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출산 한 달 만에 베트남 아내 피살

입력 2011.05.2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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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해 부산에서 20살 베트남신부가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 기억하시죠?

당시 사회적 파장이 컸었는데요,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태어난지 한달도 안된 젖먹이를 둔 베트남인 아내가 남편 손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을 상대로 일어나는 폭력 범죄가 지난 4년새 네배나 늘었다니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정수영 기자, 대체 간난 아기까지 둔 아내를 왜 살해한 건가요?

<리포트>

비극은 결국 돈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결혼 자금으로 빌린 돈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졌습니다.

23살 베트남 신부는 코리안드림을 안고 부푼 마음으로 한국 신랑과 결혼했습니다.

결혼 초부터 고부 갈등은 심각했고, 결혼 두 달 만에 가출까지 했습니다.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과 불화가 깊어졌습니다.

끝내 한 달도 안 된 젖먹이만 남긴 채 남편 손에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그제 새벽 한 시 쯤 경북 청도경찰서에 강력 사건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청도군 한 마을에서 30대 주민 한 명이 흉기를 든 채 이웃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임 씨가) 흉기를 들고 나오는데 당연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죠. 창문까지는 안 잠가놨기 때문에 (임 씨가) 창문까지 넘어갔는데, 안에 현관문까지 (들어가서) (신고자가) 자기까지 죽을 뻔 했다고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신고를 한 거죠.”

출동한 경찰은 신고가 들어온 마을 길에서 온몸에 피를 묻힌 채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마을 주민 37살 임모 씨를 맞닥뜨렸습니다.

순순히 경찰에 붙잡힌 임 씨는 자신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털어놓았습니다.

<녹취> 김종목(경사/경북 청도경찰서 중앙파출소) : “(임 씨가) 속옷을 입고, 몸 전체에 피가 상당히 많이 묻어있었고, 오른손에는 27센티미터 가량의 흉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임 씨가)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황급히 임 씨 집에 도착한 경찰은 끔찍한 광경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인인 임 씨 아내 23살 황모 씨가 상반신을 흉기에 마구 찔려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고 시신 곁에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 된 갓난아기가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녹취> 김종목(경사/경북 청도경찰서 중앙파출소) : “피해자는 주방 쪽에 바로 누운 채로 상당히 출혈이 심했고, 그 옆에서는 아기가 상당히 많이 울고 있었습니다. (아기를 )소아과가 있는 대구로 후송조치를 (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임 씨는 돈 문제로 부부 싸움을 벌인 끝에 베트남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격분한 나머지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김덕환(수사과장/경북 청도경찰서) : "(남편이) 경제적 지원을 부인한테 해 줘야 하는데 그걸 해주지 못해줘서 베트남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니까 피의자가 격분해가지고 흉기로 찔러가지고 (살해했습니다.)"

임 씨와 베트남인 황 씨는 국제결혼정보업체 소개로 만나 지난해 4월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 넉 달 만인 지난 8월 한국에서 신접살림을 차렸고 임 씨 부부와 시부모 등 네 사람이 한 집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생활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렸습니다.

베트남 신부 황 씨는 낯선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부모와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고 날이 갈수록 갈등은 골이 깊어졌습니다.

<녹취> 황모 씨 지인 :“시어머님이 (황 씨에게) 더럽다고, 왜 매일매일 안 씻고, 머리 안 감느냐 (하고)‘너 머리 안 감지? 그러면 내가 머리 확 자를 거야.’(하면서) 가위 갖고 와서 머리를 자르려고 했어요.”

베트남 며느리와 한국 시어머니 사이 고부갈등이 커지면서 화해하기에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녹취> 황모 씨 지인 : “(황 씨가) 한번 시어머님하고 크게 싸웠어요. (황씨가) 도망갔어요. 뛰어나가니까 시어머님이 (황 씨를) 잡고 당겨 와서 때렸어요. 시어머님한테 맞고 입에서 피도 나고 막 때렸어요.”

견디다 못한 베트남 신부 황 씨는 결혼 생활 2달만인 지난해 10월 집을 뛰쳐나와 이주여성 쉼터로 피신했습니다.

황 씨는 뒤늦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시부모와 분가해 살기로 결정하고 다시 황 씨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날 2세를 위해 황 씨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로 더욱 노력하기로 마음먹었고, 만삭의 몸으로 한국어 강좌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인터뷰> 한국어 강좌 강사 : “(황씨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임신 막달이라 굉장히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왔어요.”

행복이 찾아오나 싶던 임 씨 부부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이 싹텄습니다.

