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전철역. 학생들이 띠를 두르고 개표구 근처에 서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할 일 없이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40분 서 있다가 20분 휴식.
무엇을 하는가 했더니 자원봉사활동입니다.
<인터뷰> “봉사활동 신청을 늦게 해서 할 게 없어서 친구가 신청해서 하게 됐어요. (꼭 해야돼요?) 네, 8시간 무조건 채워야 돼요”
이번엔 동사무소에서 봉사활동 한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인터뷰> "(보람되요?) 보람은 안 되죠. (그런데 왜 해요?) 봉사시간 맞추려고요. (지금 친구들 대부분이 그래요?) 네.”
자원봉사, 말 그대로 스스로 원해서 하는 봉사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소년 자원봉사는 봉사확인서를 받기 위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억지봉사가 돼 버렸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중학교 3학년 박예찬 군, 3년 내내 여러 봉사활동을 했지만, 인상에 남는 건 양로원 봉사활동 한 번뿐입니다.
<인터뷰>박예찬(중3) : “그래도 그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한 거 같고 다른 거는 다 그냥 억지로 했어요. 봉사시간 채우려고 했는데 그거는 진짜 하고 싶어서 했어요”
고입 내신 성적 산출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1년에 18시간씩, 3년 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부모들이 나서서 자원봉사에 대한 정보를 먼저 챙기기도 합니다.
<인터뷰>최정이(박예찬 어머니) : “먼저 엄마들이 정보가 빨라야지 아이들 봉사시간도 많이 채울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하기 보다는 엄마들이 먼저 나서서 찾아줘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보람 있는 봉사활동보다는 쉽고 시간 때우기식 봉사에 몰리고, 부모가 자원봉사를 한 뒤 학생 이름으로 봉사확인서를 발급받는 편법도 행해집니다.
<인터뷰>박천수(예찬 아버지) : “시간 수를 채워서 자원봉사를 어떤 의무감으로 해내는 부분들이 참 보기가 안타깝습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자원봉사 동기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4%가 '내신성적 반영을 위해' 하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봉사활동 학생들을 유치하는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원봉사 하겠다고 학생들이 몰리지만, 막상 시킬 일도, 교육할 인력도 마땅치 않습니다.
<인터뷰>김경식(행복한홈스쿨 센터장) : "일반 복지기관들은 특별한 기관들을 빼고서는 거의 소수의 인원으로 많은 일들을 해요. 그래서 봉사자들을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이렇게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는 것들은 극히 어려운 경우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자발성이 없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인터뷰>박수미(생활복지사) : "성적 때문에 아이들이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성적을 인정해 주려면 좀 제대로 된 교육을 사전에 시키고 보내 주셔야 하지 않을까. 봉사에 대해선 전혀 몰라요."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해 지난 1995년 '531교육개혁'에서 도입됐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자원봉사기본법이 제정돼 봉사활동이 강화, 의무화됐습니다.
그러나 의무화만 됐지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남기철(동덕여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 "현재까지는 그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양적으로 늘리는데만 급급하다 보니까 시민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혹은 청소년들에게는 미래사회의 지도력으로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적 효과를 가지는 질적인 콘텐츠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하드웨어는 구축됐지만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겁니다.
정신지체장애학생 교육기관 세하의 집입니다.
이곳에서 '더불어 행복하기'란 주제로 청소년자원봉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봉사 온 학생들은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자원봉사의 의미를 적어봅니다.
그리고 장애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스스로 결정합니다.
일대일 짝을 이뤄 함께 생활합니다.
찰흙놀이도 하고 같이 운동합니다.
짝꿍을 위해 서로 장기자랑도 준비합니다.
장애학생들도 몇 달 전부터 춤을 준비했습니다.
말은 잘 못하지만 춤은 자신 있습니다.
<인터뷰> "(누가 제일 좋아요?) 당연히 짝꿍 지...지연이요. (아 짝꿍 지연이?) 네. (어땠어요? 어떻게 좋아요?) 막 놀아주고.. 잘해주고 그래서요.”
드디어 장기자랑시간 어느덧 형제처럼 친해졌습니다.
여기선 누가 장애가 있는 지, 누가 공부를 잘하는 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가 조금 다를 뿐입니다.
