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건설, 재개발 수주 위해 87억 살포

입력 2011.07.03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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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곳, 서울 은평구의 응암 2구역 재개발 예정지인데요.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80억원 넘는 현찰을 조합원들에게 뿌린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고순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2천2백 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설 예정인 서울 응암 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예정집니다.

지난해에 시공사 선정 입찰을 앞두고 몇몇 조합 임원들이 롯데건설을 선정해야 한다며 다른 조합원 매수에 나섰습니다.

<녹취>재개발조합 임원(음성변조/지난해 5월, 조합원과의 대화 내용): "10억 받으면 너희들 정확하게 1-2억씩 줄게 롯데가 딱 되잖아? 그럼 영웅 되는 거야. 그럼 우리끼리 제주도 가는 거야."

롯데건설은 결국 지난해 9월 조합원 총회에서 더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업체를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습니다.

전체 조합원 1,700명의 절반이 넘는 890여 명이 5십만 원에서 3천5백만 원을 받고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서면결의서를 써준 것입니다.

<녹취> 응암2구역 재개발조합원 (음성변조): "이 돈을 받으면 우리 공사비에 나중에 추가로 들어가서 우리 아파트를 비싸질 것이라는 생각을 못 하는 거예요."

검찰 조사 결과 롯데건설이 홍보 대행을 맡긴 외부 용역 업체에 87억 원을 지급했고, 이 돈이 다시 현금으로 인출 조합원 매수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홍보 용역비 일부가 뇌물로 흘러간 정황은 확인됐지만 이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건설비리가 만연하면서 지난 15년간 경찰이나 검찰에 적발된 각종 뇌물사건중 건설관련 비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55%나 됩니다.

문제는 건설사가 뇌물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김원장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부산의 화전산업단지 입찰 비리가 터졌습니다.

당시 입찰심사에 참여한 주택공사 간부가 부산행 KTX를 타자, 롯데건설의 임원이 접근해 5천만 원 권 수표 2장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적발했지만, 건설사를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현행법은 뇌물을 준 건설사 직원이 개인 차원에서의 뇌물이었다고 주장하면 건설사를 처벌하지 못합니다.

같은 해 또 다른 관급공사의 입찰 심사위원에게 천만원 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건넨 모 건설사 직원도 '학교발전을 위한 개인선물'이었다며, 처벌을 비켜갔습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최근 건설사가 뇌물관련 범죄로 적발돼도 2번까지는 등록을 취소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또 입찰비리로 적발되면 공공입찰에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도 과징금만 내도록 법을 완화해 줬습니다.

<인터뷰>신영철(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건설사 입장에서는 뇌물을 주다가 적발돼도 대법원 판결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편법 불법으로 사업을 따도 잃을 게 없는 구좁니다."

있으나 마나 한 처벌 규정 때문에 건설사 비리는 계속돼도 영업정지를 당한 대형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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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건설, 재개발 수주 위해 87억 살포
    • 입력 2011-07-03 21: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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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곳, 서울 은평구의 응암 2구역 재개발 예정지인데요. 시공사로 선정된 롯데건설이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80억원 넘는 현찰을 조합원들에게 뿌린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났습니다. 고순정 기자입니다. <리포트> 2천2백 세대 규모의 아파트와 상가가 들어설 예정인 서울 응암 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예정집니다. 지난해에 시공사 선정 입찰을 앞두고 몇몇 조합 임원들이 롯데건설을 선정해야 한다며 다른 조합원 매수에 나섰습니다. <녹취>재개발조합 임원(음성변조/지난해 5월, 조합원과의 대화 내용): "10억 받으면 너희들 정확하게 1-2억씩 줄게 롯데가 딱 되잖아? 그럼 영웅 되는 거야. 그럼 우리끼리 제주도 가는 거야." 롯데건설은 결국 지난해 9월 조합원 총회에서 더 낮은 공사비를 제시한 업체를 제치고 시공사로 선정됐습니다. 전체 조합원 1,700명의 절반이 넘는 890여 명이 5십만 원에서 3천5백만 원을 받고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다는 서면결의서를 써준 것입니다. <녹취> 응암2구역 재개발조합원 (음성변조): "이 돈을 받으면 우리 공사비에 나중에 추가로 들어가서 우리 아파트를 비싸질 것이라는 생각을 못 하는 거예요." 검찰 조사 결과 롯데건설이 홍보 대행을 맡긴 외부 용역 업체에 87억 원을 지급했고, 이 돈이 다시 현금으로 인출 조합원 매수에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측은 홍보 용역비 일부가 뇌물로 흘러간 정황은 확인됐지만 이를 지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KBS 뉴스 고순정입니다. <앵커 멘트> 이처럼 건설비리가 만연하면서 지난 15년간 경찰이나 검찰에 적발된 각종 뇌물사건중 건설관련 비리가 차지하는 비율이 55%나 됩니다. 문제는 건설사가 뇌물 비리를 저질러도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김원장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09년 부산의 화전산업단지 입찰 비리가 터졌습니다. 당시 입찰심사에 참여한 주택공사 간부가 부산행 KTX를 타자, 롯데건설의 임원이 접근해 5천만 원 권 수표 2장을 건넨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이같은 사실을 적발했지만, 건설사를 처벌하지 못했습니다. 현행법은 뇌물을 준 건설사 직원이 개인 차원에서의 뇌물이었다고 주장하면 건설사를 처벌하지 못합니다. 같은 해 또 다른 관급공사의 입찰 심사위원에게 천만원 어치의 백화점 상품권을 건넨 모 건설사 직원도 '학교발전을 위한 개인선물'이었다며, 처벌을 비켜갔습니다. 그런데도 국토부는 최근 건설사가 뇌물관련 범죄로 적발돼도 2번까지는 등록을 취소하지 않도록 법을 개정했습니다. 또 입찰비리로 적발되면 공공입찰에 참여를 제한하는 규정도 과징금만 내도록 법을 완화해 줬습니다. <인터뷰>신영철(경실련 국책사업감시단장): "건설사 입장에서는 뇌물을 주다가 적발돼도 대법원 판결 때까지 시간을 끌면서 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편법 불법으로 사업을 따도 잃을 게 없는 구좁니다." 있으나 마나 한 처벌 규정 때문에 건설사 비리는 계속돼도 영업정지를 당한 대형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습니다. KBS 뉴스 김원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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