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공동조사…화학물질 처리 방법은?

입력 2011.05.23 (23:5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칠곡 미군기지 안에서는 오늘 환경부 민관 합동조사단의 현장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빠르면 이번주부터 한미공동 조사가 시작될 전망입니다.

용태영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 칠곡기지에 조사단이 들어간 건 오늘이 처음이죠?

<리포트>

그렇습니다.

오늘이 처음입니다.

환경부와 경상북도 관계자, 지역주민 그리고 환경단체까지 20여 명의 민관 합동조사단이 칠곡 기지를 방문했습니다.

조사단은 미군 측으로부터 매몰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습니다.

미군 측은 오늘 조사에서 방금전에 보도된 내용처럼, 과거에 화학물질을 묻은 기록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묻은 뒤 다시 그곳 토양을 다른 지역으로 옮긴 적이 있다는 점도 공개했습니다.

또 지난 2004년에는 지하 투과 레이더로 땅속을 조사했고 주변에 시추공 13개를 뚫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은 이 시추공 가운데 한 군데에서 미량의 다이옥신이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고엽제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다이옥신은 고엽제의 주된 성분입니다.

고엽제가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칠곡기지에서 반출된 흙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미군 측은 밝혔습니다.

이 흙이 어디로 갔는지, 국내인지 아니면 국외인지 조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미군이 사실상 오염된 토양의 실체를 알고 자체 조사를 해왔던 셈인데, 당시에 우리에게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 그러니까 소파에는 양국이 건강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군은 화학물질이 묻은 사실과 여기서 다이옥신이 나온 사실, 그리고 그 흙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에 통보한 적이 없습니다.

사실상 소파 협정을 어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이런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미군은 이번주부터 공동조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군 기지 안팎을 포함해서 사실상 첫번째 '한미 공동 환경조사'가 이뤄지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효순 미선 사건 때도 미군 기지 안에서는 우리 측의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합동 조사단은 오늘 칠곡기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공동 조사 계획을 세울 계획입니다.

빠르면 이번 주 안에도 기지 안 공동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화학물질이 묻혔다는 건 확인된 셈인데 앞으로 조사와 오염물질 처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답변>

첫 번째 순서는 화학물질이 묻힌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겁니다.

지중탐사장비로 지하에 전파를 쏘면 드럼통 위치는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음엔 매몰 위치를 중심으로 넓게 원을 그려 격자 모양으로 구획을 정합니다.

그 격자 구간 하나하나마다 시추공을 뚫습니다.

30년 넘게 부식된 드럼통에서 흘러나온 화학물질이 주변을 광범위하게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사 범위는 어느 정도가 될지 아직 가늠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격자 구간을 시추해 토양의 깊이별로 그 성분과 오염 정도를 분석하면 입체적인 토양 오염 지도가 만들어집니다.

이 오염 지도를 놓고 처리가 시작되는데 문제는 고엽제가 있을 경우입니다.

고엽제는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채굴할 때 공기 중에 다이옥신이 방출될 수 있습니다.

결국 오염 지역 위에 밀폐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역시 밀폐된 용기에 담아서 반출해야 합니다.

이 고엽제에 대해서는 국내에는 처리한 경험도, 기술도 없습니다.

또 오랜 기간 땅속에서 같이 묻은 다른 물질과 결합에서 어떤 독성 물질로 변했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결국, 처리 경험과 기술이 있는 미국으로 반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광용 박사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한광용(박사/녹색연합 자문위원) : "4649 어떤 파생물질이 있는가를 알아야만 복원 처리할 수 있는데 이거는 우리가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고, 이 물질을 만든 미국 회사, 미국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화학물질이 지하수에 흘러들었을 경우입니다.