봉사를 하러 오지 않았더라면 내 옆 짝꿍을 모자란 아이로 그냥 손가락질 할 수도 있었는데...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사람도 있는데 난 왜 불평했는지... 봉사하러 왔다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인터뷰>박주연(자원봉사자/고1) : “솔직히 그동안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을 표출 못했는데 장애 친구들 보니까 아 그 친구들도 하는 데 나도 나라고 못할게 없겠구나 해서 서로 즐겁게 춤도 추고 의사소통도 하고 그래서 더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8년째 이어지고 있는 더불어 행복하기 프로그램, 올해도 8대1의 경쟁률이었습니다.
<인터뷰>박미숙(자원봉사 지도교사) : "아 친구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거 몰랐다 내가 지금처럼 이런 생활하면 안 되겠구나 자기 생각이 변화가 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어떤 방향이든 와서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자원봉사프로그램도 한쪽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운다는 봉사학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뷰>박경이(세하의집 원장) : "자원봉사자의 개념이 과거에는 어떤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개념이었지만 앞으로 자원봉사자 미래사회의 자원봉사자 개념은 서로 뭔가 주고받을 수 있는 상생의 개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 개발뿐 아니라 학교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방학 중이지만 봉사동아리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먼저 선생님의 사전교육.
<녹취> “어떤 봉사활동을 나가면 좋을지를 얘들아 짜보자”
학생들 스스로 자원봉사를 계획합니다.
<녹취> “할머니들 되게 좋아하셔. 말동무 해 드리는 거. 양로원에서 말동무 해드리면...아 파스 사 가야지. 몇 개 사가지?”
구체적 계획을 발표합니다.
<녹취> “저희조가 할 봉사활동영역은 일손 돕기입니다. 2학기 중간고사를 피해서 10월8일에 하기로 정했고요. 저번에 가본 정신지체장애인 수용시설 녹향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러운 체험이 중요합니다.
미국 '인디펜던트 섹터'의 연구에 의하면 아동.
청소년기에 자원봉사경험자의 70%가 성인이 되서도 봉사를 하는 반면, 어린 시절 경험이 없는 사람의 참여율은 37%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최재희(시흥중 2학년) :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따라서 몇번 가봤는데 익숙해지니까 휴일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가는 편이에요."
자원봉사의 시작은 가정과 학교입니다.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학교와 기관들이 준비가 되더라도 현재는 이를 연결해 줄 전문조직이 없습니다.
행안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복지부가 자원봉사를 모두 따로따로 관리합니다.
각 부처마다 다른 4개의 자원봉사 사이트는 봉사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행안부 산하 시군구 248개 자원봉사센터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자원봉사센터가 있는 지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바뀔 때마다 자원봉사센터장도 70% 이상 물갈이 되다보니 봉사체계의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우영화(볼런티어21 교육국장)
지역아동센터에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왔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며 아름다운 벽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같은 재능기부가 늘면서 자원봉사의 종류와 형태도 많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20살 이상 국민의 자원봉사 참가 비율은 20%.
영국의 59%,호주의 34%에 한참 모자랍니다.
<인터뷰>이중헌(인하대 3학년) : "제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보고 자원봉사 하라고 하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시간 없다고 하는데 사실 술 마실 시간의 10분의 1 정도만 투자해도 봉사하는데 큰 지장이 없거든요. 여기와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술만 마시는 것보다 좋으니까 시작하는 용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2008년 행안부 조사결과 한해 자원봉사의 총 경제적 가치는 7조 3896억 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또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공동체 해체 등의 사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자원봉사의 힘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였습니다.
<인터뷰>남기철(동덕여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 "자원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는 착한 사람 덕성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민의식을 교육하고 그런 시민 의식을 성숙시키는 하나의 교육의 과정이고 시민 참여의 하나의 발현입니다."
자원봉사는 무엇보다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점수로 강제하기보다는, 쉽고 자연스럽게 참여하면서도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점수제 자원봉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자원봉사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자연스런 일상의 습관으로 인식될 때, 진정으로 그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할 일 없이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40분 서 있다가 20분 휴식.
무엇을 하는가 했더니 자원봉사활동입니다.
<인터뷰> “봉사활동 신청을 늦게 해서 할 게 없어서 친구가 신청해서 하게 됐어요. (꼭 해야돼요?) 네, 8시간 무조건 채워야 돼요”
이번엔 동사무소에서 봉사활동 한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인터뷰> "(보람되요?) 보람은 안 되죠. (그런데 왜 해요?) 봉사시간 맞추려고요. (지금 친구들 대부분이 그래요?) 네.”
