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AP, 평양지국 설치…북·미 관계 급물살

입력 2011.07.0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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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은둔의 나라’ 북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습니다.

북한 언론은 물론이고 외국 언론도 마찬가지죠.

아예 주재하고 있는 서방 기자가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인데요.

그런데 최근 미국 AP통신과 북한 당국이 평양에 AP통신 상주특파원을 두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 기자가 북한을 자유롭게 취재하는 날이 온 걸까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AP통신 평양상설지국 개설의 의미와 변화하고 있는 북미관계를 살펴봅니다.

지난 달 28일, 미국 뉴욕에서 AP 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P통신이 평양에 상설지국을 설치하고 특파원을 파견해 독자적인 취재활동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또 AP통신은 조선중앙통신의 모든 기사와 사진을 전세계 언론에 제공하기로 했다.

서방언론 가운데 평양에 상설지국을 여는 건 AP 통신이 처음이다.

토머스 컬리 AP통신 사장은 “매우 역사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깊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북한 정보를 전세계 독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사장 역시 “이번 합의가 AP-조선중앙통신 양사의 관계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북미 관계 개선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에 지국을 개설한다는 것은 어쨌든 일종의 역사적 사건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최초의 서방 언론 지국이 평양에 개설되는 것이고 북한도 여기에 동의했다는 것은 자기의 사정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AP통신은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함께 국제 뉴스 도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300여개의 지국을 두고 있으며, 독자는 하루 10억 명에 이른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뉴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이다.

때문에 전 세계 주요 통신, 방송, 신문사들은 ‘은둔의 나라’ 북한에 지국 개설을 앞 다퉈 타진해왔다.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지난 2006년, AP통신은 북미 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기회를 잡았다.

영상뉴스 부문 계열사인 APTN이 서방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평양에 사무실 문을 열었다.

APTN의 평양 진출은 당시에도 큰 뉴스였지만 여러 면에서 반쪽짜리 지국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당국이 허가하는 행사 영상만 촬영해 송출할 수 있었고, 게다가 촬영과 송출 모두 북한측 직원이 맡는 방식이었다.

AP통신은 뉴스영상 부문 사무실 설치 이후에도 상설 지국 설립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북핵 6자회담 교착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평양 상설지국 개설이라는 AP통신의 목표는 올 들어 북한과 미국이 물밑에서 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토머스 컬리 AP통신 사장 일행이 조선중앙통신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AP통신 사장 일행은 나흘간 평양에 머물면서 기념비적 건축물들과 산업시설을 둘러봤다.

AP통신 사장 일행은 비록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관련 분야 최고 정책결정자들을 직접 만나 상설지국 개설 협상을 벌였다.

<녹취> 조선중앙TV(3월 11일) :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동지는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토마스 콜리 미국 AP통신사 총 사장과 일행을 만나 담화를 했습니다.”

AP통신 사장단 일행이 평양을 방문한 지 석 달만에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사장이 미국 뉴욕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상설지국 개설에 대한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세계 최대의 통신사라는 측면이 북한에게는 매력적이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이전에 이미 AP 통신사가 북한에서 활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의 교류의 성과로서 AP통신이 평양지국 개설에 합의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북한과 미국은 올 들어 민간교류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올 초 북한 경제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미국에서 시범 공연을 가졌다.

AP통신의 평양지국 개설도 북미관계 개선의 사전 포석 성격으로 민간교류를 확대해나가는 큰 흐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조선중앙통신 사장단이 뉴욕을 방문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협상을 측면 지원했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AP통신의 평양 지국 개설이 민간 차원의 교류이긴 하지만 북한과 미국 양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실제로 일어나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북미관계 개선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북한은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남북관계마저 6.25 전쟁 이후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극도의 경색국면이다.

북한은 중국에 의존해 국제적 고립국면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안보측면에서도 중국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북중관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지금처럼 계속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정치경제적으로 예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정권 입장에서 중국에 예속되지 않으면서 체제유지와 경제난 돌파라는 두 가지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미관계 개선이다.

북한은 그동안 강압통치와 주민들의 비참한 삶이 외부 세계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해왔다.

특히 외부 정보가 북한 내부에 들어올 경우 주민 동요에 이은 체제 균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필사적으로 막아왔다.

그런 점에서 AP통신의 상설지국 허용은 북한 정권 입장에선 파격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대해서 제국주의라고 비난은 하지만 결국 북한이 살 길은 미국과의 타협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는 상당한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남한에 대해서는 정면 대결도 불사하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이면서까지도 대화를 하겠다는 어떤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재선을 노리는 미국 오바마 정부 역시 북미 관계 개선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미공조 차원에서 그동안 미국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나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북한에 대해 압박정책을 펼쳐왔지만 북핵 6자회담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공개로 맞서는 등 북핵문제는 갈수록 꼬여갔다.

