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개막 춘란배 결승3번기서 ’천적’ 셰허와 격돌
16개월째 자국 랭킹 1위. 현역 4관왕. 세계대회 결승 19차례 진출해 14회 우승. 결승전 우승확률 74%.
이세돌 9단(28세)의 얘기다.
세계바둑계의 호랑이로 군림하는 이세돌은 지금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상대의 급소를 짚는 동물적인 후각과 절대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끝까지 쫓아가 상대의 뼈를 부러뜨리는 끈질김으로 세계무대를 평정했다.
이세돌의 20번째 세계대회 결승무대인 ’제8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가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다.
강력한 라이벌인 구리 9단을 꺾고 비씨카드 배에서 우승한 지 꼭 두 달 만이다.
이세돌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는데 상대는 이번 대회가 세계대회 첫 결승무대다.
지명도나 경험에서 사람들은 이세돌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한다.
그러나 상대의 이름을 들으면 태도는 달라진다.
’셰허(謝赫-27세) 7단’이 이세돌의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때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2001년 2월 당시 3단이던 이세돌은 제5회 LG배 결승에서 이창호와 마주 앉았다.
자신의 세계대회 첫 결승무대였다.
20세기 말의 절대강자 이창호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7세의 풋내기 이세돌이 초반 2연승을 거두자 바둑계가 경악했다.
나머지 3판이 3개월 후에 열리면서 상승세가 꺾여 노련한 이창호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해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쎈돌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강렬한 승부였다.
2년 후 제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이기고 자신의 세계대회 첫 우승을 일궈낸 이세돌은 이듬해 LG배에서 다시 만난 이창호에 설욕하며 최정상급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 이세돌이 셰허의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인터뷰 때 가장 어려운 상대를 물으면 언제나 이창호가 1번이고 그다음에는 어김없이 셰허를 지목한다.
LG배 대역전패의 악몽이 생생하고 통산전적도 24승31패로 밀리면서 결승전적도 2승5패로 열세지만 이창호를 언급하는 것은 선배에 대한 예우차원이 강하다.
무관에 랭킹도 8위까지 떨어진 이창호가 하락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정상권을 지키고 있는 만큼 질 경우를 대비한 보험성격의 ’립서비스’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경계대상자로 셰허를 빼놓지 않는 것은 진심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우선 전적에서 밀린다.
다섯 차례 만나서 1승4패다.
2008년에 미니세계대회인 ’TV아시아’에서 한판 이겼을 뿐 LG배, 도요타덴소배, 농심신라면배에서 모두 패했다.
또 춘란배 전기대회 8강전에서도 패해 중도탈락했다.
이세돌이 이렇게 철저하게 밀리는 선수는 셰허뿐이다.
셰허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침착’이다.
그는 언제나 표정의 변화가 없고 자세도 꼿꼿하다.
인터뷰 때도 진지하고 웃음기가 없다.
모든 것이 전성기의 이창호를 연상시킨다.
기풍(棋風) 또한 침착하기 그지없다.
빈틈이 없고 계산에 밝다.
조금만 밀리면 역전의 찬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역시 이세돌을 괴롭히던 ’이창호 스타일’이다.
이세돌은 그런 셰허를 ’깝깝하다’고 표현한다.
정신없이 상대의 혼을 빼놓는 이세돌식 신출귀몰 전술이 먹히지 않으니 깝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셰허는 이세돌만의 천적이 아니다. 이세돌처럼 전투력이 강한 최철한에게는 4전 전승이다.
한국랭킹 1ㆍ2위를 상대로 8승1패를 거두고 있다.
한국선수 전체에도 56승22패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랭킹도 꾸준히 상승해 저우뤼양(周睿羊)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중국바둑 부동의 투톱이었던 구리(古力), 쿵제(孔杰)가 부진하고 저우뤼양이 국내용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셰허는 중국의 실질적 에이스다.