자원봉사, 말 그대로 스스로 원해서 하는 봉사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소년 자원봉사는 봉사확인서를 받기 위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억지봉사가 돼 버렸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중학교 3학년 박예찬 군, 3년 내내 여러 봉사활동을 했지만, 인상에 남는 건 양로원 봉사활동 한 번뿐입니다.
<인터뷰>박예찬(중3) : “그래도 그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한 거 같고 다른 거는 다 그냥 억지로 했어요. 봉사시간 채우려고 했는데 그거는 진짜 하고 싶어서 했어요”
고입 내신 성적 산출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1년에 18시간씩, 3년 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부모들이 나서서 자원봉사에 대한 정보를 먼저 챙기기도 합니다.
<인터뷰>최정이(박예찬 어머니) : “먼저 엄마들이 정보가 빨라야지 아이들 봉사시간도 많이 채울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하기 보다는 엄마들이 먼저 나서서 찾아줘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보람 있는 봉사활동보다는 쉽고 시간 때우기식 봉사에 몰리고, 부모가 자원봉사를 한 뒤 학생 이름으로 봉사확인서를 발급받는 편법도 행해집니다.
<인터뷰>박천수(예찬 아버지) : “시간 수를 채워서 자원봉사를 어떤 의무감으로 해내는 부분들이 참 보기가 안타깝습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자원봉사 동기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4%가 '내신성적 반영을 위해' 하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봉사활동 학생들을 유치하는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원봉사 하겠다고 학생들이 몰리지만, 막상 시킬 일도, 교육할 인력도 마땅치 않습니다.
<인터뷰>김경식(행복한홈스쿨 센터장) : "일반 복지기관들은 특별한 기관들을 빼고서는 거의 소수의 인원으로 많은 일들을 해요. 그래서 봉사자들을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이렇게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는 것들은 극히 어려운 경우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자발성이 없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인터뷰>박수미(생활복지사) : "성적 때문에 아이들이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성적을 인정해 주려면 좀 제대로 된 교육을 사전에 시키고 보내 주셔야 하지 않을까. 봉사에 대해선 전혀 몰라요."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해 지난 1995년 '531교육개혁'에서 도입됐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자원봉사기본법이 제정돼 봉사활동이 강화, 의무화됐습니다.
그러나 의무화만 됐지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남기철(동덕여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 "현재까지는 그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양적으로 늘리는데만 급급하다 보니까 시민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혹은 청소년들에게는 미래사회의 지도력으로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적 효과를 가지는 질적인 콘텐츠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하드웨어는 구축됐지만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겁니다.
정신지체장애학생 교육기관 세하의 집입니다.
이곳에서 '더불어 행복하기'란 주제로 청소년자원봉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봉사 온 학생들은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자원봉사의 의미를 적어봅니다.
그리고 장애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스스로 결정합니다.
일대일 짝을 이뤄 함께 생활합니다.
찰흙놀이도 하고 같이 운동합니다.
짝꿍을 위해 서로 장기자랑도 준비합니다.
장애학생들도 몇 달 전부터 춤을 준비했습니다.
말은 잘 못하지만 춤은 자신 있습니다.
<인터뷰> "(누가 제일 좋아요?) 당연히 짝꿍 지...지연이요. (아 짝꿍 지연이?) 네. (어땠어요? 어떻게 좋아요?) 막 놀아주고.. 잘해주고 그래서요.”
드디어 장기자랑시간 어느덧 형제처럼 친해졌습니다.
여기선 누가 장애가 있는 지, 누가 공부를 잘하는 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가 조금 다를 뿐입니다.
봉사를 하러 오지 않았더라면 내 옆 짝꿍을 모자란 아이로 그냥 손가락질 할 수도 있었는데...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사람도 있는데 난 왜 불평했는지... 봉사하러 왔다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인터뷰>박주연(자원봉사자/고1) : “솔직히 그동안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을 표출 못했는데 장애 친구들 보니까 아 그 친구들도 하는 데 나도 나라고 못할게 없겠구나 해서 서로 즐겁게 춤도 추고 의사소통도 하고 그래서 더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8년째 이어지고 있는 더불어 행복하기 프로그램, 올해도 8대1의 경쟁률이었습니다.
