.

<앵커멘트>

2002년 카드대란 때 봤던 모습과 너무 흡사하군요.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박찬형 기자! 저런 모습이 결국 카드빚을 양산하는 걸로 연결되는 게 문제인거죠?

<답변>

예, 신용카드의 본래 기능은 물품구매인데, 수익이 높은 고금리 대출에 열을 올리면서 카드빚을 양산.

지난해 연말기준 카드론 대출액은 23조 9천억 원, 1년전보다 무려 42.3% 급증.

특히 문제는 빚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카드대출.

신용카드 보유가구 중에서 하위 40% 저소득층의 카드 대출금액은 평균 천 71만원, 가처분소득과 거의 같아 소득으로 대출금 갚으면 끝.

카드빚에 허덕일수 밖에 없죠. 저신용자들의 카드빚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신용등급 9등급인 김 씨는 요즘 월소득 2백만 원의 절반을 카드빚을 막는데 쓰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권유에 천4백만 원을 빌려 썼고 연 30%에 육박하는 연체이자가 버거워 카드 돌려막기를 하다 빚은 3년 만에 3천만 원으로 늘었습니다.

<녹취> 김모 씨(카드빚 대출자) : "금방 해결될 거 같았는데 생각대로 쉽지 않더라고요. 여기서 빼 가지고 다시 메우고 그러다보니 쫙 올라가더라고요."

환갑을 넘긴 박 모씨, 7년 전 천2백만 원의 카드 대출을 받았다 빚에 갇혔습니다.

카드빚 돌려막기에 대출 카드는 5개로 늘었고, 이제 끼니를 걱정해야 할 처지입니다.

<녹취> 박모 씨(카드빚 대출자) : "천 원짜리 두부도 비싸서 순두부 300원, 연두부 200원짜리가 있거든요. 그렇게 (먹고) 지내는 게 허다하죠."

이처럼 카드빚은 카드 돌려막기를 통해 장기간 저소득, 저신용자의 소득을 약탈합니다.

<인터뷰> 강윤선(신용회복위원회 명동지부장) : "카드를 쓰다 보면 또 다른 카드를 쓰게 되고 다른 카드를 쓰다 보면 카드사로부터 카드론을 권유받아서 그쪽으로 이용하다 보면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도박빚을 갚기 위해 또 도박을 하듯이 카드빚을 갚기 위해 또 카드 대출을 받도록 내몰립니다.

저소득 저신용자에게 카드빚은 파멸을 부르는 도박과도 같습니다.

<앵커 멘트>

이러다 제 2 카드대란 오는 거 아니냐는 불안감도 있거든요. 어떻습니까?

<답변>

과당경쟁이 문제입니다.

마구잡이 카드발급, 저신용자들에 대한 대출 증가.. 제2의 카드대란 우려가 괜한 게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도대체 뭘하고 있을까요? 김현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LG카드의 현금서비스가 중단됐습니다.

LG카드는 부도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일가족이 목숨을 끊었습니다.

신용불량자 4백만 명, 10조 원의 적자를 본 카드사들은 대부분 매각되거나 합병됐습니다.

불과 7,8년전 일입니다.

그때 은행에 합병됐던 국민카드가 다시 분사했습니다.

이미 분사한 하나 SK 카드, 그리고 우리카드까지 분사를 서두르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카드대란 직후 만 7천 명으로 감소한 모집인은 다시 5만 명이 됐습니다.

7,8년 전으로 다시 돌아간 듯합니다.

과당경쟁의 진원지는 이번엔 카드론, 카드론 대출잔액은 1년 새 7조 원이 늘었고 5대 카드사의 카드론 수익은 1년 새 3천억 원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인터뷰> 최정욱(대신증권 리서치센터) : "카드론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이 (카드대란)당시와 비교해보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점이 동일한 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 발급건수가 1년 새 17%나 늘어난 점도 걱정거립니다.

특히 문제가 생길 경우 순식간에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카드업계의 특성을 감안하면 금융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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