이세돌은 비씨카드배에 이어 천적을 넘어 세계대회 2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춘란배를 정복하면 이제 미답지는 응씨배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4년마다 1번씩 열리는 응씨배가 내년에 개최되는 만큼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서 춘란배 정복은 필수요소다.
셰허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절실하다.
앞서가던 구리, 쿵제가 주춤한 사이에 후배인 퍄오원야오(朴文堯)가 LG배에서 우승하며 자신을 추월해 갔다.
이세돌이라는 ’만만한 거물’만 넘으면 중국의 10명째 세계대회우승자가 된다.
역시 9명의 세계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한국을 넘어선다. 이세돌이 이창호를 넘으면서 1인자가 된 것처럼 셰허는 이세돌을 넘어 도약하려 한다.
날카로운 창과 두터운 방패의 대결은 바둑전문방송인 바둑TV와 K-바둑이 동시 생중계한다. 우승상금은 15만 달러(1억6천만원).
16개월째 자국 랭킹 1위. 현역 4관왕. 세계대회 결승 19차례 진출해 14회 우승. 결승전 우승확률 74%.
이세돌 9단(28세)의 얘기다.
세계바둑계의 호랑이로 군림하는 이세돌은 지금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상대의 급소를 짚는 동물적인 후각과 절대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끝까지 쫓아가 상대의 뼈를 부러뜨리는 끈질김으로 세계무대를 평정했다.
이세돌의 20번째 세계대회 결승무대인 ’제8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가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다.
강력한 라이벌인 구리 9단을 꺾고 비씨카드 배에서 우승한 지 꼭 두 달 만이다.
이세돌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는데 상대는 이번 대회가 세계대회 첫 결승무대다.
지명도나 경험에서 사람들은 이세돌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한다.
그러나 상대의 이름을 들으면 태도는 달라진다.
’셰허(謝赫-27세) 7단’이 이세돌의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때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2001년 2월 당시 3단이던 이세돌은 제5회 LG배 결승에서 이창호와 마주 앉았다.
자신의 세계대회 첫 결승무대였다.
20세기 말의 절대강자 이창호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7세의 풋내기 이세돌이 초반 2연승을 거두자 바둑계가 경악했다.
나머지 3판이 3개월 후에 열리면서 상승세가 꺾여 노련한 이창호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해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쎈돌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강렬한 승부였다.
2년 후 제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이기고 자신의 세계대회 첫 우승을 일궈낸 이세돌은 이듬해 LG배에서 다시 만난 이창호에 설욕하며 최정상급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 이세돌이 셰허의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인터뷰 때 가장 어려운 상대를 물으면 언제나 이창호가 1번이고 그다음에는 어김없이 셰허를 지목한다.
LG배 대역전패의 악몽이 생생하고 통산전적도 24승31패로 밀리면서 결승전적도 2승5패로 열세지만 이창호를 언급하는 것은 선배에 대한 예우차원이 강하다.
무관에 랭킹도 8위까지 떨어진 이창호가 하락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정상권을 지키고 있는 만큼 질 경우를 대비한 보험성격의 ’립서비스’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경계대상자로 셰허를 빼놓지 않는 것은 진심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우선 전적에서 밀린다.
다섯 차례 만나서 1승4패다.
2008년에 미니세계대회인 ’TV아시아’에서 한판 이겼을 뿐 LG배, 도요타덴소배, 농심신라면배에서 모두 패했다.
또 춘란배 전기대회 8강전에서도 패해 중도탈락했다.
이세돌이 이렇게 철저하게 밀리는 선수는 셰허뿐이다.
셰허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침착’이다.
그는 언제나 표정의 변화가 없고 자세도 꼿꼿하다.
인터뷰 때도 진지하고 웃음기가 없다.
모든 것이 전성기의 이창호를 연상시킨다.
기풍(棋風) 또한 침착하기 그지없다.
빈틈이 없고 계산에 밝다.
조금만 밀리면 역전의 찬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역시 이세돌을 괴롭히던 ’이창호 스타일’이다.
