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철 제주항공 사장 “‘고공비행’ 이제 시작”

입력 2011.08.16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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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종단일화로 비용절감, 예방정비로 안전확보
"'동아시아 대표' 저가항공사 꿈꿔"

"그동안 '미운 오리'였다면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맏형' 제주항공이 취항 5년 만인 올해 국내선과 국제선 승객의 증가 등 동반 호조에 힘입어 창사 첫 흑자 전환을 눈앞에 뒀다.

저가항공 선발 주자로서 혹독한 고난을 겪었던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29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의 105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번 여름 휴가철에도 기록적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목표로 잡은 매출 2천114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제주항공의 '고공비행'을 진두지휘한 이는 2009년 12월 취임한 김종철(53) 사장이다.

서울대와 미국 프린스턴대를 거친 화학공학박사 출신의 김 사장은 뉴욕대(NYU) 경영학 석사를 거쳐 미국계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입사, 컨설턴트로 오랫동안 일해왔다.

제주항공이 처음 출범할 때 사외이사로 첫 인연을 맺은 그는 2009년 12월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지 불과 1년6개월여 만에 애경그룹 내에서도 '미운 오리'로 통했던 제주항공을 효자의 반열에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과 제주도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회사다.

김 사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전까지만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그룹 주변의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재무 건전성이 크게 좋아졌다. 이제는 제주항공이 실적을 발표하면 최대주주인 애경유화 주가가 많이 오른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김 사장은 제주항공이 불과 1년 새 이렇게 확 바뀐 비결로 기종 단일화를 통한 비용 절감, 국제선의 성공, 안전과 정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노력 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Q400 항공기를 정리해 기종을 B737-800으로 단일화하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비용을 절감한 것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됐다"고 밝혔다.

단일한 항공기를 보유하면 정비, 교육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아낄 수 있어 이용 가능한 좌석의 총 운항거리(ASK)에 대한 단위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일본과 동남아 등 국제선 취항이 본격화하며 낮에는 국내선, 밤에는 국제선을 띄우는 방식으로 항공기의 대당 운항 시간을 약 11시간으로 늘린 것도 고정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국제선 운항에서는 운도 따랐다.

항공업을 '운수업(運輸業)'이 아닌 '운수업(運數業)'이라고 자주 이야기하는 김 사장은 "일본과 홍콩, 방콕, 마닐라, 세부 등 국제선 노선을 지역별로 적절히 배분해 일본 대지진의 직격탄을 비켜갈 수 있었다"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예방정비'를 통한 운항 안전성과 정시성 확보는 제주항공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예방정비는 매뉴얼상 부품 교환주기가 아직 남아있더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곧바로 교체하는 개념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항공기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수군거리더군요. 하지만, 교환주기를 지키다 지연이나 결항할 때 발생하는 비용보다 수명이 80% 정도 된 부품을 선제로 바꾸는 것이 훨씬 비용이 덜 든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이런 조치 덕분에 제주항공은 국적항공사 가운데 지연ㆍ결항률 최저 항공사의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토해양부가 국내 항공사의 지연ㆍ결항률을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0.15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항공여행의 최고의 가치는 '안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초창기에는 저가항공사의 안전에 의구심을 나타냈던 고객들도 이제는 믿고 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사장이 또 한 가지 보람있게 생각하는 부분은 저가항공사를 통해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열었다는 점이다.

"우리 항공기를 통해 주중 왕복 몇만 원대의 요금으로 제주도로 훌쩍 떠나 올레 길을 걷다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하더군요.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죠. 또 해외 배낭여행이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기존 항공요금은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비싼 편이에요. 저희 비행기를 타고 처음 해외에 나가는 서민층 대학생들의 설레는 표정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이밖에 제주도를 고향으로 둔 뭍 사람들이 과거에는 비행기 표가 비싸 명절 때만 고향에 갔다면 저가항공사 출범 이후에는 수시로 제주도를 찾아 가족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또 하나의 보람이다.

그는 공학도 출신답게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평소에 회사 곳곳의 현장을 누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창기에는 제가 자리를 지키지 않고 일터 여기저기 출몰하니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더군요.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도 자연스레 적응하더라고요."

