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검정고시 출신이야!

입력 2011.05.3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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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서울의 한 체육관에선 학교 동문들이 참가한 봄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여느 동문 체육대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사람들입니다.

이름하여 전국검정고시총동문회 회원들.

1년에 한번 이렇게 모여 동문들끼리 안부도 전하고 잔을 부딪치며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껴보는게 이들의 큰 낙입니다.

검정고시가 시행된 지 어느덧 60여년이 됐습니다.

검정고시는 어려웠던 지난 시절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뒀던 배움에 대한 욕구를 풀어주었던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동문들은 남모른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2011년, 검정고시생들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16일, 충청북도 교육청 강당에선 뜻 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 전주 발표한 2011년도 제 1회 검정고시 고입, 고졸 합격자들에 대한 합격증 수여식이었습니다.

<녹취> 이기용(충청북도 교육감) :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희망의 꽃을 피운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다니던 초등학교를 그만둬야만 했던 70대 노인부터, 유학생 신분으로 검정고시를 치른 10대 청소년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가슴에 품은 영광의 얼굴들이었습니다.

<인터뷰>오임환(70살/충북 고입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 "지금 할때에 하면 좋다고 생각돼요. 아유, 더 바랄게 없죠. 열심히 해야 되겠어요. 젊은 사람들. 우리 봐서"

<인터뷰> 김지현(13살/충북 고입 검정고시 최연소 합격자) : "전 '훈민정음'과 '흥선대원군'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번 검정고시를 통해서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합격증 수여식에 참석한 뒤집으로 돌아온 황태성 군은 곧바로 인터넷 강의를 듣습니다.

13살 황군은 지난해 2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8월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번에 고졸 검정고시까지 최연소 합격이라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경찰이 꿈인 황군은 올해 대학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황태성(충북 고졸 검정고시 최연소 합격) : "검정고시를 하면 제가 하고 싶은것에 빨리 가잖아요. 그러니까 그 생각을 하고 검정고시를 알게 됐을 때 이거 해 볼만하다하고 검정고시를 하게 됐죠."

막내인 황군의 누나 3명도 모두 지난 2005년 고입, 고졸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뒤 대학에 진학해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검정고시 학원.

지선희 양은 이곳에서 공부하며 올 8월에 있을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희 양은 1년반전인 고등학교 1학년때 건강상 이유로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선희양은 학교를 그만 둔 것을 후회하지만 새로운 각오로 멋진 디자이너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인터뷰>지선희(18살/고졸 검정고시 준비생) : "검정고시 하면서 고등학교 졸업도 하고 앞으로 꿈도(이뤄 나가야죠)"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송승권 군도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송승권(18살/고졸 검정고시 준비생) : "아르바이트 하면 시간을 뺏기긴 하지만 부모님한테 손 벌릴수 없잖아요."

송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지난해 학교를 스스로 그만뒀습니다.

친구들보다 1년이라도 먼저 사회에 나와 돈벌이를 하며 홀어머니를 돕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송승권(18살/고졸 검정고시 준비생) : "어차피 자기 삶 이잖아요. 자기가 선택한것 후회만 안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95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검정고시 출신들은 지금까지 160여만명.

초기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힘들었지만 지금은 유능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면서 제 3의 학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원복(검정고시 총동문회 조직위원장) : "나를 이해해줄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분 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공감대가 훨씬 더 커져서지금에 이러렀는데 그 숫자가 이젠 참 많습니다."

검정고시는 학업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인터뷰>지대식(검정고시 학원 부장) : "자존심을 버리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나도 반드시 대학까지 졸업해서 이 세상을 위해서 일하는 하나의 젊음이 되겠다 하는 마음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경남 사천시의 다문화통합지원센터.

이곳은 한국으로 시집온 4명의 중국 여성이 공부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중국 한족 출신의 런리이씨와 중국동포 출신인 조춘화씨.

그리고 박선화씨, 윤은화씨가 그 중인공입니다.

이들 여성들은 며칠 전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런리이씨와 조춘화씨는 단, 1년만에 초등학교 졸업, 중학교 졸업,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었습니다.

남들이 12년동한 하는 공부를 1년만에 끝낸 것입니다.

<인터뷰> 런리이(중국 한족/초등,중등,고등학교 검정고시로 졸업) : "저도 애들 키울때는 좀 한국 엄마들처럼 잘 키울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끝까지 공부해보려고 했습니다."

