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곳 잃은 ‘작은 영화’ 해법은?

입력 2011.07.20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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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여름 극장가 성수기가 오면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싹쓸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권고안을 내놨는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문화부 이효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싹쓸이' 실태,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리포트>

올해 최고 흥행작인 '트랜스포머 3편'을 비롯해 국내외 대작 영화 4편이 현재 전체 상영관의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서 유료 시사회라는 '변칙 상영'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복합상영관인데요.

상영관이 11개나 되지만 내걸린 영화는 '해리포터 시리즈'와 '트랜스포머' 등 단 세 편뿐이었습니다.

'트랜스포머 3편'은 개봉 당시 국내 상영관 2천2백여 곳 가운데 무려 66%에 달하는 천4백여 곳에서 상영됐습니다.

같은 날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스크린 점유율이 23%에 불과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한때 '트랜스포머'와 '해리포터'는 전체 스크린의 70% 가까이 점유했었고 지금도 대작 영화 4편이 전국 상영관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 영화, '고지전'과 '퀵'은 개봉 전인 지난 주말, 상영관 180여 곳에서 유료 시사회를 열고 사실상 '변칙 상영'까지 실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되면 소규모 영화들의 피해가 클 것 같은 데 어떻습니까?

<답변>

맞습니다. 사실 영화 홍보에 큰돈을 쓸 수 없는 소규모 영화들은 입소문을 타고 점차 관객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데요.

대작들이 스크린을 싹쓸이하면 사실상 관객을 만날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배우 윤계상씨가 대사 한마디 없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저예산 영화 '풍산개'데요,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개봉 사흘 만에 상영관이 3백여 곳까지 늘었습니다.

그런데 트랜스포머 개봉 이후에는 상영관이 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풍산개 제작사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전윤찬('풍산개' 프로듀서) : "객석 점유율이 높은 영화인데도 상영관에서 빼버리는 경우 그런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10대 청소년의 꿈과 첫사랑을 그린 토종 애니매이션인 '소중한 날의 꿈'도 마찬가집니다.

전국 백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일주일 뒤 트랜스포머 3편이 걸리면서 상영관은 14곳으로 급감했습니다.

<질문> 이런 작은 영화들이 상영관에서 내몰리듯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권고안을 내놨죠?

<답변>

네, 한 영화를 최소한 1주일 이상 상영할 수 있도록 상영 기간을 보장하고, '교차 상영'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한 스크린에서 시간대별로 여러 영화를 상영할 때는 그 기간만큼 영화의 상영일 수를 2배로 늘린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또 개봉 초기에는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가 입장권 수입 배분을 많이 받다가 상영 기간이 늘어날수록 극장 측의 수익 비율이 높아지는 미국식 '슬라이딩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작자와 극장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이준동(영화 제작사 대표) : "극장과 한국 영화산업 전체가 같이 사는 상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낸 권고안인 만큼 극장 측에서 적극적으로 받아주길"

<인터뷰>임성규(롯데시네마 홍보팀장) : "(극장업계와)충분히 논의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지 않아 당장 실질적으로 실행하기는 어렵지 않나... "

<질문> 오늘 발표한 권고안, 실효성은 있을까요?

<답변>

영화진흥위원회에 발표한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입니다.

배급사와 극장이 계약을 맺을 때 참고하라는 일종의 기준을 제시한 겁니다.