<인터뷰>박미숙(자원봉사 지도교사) : "아 친구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거 몰랐다 내가 지금처럼 이런 생활하면 안 되겠구나 자기 생각이 변화가 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어떤 방향이든 와서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자원봉사프로그램도 한쪽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운다는 봉사학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뷰>박경이(세하의집 원장) : "자원봉사자의 개념이 과거에는 어떤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개념이었지만 앞으로 자원봉사자 미래사회의 자원봉사자 개념은 서로 뭔가 주고받을 수 있는 상생의 개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 개발뿐 아니라 학교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방학 중이지만 봉사동아리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먼저 선생님의 사전교육.
<녹취> “어떤 봉사활동을 나가면 좋을지를 얘들아 짜보자”
학생들 스스로 자원봉사를 계획합니다.
<녹취> “할머니들 되게 좋아하셔. 말동무 해 드리는 거. 양로원에서 말동무 해드리면...아 파스 사 가야지. 몇 개 사가지?”
구체적 계획을 발표합니다.
<녹취> “저희조가 할 봉사활동영역은 일손 돕기입니다. 2학기 중간고사를 피해서 10월8일에 하기로 정했고요. 저번에 가본 정신지체장애인 수용시설 녹향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러운 체험이 중요합니다.
미국 '인디펜던트 섹터'의 연구에 의하면 아동.
청소년기에 자원봉사경험자의 70%가 성인이 되서도 봉사를 하는 반면, 어린 시절 경험이 없는 사람의 참여율은 37%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최재희(시흥중 2학년) :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따라서 몇번 가봤는데 익숙해지니까 휴일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가는 편이에요."
자원봉사의 시작은 가정과 학교입니다.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학교와 기관들이 준비가 되더라도 현재는 이를 연결해 줄 전문조직이 없습니다.
행안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복지부가 자원봉사를 모두 따로따로 관리합니다.
각 부처마다 다른 4개의 자원봉사 사이트는 봉사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행안부 산하 시군구 248개 자원봉사센터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자원봉사센터가 있는 지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바뀔 때마다 자원봉사센터장도 70% 이상 물갈이 되다보니 봉사체계의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우영화(볼런티어21 교육국장)
지역아동센터에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왔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며 아름다운 벽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같은 재능기부가 늘면서 자원봉사의 종류와 형태도 많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20살 이상 국민의 자원봉사 참가 비율은 20%.
영국의 59%,호주의 34%에 한참 모자랍니다.
<인터뷰>이중헌(인하대 3학년) : "제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보고 자원봉사 하라고 하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시간 없다고 하는데 사실 술 마실 시간의 10분의 1 정도만 투자해도 봉사하는데 큰 지장이 없거든요. 여기와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술만 마시는 것보다 좋으니까 시작하는 용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2008년 행안부 조사결과 한해 자원봉사의 총 경제적 가치는 7조 3896억 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또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공동체 해체 등의 사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자원봉사의 힘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였습니다.
<인터뷰>남기철(동덕여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 "자원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는 착한 사람 덕성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민의식을 교육하고 그런 시민 의식을 성숙시키는 하나의 교육의 과정이고 시민 참여의 하나의 발현입니다."
자원봉사는 무엇보다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점수로 강제하기보다는, 쉽고 자연스럽게 참여하면서도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점수제 자원봉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자원봉사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자연스런 일상의 습관으로 인식될 때, 진정으로 그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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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 억지봉사?
-
- 입력 2011-08-29 08:43:40
서울의 한 전철역. 학생들이 띠를 두르고 개표구 근처에 서 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할 일 없이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40분 서 있다가 20분 휴식.
무엇을 하는가 했더니 자원봉사활동입니다.
<인터뷰> “봉사활동 신청을 늦게 해서 할 게 없어서 친구가 신청해서 하게 됐어요. (꼭 해야돼요?) 네, 8시간 무조건 채워야 돼요”
이번엔 동사무소에서 봉사활동 한 학생에게 물었습니다.
<인터뷰> "(보람되요?) 보람은 안 되죠. (그런데 왜 해요?) 봉사시간 맞추려고요. (지금 친구들 대부분이 그래요?) 네.”
자원봉사, 말 그대로 스스로 원해서 하는 봉사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청소년 자원봉사는 봉사확인서를 받기 위해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억지봉사가 돼 버렸습니다.
청소년 자원봉사의 실태를 들여다봤습니다.
중학교 3학년 박예찬 군, 3년 내내 여러 봉사활동을 했지만, 인상에 남는 건 양로원 봉사활동 한 번뿐입니다.
