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법률 시장 열렸다…국부 유출 ‘빨간불’

입력 2011.07.0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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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바다를 제패하면서 세계를 주름잡았던 대영제국, 세계 법률 시장에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요.



이 영국의 초대형 로펌들이 곧 한국에 상륙합니다.



한-EU FTA 협정에 따라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로펌들이 국내에서 법률 자문을 할 수 있게 됐구요.



5년 뒤에는 국내 로펌과 합작회사를 세우고, 한국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우리 법률 시장이 이들에게 잠식당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김기흥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한국석유공사는 1조 9천억 원짜리 영국 석유탐사업체를 인수했습니다.



이 초대형 거래의 법률 자문은 영국의 대형 로펌 ’링클레이터스’가 주도했습니다.



<인터뷰>김진(한국석유공사 법무팀장) : "큰 석유회사들과 같이 일했던 경험들이 축적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미계 로펌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 같은 영국계 로펌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연매출 2조 원이 넘는 ’DLA 파이퍼’도 도쿄 지사를 통해 한국 시장 조사를 마쳤습니다.



<인터뷰>이원조(파트너 변호사/英 DLA 파이퍼(도쿄지사)) : "(한국이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그만큼 법률 수요가 많다는 것이죠.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사무실을 열겠다는 것이 저희 계획입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계 로펌의 관심은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부문,



지난해 국내 기업이 해외 로펌에 지급한 법률 자문료만 1조 3천억 원인데 국내 로펌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문료는 7천5백억 원에 불과합니다.



인수 합병과 기업 금융 분야 등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유럽계 로펌의 한국 진출로 법률서비스 국제수지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김건우 기자! 유럽, 특히 영국계 로펌을 두고 ’공룡’이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답변>



한국과 영국의 최대 로펌 규모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는데요.



국내 1위라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5백 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영국 1위 로펌 클리포드 찬스는 3천2백 명에 이릅니다.



연매출도 4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 로펌 1곳의 매출 규모가 해외 자문을 뺀 국내 법률 시장 전체 규모보다 큽니다.



해외 사무소를 볼까요?



김앤장은 해외 사무소가 한 곳도 없는 데 반해 클리포드 찬스는 22개 나라에 진출해 있습니다.



대륙법계의 중심 독일조차 영국 로펌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했고, 일본 역시 해외부문을 내주다시피 했는데요.



법률 시장 개방 이후 일본은 어떤지, 도쿄 신강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87년 일본 정부는 법률 시장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개방된 분야는 외국법 자문 업무로 한정됐습니다.



이후 단계적으로 시장을 열어온 일본은 18년이 지난 2005년에야 법률 시장을 완전 개방했습니다.



이처럼 단계적인 개방과정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려 일본 토종 로펌은 자국 시장을 비교적 잘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일본에 5대 로펌은 모두 토종이며, 외국계 로펌은 6위 이하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하는 해외 법률 자문 분야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기업들도 외국 투자 등 해외 자문 분야에서는 이제 영미계 로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와키(변호사/영미계 로펌 소속) : "국제적인 안건은 해외로펌 계열이 잘하고, 국내 안건은 국내 로펌이 잘 한다는 식으로 의뢰자가 나눠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 지키기에 치중하다 급성장 분야인 해외 법률 시장에서 뒤처지게 됐다는 것이 일본 토종 로펌들의 반성입니다.



<질문>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도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답변>



네. 규모가 큰 해외 부문을 잠식당하게 되면 그만큼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는 겁니다.



<리포트>



국내의 한 로펌 회의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창설 자문을 위해 로펌 소속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동남아 등에 사무소 5개를 열었는데, 모두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습니다.



시장 개방으로 경쟁이 격해질 국내 시장을 고수하기보다 해외로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이공현(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변호사) : "능력과 지금 수준은 얼마든지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고, 또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단계가 돼 있습니다."



이미 국내 부문의 2배를 넘는 해외 부문 시장은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면서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이 시장을 빼앗기게 되면 결국 수조원대의 국부 유출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인터뷰>신영무(대한변호사협회 회장) : "국내 로펌들이 빨리 해외에도 진출해 가지고 해외 기업 활동 자문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무한 경쟁으로 들어가는 법률시장, 외국에 종속될지 아니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지, 로펌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KBS 뉴스 김건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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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법률 시장 열렸다…국부 유출 ‘빨간불’
    • 입력 2011-07-05 22: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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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바다를 제패하면서 세계를 주름잡았던 대영제국, 세계 법률 시장에서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데요.

이 영국의 초대형 로펌들이 곧 한국에 상륙합니다.