영진위는 권고안이 정착되면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독과점과 변칙 개봉 등으로 소규모 영화들이 상영관에서 밀려나는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배급사의 복합 상영관 운영 제한이나 유료시사회 같은 변칙 개봉에 대한 제재방안 등은 권고안에서 빠져 있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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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곳 잃은 ‘작은 영화’ 해법은?
    • 입력 2011-07-20 23: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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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해마다 여름 극장가 성수기가 오면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싹쓸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권고안을 내놨는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문화부 이효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이 기자!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싹쓸이' 실태,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요? <리포트> 올해 최고 흥행작인 '트랜스포머 3편'을 비롯해 국내외 대작 영화 4편이 현재 전체 상영관의 65%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도 모자라서 유료 시사회라는 '변칙 상영'까지 이뤄지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의 한 복합상영관인데요. 상영관이 11개나 되지만 내걸린 영화는 '해리포터 시리즈'와 '트랜스포머' 등 단 세 편뿐이었습니다. '트랜스포머 3편'은 개봉 당시 국내 상영관 2천2백여 곳 가운데 무려 66%에 달하는 천4백여 곳에서 상영됐습니다. 같은 날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스크린 점유율이 23%에 불과했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한때 '트랜스포머'와 '해리포터'는 전체 스크린의 70% 가까이 점유했었고 지금도 대작 영화 4편이 전국 상영관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 영화, '고지전'과 '퀵'은 개봉 전인 지난 주말, 상영관 180여 곳에서 유료 시사회를 열고 사실상 '변칙 상영'까지 실시해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되면 소규모 영화들의 피해가 클 것 같은 데 어떻습니까? <답변> 맞습니다. 사실 영화 홍보에 큰돈을 쓸 수 없는 소규모 영화들은 입소문을 타고 점차 관객 수가 늘어나는 경우가 있는데요. 대작들이 스크린을 싹쓸이하면 사실상 관객을 만날 기회조차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죠. 배우 윤계상씨가 대사 한마디 없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저예산 영화 '풍산개'데요, 관객들의 호평을 받으며 개봉 사흘 만에 상영관이 3백여 곳까지 늘었습니다. 그런데 트랜스포머 개봉 이후에는 상영관이 3분의 1로 줄어들었습니다. 풍산개 제작사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전윤찬('풍산개' 프로듀서) : "객석 점유율이 높은 영화인데도 상영관에서 빼버리는 경우 그런 것에 대해 뭐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죠" 10대 청소년의 꿈과 첫사랑을 그린 토종 애니매이션인 '소중한 날의 꿈'도 마찬가집니다. 전국 백여 개 상영관에서 개봉했지만 일주일 뒤 트랜스포머 3편이 걸리면서 상영관은 14곳으로 급감했습니다. <질문> 이런 작은 영화들이 상영관에서 내몰리듯 사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권고안을 내놨죠? <답변> 네, 한 영화를 최소한 1주일 이상 상영할 수 있도록 상영 기간을 보장하고, '교차 상영'이라고 표현하는데요, 한 스크린에서 시간대별로 여러 영화를 상영할 때는 그 기간만큼 영화의 상영일 수를 2배로 늘린다는 게 핵심 내용입니다. 또 개봉 초기에는 영화 제작사와 배급사가 입장권 수입 배분을 많이 받다가 상영 기간이 늘어날수록 극장 측의 수익 비율이 높아지는 미국식 '슬라이딩 시스템'도 도입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작자와 극장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이준동(영화 제작사 대표) : "극장과 한국 영화산업 전체가 같이 사는 상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 낸 권고안인 만큼 극장 측에서 적극적으로 받아주길" <인터뷰>임성규(롯데시네마 홍보팀장) : "(극장업계와)충분히 논의된 상황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지 않아 당장 실질적으로 실행하기는 어렵지 않나... " <질문> 오늘 발표한 권고안, 실효성은 있을까요? <답변> 영화진흥위원회에 발표한 권고안은 말 그대로 '권고안'입니다. 배급사와 극장이 계약을 맺을 때 참고하라는 일종의 기준을 제시한 겁니다. 영진위는 권고안이 정착되면 대형 영화들의 스크린 독과점과 변칙 개봉 등으로 소규모 영화들이 상영관에서 밀려나는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 배급사의 복합 상영관 운영 제한이나 유료시사회 같은 변칙 개봉에 대한 제재방안 등은 권고안에서 빠져 있어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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