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남북전쟁 150년…여전한 상흔

입력 2011.05.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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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가 있다면 미국에도 이에 못지 않은 참혹한 역사가 있죠. 네. 바로 남북전쟁입니다. 올해가 남북전쟁 발발 15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지금 미국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게 노예제 폐지를 둘러싼 남북의 갈등..그에 따른 남부의 연방 탈퇴였는데요.. 아직도 이 갈등이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닙니다. 남부의 분리와 노예제를 옹호하는 듯한 움직임마저 대두되고 있다고 합니다.

남북전쟁 150년을 맞은 미국의 오늘을 이춘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동남부 찰스턴항 앞바다에 자리잡은 섬터 해상 요새. 지금으로부터 150년전, 미 북군이 주둔하고 있던 이 천혜의 요새에 포탄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이른 새벽을 틈탄 남군의 기습 공격이었습니다.

노예제를 둘러싼 남북의 치열한 갈등끝에 피비린내나는 남북 전쟁의 막이 오른 것입니다. 섬터 전투를 시작으로 무려 4년동안 계속된 남북 전쟁의 피해는 참혹했습니다. 1,2차 세계 대전보다 훨씬 많은 62만 5천여명의 군인이 사망했고 무수한 민간인이 희생됐습니다. 노예제 고수와 분리독립을 주장한 남부나 연방 유지가 지상과제인 북부로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인터뷰> 릭 해처(섬터 국립기념관 전쟁사 연구관): “남부는 북부와 연방의회로부터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링컨 대통령 당선 후에는 연방 탈퇴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국가 유적으로 지정된 섬터요새와 찰스턴항 일대에서는 해마다 당시 전투를 재연하는 행사가 열립니다. 올해는 전쟁 발발 150주년인 만큼 일주일간 다채로운 기념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남북 전쟁을 전문적으로 재연하는 배우들도 미국 전역에서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모두 자원 봉사자들입니다. 섬터 요새의 재연 행사는 북군의 철수 장면으로 시작됐습니다. 북군은 미국 연방의 상징 성조기를 내리는 의식을 치른 후 남군에 요새를 넘겨주고 섬을 떠났습니다.

<인터뷰> 로버트 앤더스(북군 소령/대역):"북군의 시각에서는 미국이 하나의 나라인만큼 남부의 분리를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반역이고 북부는 충분히 진압능력도 있었습니다."

요새를 점령한 남군은 이 전략 요충지를 남북 전쟁이 끝나기 직전까지 무려 4년 동안이나 고수했습니다.

<인터뷰> 제프 앤틀리(남군 소령/대역): 지금 상황은 남군이 막 요새를 점령해서 남부군 깃발을 세우고 수비를 위해 병력을 배치한 시점입니다."

섬터 요새에는 재연 행사와 함께 남북 전쟁때 사용됐던 대포들이 곳곳에 전시돼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습니다. 포탄과 총탄 자국 등 전투 흔적들도 가능한 원형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이곳 요새에는 아직도 당시의 포탄들이 군데군데 박혀있습니다. 북군은 이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 무려 4만 6천발의 포탄을 쏟아부었습니다.

150주년 행사를 지켜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관광객들은 배우들로부터 행사 내용을 설명듣고 재연 행사를 관람한 후 사진과 유품 등이 전시된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새삼 전쟁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인터뷰> 레이놀즈 무어(교사): "전쟁이 일어난지 단지 150년밖에 안됐고 미국민들에게는 여전히 후유증 치유가 진행중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기리는 이런 행사가 도움이 됩니다."

150주년 기념행사는 섬터 요새뿐만 아니라 전쟁이 벌어졌던 미국 전역에서 일년내내 진행되고 있습니다. 행사 기간도 전쟁과 똑같이 4년입니다.