한-EU FTA 협정에 따라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로펌들이 국내에서 법률 자문을 할 수 있게 됐구요.

5년 뒤에는 국내 로펌과 합작회사를 세우고, 한국 변호사를 고용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우리 법률 시장이 이들에게 잠식당하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긴장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먼저 김기흥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지난해, 한국석유공사는 1조 9천억 원짜리 영국 석유탐사업체를 인수했습니다.

이 초대형 거래의 법률 자문은 영국의 대형 로펌 ’링클레이터스’가 주도했습니다.

<인터뷰>김진(한국석유공사 법무팀장) : "큰 석유회사들과 같이 일했던 경험들이 축적돼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미계 로펌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 같은 영국계 로펌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연매출 2조 원이 넘는 ’DLA 파이퍼’도 도쿄 지사를 통해 한국 시장 조사를 마쳤습니다.

<인터뷰>이원조(파트너 변호사/英 DLA 파이퍼(도쿄지사)) : "(한국이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그만큼 법률 수요가 많다는 것이죠.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사무실을 열겠다는 것이 저희 계획입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계 로펌의 관심은 국내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 부문,

지난해 국내 기업이 해외 로펌에 지급한 법률 자문료만 1조 3천억 원인데 국내 로펌이 해외 기업으로부터 받은 자문료는 7천5백억 원에 불과합니다.

인수 합병과 기업 금융 분야 등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유럽계 로펌의 한국 진출로 법률서비스 국제수지 적자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질문> 디지털 스튜디오 연결합니다. 김건우 기자! 유럽, 특히 영국계 로펌을 두고 ’공룡’이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어느 정도 규모입니까?

<답변>

한국과 영국의 최대 로펌 규모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쉽게 느낄 수 있는데요.

국내 1위라는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5백 명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영국 1위 로펌 클리포드 찬스는 3천2백 명에 이릅니다.

연매출도 4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 로펌 1곳의 매출 규모가 해외 자문을 뺀 국내 법률 시장 전체 규모보다 큽니다.

해외 사무소를 볼까요?

김앤장은 해외 사무소가 한 곳도 없는 데 반해 클리포드 찬스는 22개 나라에 진출해 있습니다.

대륙법계의 중심 독일조차 영국 로펌들에게 시장을 잠식당했고, 일본 역시 해외부문을 내주다시피 했는데요.

법률 시장 개방 이후 일본은 어떤지, 도쿄 신강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987년 일본 정부는 법률 시장의 문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개방된 분야는 외국법 자문 업무로 한정됐습니다.

이후 단계적으로 시장을 열어온 일본은 18년이 지난 2005년에야 법률 시장을 완전 개방했습니다.

이처럼 단계적인 개방과정과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맞물려 일본 토종 로펌은 자국 시장을 비교적 잘 지켜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실제로 변호사 수를 기준으로 일본에 5대 로펌은 모두 토종이며, 외국계 로펌은 6위 이하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급성장하는 해외 법률 자문 분야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기업들도 외국 투자 등 해외 자문 분야에서는 이제 영미계 로펌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와키(변호사/영미계 로펌 소속) : "국제적인 안건은 해외로펌 계열이 잘하고, 국내 안건은 국내 로펌이 잘 한다는 식으로 의뢰자가 나눠 자문을 구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 지키기에 치중하다 급성장 분야인 해외 법률 시장에서 뒤처지게 됐다는 것이 일본 토종 로펌들의 반성입니다.

<질문> 걱정스러운 것은 우리도 일본처럼 될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답변>

네. 규모가 큰 해외 부문을 잠식당하게 되면 그만큼 막대한 국부가 유출되는 겁니다.

<리포트>

국내의 한 로펌 회의실, 캄보디아 증권거래소 창설 자문을 위해 로펌 소속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이 회사는 2007년부터 동남아 등에 사무소 5개를 열었는데, 모두 2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습니다.

시장 개방으로 경쟁이 격해질 국내 시장을 고수하기보다 해외로 진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로 한 겁니다.

<인터뷰>이공현(법무법인 지평지성 대표변호사) : "능력과 지금 수준은 얼마든지 국제 시장에서 인정받고, 또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단계가 돼 있습니다."

이미 국내 부문의 2배를 넘는 해외 부문 시장은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이 급증하면서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이 시장을 빼앗기게 되면 결국 수조원대의 국부 유출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인터뷰>신영무(대한변호사협회 회장) : "국내 로펌들이 빨리 해외에도 진출해 가지고 해외 기업 활동 자문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무한 경쟁으로 들어가는 법률시장, 외국에 종속될지 아니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는 기회로 만들지, 로펌들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KBS 뉴스 김건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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