이세돌은 그런 셰허를 ’깝깝하다’고 표현한다.
정신없이 상대의 혼을 빼놓는 이세돌식 신출귀몰 전술이 먹히지 않으니 깝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셰허는 이세돌만의 천적이 아니다. 이세돌처럼 전투력이 강한 최철한에게는 4전 전승이다.
한국랭킹 1ㆍ2위를 상대로 8승1패를 거두고 있다.
한국선수 전체에도 56승22패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랭킹도 꾸준히 상승해 저우뤼양(周睿羊)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중국바둑 부동의 투톱이었던 구리(古力), 쿵제(孔杰)가 부진하고 저우뤼양이 국내용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셰허는 중국의 실질적 에이스다.
이세돌은 비씨카드배에 이어 천적을 넘어 세계대회 2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춘란배를 정복하면 이제 미답지는 응씨배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4년마다 1번씩 열리는 응씨배가 내년에 개최되는 만큼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서 춘란배 정복은 필수요소다.
셰허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절실하다.
앞서가던 구리, 쿵제가 주춤한 사이에 후배인 퍄오원야오(朴文堯)가 LG배에서 우승하며 자신을 추월해 갔다.
이세돌이라는 ’만만한 거물’만 넘으면 중국의 10명째 세계대회우승자가 된다.
역시 9명의 세계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한국을 넘어선다. 이세돌이 이창호를 넘으면서 1인자가 된 것처럼 셰허는 이세돌을 넘어 도약하려 한다.
날카로운 창과 두터운 방패의 대결은 바둑전문방송인 바둑TV와 K-바둑이 동시 생중계한다. 우승상금은 15만 달러(1억6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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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돌, ‘천적’ 셰허 넘어 2관왕 도전
-
- 입력 2011-06-20 17:08:49
27일 개막 춘란배 결승3번기서 ’천적’ 셰허와 격돌
16개월째 자국 랭킹 1위. 현역 4관왕. 세계대회 결승 19차례 진출해 14회 우승. 결승전 우승확률 74%.
이세돌 9단(28세)의 얘기다.
세계바둑계의 호랑이로 군림하는 이세돌은 지금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상대의 급소를 짚는 동물적인 후각과 절대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끝까지 쫓아가 상대의 뼈를 부러뜨리는 끈질김으로 세계무대를 평정했다.
이세돌의 20번째 세계대회 결승무대인 ’제8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가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다.
강력한 라이벌인 구리 9단을 꺾고 비씨카드 배에서 우승한 지 꼭 두 달 만이다.
이세돌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는데 상대는 이번 대회가 세계대회 첫 결승무대다.
지명도나 경험에서 사람들은 이세돌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한다.
그러나 상대의 이름을 들으면 태도는 달라진다.
’셰허(謝赫-27세) 7단’이 이세돌의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때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2001년 2월 당시 3단이던 이세돌은 제5회 LG배 결승에서 이창호와 마주 앉았다.
자신의 세계대회 첫 결승무대였다.
20세기 말의 절대강자 이창호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7세의 풋내기 이세돌이 초반 2연승을 거두자 바둑계가 경악했다.
나머지 3판이 3개월 후에 열리면서 상승세가 꺾여 노련한 이창호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해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쎈돌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강렬한 승부였다.
2년 후 제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이기고 자신의 세계대회 첫 우승을 일궈낸 이세돌은 이듬해 LG배에서 다시 만난 이창호에 설욕하며 최정상급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 이세돌이 셰허의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인터뷰 때 가장 어려운 상대를 물으면 언제나 이창호가 1번이고 그다음에는 어김없이 셰허를 지목한다.
LG배 대역전패의 악몽이 생생하고 통산전적도 24승31패로 밀리면서 결승전적도 2승5패로 열세지만 이창호를 언급하는 것은 선배에 대한 예우차원이 강하다.