<인터뷰>박예찬(중3) : “그래도 그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한 거 같고 다른 거는 다 그냥 억지로 했어요. 봉사시간 채우려고 했는데 그거는 진짜 하고 싶어서 했어요”
고입 내신 성적 산출에서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1년에 18시간씩, 3년 동안 봉사활동을 해야 합니다.
때문에 부모들이 나서서 자원봉사에 대한 정보를 먼저 챙기기도 합니다.
<인터뷰>최정이(박예찬 어머니) : “먼저 엄마들이 정보가 빨라야지 아이들 봉사시간도 많이 채울 수 있으니까 아이들이 하기 보다는 엄마들이 먼저 나서서 찾아줘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 때문에 보람 있는 봉사활동보다는 쉽고 시간 때우기식 봉사에 몰리고, 부모가 자원봉사를 한 뒤 학생 이름으로 봉사확인서를 발급받는 편법도 행해집니다.
<인터뷰>박천수(예찬 아버지) : “시간 수를 채워서 자원봉사를 어떤 의무감으로 해내는 부분들이 참 보기가 안타깝습니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의 자원봉사 동기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64%가 '내신성적 반영을 위해' 하게 됐다고 답했습니다.
봉사활동 학생들을 유치하는 공공기관이나 사회복지시설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자원봉사 하겠다고 학생들이 몰리지만, 막상 시킬 일도, 교육할 인력도 마땅치 않습니다.
<인터뷰>김경식(행복한홈스쿨 센터장) : "일반 복지기관들은 특별한 기관들을 빼고서는 거의 소수의 인원으로 많은 일들을 해요. 그래서 봉사자들을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이렇게 이렇게 해야 된다고 하는 것들은 극히 어려운 경우죠."
무엇보다 학생들에게 자발성이 없다는 게 아쉬운 점입니다.
<인터뷰>박수미(생활복지사) : "성적 때문에 아이들이 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학교에서도 성적을 인정해 주려면 좀 제대로 된 교육을 사전에 시키고 보내 주셔야 하지 않을까. 봉사에 대해선 전혀 몰라요."
청소년 자원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창의성과 인성 함양을 위해 지난 1995년 '531교육개혁'에서 도입됐습니다.
지난 2006년에는 자원봉사기본법이 제정돼 봉사활동이 강화, 의무화됐습니다.
그러나 의무화만 됐지 제대로 된 봉사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많지 않습니다.
<인터뷰>남기철(동덕여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 "현재까지는 그저 자원봉사활동에 참여만 하면 된다는 식으로 양적으로 늘리는데만 급급하다 보니까 시민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혹은 청소년들에게는 미래사회의 지도력으로 시민의식을 함양하는 교육적 효과를 가지는 질적인 콘텐츠를 갖추지 못했습니다."
하드웨어는 구축됐지만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겁니다.
정신지체장애학생 교육기관 세하의 집입니다.
이곳에서 '더불어 행복하기'란 주제로 청소년자원봉사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봉사 온 학생들은 먼저 자신이 생각하는 자원봉사의 의미를 적어봅니다.
그리고 장애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스스로 결정합니다.
일대일 짝을 이뤄 함께 생활합니다.
찰흙놀이도 하고 같이 운동합니다.
짝꿍을 위해 서로 장기자랑도 준비합니다.
장애학생들도 몇 달 전부터 춤을 준비했습니다.
말은 잘 못하지만 춤은 자신 있습니다.
<인터뷰> "(누가 제일 좋아요?) 당연히 짝꿍 지...지연이요. (아 짝꿍 지연이?) 네. (어땠어요? 어떻게 좋아요?) 막 놀아주고.. 잘해주고 그래서요.”
드디어 장기자랑시간 어느덧 형제처럼 친해졌습니다.
여기선 누가 장애가 있는 지, 누가 공부를 잘하는 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가 조금 다를 뿐입니다.
봉사를 하러 오지 않았더라면 내 옆 짝꿍을 모자란 아이로 그냥 손가락질 할 수도 있었는데... 그리고 이렇게 어려운 사람도 있는데 난 왜 불평했는지... 봉사하러 왔다가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갑니다.
<인터뷰>박주연(자원봉사자/고1) : “솔직히 그동안 안에 가지고 있는 것을 표출 못했는데 장애 친구들 보니까 아 그 친구들도 하는 데 나도 나라고 못할게 없겠구나 해서 서로 즐겁게 춤도 추고 의사소통도 하고 그래서 더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8년째 이어지고 있는 더불어 행복하기 프로그램, 올해도 8대1의 경쟁률이었습니다.
