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發 8월 위기설 고개…현실성은

입력 2011.06.15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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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과 금융업계 등에서 저축은행의 실적 발표가 예정된 8월을 전후로 한 금융시장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저축은행에 이어 증권사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금융시장 내 불안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8월 위기설 점증

15일 금융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는 8월 98개 저축은행의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 결산 결과 발표 후 부실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퇴출될 경우 우량 저축은행에서도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발생해 금융시장 전반으로 자금 경색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질의자료에서 "시장에서는 8월 이후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 2~3곳 이상이 추가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며 "8월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 지적했다.

권 의원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가 8월을 전후해 대거 만기되는 점도 저축은행의 자금난을 악화시킬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 2천14억원의 절반을 넘는 1천41억원이 7~9월 석 달새 만기된다.

같은 당 배영식 의원도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담 등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을 저축은행이 몇 개나 될지가 저축은행 업계의 화두"라며 "특단의 조치가 추가로 없을 경우 제3, 제4의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연쇄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PF 부실 심화로 상당수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당국 기준치인 5%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실 전이 우려도…시스템리스크는 기우

전문가들도 8월 저축은행 업계의 결산 때 영업 부진과 PF 대출 부실 등 여파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 4개 정도가 퇴출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산해보면 훨씬 많은 저축은행이 자본잠식 등으로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축은행이 부실의 온상이 되면 은행권 등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조기 자금상환 압력이 거세지는 등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PF 대출 부실 여파가 증권업계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증권에 따르면 건설사의 지급보증과 금융사의 매입약정으로 신용을 보강해 발행되는 기업어음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4월 말 현재 발행 잔액이 19조760억원에 달한며, 신용등급 A-급 건설사들이 지급보증한 ABCP 12조7천억원 중 52%인 6조6천억원이 2분기 내 만기도래한다.

SK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건설사, 은행, 저축은행에 이어 증권업계로 PF 풍선 돌리기 하는 모습"이라며 "은행, 저축은행에 이어 증권사마저 대출을 안 해주면 건설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저축은행 발 위기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저축은행 업계가 전체 금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다 금융당국이 뱅크런 방지를 위해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부상으로는 저축은행들이 PF 대출을 다 넘겼기 때문에 영업정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당국도 뱅크런을 촉발할 수 있는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비은행연구팀 이상엽 차장은 "최근 (프라임저축은행) 관련 안 좋은 소식이 들리자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잠깐이나마 예금이 빠져나가는 등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작년 말보다 더 악화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차입금 비중이 적기 때문에 시스템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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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축은행發 8월 위기설 고개…현실성은
    • 입력 2011-06-15 06:46:25
    연합뉴스
정치권과 금융업계 등에서 저축은행의 실적 발표가 예정된 8월을 전후로 한 금융시장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기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저축은행에 이어 증권사의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금융시장 내 불안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8월 위기설 점증 15일 금융업계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오는 8월 98개 저축은행의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 결산 결과 발표 후 부실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퇴출될 경우 우량 저축은행에서도 뱅크런(대량 예금인출)이 발생해 금융시장 전반으로 자금 경색 현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권택기 의원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질의자료에서 "시장에서는 8월 이후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 2~3곳 이상이 추가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며 "8월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 지적했다. 권 의원은 저축은행의 후순위채가 8월을 전후해 대거 만기되는 점도 저축은행의 자금난을 악화시킬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저축은행 후순위 채권 2천14억원의 절반을 넘는 1천41억원이 7~9월 석 달새 만기된다. 같은 당 배영식 의원도 "저축은행에 대한 신뢰도 추락과 부동산 경기침체에 따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담 등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남을 저축은행이 몇 개나 될지가 저축은행 업계의 화두"라며 "특단의 조치가 추가로 없을 경우 제3, 제4의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연쇄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PF 부실 심화로 상당수 저축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당국 기준치인 5%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실 전이 우려도…시스템리스크는 기우 전문가들도 8월 저축은행 업계의 결산 때 영업 부진과 PF 대출 부실 등 여파로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축은행 4개 정도가 퇴출당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산해보면 훨씬 많은 저축은행이 자본잠식 등으로 기준에 미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저축은행이 부실의 온상이 되면 은행권 등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조기 자금상환 압력이 거세지는 등 금융시장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PF 대출 부실 여파가 증권업계 등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증권에 따르면 건설사의 지급보증과 금융사의 매입약정으로 신용을 보강해 발행되는 기업어음인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4월 말 현재 발행 잔액이 19조760억원에 달한며, 신용등급 A-급 건설사들이 지급보증한 ABCP 12조7천억원 중 52%인 6조6천억원이 2분기 내 만기도래한다. SK증권 이수정 연구원은 "건설사, 은행, 저축은행에 이어 증권업계로 PF 풍선 돌리기 하는 모습"이라며 "은행, 저축은행에 이어 증권사마저 대출을 안 해주면 건설사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저축은행 발 위기가 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가능성이 작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저축은행 업계가 전체 금융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은데다 금융당국이 뱅크런 방지를 위해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장부상으로는 저축은행들이 PF 대출을 다 넘겼기 때문에 영업정지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며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당국도 뱅크런을 촉발할 수 있는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한은 금융안정분석국 비은행연구팀 이상엽 차장은 "최근 (프라임저축은행) 관련 안 좋은 소식이 들리자 다른 저축은행에서도 잠깐이나마 예금이 빠져나가는 등 저축은행에 대한 불신이 높다"며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이 작년 말보다 더 악화됐을 것으로 보이지만, 차입금 비중이 적기 때문에 시스템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은 작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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