하지만 남북 전쟁 150주년을 맞이하는 남부의 시선은 복잡 미묘합니다. 전쟁의 의미와 성격을 놓고 여전히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민권 운동이후 미국에선 금기시되고 있는 남부 연합의 역사적 의의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는 복고 바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남부 연합 결성이 단순히 노예제 폐지를 반대해 연방을 탈퇴한 반역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국가 창설의 결단이라는 시각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남부 연합의 수도였던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는 150년전 남부 연합을 선포하고 데이비스 초대 대통령이 취임한 것을 재연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인터뷰> 남부 연합 사령관(대역): "우리는 위대한 국가의 원칙과 이상을 간직했던 남부 연합인들과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연방 탈퇴를 주도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무도회 행사도 개최됐습니다. 남부 9개주에서는 남군의 후손들이 만든 단체가 남부 연합 깃발이 그려진 자동차 번호판을 제작해 판매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한술 더떠 미시시피주에서는 악명높은 백인우월단체 KKK를 창설했던 남군 출신 장교를 기리는 번호판까지 등장했습니다. 역풍을 우려한 주정부가 번호판 부착을 불허하고 있지만 흑인 인권 단체들은 인종차별 역사가 용인돼선 안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벤 젤러스(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 회장): "온 나라를 불태운 남북전쟁의 원인은 남부가 노예 해방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심각하고 지속적인 반인도주의적 범죄행위입니다."

앞서 지난해에는 버지니아 주지사가 4월을 남부 연합 역사의 달로 선포하면서 노예제를 쏙 빼놓아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섰을 정도입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노예제를 빼놓은 것은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주지사도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남부 연합을 둘러싼 이런 갈등은 미국 전체의 여론 분열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남부 연합의 정당성을 놓고 남부와 나머지 지역은 물론 공화당과 민주당원 사이에서도 큰 인식 차이를 보였습니다.

