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출근길 직장 여성에 ‘페인트 테러’

입력 2011.07.0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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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출근길에 누군가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들어 빨간 페인트를 뿌리고 달아난다면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울까요?

도심 20대 여성들만 골라서 이른바 페인트 테러를 저지른 것인데요,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인가요?

<리포트>

거래처 여직원에게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피의자는 멀쩡한 부품 공장 사장이었는데요.

제품 값을 제 때 주지 않고 미루는 거래처 경리 여직원에게 앙심을 품었습니다.

경리처럼 보이는 20대 직장 여성들을 애꿎은 먹잇감 삼아 분풀이를 벌였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순식간에 페인트를 뿌리 고 달아나기를 일삼았습니다.

결국 잠복 중이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 도로,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나 방향을 틀더니 도로 반대편으로 황급히 사라집니다.

직장 여성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페인트 테러를 저지른 39살 김모 씨 범행 직후 모습입니다.

<녹취> 담당경찰 : “신고가 떨어진 (내용) 자체는, 자기 옷에 페인트를 뿌리고 갔다... 00증권 앞에서 불상의 남자가 아무 이유도 없이 자기 옷에, 페인트를 뿌리고 도망을 갔다고 (신고가 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직장 여성 22살 한모 씨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선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한 씨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한00(피해자) : “아침에 출근하고 있었는데요, 여의도 우체국에서 증권거래소로 건너가는 횡단보도가 있는데, 거기를 건너가고 있는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스치고 지나가는 거예요. ‘뭐지? 날치기 인가’해서 봤는데...”

오토바이 날치기범에게 당했나 싶어 황급히 소지품을 더듬어 봤지만 다행히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습니다.

한 씨는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바지와 다리에 빨간 페인트가 뿌려져 있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녹취> 한00(피해자) :“자리에 앉으니깐 약간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깐 페인트가 묻어있는 거예요. 다리랑 바지에 적색 페인트가. 허리부터 종아리까지 주사기로 (페인트를) 쏜 그런 자국이 많이 있었거든요.”

한 씨는 자신이 묻지마식 페인트 테러에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녹취> 한00(피해자) : “순간 진짜 소름이 돋았죠. 왜 자기랑 상관이 없는 그런 사람들한테 화풀이를 하는지... 회사 갈 때나 올 때나 여의도뿐 만이 아니라 (외출 할 때는) 지금도 항상 살피면서 그렇게 다니고 있어요. 여의도 가기가 무서우니까요.”

한 씨가 피해를 입은 당일 같은 수법으로 페인트 테러를 당한 피해자는 모두 세 명으로 하나같이 여의도 일대 회사를 다니는 20~30대 직장 여성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신광현(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1팀) : “주로 오전 10시에서 13시 사이에 여의도에서 발생한 20, 30대 여성을 상대로 한 페인트 투척사건입니다. 수법은 똑같습니다. 페인트를 주사기에 흡입해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상대로 페인트를 뿌렸습니다.”

여의도 일대에서 일어난 페인트 테러 사건은 지난달 초부터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해 경찰에 접수된 것만 10여 건에 이릅니다.

경찰이 순찰을 강화했지만 범인은 주사기로 페인트를 뿌리고 순식간에 오토바이로 달아나는 바람에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지난달 30일 오전 여의도 증권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수상한 오토바이 한 대를 포착했습니다.

<인터뷰> 김광국(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 “(피의자가) 오토바이를 탔지만 빠른 속도로 다닌 게 아니고 범죄대상자를 물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서서히 다녔습니다. 이것은 오토바이 날치기 아니면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미행을 했습니다."

거리를 배회하며 지나는 여성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반복하는 모습에 경찰은 페인트 테러 용의자임을 직감했습니다.

곧바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불심검문을 요청했고, 경찰은 피의자 김 씨가 품고 있던 신문지 안에서 결정적 증거물인 빨간 페인트를 담은 주사기를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광국(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용의자가 여자들을 쳐다보고 있기에 저는 조금 기다렸습니다. 손에 보니까 신문지에 싸여진 뭔가를 발견하게 (됐고,) 오른손에 들려있는 신문지를 풀어보니까 빨간 페인트가 들어있는 60cc주사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평소 거래처 경리 여직원들에게 불만을 품은 나머지 분풀이삼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지난 2005년부터 지하철 스크린도어 부품 공장을 운영해온 사업가로 드러났습니다.