<인터뷰>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이제는 2년 이상의 정책 결과가 결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통제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이제는 압박뿐만 아니라 대화도 같이 시도해보고 싶은 겁니다.”

현재 평양에 상설 지국을 둔 외국 언론사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중국의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뿐이다.

일본 <교도통신>도 APTN과 비슷한 시기에 평양에 사무실을 열었지만 APTN과 마찬가지로 자사 기자 없이 북한 현지 인력으로 지국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 내에서 독자적인 취재활동을 벌여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생산할 언론사는 없는 셈이다.

때문에 AP통신의 상설지국 개설 소식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얼마나 자유롭게 취재하고 기사를 외부로 송고할 수 있느냐였다.

AP통신과 북한 당국은 상설지국 개설이라는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지국 개국 시점과 상주 취재팀의 규모, 취재와 북한 당국의 검열 범위와 같은 세부사항에 대해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AP통신은 기존의 중국이나 러시아 통신과는 좀 다른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전반적으로 북미계를 포함해서 남북관계 그리고 동북아 정세 속에서 AP통신의 활동 반경이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북미관계가 악화되거나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갈 경우 AP통신 기자의 자유로운 활동이라는 것이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북관계가 우호적일 때 KBS와 연합뉴스 등이 평양 지국 개설을 추진하거나 검토했지만 북한 당국의 우려와 남북간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미국 통신사가 우리에 앞서 평양에 진출하고 이제는 상설지국까지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인터뷰>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북한의 소식을 서방에 이전보다 좀 더 자유롭게 알리는 것은 굉장히 좋은 신호이고 좀더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외부의 소식도 북한에 알릴 수 있는 채널을 자꾸 마련해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최고의 국가의전략이 될 것이다."

