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자노, 하늘의 약혼자 위한 스매싱

입력 2011.05.25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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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 겸 약혼자 뇌종양 투병 중 지난주 사망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

24일(현지시간) 메인 코트 첫 경기로 열린 여자단식 1회전에서 자밀라 가조소바(26위·호주)와 대결한 버지니 라자노(96위·프랑스)는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고 나왔다.

라자노는 지난주 약혼자이자 코치인 스테판 비달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 32살로 라자노보다 4살 많은 비달은 9년간 뇌종양으로 투병해왔다.

경기에 들어설 때부터 눈물을 보이면서 떨리는 입술을 주체하지 못한 라자노는 젊은 나이에 세상과 이별한 약혼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전을 강행했다.

비달은 숨지기 전 라자노에게 "프랑스오픈에 꼭 나가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라자노는 경기 시작에 앞서 금목걸이를 풀어 코트 옆에 있는 탁자에 조심스레 올려놨다.

이 목걸이는 몇 해 전의 밸런타인데이에 라자노가 비달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라자노는 "나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비달은 생전에 이 목걸이를 늘 지니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숨을 거둘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울먹였다.

그는 "이제는 이 목걸이를 내가 착용해야 할 것 같다"며 비달의 손길이 느껴지는 이 목걸이와 앞으로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자노가 1회전에서 멋지게 이겼더라면 더 의미가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가조소바의 2-0(6-3 6-1) 완승으로 끝났다.

가조소바는 "큰 상처를 입은 선수와 경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겨서 기쁘지만, 자신이 원하던 상황은 아니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또 "라자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사실 그녀가 코트에 나와 최선을 다해 경기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라자노는 "오늘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물론 고통스러웠지만, 스테판을 기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승리를 따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라커룸에서 나오면서 동료 선수들로부터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들은 라자노는 "스테판은 내가 내 인생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랐기 때문에 오늘처럼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경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금빛 목걸이를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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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자노, 하늘의 약혼자 위한 스매싱
    • 입력 2011-05-25 10:14:44
    연합뉴스
코치 겸 약혼자 뇌종양 투병 중 지난주 사망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가 열리는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 24일(현지시간) 메인 코트 첫 경기로 열린 여자단식 1회전에서 자밀라 가조소바(26위·호주)와 대결한 버지니 라자노(96위·프랑스)는 유니폼에 검은 리본을 달고 나왔다. 라자노는 지난주 약혼자이자 코치인 스테판 비달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올해 32살로 라자노보다 4살 많은 비달은 9년간 뇌종양으로 투병해왔다. 경기에 들어설 때부터 눈물을 보이면서 떨리는 입술을 주체하지 못한 라자노는 젊은 나이에 세상과 이별한 약혼자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출전을 강행했다. 비달은 숨지기 전 라자노에게 "프랑스오픈에 꼭 나가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라자노는 경기 시작에 앞서 금목걸이를 풀어 코트 옆에 있는 탁자에 조심스레 올려놨다. 이 목걸이는 몇 해 전의 밸런타인데이에 라자노가 비달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라자노는 "나와 함께 있는 것 같다고 해서 비달은 생전에 이 목걸이를 늘 지니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숨을 거둘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울먹였다. 그는 "이제는 이 목걸이를 내가 착용해야 할 것 같다"며 비달의 손길이 느껴지는 이 목걸이와 앞으로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자노가 1회전에서 멋지게 이겼더라면 더 의미가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가조소바의 2-0(6-3 6-1) 완승으로 끝났다. 가조소바는 "큰 상처를 입은 선수와 경기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라면서 이겨서 기쁘지만, 자신이 원하던 상황은 아니었다고 조심스러워했다. 또 "라자노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사실 그녀가 코트에 나와 최선을 다해 경기한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라자노는 "오늘 많은 감정이 교차했다. 물론 고통스러웠지만, 스테판을 기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러나 승리를 따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라커룸에서 나오면서 동료 선수들로부터 위로와 격려의 말을 들은 라자노는 "스테판은 내가 내 인생을 계속 이어가기를 바랐기 때문에 오늘처럼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경기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금빛 목걸이를 어루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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