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황금의 유혹에 빠진 도시

입력 2011.07.31 (07: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야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닌데요.. 최근 금값이 치솟아 말그대로 금값이 되면서 금광을 찾아 몰려드는 이른바 신 골드러시가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곳이 어디죠?

네, 인도네시아의 롬복이라는 곳인데요.. 원주민에다 외지인까지 가세해 금캐기 열풍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돈을 챙긴 사람은 극소수고 대다수는 몸과 마음에 병만 얻는다고 합니다.

황금의 유혹에 빠진 금광 도시 롬복을 한재호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발리섬 동쪽에 있는 광산 도시 롬복.. 천혜의 청정 바다를 끼고 있는 해발 천 미터 산 정상에 거대한 금광하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군데 군데 바위를 뚫고 들어가 금 원석을 캐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청년은 비좁고 답답한 바위굴 속에서 3시간 반 동안 두 자루의 금 원석을 캐냈습니다.

<인터뷰> 와디(금광 노동자) :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은 편입니다."

섭씨 35도의 불볕더위도 잊은채 수직 20미터의 갱도를 부지런히 오르내립니다. 아예 천막을 쳐놓고 본격적으로 금을 채취하는 기업형 금광업자들도 와 있습니다. 타지에서 온 인부들을 고용해 벌써 다섯 달 째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밧줄에 끌려 올라오는 자루마다 금빛 희망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 업자는 하루에 스무자루의 원석을 땅속에서 뽑아 올립니다.

<인터뷰> 마룹(금 채취업자) : "한 자루에서 1그램의 금이 나옵니다. 1그램에 10만 루피아 정도 되니까 하루에 200만 루피아(약 26만 원)를 법니다."

황금의 꿈을 따라 산에 올라온 사람들은 원주민과 외지인을 합쳐 200여 명. 이들은 임시 숙소에서 몇 달씩 숙식을 해결하며 금을 찾습니다. 목적은 단 한 가지. 금값이 폭등한 지금 어떻게든 더 많은 금을 캐서 돈 자루를 메고 산을 내려가는 겁니다. 힘들고 위험한 작업도, 거친 음식도, 불편한 잠자리도 참을 수 있는 이윱니다.

<인터뷰> 무나자드(금광 노동자) : "돈을 벌어서 새 집도 짓고 아이들 학비도 넉넉이 주고 싶어요. 땅도 좀 사고 생활에도 보탬을 줘야죠."

한 때 미국 업체가 손을 댔다 빠져나간 뒤 금값이 폭등하면서 산마다 금 채취 열기로 가득합니다. 여설 달 째 산위에서 밥 장사를 하고 있는 레니씨 부부는 금캐는 사람들 덕을 톡톡이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레니(금광 식당 주인) : "집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여기와서 버는 돈이 더 많아요."

황금의 꿈은 산 아래 마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맥이 흐르는 곳에 수직 갱도를 만들어 밤낮 없이 땅을 파고 들어 갑니다. 깊이가 보통 2,30미텁니다. 요란한 기계 소리와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마을이 들떠 있습니다.

<인터뷰> 브루하누딘(금광 노동자) : "금을 찾으러 자바에서 건너 왔어요. 9명이 일하는 데 꼭 금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집집마다 원석 덩어리를 잘게 부수는 망치소리가 요란합니다. 원석을 파쇄하는 일은 주로 여성들의 몫입니다. 기후가 건조하고 토질이 척박해 먹고 살기가 힘든 이 고장에서 불현듯 금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인터뷰> 린디(롬복섬 세코통 주민) : "원석 한 자루를 부수면 만 루피아를 법니다. 하루에 보통 세 자루를 하니까 3만 루피아(약 4천 원)를 벌죠."

파쇄한 원석을 둥근 통에 집어 넣고 물을 부어 돌리기를 8시간. 돌가루 속에 숨어있던 금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흙탕물을 수돗물로 개어내기를 반복하면 대야 밑바닥에 하얀 금속덩어리가 고입니다. 흐물흐물한 이 금속을 천에 부어 짜면 백금이 나옵니다. 오랜 수고와 노력의 결실입니다.

이 해안 마을에서 금광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년전부텁니다. 국제금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합니다. 마을 어딜가나 이런 금 정세시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마을 한켠에선 금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합니다. 고온으로 금속을 녹여 금의 순도를 높이는 겁니다. 금 수집상은 이 금을 즉석에서 매입합니다. 현장에서 순도를 측정한 뒤 값을 정해 돈을 지불합니다. 이 지역에서 하루 평균 8킬로그램의 금이 거래됩니다.

