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의 고민

입력 2011.08.27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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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가 집에서 편히 보는 드라마 한 회 분을 만드는데 사나흘 꼬박.

수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배우에서 스태프까지 수십, 수백 명이 매달리는 작업인 만큼 제작 환경은 중요한 문젭니다.

지난주 배우 한예슬 씨 사건을 계기로 또 다시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 제작 환경 문제,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촬영 거부’라는 돌발행동으로 파문을 일으킨 스파이 명월 한예슬.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녹취> 한예슬(배우) : “저의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정말 모든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한 씨가 다시 드라마 촬영에 복귀해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드라마 제작 환경과 관행에 대한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KBS 새 수목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현장입니다.

지난해 크게 흥행한 ‘제빵왕 김탁구’의 PD와 작가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으는 작품입니다.

오는 10월 방영을 앞두고, 지난 22일 첫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정섭(KBS ‘영광의 재인’ PD) : “지금 한 두 달 먼저 촬영을 나온 거고요. 방송은 10월 12일부터 시작을 하고요.”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는 전체 분량의 1/3 수준인 대여섯 회 정도의 분량을 촬영한 뒤 방영에 들어갑니다.

사전 준비 덕에 방영 초반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찍어놓은 분량이 소진되면 일정에 쫓길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효정(한국방송연기자협회장) : “방영 두 달, 세 달 전에 촬영을 시작하는 게 그나마 준비된 드라마의 현실인데 그 두 달, 세 달 동안 찍을 수 있는 분량은 많아야 4~5회 정도. 그러니까 빠르면 2주차부터, 조금 여유가 있으면 3주차부터는 거의 생방송 수준의 제작현실이 돼버리는 거죠.”

그날그날 찍을 분량만 나온 대본.

이른바 ‘쪽대본’으로 촬영하는 관행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녹취> 드라마 제작 관계자 : “이메일을 주고받고 대본 현장에서 주고받고 이렇게 정리를 해서 작업을 많이 하고는 하는데, 전에 최악의 경우는 저 같은 경우에는 휴대전화로 작가가 불러주는 대본을 써서 그걸 복사를 해서 배우들한테 나눠준 적도 있었어요.”

이런 급박한 제작현실 때문에 배우가 다치는 사고는 곧바로 방송 차질로 이어집니다.

MBC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와 SBS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은 주인공의 부상으로 각각 한차례씩 결방된 적이 있고, SBS 드라마 ‘싸인’은 후반작업이 늦어져 화면 조정 컬러바가 등장하는 방송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이렇게 열악한 이유는 뭘까.

우선, 드라마 방영 시간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꼽힙니다.

한 주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 길이는 140분 안팎.

영화 한 편을 일주일 만에 찍어 내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드라마가 제작되는 일이 다반삽니다.

1990년대 이전까진 일주일에 한 편씩 방영되는 ‘주간 드라마’가 일반적이었지만, 지상파 3사가 시청률 경쟁에 나서면서 월화극과 수목극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사이 편당 60분이던 드라마 방영시간도 최대 80분까지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김영섭(SBS 드라마국 PD) : “분량을 늘림으로써 광고를 더 붙일 수가 있게 됩니다. 보통 10분당 1분을 붙일 수 있는...그리고 또 광고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자꾸 드라마를 길게 하면서 광고 수익을 늘리려고 하고 있는거죠.”

1991년 도입된 외주정책으로 도입 당시 3%에 불과했던 지상파 방송의 외주제작 의무편성 비율은 2000년대 들어 40%까지 늘어났습니다.

최근엔, 지상파 3사가 방영하는 드라마 3편 가운데 2편이 외주제작일 정도로 그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편성 비율 증가에 따라 외주제작사도 급격히 늘어났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습니다.