미국이 영원히 우리의 입장만을 두둔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우리 정부도 정책의 유연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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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AP, 평양지국 설치…북·미 관계 급물살
    • 입력 2011-07-09 10:26:22
    남북의 창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해보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은둔의 나라’ 북한에는 ‘언론의 자유’가 없습니다. 북한 언론은 물론이고 외국 언론도 마찬가지죠. 아예 주재하고 있는 서방 기자가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인데요. 그런데 최근 미국 AP통신과 북한 당국이 평양에 AP통신 상주특파원을 두기로 합의했습니다. 미국 기자가 북한을 자유롭게 취재하는 날이 온 걸까요? 오늘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AP통신 평양상설지국 개설의 의미와 변화하고 있는 북미관계를 살펴봅니다. 지난 달 28일, 미국 뉴욕에서 AP 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AP통신이 평양에 상설지국을 설치하고 특파원을 파견해 독자적인 취재활동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또 AP통신은 조선중앙통신의 모든 기사와 사진을 전세계 언론에 제공하기로 했다. 서방언론 가운데 평양에 상설지국을 여는 건 AP 통신이 처음이다. 토머스 컬리 AP통신 사장은 “매우 역사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평가하며, “앞으로 깊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북한 정보를 전세계 독자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사장 역시 “이번 합의가 AP-조선중앙통신 양사의 관계를 강화하고 더 나아가 북미 관계 개선에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북한에 지국을 개설한다는 것은 어쨌든 일종의 역사적 사건이라고 얘기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최초의 서방 언론 지국이 평양에 개설되는 것이고 북한도 여기에 동의했다는 것은 자기의 사정을 국제사회에 알리겠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겠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AP통신은 영국의 로이터통신과 함께 국제 뉴스 도매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 300여개의 지국을 두고 있으며, 독자는 하루 10억 명에 이른다. 북한은 국제적으로 뉴스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이다. 때문에 전 세계 주요 통신, 방송, 신문사들은 ‘은둔의 나라’ 북한에 지국 개설을 앞 다퉈 타진해왔다. 북핵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던 지난 2006년, AP통신은 북미 관계 개선 분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기회를 잡았다. 영상뉴스 부문 계열사인 APTN이 서방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평양에 사무실 문을 열었다. APTN의 평양 진출은 당시에도 큰 뉴스였지만 여러 면에서 반쪽짜리 지국에 불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한 당국이 허가하는 행사 영상만 촬영해 송출할 수 있었고, 게다가 촬영과 송출 모두 북한측 직원이 맡는 방식이었다. AP통신은 뉴스영상 부문 사무실 설치 이후에도 상설 지국 설립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과 북핵 6자회담 교착으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 평양 상설지국 개설이라는 AP통신의 목표는 올 들어 북한과 미국이 물밑에서 관계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토머스 컬리 AP통신 사장 일행이 조선중앙통신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AP통신 사장 일행은 나흘간 평양에 머물면서 기념비적 건축물들과 산업시설을 둘러봤다. AP통신 사장 일행은 비록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관련 분야 최고 정책결정자들을 직접 만나 상설지국 개설 협상을 벌였다. <녹취> 조선중앙TV(3월 11일) :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영남 동지는 11일 만수대의사당에서 토마스 콜리 미국 AP통신사 총 사장과 일행을 만나 담화를 했습니다.” AP통신 사장단 일행이 평양을 방문한 지 석 달만에 김병호 조선중앙통신 사장이 미국 뉴욕을 방문했고, 이 자리에서 상설지국 개설에 대한 합의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세계 최대의 통신사라는 측면이 북한에게는 매력적이었을 것 같고요. 그리고 이전에 이미 AP 통신사가 북한에서 활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동안의 교류의 성과로서 AP통신이 평양지국 개설에 합의를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북한과 미국은 올 들어 민간교류를 활발히 벌이고 있다. 올 초 북한 경제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한데 이어, 지난달에는 북한 태권도 시범단이 미국에서 시범 공연을 가졌다. AP통신의 평양지국 개설도 북미관계 개선의 사전 포석 성격으로 민간교류를 확대해나가는 큰 흐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조선중앙통신 사장단이 뉴욕을 방문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비자를 발급해주는 등 협상을 측면 지원했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AP통신의 평양 지국 개설이 민간 차원의 교류이긴 하지만 북한과 미국 양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실제로 일어나기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북미관계 개선을 알리는 일종의 신호탄의 역할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북한은 2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다. 여기에 남북관계마저 6.25 전쟁 이후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극도의 경색국면이다. 북한은 중국에 의존해 국제적 고립국면을 돌파하려 하고 있다. 안보측면에서도 중국이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북중관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지금처럼 계속 중국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정치경제적으로 예속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 정권 입장에서 중국에 예속되지 않으면서 체제유지와 경제난 돌파라는 두 가지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북미관계 개선이다. 북한은 그동안 강압통치와 주민들의 비참한 삶이 외부 세계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언론을 철저하게 통제해왔다. 특히 외부 정보가 북한 내부에 들어올 경우 주민 동요에 이은 체제 균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필사적으로 막아왔다. 그런 점에서 AP통신의 상설지국 허용은 북한 정권 입장에선 파격적인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북한으로서는 미국에 대해서 제국주의라고 비난은 하지만 결국 북한이 살 길은 미국과의 타협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국에 대해서는 상당한 성의를 보이고 있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남한에 대해서는 정면 대결도 불사하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고개를 숙이면서까지도 대화를 하겠다는 어떤 포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입니다.” 재선을 노리는 미국 오바마 정부 역시 북미 관계 개선을 필요로 하고 있다. 한미공조 차원에서 그동안 미국은 천안함, 연평도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북한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나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줄곧 북한에 대해 압박정책을 펼쳐왔지만 북핵 6자회담은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 공개로 맞서는 등 북핵문제는 갈수록 꼬여갔다. <인터뷰>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오바마 행정부로서도 이제는 2년 이상의 정책 결과가 결국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통제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귀결되고 있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이제는 압박뿐만 아니라 대화도 같이 시도해보고 싶은 겁니다.” 현재 평양에 상설 지국을 둔 외국 언론사는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중국의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뿐이다. 일본 <교도통신>도 APTN과 비슷한 시기에 평양에 사무실을 열었지만 APTN과 마찬가지로 자사 기자 없이 북한 현지 인력으로 지국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북한 내에서 독자적인 취재활동을 벌여 정확하고 객관적인 기사를 생산할 언론사는 없는 셈이다. 때문에 AP통신의 상설지국 개설 소식 못지않게 관심을 끈 것은 얼마나 자유롭게 취재하고 기사를 외부로 송고할 수 있느냐였다. AP통신과 북한 당국은 상설지국 개설이라는 원칙에만 합의했을 뿐 지국 개국 시점과 상주 취재팀의 규모, 취재와 북한 당국의 검열 범위와 같은 세부사항에 대해선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인터뷰> 구갑우(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AP통신은 기존의 중국이나 러시아 통신과는 좀 다른 역할을 하리라고 생각됩니다. 전반적으로 북미계를 포함해서 남북관계 그리고 동북아 정세 속에서 AP통신의 활동 반경이 규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만약 북미관계가 악화되거나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갈 경우 AP통신 기자의 자유로운 활동이라는 것이 크게 제약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남북관계가 우호적일 때 KBS와 연합뉴스 등이 평양 지국 개설을 추진하거나 검토했지만 북한 당국의 우려와 남북간 불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미국 통신사가 우리에 앞서 평양에 진출하고 이제는 상설지국까지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인터뷰> 홍현익(세종연구소 안보전략연구실장) : "북한의 소식을 서방에 이전보다 좀 더 자유롭게 알리는 것은 굉장히 좋은 신호이고 좀더 한 걸음 더 나아간다면 외부의 소식도 북한에 알릴 수 있는 채널을 자꾸 마련해 나간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최고의 국가의전략이 될 것이다." 미국이 영원히 우리의 입장만을 두둔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우리 정부도 정책의 유연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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