결혼 자금이 궁했던 황 씨는 베트남에서 목돈을 빌려 썼고, 남편 임 씨는 결혼 당시 자신이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막상 결혼 생활이 이어지자 임 씨는 빚 갚기를 차일피일 미뤘고 아내 황 씨가 돈을 요구할 때 마다 부부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황모 씨 지인 : “신랑한테 전에 (돈) 준다고 약속했잖아요 (하니까) (황씨가) 자꾸 돈, 돈 하니까 (임씨가) 안준다 그랬어요. (임씨는) 돈 없다고 하고, (황씨는) 자꾸 돈 달라고 그래서 싸우게 됐어요.”

부부간 다툼이 잦아지면서 급기야 임 씨는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손찌검을 저지르기까지 했습니다.

황 씨와 같은 처지인 또 다른 베트남 신부들은 황 씨에게 그저 꾹 참으라고 조언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혼하면 베트남으로 추방당할 게 뻔하다는 두려움과 태어날 아기를 보살피려면 남편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황모 씨 지인 :“임신했는데 때렸죠. (임신 9개월째) 4월 7일인가 맞았어요. (그때는) 사진도 왔고요. (황 씨에게) 이혼하면 어떡하려고. 너 어떡해. 아기도 어떡해. 네가 참아라 (했어요.)”

주변 친구들 조언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부부싸움은 계속됐습니다.

<녹취> 김종목(경사/경북 청도경찰서 중앙파출소) : “(이웃주민이)평소에도 부부싸움이 잦았기 때문에 사건 당일에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부부싸움을 하는 정도로만 느꼈다고 (합니다.)”

계속된 불화 끝에 남편 임 씨는 베트남 신부 황 씨를 살해하고야 말았고 젖도 떼지 못한 두 사람 사이 갓난아기는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었습니다.

최근 결혼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폭력 사건의 경우 지난 2007년 천7백 건 정도에서 지난해 6천9백여 건으로 4년 만에 4배가 늘었습니다.