제작사들은 지상파를 통해 방송될 수 있는 이른바 ‘방영권’을 얻기 위해 스타 작가와 유명 배우 영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인터뷰> 박창식(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 : “아무래도 스타급이 유리하겠죠. 그리고 외부 협찬을 받으려면 또 그들의 몫이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대치가 있는 것이고, 또 방송사에서 편성을 할 경우에 그들의 역할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스타 작가의 원고료와 유명배우의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인기 드라마 작가인 김수현 씨가 지난해 회당 5천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다른 유명 작가들의 원고료도 회당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배용준, 이병헌 씨 같은 한류 스타들은 회당 억 대의 출연료를 받고 있고, 정지훈씨나 고현정 씨 등 유명 배우들도 회당 5천만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원고료와 출연료가 드라마 전체 제작비의 절반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작사로선 제작비를 맞추기 위해 다른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밤샘 촬영이 계속되는 이유도 촬영을 짧은 기간에 몰아서 해야 일당으로 지급되는 제작진의 급여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드라마 제작 관계자 : “제작사 입장에서는 촬영 횟수를 줄이는 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제작비를 절감하는 방법인데, 하루에 24시간 중에 보통 20시간 정도 평균을 따지다 보면 그 정도 작업을 하지 않으면 (일정을) 못 맞춰요.”

방송사가 지원하는 비용은 전체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 정도.

나머지 비용은 외주제작사가 협찬이나 간접광고 등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특정 장소나 상품을 노출하려다 보니 촬영 일정이 뒤엉키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협찬을 얻기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창식(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 : "작품에만 몰입을 해서 어떤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를 하는 게 사실은 저희가 할 일이죠. 허나 어떤 작품이 하나 시작을 하게 되면 제작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온갖 기업을 쫓아다녀야 되는, 회사 전 직원이 마케터가 되어서 다녀야 하는 거죠."

광고 시장 위축 등으로 수익을 내기 더 어려운 방송사로서도 외주사가 내세우는 ‘제작비 현실화’에 귀를 기울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강현(KBS 드라마국 EP) : "시장전체 규모가 줄어들고 방송사에서 광고를 통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도 줄어드는데, 외주사에서 무리하게 제작비를 쓴다고 해서 그것을 현실화시켜주기 위해서 방송사에서 줄 수 있는 제작비를 무한정 늘릴 수 는 없는 상황이죠."

열악한 제작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전제작제’가 대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습니다.

사전제작을 하면, 촬영 일정이 늘어나 제작비가 증가하기 때문.

또,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대본을 바꾸기도 하는 한국 드라마의 독특한 경쟁 방식때문에 사전 제작 시스템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최근 100% 사전제작돼 방영됐던 MBC의 ‘로드 넘버 원’과 SBS의 ‘파라다이스 목장’이 시청률에서 하나같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것도 부담입니다.

사전제작을 시도한 일부 드라마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BC의 ‘태왕사신기’와 ‘궁’, KBS의 ‘추노’는 50% 이상을 사전 제작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일부만 사전제작을 하거나 최소한 시나리오만이라도 완성한 뒤 제작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

<인터뷰> 노동렬(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사전제작의 대상인 드라마들은 방송사에서는 편성을 좀 일찍 주고, 외주사에서는 데드라인을 정해서 캐스팅과 여러 가지 사전 준비를 해서 시점이 되면 촬영에 돌입할 수 있는 그런 마인드의 전환. 이것만 있으면 사전제작을 통해서 얻는 이득이, 지금 같은 제작환경은 유지하면서 안주하면서 조금의 이득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크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한류’ 콘텐츠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한국 드라마.

한류의 이면에는 밥 먹듯 밤샘 촬영을 강행해야 하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고단한 현실이 있습니다.