부품을 사 가던 거래업체가 올해 초부터 대금결제를 미루면서 김 씨 업체는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신광현(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1팀) : “(거래업체가) 결제 대금을 주지 않아 부도 직전까지 오게 되고, (또 다른 업체) 경리 아가씨들한테 독촉전화가 자꾸 오니까,‘돈을 달라, 돈을 달라’ 자꾸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대금 결제를 미루는 거래처와 돈을 달라고 독촉하는 거래처 양쪽 경리 직원들에게 시달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끝에 김 씨는 경리 직원들처럼 보이는 정장 차림 직장 여성들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뷰> 신광현(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1팀) : “경리 아가씨들이 단정한 정장스타일의 옷을 많이 입고 다녀서 단정한 (차림의) 아가씨들이 왕래가 많은 곳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여의도 쪽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20~30대 직장 여성만을 노린 출근길 페인트 테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직장 여성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회사원(서울시 강서구) : “아무래도 제가 매일 출근하는 곳인데, 그러면 저도 일단은 그 테러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많이 되요.”

경찰은 지난달 24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직장 여성들에게 페인트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김 씨를 구속하고 동일 수법 피해 신고가 10여 건에 이르는 점을 토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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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7-04 09: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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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출근길에 누군가 갑자기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들어 빨간 페인트를 뿌리고 달아난다면 얼마나 놀라고 당황스러울까요? 도심 20대 여성들만 골라서 이른바 페인트 테러를 저지른 것인데요, 용의자가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왜 이런 짓을 저지른 것인가요? <리포트> 거래처 여직원에게 스트레스를 받은 끝에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털어놓았습니다. 피의자는 멀쩡한 부품 공장 사장이었는데요. 제품 값을 제 때 주지 않고 미루는 거래처 경리 여직원에게 앙심을 품었습니다. 경리처럼 보이는 20대 직장 여성들을 애꿎은 먹잇감 삼아 분풀이를 벌였습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순식간에 페인트를 뿌리 고 달아나기를 일삼았습니다. 결국 잠복 중이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증권가 도로, 오토바이 한 대가 나타나 방향을 틀더니 도로 반대편으로 황급히 사라집니다. 직장 여성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페인트 테러를 저지른 39살 김모 씨 범행 직후 모습입니다. <녹취> 담당경찰 : “신고가 떨어진 (내용) 자체는, 자기 옷에 페인트를 뿌리고 갔다... 00증권 앞에서 불상의 남자가 아무 이유도 없이 자기 옷에, 페인트를 뿌리고 도망을 갔다고 (신고가 됐습니다.)” 지난달 29일 직장 여성 22살 한모 씨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하다 깜짝 놀랐습니다. 어디선가 난데없이 튀어나온 오토바이가 쏜살같이 한 씨를 향해 달려들었기 때문입니다. <녹취> 한00(피해자) : “아침에 출근하고 있었는데요, 여의도 우체국에서 증권거래소로 건너가는 횡단보도가 있는데, 거기를 건너가고 있는데, 갑자기 오토바이가 스치고 지나가는 거예요. ‘뭐지? 날치기 인가’해서 봤는데...” 오토바이 날치기범에게 당했나 싶어 황급히 소지품을 더듬어 봤지만 다행히 잃어버린 물건은 없었습니다. 한 씨는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바지와 다리에 빨간 페인트가 뿌려져 있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녹취> 한00(피해자) :“자리에 앉으니깐 약간 느낌이 이상해서 보니깐 페인트가 묻어있는 거예요. 다리랑 바지에 적색 페인트가. 