경찰은 베트남 아내를 살해한 남편 37살 임모 씨를 구속하고, 황 씨 베트남 친정 부모가 장례절차를 마치는 대로 시신을 본국에 운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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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5-26 08: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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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해 부산에서 20살 베트남신부가 한국인 남편에게 살해된 사건, 기억하시죠? 당시 사회적 파장이 컸었는데요, 비슷한 사건이 또 일어났습니다. 태어난지 한달도 안된 젖먹이를 둔 베트남인 아내가 남편 손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을 상대로 일어나는 폭력 범죄가 지난 4년새 네배나 늘었다니 보통문제가 아닙니다. 정수영 기자, 대체 간난 아기까지 둔 아내를 왜 살해한 건가요? <리포트> 비극은 결국 돈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결혼 자금으로 빌린 돈을 두고 벌어진 다툼이 끔찍한 살인으로 이어졌습니다. 23살 베트남 신부는 코리안드림을 안고 부푼 마음으로 한국 신랑과 결혼했습니다. 결혼 초부터 고부 갈등은 심각했고, 결혼 두 달 만에 가출까지 했습니다. 아이를 가졌지만, 남편과 불화가 깊어졌습니다. 끝내 한 달도 안 된 젖먹이만 남긴 채 남편 손에 살해당하고 말았습니다. 그제 새벽 한 시 쯤 경북 청도경찰서에 강력 사건이 일어났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청도군 한 마을에서 30대 주민 한 명이 흉기를 든 채 이웃집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 (임 씨가) 흉기를 들고 나오는데 당연히 (밖으로) 나갈 수가 없죠. 창문까지는 안 잠가놨기 때문에 (임 씨가) 창문까지 넘어갔는데, 안에 현관문까지 (들어가서) (신고자가) 자기까지 죽을 뻔 했다고 이렇게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신고를 한 거죠.” 출동한 경찰은 신고가 들어온 마을 길에서 온몸에 피를 묻힌 채 흉기를 들고 배회하던 마을 주민 37살 임모 씨를 맞닥뜨렸습니다. 순순히 경찰에 붙잡힌 임 씨는 자신이 아내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그 자리에서 털어놓았습니다. <녹취> 김종목(경사/경북 청도경찰서 중앙파출소) : “(임 씨가) 속옷을 입고, 몸 전체에 피가 상당히 많이 묻어있었고, 오른손에는 27센티미터 가량의 흉기를 들고 있는 상태에서 (임 씨가)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황급히 임 씨 집에 도착한 경찰은 끔찍한 광경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베트남인인 임 씨 아내 23살 황모 씨가 상반신을 흉기에 마구 찔려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고 시신 곁에는 태어난 지 한 달도 채 안 된 갓난아기가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녹취> 김종목(경사/경북 청도경찰서 중앙파출소) : “피해자는 주방 쪽에 바로 누운 채로 상당히 출혈이 심했고, 그 옆에서는 아기가 상당히 많이 울고 있었습니다. (아기를 )소아과가 있는 대구로 후송조치를 (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임 씨는 돈 문제로 부부 싸움을 벌인 끝에 베트남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격분한 나머지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김덕환(수사과장/경북 청도경찰서) : "(남편이) 경제적 지원을 부인한테 해 줘야 하는데 그걸 해주지 못해줘서 베트남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니까 피의자가 격분해가지고 흉기로 찔러가지고 (살해했습니다.)" 임 씨와 베트남인 황 씨는 국제결혼정보업체 소개로 만나 지난해 4월 베트남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결혼식 넉 달 만인 지난 8월 한국에서 신접살림을 차렸고 임 씨 부부와 시부모 등 네 사람이 한 집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생활은 처음부터 삐거덕거렸습니다. 베트남 신부 황 씨는 낯선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한국 시부모와 사이가 원만하지 못했고 날이 갈수록 갈등은 골이 깊어졌습니다. <녹취> 황모 씨 지인 :“시어머님이 (황 씨에게) 더럽다고, 왜 매일매일 안 씻고, 머리 안 감느냐 (하고)‘너 머리 안 감지? 그러면 내가 머리 확 자를 거야.’(하면서) 가위 갖고 와서 머리를 자르려고 했어요.” 베트남 며느리와 한국 시어머니 사이 고부갈등이 커지면서 화해하기에는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녹취> 황모 씨 지인 : “(황 씨가) 한번 시어머님하고 크게 싸웠어요. (황씨가) 도망갔어요. 뛰어나가니까 시어머님이 (황 씨를) 잡고 당겨 와서 때렸어요. 시어머님한테 맞고 입에서 피도 나고 막 때렸어요.” 견디다 못한 베트남 신부 황 씨는 결혼 생활 2달만인 지난해 10월 집을 뛰쳐나와 이주여성 쉼터로 피신했습니다. 황 씨는 뒤늦게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됐고,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시부모와 분가해 살기로 결정하고 다시 황 씨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태어날 2세를 위해 황 씨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로 더욱 노력하기로 마음먹었고, 만삭의 몸으로 한국어 강좌를 들으러 다녔습니다. <인터뷰> 한국어 강좌 강사 : “(황씨는)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임신 막달이라 굉장히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다른 친구들보다 일찍 왔어요.” 행복이 찾아오나 싶던 임 씨 부부 사이에 또 다른 갈등이 싹텄습니다. 결혼 자금이 궁했던 황 씨는 베트남에서 목돈을 빌려 썼고, 남편 임 씨는 결혼 당시 자신이 빚을 대신 갚아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막상 결혼 생활이 이어지자 임 씨는 빚 갚기를 차일피일 미뤘고 아내 황 씨가 돈을 요구할 때 마다 부부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황모 씨 지인 : “신랑한테 전에 (돈) 준다고 약속했잖아요 (하니까) (황씨가) 자꾸 돈, 돈 하니까 (임씨가) 안준다 그랬어요. (임씨는) 돈 없다고 하고, (황씨는) 자꾸 돈 달라고 그래서 싸우게 됐어요.” 부부간 다툼이 잦아지면서 급기야 임 씨는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손찌검을 저지르기까지 했습니다. 황 씨와 같은 처지인 또 다른 베트남 신부들은 황 씨에게 그저 꾹 참으라고 조언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혼하면 베트남으로 추방당할 게 뻔하다는 두려움과 태어날 아기를 보살피려면 남편 도움이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녹취> 황모 씨 지인 :“임신했는데 때렸죠. (임신 9개월째) 4월 7일인가 맞았어요. (그때는) 사진도 왔고요. (황 씨에게) 이혼하면 어떡하려고. 너 어떡해. 아기도 어떡해. 네가 참아라 (했어요.)” 주변 친구들 조언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사이 갈등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부부싸움은 계속됐습니다. <녹취> 김종목(경사/경북 청도경찰서 중앙파출소) : “(이웃주민이)평소에도 부부싸움이 잦았기 때문에 사건 당일에도 대수롭지 않게 그냥 부부싸움을 하는 정도로만 느꼈다고 (합니다.)” 계속된 불화 끝에 남편 임 씨는 베트남 신부 황 씨를 살해하고야 말았고 젖도 떼지 못한 두 사람 사이 갓난아기는 하루아침에 엄마를 잃었습니다. 최근 결혼이주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폭력 사건의 경우 지난 2007년 천7백 건 정도에서 지난해 6천9백여 건으로 4년 만에 4배가 늘었습니다. 경찰은 베트남 아내를 살해한 남편 37살 임모 씨를 구속하고, 황 씨 베트남 친정 부모가 장례절차를 마치는 대로 시신을 본국에 운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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