무관에 랭킹도 8위까지 떨어진 이창호가 하락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정상권을 지키고 있는 만큼 질 경우를 대비한 보험성격의 ’립서비스’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경계대상자로 셰허를 빼놓지 않는 것은 진심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우선 전적에서 밀린다.
다섯 차례 만나서 1승4패다.
2008년에 미니세계대회인 ’TV아시아’에서 한판 이겼을 뿐 LG배, 도요타덴소배, 농심신라면배에서 모두 패했다.
또 춘란배 전기대회 8강전에서도 패해 중도탈락했다.
이세돌이 이렇게 철저하게 밀리는 선수는 셰허뿐이다.
셰허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침착’이다.
그는 언제나 표정의 변화가 없고 자세도 꼿꼿하다.
인터뷰 때도 진지하고 웃음기가 없다.
모든 것이 전성기의 이창호를 연상시킨다.
기풍(棋風) 또한 침착하기 그지없다.
빈틈이 없고 계산에 밝다.
조금만 밀리면 역전의 찬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역시 이세돌을 괴롭히던 ’이창호 스타일’이다.
이세돌은 그런 셰허를 ’깝깝하다’고 표현한다.
정신없이 상대의 혼을 빼놓는 이세돌식 신출귀몰 전술이 먹히지 않으니 깝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셰허는 이세돌만의 천적이 아니다. 이세돌처럼 전투력이 강한 최철한에게는 4전 전승이다.
한국랭킹 1ㆍ2위를 상대로 8승1패를 거두고 있다.
한국선수 전체에도 56승22패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랭킹도 꾸준히 상승해 저우뤼양(周睿羊)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중국바둑 부동의 투톱이었던 구리(古力), 쿵제(孔杰)가 부진하고 저우뤼양이 국내용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셰허는 중국의 실질적 에이스다.
이세돌은 비씨카드배에 이어 천적을 넘어 세계대회 2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춘란배를 정복하면 이제 미답지는 응씨배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4년마다 1번씩 열리는 응씨배가 내년에 개최되는 만큼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서 춘란배 정복은 필수요소다.
셰허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절실하다.
앞서가던 구리, 쿵제가 주춤한 사이에 후배인 퍄오원야오(朴文堯)가 LG배에서 우승하며 자신을 추월해 갔다.
이세돌이라는 ’만만한 거물’만 넘으면 중국의 10명째 세계대회우승자가 된다.
역시 9명의 세계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한국을 넘어선다. 이세돌이 이창호를 넘으면서 1인자가 된 것처럼 셰허는 이세돌을 넘어 도약하려 한다.
날카로운 창과 두터운 방패의 대결은 바둑전문방송인 바둑TV와 K-바둑이 동시 생중계한다. 우승상금은 15만 달러(1억6천만원).
16개월째 자국 랭킹 1위. 현역 4관왕. 세계대회 결승 19차례 진출해 14회 우승. 결승전 우승확률 74%.
이세돌 9단(28세)의 얘기다.
세계바둑계의 호랑이로 군림하는 이세돌은 지금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상대의 급소를 짚는 동물적인 후각과 절대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 끝까지 쫓아가 상대의 뼈를 부러뜨리는 끈질김으로 세계무대를 평정했다.
이세돌의 20번째 세계대회 결승무대인 ’제8회 춘란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 결승 3번기’가 27일부터 30일까지 중국 충칭(重慶)에서 열린다.
강력한 라이벌인 구리 9단을 꺾고 비씨카드 배에서 우승한 지 꼭 두 달 만이다.
이세돌의 기세는 하늘을 찌르는데 상대는 이번 대회가 세계대회 첫 결승무대다.
지명도나 경험에서 사람들은 이세돌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한다.
그러나 상대의 이름을 들으면 태도는 달라진다.
’셰허(謝赫-27세) 7단’이 이세돌의 상대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세계무대에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때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다.
2001년 2월 당시 3단이던 이세돌은 제5회 LG배 결승에서 이창호와 마주 앉았다.
자신의 세계대회 첫 결승무대였다.