<인터뷰> 티모시 스톤(섬터 국립기념관장): "남북 전쟁은 연방유지로 미 합중국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그 충격의 일부를 지금도 느끼고 있고 일부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남북 전쟁이 남긴 외상은 150년 세월의 흐름속에 오래전 아물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인들 마음속 깊이 새겨진 상흔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 전쟁의 기나긴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진정한 국가 통합을 위해 미국이 풀어야할 역사의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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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남북전쟁 150년…여전한 상흔
    • 입력 2011-05-22 11:01:5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우리에게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가 있다면 미국에도 이에 못지 않은 참혹한 역사가 있죠. 네. 바로 남북전쟁입니다. 올해가 남북전쟁 발발 15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지금 미국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전쟁의 도화선이 됐던 게 노예제 폐지를 둘러싼 남북의 갈등..그에 따른 남부의 연방 탈퇴였는데요.. 아직도 이 갈등이 완전히 아문 것은 아닙니다. 남부의 분리와 노예제를 옹호하는 듯한 움직임마저 대두되고 있다고 합니다. 남북전쟁 150년을 맞은 미국의 오늘을 이춘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미국 동남부 찰스턴항 앞바다에 자리잡은 섬터 해상 요새. 지금으로부터 150년전, 미 북군이 주둔하고 있던 이 천혜의 요새에 포탄 세례가 쏟아졌습니다. 이른 새벽을 틈탄 남군의 기습 공격이었습니다. 노예제를 둘러싼 남북의 치열한 갈등끝에 피비린내나는 남북 전쟁의 막이 오른 것입니다. 섬터 전투를 시작으로 무려 4년동안 계속된 남북 전쟁의 피해는 참혹했습니다. 1,2차 세계 대전보다 훨씬 많은 62만 5천여명의 군인이 사망했고 무수한 민간인이 희생됐습니다. 노예제 고수와 분리독립을 주장한 남부나 연방 유지가 지상과제인 북부로선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었습니다. <인터뷰> 릭 해처(섬터 국립기념관 전쟁사 연구관): “남부는 북부와 연방의회로부터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링컨 대통령 당선 후에는 연방 탈퇴밖에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국가 유적으로 지정된 섬터요새와 찰스턴항 일대에서는 해마다 당시 전투를 재연하는 행사가 열립니다. 올해는 전쟁 발발 150주년인 만큼 일주일간 다채로운 기념 행사가 진행됐습니다. 남북 전쟁을 전문적으로 재연하는 배우들도 미국 전역에서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모두 자원 봉사자들입니다. 섬터 요새의 재연 행사는 북군의 철수 장면으로 시작됐습니다. 북군은 미국 연방의 상징 성조기를 내리는 의식을 치른 후 남군에 요새를 넘겨주고 섬을 떠났습니다. <인터뷰> 로버트 앤더스(북군 소령/대역):"북군의 시각에서는 미국이 하나의 나라인만큼 남부의 분리를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그건 반역이고 북부는 충분히 진압능력도 있었습니다." 요새를 점령한 남군은 이 전략 요충지를 남북 전쟁이 끝나기 직전까지 무려 4년 동안이나 고수했습니다. <인터뷰> 제프 앤틀리(남군 소령/대역): 지금 상황은 남군이 막 요새를 점령해서 남부군 깃발을 세우고 수비를 위해 병력을 배치한 시점입니다." 섬터 요새에는 재연 행사와 함께 남북 전쟁때 사용됐던 대포들이 곳곳에 전시돼있어 당시의 분위기를 느낄수 있습니다. 포탄과 총탄 자국 등 전투 흔적들도 가능한 원형대로 보존돼 있습니다. 이곳 요새에는 아직도 당시의 포탄들이 군데군데 박혀있습니다. 북군은 이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 무려 4만 6천발의 포탄을 쏟아부었습니다. 150주년 행사를 지켜보려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았습니다. 관광객들은 배우들로부터 행사 내용을 설명듣고 재연 행사를 관람한 후 사진과 유품 등이 전시된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새삼 전쟁의 의미를 되새깁니다. <인터뷰> 레이놀즈 무어(교사): "전쟁이 일어난지 단지 150년밖에 안됐고 미국민들에게는 여전히 후유증 치유가 진행중입니다.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기리는 이런 행사가 도움이 됩니다." 150주년 기념행사는 섬터 요새뿐만 아니라 전쟁이 벌어졌던 미국 전역에서 일년내내 진행되고 있습니다. 행사 기간도 전쟁과 똑같이 4년입니다. 하지만 남북 전쟁 150주년을 맞이하는 남부의 시선은 복잡 미묘합니다. 전쟁의 의미와 성격을 놓고 여전히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민권 운동이후 미국에선 금기시되고 있는 남부 연합의 역사적 의의를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는 복고 바람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남부 연합 결성이 단순히 노예제 폐지를 반대해 연방을 탈퇴한 반역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국가 창설의 결단이라는 시각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남부 연합의 수도였던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에서는 150년전 남부 연합을 선포하고 데이비스 초대 대통령이 취임한 것을 재연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인터뷰> 남부 연합 사령관(대역): "우리는 위대한 국가의 원칙과 이상을 간직했던 남부 연합인들과 언제 어디서나 함께 하고 지지할 것입니다." 연방 탈퇴를 주도했던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는 이를 기념하는 무도회 행사도 개최됐습니다. 남부 9개주에서는 남군의 후손들이 만든 단체가 남부 연합 깃발이 그려진 자동차 번호판을 제작해 판매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한술 더떠 미시시피주에서는 악명높은 백인우월단체 KKK를 창설했던 남군 출신 장교를 기리는 번호판까지 등장했습니다. 역풍을 우려한 주정부가 번호판 부착을 불허하고 있지만 흑인 인권 단체들은 인종차별 역사가 용인돼선 안된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벤 젤러스(유색인종 지위향상협회 회장): "온 나라를 불태운 남북전쟁의 원인은 남부가 노예 해방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심각하고 지속적인 반인도주의적 범죄행위입니다." 앞서 지난해에는 버지니아 주지사가 4월을 남부 연합 역사의 달로 선포하면서 노예제를 쏙 빼놓아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섰을 정도입니다. <녹취> 오바마(미국 대통령): "노예제를 빼놓은 것은 받아들일수 없습니다. 주지사도 이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남부 연합을 둘러싼 이런 갈등은 미국 전체의 여론 분열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남부 연합의 정당성을 놓고 남부와 나머지 지역은 물론 공화당과 민주당원 사이에서도 큰 인식 차이를 보였습니다. <인터뷰> 티모시 스톤(섬터 국립기념관장): "남북 전쟁은 연방유지로 미 합중국의 새로운 장을 열었지만 그 충격의 일부를 지금도 느끼고 있고 일부 논란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남북 전쟁이 남긴 외상은 150년 세월의 흐름속에 오래전 아물었습니다. 그러나 미국인들 마음속 깊이 새겨진 상흔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 전쟁의 기나긴 후유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진정한 국가 통합을 위해 미국이 풀어야할 역사의 숙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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