<인터뷰>박미숙(자원봉사 지도교사) : "아 친구들이 이렇게 살고 있는 거 몰랐다 내가 지금처럼 이런 생활하면 안 되겠구나 자기 생각이 변화가 되는 경우를 굉장히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어떤 방향이든 와서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인 것 같아요."
자원봉사프로그램도 한쪽이 베푸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배운다는 봉사학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인터뷰>박경이(세하의집 원장) : "자원봉사자의 개념이 과거에는 어떤 누가 누구를 도와준다는 개념이었지만 앞으로 자원봉사자 미래사회의 자원봉사자 개념은 서로 뭔가 주고받을 수 있는 상생의 개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원봉사 프로그램 개발뿐 아니라 학교의 노력도 중요합니다.
방학 중이지만 봉사동아리 학생들이 모였습니다.
먼저 선생님의 사전교육.
<녹취> “어떤 봉사활동을 나가면 좋을지를 얘들아 짜보자”
학생들 스스로 자원봉사를 계획합니다.
<녹취> “할머니들 되게 좋아하셔. 말동무 해 드리는 거. 양로원에서 말동무 해드리면...아 파스 사 가야지. 몇 개 사가지?”
구체적 계획을 발표합니다.
<녹취> “저희조가 할 봉사활동영역은 일손 돕기입니다. 2학기 중간고사를 피해서 10월8일에 하기로 정했고요. 저번에 가본 정신지체장애인 수용시설 녹향원에서 하기로 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자연스러운 체험이 중요합니다.
미국 '인디펜던트 섹터'의 연구에 의하면 아동.
청소년기에 자원봉사경험자의 70%가 성인이 되서도 봉사를 하는 반면, 어린 시절 경험이 없는 사람의 참여율은 37%에 불과합니다.
<인터뷰>최재희(시흥중 2학년) :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따라서 몇번 가봤는데 익숙해지니까 휴일마다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가는 편이에요."
자원봉사의 시작은 가정과 학교입니다.
프로그램이 마련되고 학교와 기관들이 준비가 되더라도 현재는 이를 연결해 줄 전문조직이 없습니다.
행안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복지부가 자원봉사를 모두 따로따로 관리합니다.
각 부처마다 다른 4개의 자원봉사 사이트는 봉사자에게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행안부 산하 시군구 248개 자원봉사센터가 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자원봉사센터가 있는 지 시민들은 잘 알지 못합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바뀔 때마다 자원봉사센터장도 70% 이상 물갈이 되다보니 봉사체계의 일관성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터뷰>우영화(볼런티어21 교육국장)
지역아동센터에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찾아왔습니다.
한 여름 뙤약볕 아래 땀을 흘리며 아름다운 벽화를 만들어냅니다.
이 같은 재능기부가 늘면서 자원봉사의 종류와 형태도 많이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20살 이상 국민의 자원봉사 참가 비율은 20%.
영국의 59%,호주의 34%에 한참 모자랍니다.
<인터뷰>이중헌(인하대 3학년) : "제가 너무 좋아서 친구들보고 자원봉사 하라고 하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시간 없다고 하는데 사실 술 마실 시간의 10분의 1 정도만 투자해도 봉사하는데 큰 지장이 없거든요. 여기와서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술만 마시는 것보다 좋으니까 시작하는 용기가 중요한 것 같아요."
2008년 행안부 조사결과 한해 자원봉사의 총 경제적 가치는 7조 3896억 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또 재난재해로 인한 피해, 경제적 사회적 양극화, 공동체 해체 등의 사회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힘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는 자원봉사의 힘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였습니다.
<인터뷰>남기철(동덕여대 사회복지전공 교수) : "자원봉사활동의 진정한 의미는 착한 사람 덕성이라기보다는 시민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시민의식을 교육하고 그런 시민 의식을 성숙시키는 하나의 교육의 과정이고 시민 참여의 하나의 발현입니다."
자원봉사는 무엇보다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을 점수로 강제하기보다는, 쉽고 자연스럽게 참여하면서도 봉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따라서 지금의 점수제 자원봉사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자원봉사는 특별한 활동이 아니라, 자연스런 일상의 습관으로 인식될 때, 진정으로 그 효과를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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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기자 kjinwo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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