20세기 말의 절대강자 이창호의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17세의 풋내기 이세돌이 초반 2연승을 거두자 바둑계가 경악했다.
나머지 3판이 3개월 후에 열리면서 상승세가 꺾여 노련한 이창호에게 내리 3연패를 당해 첫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쎈돌시대’의 도래를 예고한 강렬한 승부였다.
2년 후 제15회 후지쓰배 결승에서 유창혁 9단을 이기고 자신의 세계대회 첫 우승을 일궈낸 이세돌은 이듬해 LG배에서 다시 만난 이창호에 설욕하며 최정상급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런 이세돌이 셰허의 이름만 들으면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인터뷰 때 가장 어려운 상대를 물으면 언제나 이창호가 1번이고 그다음에는 어김없이 셰허를 지목한다.
LG배 대역전패의 악몽이 생생하고 통산전적도 24승31패로 밀리면서 결승전적도 2승5패로 열세지만 이창호를 언급하는 것은 선배에 대한 예우차원이 강하다.
무관에 랭킹도 8위까지 떨어진 이창호가 하락세이긴 하지만 아직은 정상권을 지키고 있는 만큼 질 경우를 대비한 보험성격의 ’립서비스’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경계대상자로 셰허를 빼놓지 않는 것은 진심이 담겨 있다는 평가다.
우선 전적에서 밀린다.
다섯 차례 만나서 1승4패다.
2008년에 미니세계대회인 ’TV아시아’에서 한판 이겼을 뿐 LG배, 도요타덴소배, 농심신라면배에서 모두 패했다.
또 춘란배 전기대회 8강전에서도 패해 중도탈락했다.
이세돌이 이렇게 철저하게 밀리는 선수는 셰허뿐이다.
셰허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침착’이다.
그는 언제나 표정의 변화가 없고 자세도 꼿꼿하다.
인터뷰 때도 진지하고 웃음기가 없다.
모든 것이 전성기의 이창호를 연상시킨다.
기풍(棋風) 또한 침착하기 그지없다.
빈틈이 없고 계산에 밝다.
조금만 밀리면 역전의 찬스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역시 이세돌을 괴롭히던 ’이창호 스타일’이다.
이세돌은 그런 셰허를 ’깝깝하다’고 표현한다.
정신없이 상대의 혼을 빼놓는 이세돌식 신출귀몰 전술이 먹히지 않으니 깝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셰허는 이세돌만의 천적이 아니다. 이세돌처럼 전투력이 강한 최철한에게는 4전 전승이다.
한국랭킹 1ㆍ2위를 상대로 8승1패를 거두고 있다.
한국선수 전체에도 56승22패로 강한 면모를 보인다.
랭킹도 꾸준히 상승해 저우뤼양(周睿羊)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중국바둑 부동의 투톱이었던 구리(古力), 쿵제(孔杰)가 부진하고 저우뤼양이 국내용으로 불리는 상황에서 셰허는 중국의 실질적 에이스다.
이세돌은 비씨카드배에 이어 천적을 넘어 세계대회 2관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춘란배를 정복하면 이제 미답지는 응씨배 하나밖에 남지 않는다.
4년마다 1번씩 열리는 응씨배가 내년에 개최되는 만큼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서 춘란배 정복은 필수요소다.
셰허는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절실하다.
앞서가던 구리, 쿵제가 주춤한 사이에 후배인 퍄오원야오(朴文堯)가 LG배에서 우승하며 자신을 추월해 갔다.
이세돌이라는 ’만만한 거물’만 넘으면 중국의 10명째 세계대회우승자가 된다.
역시 9명의 세계대회 우승자를 배출한 한국을 넘어선다. 이세돌이 이창호를 넘으면서 1인자가 된 것처럼 셰허는 이세돌을 넘어 도약하려 한다.
날카로운 창과 두터운 방패의 대결은 바둑전문방송인 바둑TV와 K-바둑이 동시 생중계한다. 우승상금은 15만 달러(1억6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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