<인터뷰> 안디(금 수집상) : "하루에 8㎏정도 매입하니까 8억 루피아 (약 1억 원)어치 정도 됩니다."

도시에 불어 닥친 골드러시 바람은 행운과 함께 불행과 비극도 안겼습니다. 하르디씨는 얼마 전 남편과 아들, 조카 등 4가족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이른 아침 금을 찾아나섰던 가족들이 수직갱도 안에 들어갔다 가스에 질식해 모두 숨졌습니다. 이제 혼자 몸으로 생계를 꾸리며 두 아이와 시아버지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하르디(롬복섬 세코통 주민) : "내 아이들에겐 결단코 금 찾는 일을 시키지 않을 거예요. 아빠처럼 목숨을 잃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마을 길가에 있는 버려진 광산에선 위험한 금 찾기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금을 캘 욕심에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이 바위굴을 파내려 갑니다. 언제든 사고를 당할 수 있지만 이런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주미린(롬복섬 세코통 주민) : "제가 알기로는 이 고장에서 금광 사고로 100명 이상이 숨졌어요."

이렇게 위험한 갱도가 이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관할 군청은 지난 2년 동안 금을 찾다 수 백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금지할까봐 주민들이 쉬쉬하는 바람에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습니다.

<인터뷰> 자이니(서 롬복군청 공무원) : "정부가 여러번 지도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우리의 접근을 막고 타고 간 차량을 불태웠습니다."

금빛의 욕망은 칠흙같은 어둠속에서도 그치지 않습니다. 야간 작업은 특히 위험한데도 희미한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밤샘 작업을 강행합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늘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인터뷰> 웅만(롬복섬 세코통 주민) : "집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여기서 금 캐는 게 수입이 더 나으니까 계속 여기 있는 겁니다."

금을 채집할 때 기계속에 넣는 수은은 사람의 몸과 환경을 망칩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현재에 또는 미래에 닥칠수도 있는 위험에 무지합니다. 수은이 들어있는 흙탕물을 맨손으로 만지는 건 다반사고, 이 물을 그대로 땅에 버립니다. 미나마타병의 악몽이 이 곳에서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 하니발리(롬복섬 세코통 주민) : "사람들이 위험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잘 몰라요."

거대한 금 포집시설 2개가 돌아가는 마당 주변 저수조에 노란물이 가득 고여 있습니다. 흙에서 금을 거를때 넣는 독성화학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물이 식수를 오염시키고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이 도시에 거대한 환경재앙이 닥칠 수 있습니다.

골드러시 바람이 거세지만 실제로 큰 돈을 벌었다는 주민은 거의 없습니다. 굴 하나를 파는 데 1억 루피아, 약 천 3백만원이 듭니다. 대부분 여러명이 함께 투자하는 데 금맥을 잘못 잡아 파산한 경우도 적잖습니다.

<인터뷰> 사만(금광 노동자) : "금을 파서는 결코 쉽게 부자가 될 수 없어요.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돈을 버는 그런 사업이 아닙니다."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골드러시의 꿈에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돈번 사람은 극소수고 주민들은 몸과 마음의 병만 깊어가고 있습니다. 금빛 유혹은 예나 지금이나 행운보다는 불운을 드리우는 허망한 욕망의 그림잡니다.

<앵커 멘트>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브레이비크가 이번 사건을 통해 무슬림을 몰아내겠다는 뜻을 확산시키려고 했다면, 그 의도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오히려 무슬림을 더욱 껴안으며 ‘우리는 하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총리는 “테러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더 나은 민주주의와 더 큰 개방성”이라며 공동체의 평화를 깨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맞설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시련이 국민적 단합으로 이어지는 게 지금 노르웨이 상황입니다.