여기다가 종합편성 채널의 등장으로 드라마의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열악한 제작 여건을 바꾸려면 방송사와 제작사 등 사업자간의 협의와 자율적인 환경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간 광고와 같은 드라마 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나 외주드라마 의무편성 비율의 범위와 기준을 재조정하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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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드라마의 고민
    • 입력 2011-08-27 07: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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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가 집에서 편히 보는 드라마 한 회 분을 만드는데 사나흘 꼬박. 수억 원의 제작비가 들어갑니다. 배우에서 스태프까지 수십, 수백 명이 매달리는 작업인 만큼 제작 환경은 중요한 문젭니다. 지난주 배우 한예슬 씨 사건을 계기로 또 다시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 제작 환경 문제, 정성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촬영 거부’라는 돌발행동으로 파문을 일으킨 스파이 명월 한예슬.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이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녹취> 한예슬(배우) : “저의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정말 모든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고요.” 한 씨가 다시 드라마 촬영에 복귀해 파문은 일단락됐지만 드라마 제작 환경과 관행에 대한 문제가 도마위에 올랐습니다. KBS 새 수목드라마 ‘영광의 재인’ 촬영현장입니다. 지난해 크게 흥행한 ‘제빵왕 김탁구’의 PD와 작가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기대를 모으는 작품입니다. 오는 10월 방영을 앞두고, 지난 22일 첫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이정섭(KBS ‘영광의 재인’ PD) : “지금 한 두 달 먼저 촬영을 나온 거고요. 방송은 10월 12일부터 시작을 하고요.” 대부분의 미니시리즈는 전체 분량의 1/3 수준인 대여섯 회 정도의 분량을 촬영한 뒤 방영에 들어갑니다. 사전 준비 덕에 방영 초반에는 큰 무리가 없지만, 찍어놓은 분량이 소진되면 일정에 쫓길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효정(한국방송연기자협회장) : “방영 두 달, 세 달 전에 촬영을 시작하는 게 그나마 준비된 드라마의 현실인데 그 두 달, 세 달 동안 찍을 수 있는 분량은 많아야 4~5회 정도. 그러니까 빠르면 2주차부터, 조금 여유가 있으면 3주차부터는 거의 생방송 수준의 제작현실이 돼버리는 거죠.” 그날그날 찍을 분량만 나온 대본. 이른바 ‘쪽대본’으로 촬영하는 관행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녹취> 드라마 제작 관계자 : “이메일을 주고받고 대본 현장에서 주고받고 이렇게 정리를 해서 작업을 많이 하고는 하는데, 전에 최악의 경우는 저 같은 경우에는 휴대전화로 작가가 불러주는 대본을 써서 그걸 복사를 해서 배우들한테 나눠준 적도 있었어요.” 이런 급박한 제작현실 때문에 배우가 다치는 사고는 곧바로 방송 차질로 이어집니다. MBC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와 SBS 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은 주인공의 부상으로 각각 한차례씩 결방된 적이 있고, SBS 드라마 ‘싸인’은 후반작업이 늦어져 화면 조정 컬러바가 등장하는 방송사고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이렇게 열악한 이유는 뭘까. 우선, 드라마 방영 시간이 늘어난 게 원인으로 꼽힙니다. 한 주에 방영되는 미니시리즈 길이는 140분 안팎. 영화 한 편을 일주일 만에 찍어 내는 셈입니다. 이 때문에 거의 생방송 수준으로 드라마가 제작되는 일이 다반삽니다. 1990년대 이전까진 일주일에 한 편씩 방영되는 ‘주간 드라마’가 일반적이었지만, 지상파 3사가 시청률 경쟁에 나서면서 월화극과 수목극 형태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 사이 편당 60분이던 드라마 방영시간도 최대 80분까지 늘어났습니다. <인터뷰> 김영섭(SBS 드라마국 PD) : “분량을 늘림으로써 광고를 더 붙일 수가 있게 됩니다. 보통 10분당 1분을 붙일 수 있는...그리고 또 광고주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르가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쪽으로 자꾸 드라마를 길게 하면서 광고 수익을 늘리려고 하고 있는거죠.” 1991년 도입된 외주정책으로 도입 당시 3%에 불과했던 지상파 방송의 외주제작 의무편성 비율은 2000년대 들어 40%까지 늘어났습니다. 최근엔, 지상파 3사가 방영하는 드라마 3편 가운데 2편이 외주제작일 정도로 그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편성 비율 증가에 따라 외주제작사도 급격히 늘어났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졌습니다. 제작사들은 지상파를 통해 방송될 수 있는 이른바 ‘방영권’을 얻기 위해 스타 작가와 유명 배우 영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인터뷰> 박창식(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 : “아무래도 스타급이 유리하겠죠. 