<인터뷰> 조춘화(중국 동포/초등,중등,고등학교 검정고시로 졸업) : "좌절할 때마다 간호조무사 공부해야지 그 생각으로 계속 했어요. 이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녹취> "전국에 계신 결혼 이민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저희처럼 노력하면 못하는 일 없고요 다할수 있어요. 하면 된다는 그 마음만 가지면 다 할 수 있어요.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면 됩니다. 화이팅.화이팅"

올해 25살인 심진성씨와 19살인 김혜성양은 지난해 두만강을 건너 탈북해 남한으로 왔습니다.

혈혈단신 남한으로 온 진성씨와 어머니와 함께 탈북한 혜성양은 며전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검정고시 합격으로 이들은 남한에 대한 이질감을 한층 줄였고 보다 당당하게 남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심진성(지난해 탈북/고입 검정고시 합격) : "저희 같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넘어왔을때 이렇게 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해서 잘 될수 있다는 그런 마음 가짐을 주고 싶습니다."

장애인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검정고시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시각장애인 권영배씨가 안마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안마 실습을 받는 곳입니다.

지난 2002년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한 권영배씨는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한 권씨는 장애를 극복하고 지난해 초등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통과 한 뒤 지달 중순에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까지 합격했습니다.

시력 상실과 이혼, 절망의 늪에서도 권씨는 검정고시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터뷰>권영배(시각 장애인/초교.중교.고교) : "검정고시로 졸업 좀더 일찍 배웠으면 보람있는 일을 할수 있었고 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후회 스럽습니다."

한대중씨의 일과는 구두닦는 일로 시작해 구두닦는 일로 끝납니다.

전남도청 지하 10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이 한씨의 일터입니다.

지난 1981년에 고입 검정고시, 87년에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불운했던 청소년기와 어려운 가정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당당히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인터뷰> 한대중(검정고시 출신) : "저걸 보면서 스스로가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학 강사로 변신해 각종 모임에서 강연을 하고 텔레비전에도 출연해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인터뷰> 한대중(검정고시 출신) : "공부를 계속하다보니깐 내 인생을 계속 만들어주고 나가더라고요. 검정고시가 나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검정고시로 대를 잇는 이색 가족도 있습니다.

이승준 교수는 고등학교 때 검정고시를 통과해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재수로 중학교를 입학한 이 교순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치렀습니다.

부전 자전 이교수의 자녀 둘도 모두 검정고시로 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큰 아들 정익씨는 고등학교 때 내신 성적 문제로 고민하다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현재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며 딸 현아씨는 중학교 시절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역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뒤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준(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 "저희 집 애들 세대가 되니까 친구들끼리도 검정고시 제도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검정 고시출신들은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동문회도 조직하고 항상 가슴속에 남아있었던 모교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려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교가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검정고시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 에겐 새출발을 할 수 있는 더 없는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정규 과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데도 시간 절약 등의 이유로 굳이 검정고시를 고집한다면 정규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배움을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이런 가운데 아직도 검정고시에 대한 차별은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시 모집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 검정고시 출신자에 대한 응시 제한은 차별이라는 결정이 났는데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강운태(광주광역시장/검정고시 동문회장) : "검정고시를 보는 분들은 무상교육인 초등학교, 중학교 까지도 못다닌 분들이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배려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블랙 하이스쿨이라며 동질감을 찾는 검정고시 동문들에겐 왠지 모를 애틋한 정서가 숨어있습니다.