사회적 소수자 무슬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노르웨이가 이래서 선진국이구나 하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특파원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특파원 eye] 황금의 유혹에 빠진 도시
    • 입력 2011-07-31 07:57:48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야 어제 오늘의 현상이 아닌데요.. 최근 금값이 치솟아 말그대로 금값이 되면서 금광을 찾아 몰려드는 이른바 신 골드러시가 지구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소개할 곳이 어디죠? 네, 인도네시아의 롬복이라는 곳인데요.. 원주민에다 외지인까지 가세해 금캐기 열풍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목돈을 챙긴 사람은 극소수고 대다수는 몸과 마음에 병만 얻는다고 합니다. 황금의 유혹에 빠진 금광 도시 롬복을 한재호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인도네시아 발리섬 동쪽에 있는 광산 도시 롬복.. 천혜의 청정 바다를 끼고 있는 해발 천 미터 산 정상에 거대한 금광하나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군데 군데 바위를 뚫고 들어가 금 원석을 캐는 작업이 한창입니다. 이 청년은 비좁고 답답한 바위굴 속에서 3시간 반 동안 두 자루의 금 원석을 캐냈습니다. <인터뷰> 와디(금광 노동자) : "만족스럽진 않지만 이 정도면 그런대로 괜찮은 편입니다." 섭씨 35도의 불볕더위도 잊은채 수직 20미터의 갱도를 부지런히 오르내립니다. 아예 천막을 쳐놓고 본격적으로 금을 채취하는 기업형 금광업자들도 와 있습니다. 타지에서 온 인부들을 고용해 벌써 다섯 달 째 작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밧줄에 끌려 올라오는 자루마다 금빛 희망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이 업자는 하루에 스무자루의 원석을 땅속에서 뽑아 올립니다. <인터뷰> 마룹(금 채취업자) : "한 자루에서 1그램의 금이 나옵니다. 1그램에 10만 루피아 정도 되니까 하루에 200만 루피아(약 26만 원)를 법니다." 황금의 꿈을 따라 산에 올라온 사람들은 원주민과 외지인을 합쳐 200여 명. 이들은 임시 숙소에서 몇 달씩 숙식을 해결하며 금을 찾습니다. 목적은 단 한 가지. 금값이 폭등한 지금 어떻게든 더 많은 금을 캐서 돈 자루를 메고 산을 내려가는 겁니다. 힘들고 위험한 작업도, 거친 음식도, 불편한 잠자리도 참을 수 있는 이윱니다. <인터뷰> 무나자드(금광 노동자) : "돈을 벌어서 새 집도 짓고 아이들 학비도 넉넉이 주고 싶어요. 땅도 좀 사고 생활에도 보탬을 줘야죠." 한 때 미국 업체가 손을 댔다 빠져나간 뒤 금값이 폭등하면서 산마다 금 채취 열기로 가득합니다. 여설 달 째 산위에서 밥 장사를 하고 있는 레니씨 부부는 금캐는 사람들 덕을 톡톡이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레니(금광 식당 주인) : "집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여기와서 버는 돈이 더 많아요." 황금의 꿈은 산 아래 마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맥이 흐르는 곳에 수직 갱도를 만들어 밤낮 없이 땅을 파고 들어 갑니다. 깊이가 보통 2,30미텁니다. 요란한 기계 소리와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으로 마을이 들떠 있습니다. <인터뷰> 브루하누딘(금광 노동자) : "금을 찾으러 자바에서 건너 왔어요. 9명이 일하는 데 꼭 금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집집마다 원석 덩어리를 잘게 부수는 망치소리가 요란합니다. 원석을 파쇄하는 일은 주로 여성들의 몫입니다. 기후가 건조하고 토질이 척박해 먹고 살기가 힘든 이 고장에서 불현듯 금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인터뷰> 린디(롬복섬 세코통 주민) : "원석 한 자루를 부수면 만 루피아를 법니다. 하루에 보통 세 자루를 하니까 3만 루피아(약 4천 원)를 벌죠." 파쇄한 원석을 둥근 통에 집어 넣고 물을 부어 돌리기를 8시간. 돌가루 속에 숨어있던 금이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흙탕물을 수돗물로 개어내기를 반복하면 대야 밑바닥에 하얀 금속덩어리가 고입니다. 흐물흐물한 이 금속을 천에 부어 짜면 백금이 나옵니다. 오랜 수고와 노력의 결실입니다. 이 해안 마을에서 금광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년전부텁니다. 국제금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시점과 일치합니다. 마을 어딜가나 이런 금 정세시설을 볼 수가 있습니다. 마을 한켠에선 금에서 불순물을 제거하는 작업이 한창합니다. 고온으로 금속을 녹여 금의 순도를 높이는 겁니다. 금 수집상은 이 금을 즉석에서 매입합니다. 현장에서 순도를 측정한 뒤 값을 정해 돈을 지불합니다. 