허리부터 종아리까지 주사기로 (페인트를) 쏜 그런 자국이 많이 있었거든요.” 한 씨는 자신이 묻지마식 페인트 테러에 당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고 적지 않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녹취> 한00(피해자) : “순간 진짜 소름이 돋았죠. 왜 자기랑 상관이 없는 그런 사람들한테 화풀이를 하는지... 회사 갈 때나 올 때나 여의도뿐 만이 아니라 (외출 할 때는) 지금도 항상 살피면서 그렇게 다니고 있어요. 여의도 가기가 무서우니까요.” 한 씨가 피해를 입은 당일 같은 수법으로 페인트 테러를 당한 피해자는 모두 세 명으로 하나같이 여의도 일대 회사를 다니는 20~30대 직장 여성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신광현(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1팀) : “주로 오전 10시에서 13시 사이에 여의도에서 발생한 20, 30대 여성을 상대로 한 페인트 투척사건입니다. 수법은 똑같습니다. 페인트를 주사기에 흡입해서 지나가는 여성들을 상대로 페인트를 뿌렸습니다.” 여의도 일대에서 일어난 페인트 테러 사건은 지난달 초부터 신고가 들어오기 시작해 경찰에 접수된 것만 10여 건에 이릅니다. 경찰이 순찰을 강화했지만 범인은 주사기로 페인트를 뿌리고 순식간에 오토바이로 달아나는 바람에 좀처럼 꼬리가 잡히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지난달 30일 오전 여의도 증권가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이 수상한 오토바이 한 대를 포착했습니다. <인터뷰> 김광국(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 “(피의자가) 오토바이를 탔지만 빠른 속도로 다닌 게 아니고 범죄대상자를 물색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서서히 다녔습니다. 이것은 오토바이 날치기 아니면 뭔가가 있다고 생각해서 제가 미행을 했습니다." 거리를 배회하며 지나는 여성들을 유심히 살펴보기를 반복하는 모습에 경찰은 페인트 테러 용의자임을 직감했습니다. 곧바로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불심검문을 요청했고, 경찰은 피의자 김 씨가 품고 있던 신문지 안에서 결정적 증거물인 빨간 페인트를 담은 주사기를 발견했습니다. <인터뷰> 김광국(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여의도지구대) :“용의자가 여자들을 쳐다보고 있기에 저는 조금 기다렸습니다. 손에 보니까 신문지에 싸여진 뭔가를 발견하게 (됐고,) 오른손에 들려있는 신문지를 풀어보니까 빨간 페인트가 들어있는 60cc주사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평소 거래처 경리 여직원들에게 불만을 품은 나머지 분풀이삼아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지난 2005년부터 지하철 스크린도어 부품 공장을 운영해온 사업가로 드러났습니다. 부품을 사 가던 거래업체가 올해 초부터 대금결제를 미루면서 김 씨 업체는 경영난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신광현(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1팀) : “(거래업체가) 결제 대금을 주지 않아 부도 직전까지 오게 되고, (또 다른 업체) 경리 아가씨들한테 독촉전화가 자꾸 오니까,‘돈을 달라, 돈을 달라’ 자꾸 그러니까 거기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아서...” 대금 결제를 미루는 거래처와 돈을 달라고 독촉하는 거래처 양쪽 경리 직원들에게 시달리기를 반복했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끝에 김 씨는 경리 직원들처럼 보이는 정장 차림 직장 여성들에게 엉뚱한 화풀이를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뷰> 신광현(경사/서울영등포경찰서 형사1팀) : “경리 아가씨들이 단정한 정장스타일의 옷을 많이 입고 다녀서 단정한 (차림의) 아가씨들이 왕래가 많은 곳을 범행 대상으로 삼고 여의도 쪽으로 나간 것 같습니다.” 20~30대 직장 여성만을 노린 출근길 페인트 테러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직장 여성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회사원(서울시 강서구) : “아무래도 제가 매일 출근하는 곳인데, 그러면 저도 일단은 그 테러의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잖아요.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서 걱정이 많이 되요.” 경찰은 지난달 24일부터 네 차례에 걸쳐 직장 여성들에게 페인트 테러를 저지른 혐의로 김 씨를 구속하고 동일 수법 피해 신고가 10여 건에 이르는 점을 토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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