갖은 역경과 어려움을 헤치고 배움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제도권 교육의 소중함과 함께 배움엔 나이도,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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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 검정고시 출신이야!
    • 입력 2011-05-30 08:45:40
    취재파일K
지난 14일, 서울의 한 체육관에선 학교 동문들이 참가한 봄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여느 동문 체육대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풍경이었지만 이들은 모두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사람들입니다. 이름하여 전국검정고시총동문회 회원들. 1년에 한번 이렇게 모여 동문들끼리 안부도 전하고 잔을 부딪치며 소속감과 일체감을 느껴보는게 이들의 큰 낙입니다. 검정고시가 시행된 지 어느덧 60여년이 됐습니다. 검정고시는 어려웠던 지난 시절 이런 저런 이유로 미뤄뒀던 배움에 대한 욕구를 풀어주었던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검정고시 출신이라고 하면 이상하게 보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동문들은 남모른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2011년, 검정고시생들의 다양한 삶을 들여다봤습니다. 지난 16일, 충청북도 교육청 강당에선 뜻 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그 전주 발표한 2011년도 제 1회 검정고시 고입, 고졸 합격자들에 대한 합격증 수여식이었습니다. <녹취> 이기용(충청북도 교육감) : "학문에 대한 열정으로 희망의 꽃을 피운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다니던 초등학교를 그만둬야만 했던 70대 노인부터, 유학생 신분으로 검정고시를 치른 10대 청소년까지 저마다의 사연을 가슴에 품은 영광의 얼굴들이었습니다. <인터뷰>오임환(70살/충북 고입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 "지금 할때에 하면 좋다고 생각돼요. 아유, 더 바랄게 없죠. 열심히 해야 되겠어요. 젊은 사람들. 우리 봐서" <인터뷰> 김지현(13살/충북 고입 검정고시 최연소 합격자) : "전 '훈민정음'과 '흥선대원군'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이번 검정고시를 통해서 많은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합격증 수여식에 참석한 뒤집으로 돌아온 황태성 군은 곧바로 인터넷 강의를 듣습니다. 13살 황군은 지난해 2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8월에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이번에 고졸 검정고시까지 최연소 합격이라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경찰이 꿈인 황군은 올해 대학에 진학할 계획입니다. <인터뷰> 황태성(충북 고졸 검정고시 최연소 합격) : "검정고시를 하면 제가 하고 싶은것에 빨리 가잖아요. 그러니까 그 생각을 하고 검정고시를 알게 됐을 때 이거 해 볼만하다하고 검정고시를 하게 됐죠." 막내인 황군의 누나 3명도 모두 지난 2005년 고입, 고졸 검정고시로 학업을 마친 뒤 대학에 진학해 세간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한 검정고시 학원. 지선희 양은 이곳에서 공부하며 올 8월에 있을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선희 양은 1년반전인 고등학교 1학년때 건강상 이유로 학교를 그만뒀습니다. 선희양은 학교를 그만 둔 것을 후회하지만 새로운 각오로 멋진 디자이너의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습니다. <인터뷰>지선희(18살/고졸 검정고시 준비생) : "검정고시 하면서 고등학교 졸업도 하고 앞으로 꿈도(이뤄 나가야죠)" 당구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송승권 군도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송승권(18살/고졸 검정고시 준비생) : "아르바이트 하면 시간을 뺏기긴 하지만 부모님한테 손 벌릴수 없잖아요." 송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인 지난해 학교를 스스로 그만뒀습니다. 친구들보다 1년이라도 먼저 사회에 나와 돈벌이를 하며 홀어머니를 돕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송승권(18살/고졸 검정고시 준비생) : "어차피 자기 삶 이잖아요. 자기가 선택한것 후회만 안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950년대 초반부터 시작한 검정고시 출신들은 지금까지 160여만명. 초기엔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힘들었지만 지금은 유능한 인재가 많이 배출되면서 제 3의 학맥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원복(검정고시 총동문회 조직위원장) : "나를 이해해줄수 있는 사람은 바로 그분 밖에 없잖아요. 그러니까 공감대가 훨씬 더 커져서지금에 이러렀는데 그 숫자가 이젠 참 많습니다." 검정고시는 학업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인터뷰>지대식(검정고시 학원 부장) : "자존심을 버리지 말고 열심히 노력해서 나도 반드시 대학까지 졸업해서 이 세상을 위해서 일하는 하나의 젊음이 되겠다 하는 마음을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경남 사천시의 다문화통합지원센터. 이곳은 한국으로 시집온 4명의 중국 여성이 공부를 하고 있는 곳입니다. 중국 한족 출신의 런리이씨와 중국동포 출신인 조춘화씨. 그리고 박선화씨, 윤은화씨가 그 중인공입니다. 이들 여성들은 며칠 전 고졸 검정고시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런리이씨와 조춘화씨는 단, 1년만에 초등학교 졸업, 중학교 졸업,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었습니다. 남들이 12년동한 하는 공부를 1년만에 끝낸 것입니다. <인터뷰> 런리이(중국 한족/초등,중등,고등학교 검정고시로 졸업) : "저도 애들 키울때는 좀 한국 엄마들처럼 잘 키울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끝까지 공부해보려고 했습니다." <인터뷰> 조춘화(중국 동포/초등,중등,고등학교 검정고시로 졸업) : "좌절할 때마다 간호조무사 공부해야지 그 생각으로 계속 했어요. 