이 지역에서 하루 평균 8킬로그램의 금이 거래됩니다. <인터뷰> 안디(금 수집상) : "하루에 8㎏정도 매입하니까 8억 루피아 (약 1억 원)어치 정도 됩니다." 도시에 불어 닥친 골드러시 바람은 행운과 함께 불행과 비극도 안겼습니다. 하르디씨는 얼마 전 남편과 아들, 조카 등 4가족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이른 아침 금을 찾아나섰던 가족들이 수직갱도 안에 들어갔다 가스에 질식해 모두 숨졌습니다. 이제 혼자 몸으로 생계를 꾸리며 두 아이와 시아버지를 부양해야 하는 처지가 됐습니다. <인터뷰> 하르디(롬복섬 세코통 주민) : "내 아이들에겐 결단코 금 찾는 일을 시키지 않을 거예요. 아빠처럼 목숨을 잃는 걸 원치 않으니까요." 마을 길가에 있는 버려진 광산에선 위험한 금 찾기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금을 캘 욕심에 아무런 보호장비도 없이 바위굴을 파내려 갑니다. 언제든 사고를 당할 수 있지만 이런 위험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 주미린(롬복섬 세코통 주민) : "제가 알기로는 이 고장에서 금광 사고로 100명 이상이 숨졌어요." 이렇게 위험한 갱도가 이 지역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관할 군청은 지난 2년 동안 금을 찾다 수 백명이 숨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작업을 금지할까봐 주민들이 쉬쉬하는 바람에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습니다. <인터뷰> 자이니(서 롬복군청 공무원) : "정부가 여러번 지도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우리의 접근을 막고 타고 간 차량을 불태웠습니다." 금빛의 욕망은 칠흙같은 어둠속에서도 그치지 않습니다. 야간 작업은 특히 위험한데도 희미한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밤샘 작업을 강행합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늘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돼 있습니다. <인터뷰> 웅만(롬복섬 세코통 주민) : "집에서 농사짓는 것보다 여기서 금 캐는 게 수입이 더 나으니까 계속 여기 있는 겁니다." 금을 채집할 때 기계속에 넣는 수은은 사람의 몸과 환경을 망칩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현재에 또는 미래에 닥칠수도 있는 위험에 무지합니다. 수은이 들어있는 흙탕물을 맨손으로 만지는 건 다반사고, 이 물을 그대로 땅에 버립니다. 미나마타병의 악몽이 이 곳에서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인터뷰> 하니발리(롬복섬 세코통 주민) : "사람들이 위험하다고들 하는데,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잘 몰라요." 거대한 금 포집시설 2개가 돌아가는 마당 주변 저수조에 노란물이 가득 고여 있습니다. 흙에서 금을 거를때 넣는 독성화학물질이 섞여 있습니다. 이런 물이 식수를 오염시키고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가면 이 도시에 거대한 환경재앙이 닥칠 수 있습니다. 골드러시 바람이 거세지만 실제로 큰 돈을 벌었다는 주민은 거의 없습니다. 굴 하나를 파는 데 1억 루피아, 약 천 3백만원이 듭니다. 대부분 여러명이 함께 투자하는 데 금맥을 잘못 잡아 파산한 경우도 적잖습니다. <인터뷰> 사만(금광 노동자) : "금을 파서는 결코 쉽게 부자가 될 수 없어요. 무일푼으로 시작해서 돈을 버는 그런 사업이 아닙니다." 운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골드러시의 꿈에 수많은 사람들이 매달려 있습니다. 돈번 사람은 극소수고 주민들은 몸과 마음의 병만 깊어가고 있습니다. 금빛 유혹은 예나 지금이나 행운보다는 불운을 드리우는 허망한 욕망의 그림잡니다. <앵커 멘트>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 브레이비크가 이번 사건을 통해 무슬림을 몰아내겠다는 뜻을 확산시키려고 했다면, 그 의도는 실패한 것 같습니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오히려 무슬림을 더욱 껴안으며 ‘우리는 하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총리는 “테러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더 나은 민주주의와 더 큰 개방성”이라며 공동체의 평화를 깨려는 시도에 단호하게 맞설 것임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시련이 국민적 단합으로 이어지는 게 지금 노르웨이 상황입니다. 사회적 소수자 무슬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노르웨이가 이래서 선진국이구나 하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특파원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