김 사장은 이렇게 아이패드 등 첨단 기기를 이용한 보고 체계 간소화,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해결책을 제시하는 빠른 의사 결정, 직원들 사이의 벽을 앞장서 깨는 소통 경영으로 제주항공의 체질을 개선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는 평가이지만 이제 제주항공 앞에는 외부와의 경쟁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일본과 중국이 앞다퉈 저가항공사 설립을 발표하고,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도 한국 시장에서 한층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승패의 관건은 경쟁사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고, 경제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안전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결국 최소 25~30대 수준의 기단을 구성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가동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저가항공사에 대한 노선 배분 확대, 공항 이용료 인하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직원이 머물고 싶은 회사,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저가항공사의 신화를 창조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캘러허 최고경영자(CEO)처럼 냉철한 전략과 따뜻한 마음으로 직원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경영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동아시아 대표' 저가항공사라는 타이틀은 저절로 따라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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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철 제주항공 사장 “‘고공비행’ 이제 시작”
    • 입력 2011-08-16 06:44:09
    연합뉴스
기종단일화로 비용절감, 예방정비로 안전확보 "'동아시아 대표' 저가항공사 꿈꿔" "그동안 '미운 오리'였다면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국내 저가항공사의 '맏형' 제주항공이 취항 5년 만인 올해 국내선과 국제선 승객의 증가 등 동반 호조에 힘입어 창사 첫 흑자 전환을 눈앞에 뒀다. 저가항공 선발 주자로서 혹독한 고난을 겪었던 제주항공은 올 상반기 29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의 105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번 여름 휴가철에도 기록적 실적이 예상되는 만큼 올해 목표로 잡은 매출 2천114억원, 영업이익 75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제주항공의 '고공비행'을 진두지휘한 이는 2009년 12월 취임한 김종철(53) 사장이다. 서울대와 미국 프린스턴대를 거친 화학공학박사 출신의 김 사장은 뉴욕대(NYU) 경영학 석사를 거쳐 미국계 컨설팅업체 매킨지에 입사, 컨설턴트로 오랫동안 일해왔다. 제주항공이 처음 출범할 때 사외이사로 첫 인연을 맺은 그는 2009년 12월 구원투수로 전격 투입된 지 불과 1년6개월여 만에 애경그룹 내에서도 '미운 오리'로 통했던 제주항공을 효자의 반열에 올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과 제주도의 공동 출자로 설립된 회사다. 김 사장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년 전까지만 해도 '밑 빠진 독에 물 붓는다'는 그룹 주변의 지적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재무 건전성이 크게 좋아졌다. 이제는 제주항공이 실적을 발표하면 최대주주인 애경유화 주가가 많이 오른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김 사장은 제주항공이 불과 1년 새 이렇게 확 바뀐 비결로 기종 단일화를 통한 비용 절감, 국제선의 성공, 안전과 정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철저한 노력 등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Q400 항공기를 정리해 기종을 B737-800으로 단일화하는 구조조정을 마무리해 비용을 절감한 것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됐다"고 밝혔다. 단일한 항공기를 보유하면 정비, 교육 등에 들어가는 고정비를 아낄 수 있어 이용 가능한 좌석의 총 운항거리(ASK)에 대한 단위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일본과 동남아 등 국제선 취항이 본격화하며 낮에는 국내선, 밤에는 국제선을 띄우는 방식으로 항공기의 대당 운항 시간을 약 11시간으로 늘린 것도 고정비용 절감에 기여했다. 국제선 운항에서는 운도 따랐다. 항공업을 '운수업(運輸業)'이 아닌 '운수업(運數業)'이라고 자주 이야기하는 김 사장은 "일본과 홍콩, 방콕, 마닐라, 세부 등 국제선 노선을 지역별로 적절히 배분해 일본 대지진의 직격탄을 비켜갈 수 있었다"며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예방정비'를 통한 운항 안전성과 정시성 확보는 제주항공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높이는 원동력이 됐다. 예방정비는 매뉴얼상 부품 교환주기가 아직 남아있더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곧바로 교체하는 개념이다. "처음에는 직원들이 '항공기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수군거리더군요. 하지만, 교환주기를 지키다 지연이나 결항할 때 발생하는 비용보다 수명이 80% 정도 된 부품을 선제로 바꾸는 것이 훨씬 비용이 덜 든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이런 조치 덕분에 제주항공은 국적항공사 가운데 지연ㆍ결항률 최저 항공사의 명성을 얻었다. 지난해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국토해양부가 국내 항공사의 지연ㆍ결항률을 분석한 결과 대한항공과 제주항공이 0.15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 사장은 "항공여행의 최고의 가치는 '안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초창기에는 저가항공사의 안전에 의구심을 나타냈던 고객들도 이제는 믿고 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종철 사장이 또 한 가지 보람있게 생각하는 부분은 저가항공사를 통해 항공여행의 대중화를 열었다는 점이다. "우리 항공기를 통해 주중 왕복 몇만 원대의 요금으로 제주도로 훌쩍 떠나 올레 길을 걷다 오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하더군요. 과거에는 생각도 못했던 일이죠. 또 해외 배낭여행이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기존 항공요금은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비싼 편이에요. 저희 비행기를 타고 처음 해외에 나가는 서민층 대학생들의 설레는 표정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이밖에 제주도를 고향으로 둔 뭍 사람들이 과거에는 비행기 표가 비싸 명절 때만 고향에 갔다면 저가항공사 출범 이후에는 수시로 제주도를 찾아 가족과 만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또 하나의 보람이다. 그는 공학도 출신답게 아이패드와 스마트폰을 옆에 끼고 평소에 회사 곳곳의 현장을 누비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초창기에는 제가 자리를 지키지 않고 일터 여기저기 출몰하니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더군요. 시간이 지나자 직원들도 자연스레 적응하더라고요." 김 사장은 이렇게 아이패드 등 첨단 기기를 이용한 보고 체계 간소화, 문제가 발견되면 즉각 해결책을 제시하는 빠른 의사 결정, 직원들 사이의 벽을 앞장서 깨는 소통 경영으로 제주항공의 체질을 개선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입지를 완전히 굳혔다는 평가이지만 이제 제주항공 앞에는 외부와의 경쟁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일본과 중국이 앞다퉈 저가항공사 설립을 발표하고, 아시아 최대의 저가항공사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도 한국 시장에서 한층 공격적인 경영을 예고하고 있다. 김 사장은 "승패의 관건은 경쟁사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고, 경제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안전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결국 최소 25~30대 수준의 기단을 구성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가동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저가항공사에 대한 노선 배분 확대, 공항 이용료 인하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배려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모든 직원이 머물고 싶은 회사, 회사와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저가항공사의 신화를 창조한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허브 캘러허 최고경영자(CEO)처럼 냉철한 전략과 따뜻한 마음으로 직원과 고객에게 감동을 주는 경영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동아시아 대표' 저가항공사라는 타이틀은 저절로 따라올 것으로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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