그리고 외부 협찬을 받으려면 또 그들의 몫이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기대치가 있는 것이고, 또 방송사에서 편성을 할 경우에 그들의 역할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죠.” 시청자의 눈길을 잡기 위한 경쟁으로 스타 작가의 원고료와 유명배우의 출연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인기 드라마 작가인 김수현 씨가 지난해 회당 5천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다른 유명 작가들의 원고료도 회당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배용준, 이병헌 씨 같은 한류 스타들은 회당 억 대의 출연료를 받고 있고, 정지훈씨나 고현정 씨 등 유명 배우들도 회당 5천만 원 이상의 출연료를 받고 있습니다. 이러다보니 원고료와 출연료가 드라마 전체 제작비의 절반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제작사로선 제작비를 맞추기 위해 다른 비용을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밤샘 촬영이 계속되는 이유도 촬영을 짧은 기간에 몰아서 해야 일당으로 지급되는 제작진의 급여를 최대한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드라마 제작 관계자 : “제작사 입장에서는 촬영 횟수를 줄이는 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제작비를 절감하는 방법인데, 하루에 24시간 중에 보통 20시간 정도 평균을 따지다 보면 그 정도 작업을 하지 않으면 (일정을) 못 맞춰요.” 방송사가 지원하는 비용은 전체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 정도. 나머지 비용은 외주제작사가 협찬이나 간접광고 등으로 충당하고 있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특정 장소나 상품을 노출하려다 보니 촬영 일정이 뒤엉키는 경우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협찬을 얻기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박창식(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 : "작품에만 몰입을 해서 어떤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를 하는 게 사실은 저희가 할 일이죠. 허나 어떤 작품이 하나 시작을 하게 되면 제작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온갖 기업을 쫓아다녀야 되는, 회사 전 직원이 마케터가 되어서 다녀야 하는 거죠." 광고 시장 위축 등으로 수익을 내기 더 어려운 방송사로서도 외주사가 내세우는 ‘제작비 현실화’에 귀를 기울이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이강현(KBS 드라마국 EP) : "시장전체 규모가 줄어들고 방송사에서 광고를 통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도 줄어드는데, 외주사에서 무리하게 제작비를 쓴다고 해서 그것을 현실화시켜주기 위해서 방송사에서 줄 수 있는 제작비를 무한정 늘릴 수 는 없는 상황이죠." 열악한 제작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전제작제’가 대안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 않습니다. 사전제작을 하면, 촬영 일정이 늘어나 제작비가 증가하기 때문. 또,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대본을 바꾸기도 하는 한국 드라마의 독특한 경쟁 방식때문에 사전 제작 시스템이 자리잡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최근 100% 사전제작돼 방영됐던 MBC의 ‘로드 넘버 원’과 SBS의 ‘파라다이스 목장’이 시청률에서 하나같이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것도 부담입니다. 사전제작을 시도한 일부 드라마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MBC의 ‘태왕사신기’와 ‘궁’, KBS의 ‘추노’는 50% 이상을 사전 제작해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처럼 일부만 사전제작을 하거나 최소한 시나리오만이라도 완성한 뒤 제작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힙니다. <인터뷰> 노동렬(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사전제작의 대상인 드라마들은 방송사에서는 편성을 좀 일찍 주고, 외주사에서는 데드라인을 정해서 캐스팅과 여러 가지 사전 준비를 해서 시점이 되면 촬영에 돌입할 수 있는 그런 마인드의 전환. 이것만 있으면 사전제작을 통해서 얻는 이득이, 지금 같은 제작환경은 유지하면서 안주하면서 조금의 이득을 보는 것보다는 훨씬 크다고 저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해외에선 ‘한류’ 콘텐츠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한국 드라마. 한류의 이면에는 밥 먹듯 밤샘 촬영을 강행해야 하는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고단한 현실이 있습니다. 여기다가 종합편성 채널의 등장으로 드라마의 경쟁은 더욱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열악한 제작 여건을 바꾸려면 방송사와 제작사 등 사업자간의 협의와 자율적인 환경개선 노력이 선행돼야 합니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간 광고와 같은 드라마 광고에 대한 규제 완화나 외주드라마 의무편성 비율의 범위와 기준을 재조정하는 정책적 배려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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