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대화 분위기 잘 관리해야

입력 2011.07.2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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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객원 해설위원]

불신과 대립으로 치닫던 남북한관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발리섬에서 그 단초가 마련됐습니다. 남북한 외교장관과 6자회담 수석대표가 따로 만났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보적 논의와 함께 남북당국자회담의 모양을 갖췄습니다.

때를 맞춰 미국이 북한의 외무성 부상을 초청해 이번 주말엔 북미간대화를 시작합니다. 어제는 민간차원의 대북 밀가루 지원이 승인됐고 급기야 8.15를 전후해 대북정책의 중대한 변화가 있을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남북관계 개선의 이런 흐름은 물론 바람직합니다. 당장 북한주민의 식량난이 시급하지만북한경제는 이미 스스로 일어설 때를 놓쳤습니다. 북측만큼은 아니지만 남측도 잃은게 많습니다. 남측의 피해가 4조 8천억원에 이른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경제성을 넘어 민족적 차원의 손실은 물론 헤아리기 힘듭니다.

다시 대화와 공존을 모색해야할 이유지만 그러려면 원칙과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해야하는 어려운 숙제에 부딪힙니다. 말이 쉽지 이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와 같습니다.

사실 햇볕정책은 남북한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정책수단이었지만 그 결정적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단지 수단이었던 햇볕정책이 언제부턴가 목표 그 자체가 됐기때문입니다..

정치와 분리해 경협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햇볕정책이라는 가치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서 경협에 정치가 끌려가는 모양이 됐습니다.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북한의 계산된 시험적도발을 불러왔습니다. 도발을 거듭해도 남한으로부터 계속 돈이 흘러들어온다면 북한은 남한에 성심성의껏 협력할 이유를 찾기 힘들어집니다.

어떻게 대하든 선의만 계속 제공하는 상대에겐 선의로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만이 북한지도부에 팽배했을 수 있었을겁니다. 남한내부에서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대립, 곧 남남갈등이 심화된 것도 또다른 부작용임은 물론입니다.

관계개선의 씨앗이 움트는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여전히 큰 숙젭니다. 이 문제를 6자회담 재개나 대북지원과 따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칼을 빼든 상황에서 엉거주춤 집어넣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면서 어쨌거나 찾아온 지금의 대화분위기를 살려나가려면 이른바 운영의 묘가 절실합니다. 그 해답이 바로 정상회담일 수 있습니다.

사진찍기위한 자리가 아니라 매듭 지을 것을 매듭짓고 큰 그림을 다시 그려나가는 통 큰 자리여야합니다. 도시락을 싸들고 두차례나 북한을 찾아가 김정일 위원장과 담판을 벌여 납북일본인을 데려왔던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의 경우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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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대화 분위기 잘 관리해야
    • 입력 2011-07-27 07:03:10
    뉴스광장 1부
[김용호 객원 해설위원] 불신과 대립으로 치닫던 남북한관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발리섬에서 그 단초가 마련됐습니다. 남북한 외교장관과 6자회담 수석대표가 따로 만났습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초보적 논의와 함께 남북당국자회담의 모양을 갖췄습니다. 때를 맞춰 미국이 북한의 외무성 부상을 초청해 이번 주말엔 북미간대화를 시작합니다. 어제는 민간차원의 대북 밀가루 지원이 승인됐고 급기야 8.15를 전후해 대북정책의 중대한 변화가 있을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남북관계 개선의 이런 흐름은 물론 바람직합니다. 당장 북한주민의 식량난이 시급하지만북한경제는 이미 스스로 일어설 때를 놓쳤습니다. 북측만큼은 아니지만 남측도 잃은게 많습니다. 남측의 피해가 4조 8천억원에 이른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경제성을 넘어 민족적 차원의 손실은 물론 헤아리기 힘듭니다. 다시 대화와 공존을 모색해야할 이유지만 그러려면 원칙과 유연성을 동시에 추구해야하는 어려운 숙제에 부딪힙니다. 말이 쉽지 이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는 두 마리 토끼와 같습니다. 사실 햇볕정책은 남북한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시킨 정책수단이었지만 그 결정적인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단지 수단이었던 햇볕정책이 언제부턴가 목표 그 자체가 됐기때문입니다.. 정치와 분리해 경협을 추진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햇볕정책이라는 가치에 지나치게 사로잡히면서 경협에 정치가 끌려가는 모양이 됐습니다. 부작용은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북한의 계산된 시험적도발을 불러왔습니다. 도발을 거듭해도 남한으로부터 계속 돈이 흘러들어온다면 북한은 남한에 성심성의껏 협력할 이유를 찾기 힘들어집니다. 어떻게 대하든 선의만 계속 제공하는 상대에겐 선의로 답하지 않아도 된다는 자만이 북한지도부에 팽배했을 수 있었을겁니다. 남한내부에서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대립, 곧 남남갈등이 심화된 것도 또다른 부작용임은 물론입니다. 관계개선의 씨앗이 움트는 이런 상황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은 여전히 큰 숙젭니다. 이 문제를 6자회담 재개나 대북지원과 따로 다루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칼을 빼든 상황에서 엉거주춤 집어넣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원칙을 지키면서 어쨌거나 찾아온 지금의 대화분위기를 살려나가려면 이른바 운영의 묘가 절실합니다. 그 해답이 바로 정상회담일 수 있습니다. 사진찍기위한 자리가 아니라 매듭 지을 것을 매듭짓고 큰 그림을 다시 그려나가는 통 큰 자리여야합니다. 도시락을 싸들고 두차례나 북한을 찾아가 김정일 위원장과 담판을 벌여 납북일본인을 데려왔던 고이즈미 전 일본총리의 경우도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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