이들은 같은 처지에 있는" 이주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녹취> "전국에 계신 결혼 이민자 여러분 안녕하세요..저희처럼 노력하면 못하는 일 없고요 다할수 있어요. 하면 된다는 그 마음만 가지면 다 할 수 있어요. 힘들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면 됩니다. 화이팅.화이팅" 올해 25살인 심진성씨와 19살인 김혜성양은 지난해 두만강을 건너 탈북해 남한으로 왔습니다. 혈혈단신 남한으로 온 진성씨와 어머니와 함께 탈북한 혜성양은 며전 고입 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검정고시 합격으로 이들은 남한에 대한 이질감을 한층 줄였고 보다 당당하게 남한 사회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심진성(지난해 탈북/고입 검정고시 합격) : "저희 같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으로 넘어왔을때 이렇게 공부 열심히 하면 성공해서 잘 될수 있다는 그런 마음 가짐을 주고 싶습니다." 장애인등 사회적 약자들에게도 검정고시는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습니다. 이곳은 시각장애인 권영배씨가 안마 자격증 시험을 앞두고 안마 실습을 받는 곳입니다. 지난 2002년부터 시력을 잃기 시작한 권영배씨는 1급 시각장애인입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한 권씨는 장애를 극복하고 지난해 초등학교 졸업과 고등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통과 한 뒤 지달 중순에는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까지 합격했습니다. 시력 상실과 이혼, 절망의 늪에서도 권씨는 검정고시를 통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 냈습니다. <인터뷰>권영배(시각 장애인/초교.중교.고교) : "검정고시로 졸업 좀더 일찍 배웠으면 보람있는 일을 할수 있었고 더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었는데 후회 스럽습니다." 한대중씨의 일과는 구두닦는 일로 시작해 구두닦는 일로 끝납니다. 전남도청 지하 10제곱미터 남짓한 공간이 한씨의 일터입니다. 지난 1981년에 고입 검정고시, 87년에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뒤 그의 인생이 180도 바뀌었습니다. 불운했던 청소년기와 어려운 가정 환경을 탓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당당히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용기를 얻었습니다. <인터뷰> 한대중(검정고시 출신) : "저걸 보면서 스스로가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학 강사로 변신해 각종 모임에서 강연을 하고 텔레비전에도 출연해 유명인사가 됐습니다. <인터뷰> 한대중(검정고시 출신) : "공부를 계속하다보니깐 내 인생을 계속 만들어주고 나가더라고요. 검정고시가 나의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검정고시로 대를 잇는 이색 가족도 있습니다. 이승준 교수는 고등학교 때 검정고시를 통과해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재수로 중학교를 입학한 이 교순 다른 친구들보다 앞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과감히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치렀습니다. 부전 자전 이교수의 자녀 둘도 모두 검정고시로 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큰 아들 정익씨는 고등학교 때 내신 성적 문제로 고민하다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한 뒤 현재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며 딸 현아씨는 중학교 시절 학교 생활에 적응을 하지 못해 역시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뒤 대학원 석사 과정에 있습니다. <인터뷰> 이승준(충남대 선박해양공학과 교수/검정고시로 고교 졸업) : "저희 집 애들 세대가 되니까 친구들끼리도 검정고시 제도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검정 고시출신들은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동문회도 조직하고 항상 가슴속에 남아있었던 모교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으로 그려 애틋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교가도 직접 제작했습니다. 검정고시가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 에겐 새출발을 할 수 있는 더 없는 좋은 제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정규 과정에서 공부할 수 있는데도 시간 절약 등의 이유로 굳이 검정고시를 고집한다면 정규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유무형의 배움을 포기하는 셈이 됩니다. 이런 가운데 아직도 검정고시에 대한 차별은 남아 있습니다. 지난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수시 모집으로 대학에 입학할 때 검정고시 출신자에 대한 응시 제한은 차별이라는 결정이 났는데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터뷰>강운태(광주광역시장/검정고시 동문회장) : "검정고시를 보는 분들은 무상교육인 초등학교, 중학교 까지도 못다닌 분들이기 때문에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배려와 지원이 필요합니다." 스스로를 블랙 하이스쿨이라며 동질감을 찾는 검정고시 동문들에겐 왠지 모를 애틋한 정서가 숨어있습니다. 갖은 역경과 어려움을 헤치고 배움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을 통해 제도권 교육의 소중함과 함께 배움엔 나이도, 시작도, 끝도 없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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