그 경우에는 지하수를 따라 광범위한 지역이 오염돼 그 처리 과정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이차대전 때 오염된 무기공장 지대를 아직도 다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고엽제 공동조사…화학물질 처리 방법은?
    • 입력 2011-05-23 23:50:18
    뉴스라인 W
<앵커 멘트> 칠곡 미군기지 안에서는 오늘 환경부 민관 합동조사단의 현장 조사가 이뤄졌습니다. 빠르면 이번주부터 한미공동 조사가 시작될 전망입니다. 용태영 기자와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고엽제 매몰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 칠곡기지에 조사단이 들어간 건 오늘이 처음이죠? <리포트> 그렇습니다. 오늘이 처음입니다. 환경부와 경상북도 관계자, 지역주민 그리고 환경단체까지 20여 명의 민관 합동조사단이 칠곡 기지를 방문했습니다. 조사단은 미군 측으로부터 매몰에 대한 브리핑을 들었습니다. 미군 측은 오늘 조사에서 방금전에 보도된 내용처럼, 과거에 화학물질을 묻은 기록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묻은 뒤 다시 그곳 토양을 다른 지역으로 옮긴 적이 있다는 점도 공개했습니다. 또 지난 2004년에는 지하 투과 레이더로 땅속을 조사했고 주변에 시추공 13개를 뚫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은 이 시추공 가운데 한 군데에서 미량의 다이옥신이 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물론, 고엽제가 있는지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다이옥신은 고엽제의 주된 성분입니다. 고엽제가 묻혔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칠곡기지에서 반출된 흙이 어디로 갔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미군 측은 밝혔습니다. 이 흙이 어디로 갔는지, 국내인지 아니면 국외인지 조사 결과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미군이 사실상 오염된 토양의 실체를 알고 자체 조사를 해왔던 셈인데, 당시에 우리에게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답변> 그렇습니다. 한미 주둔군 지위협정, 그러니까 소파에는 양국이 건강과 환경에 대한 정보를 교환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미군은 화학물질이 묻은 사실과 여기서 다이옥신이 나온 사실, 그리고 그 흙을 다른 곳으로 옮긴 것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에 통보한 적이 없습니다. 사실상 소파 협정을 어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이런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미군은 이번주부터 공동조사에 대해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군 기지 안팎을 포함해서 사실상 첫번째 '한미 공동 환경조사'가 이뤄지는 셈입니다. 과거에는 효순 미선 사건 때도 미군 기지 안에서는 우리 측의 조사가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합동 조사단은 오늘 칠곡기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공동 조사 계획을 세울 계획입니다. 빠르면 이번 주 안에도 기지 안 공동 조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화학물질이 묻혔다는 건 확인된 셈인데 앞으로 조사와 오염물질 처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답변> 첫 번째 순서는 화학물질이 묻힌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겁니다. 지중탐사장비로 지하에 전파를 쏘면 드럼통 위치는 쉽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다음엔 매몰 위치를 중심으로 넓게 원을 그려 격자 모양으로 구획을 정합니다. 그 격자 구간 하나하나마다 시추공을 뚫습니다. 30년 넘게 부식된 드럼통에서 흘러나온 화학물질이 주변을 광범위하게 오염시켰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사 범위는 어느 정도가 될지 아직 가늠할 수 없습니다. 모든 격자 구간을 시추해 토양의 깊이별로 그 성분과 오염 정도를 분석하면 입체적인 토양 오염 지도가 만들어집니다. 이 오염 지도를 놓고 처리가 시작되는데 문제는 고엽제가 있을 경우입니다. 고엽제는 휘발성이 강하기 때문에 채굴할 때 공기 중에 다이옥신이 방출될 수 있습니다. 결국 오염 지역 위에 밀폐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역시 밀폐된 용기에 담아서 반출해야 합니다. 이 고엽제에 대해서는 국내에는 처리한 경험도, 기술도 없습니다. 또 오랜 기간 땅속에서 같이 묻은 다른 물질과 결합에서 어떤 독성 물질로 변했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결국, 처리 경험과 기술이 있는 미국으로 반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광용 박사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한광용(박사/녹색연합 자문위원) : "4649 어떤 파생물질이 있는가를 알아야만 복원 처리할 수 있는데 이거는 우리가 만든 게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알 수 없고, 이 물질을 만든 미국 회사, 미국 정부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최악의 경우는 화학물질이 지하수에 흘러들었을 경우입니다. 그 경우에는 지하수를 따라 광범위한 지역이 오염돼 그 처리 과정에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참고로 독일은 이차대전 때 오염된 무기공장 지대를 아직도 다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