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언론, 선거에 빠지다

입력 2011.09.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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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달초 불거진 안철수 열풍이 추석 연휴가 지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치인들과 다른 참신한 이미지와 새로운 비전 등이 이른바 '안풍'의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하지만 우리 언론들은 앞다투어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안철수가 친여냐 친야냐, 안풍이 어느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냐를 분석하기에 바빴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우리 언론들이 간과하고 넘어간 것은 아닌지, 이승준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안철수 교수의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안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안 교수가 이렇게 부각된 계기는 어떻게 볼 수 있습니까?

<답변>

안철수 교수는 다 아시다시피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면서 일약 유명 기업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안 교수의 기업적 선행이 언론을 통해 다양하게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습니다.

IT전문가이자 CEO로 또 대학교수로 젊은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고있는 안철수 교수.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1일, 한 인터넷 매체가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결심이 임박했다고 보도하면서부텁니다.

<녹취>오마이뉴스(9월 1일) : "안 교수의 한 측근은 1일 <오마이뉴스>기자를 만나“안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결심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후보가 아닌 제 3지대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가 나온 직후, 안철수 연구소 명의의 트위터에는 해당 기사가 안철수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다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쯤 뒤 이 트윗이 사라지면서 안 교수의 시장출마설이 더 힘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일부 조간들이 안 교수의 시장 출마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결국 안 교수는 출마를 고심하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출마를 검토하는 이유도 함께 밝혔습니다.

<녹취>KBS 뉴스9(9월 2일) : "대통령이라면 한 사람이 크게 많이 바꿀 수 있는데 저는 뭐 그럴 생각은 없고요. 시장도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게 많잖아요? 국회와는 다르게."

이후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여론조사 실시했고, 안 교수가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6일, 안철수 교수는 박원순 변호사와 두어 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지지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녹취>KBS 뉴스9(9월 6일) : "저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일파만파를 일으킨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논란이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됐습니다.

<질문> 사실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는데 언론도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우리 언론은 주로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안을 보도했습니까?

<답변>

이번 사안에 대한 기성 정당의 반응, 그리고 각 정파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구요, 여론조사도 경쟁적으로 기사화 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의 자격이나 능력을 검증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출마설이 나온 직후 방송은 주로 기존 정치권의 반응을 앞 다퉈 보도했습니다.

<녹취>KBS 보도

<녹취>MBC(9월 5일) : "초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자 정치권은 여-야 모두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SBS(9월 2일) : "정치권은 이해득실을 따지기 위해 황급히 주판을 꺼내들었습니다. 다들 걱정이 앞섭니다."

신문들은 경쟁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처음에는 서울시장으로서 안철수의 지지률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고, 박원순 변호사와 단일화 뒤에는 어느 정도 지지률이 옮겨갈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또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기존 정당들에 미칠 손익계산에 주목했습니다.

<녹취>조선(9월 3일 5면) :"후보 많을수록 나쁠 것 없지만 막판에 야와 연대 땐 부담" 야 "표 잠식 가능성 있지만 야권 지지층 결집 이끌어낼 수도"

<녹취>중앙(9월 3일 4면) :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한나라 당과의 일대일 구도 현성은 무산되고, 20~30대 젊은 층과 반한나당 유권자 층을 상당 부분 잠식당할 것이라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반면 안 교수 자체를 조망한 기사는 경향신문의 기사 두어 건을 제외하면 찾아 보기 힘들었습니다.

<녹취>경향신문 :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중도에 가깝다. '갈등조정' 정치 고유역할 잘 해낼지 의문도"

미디어 비평이 안철수 교수의 출마설이 처음 나온 이후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안 교수의 출마에 대한 여야의 입장과 향후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기사가 전체기사의 3분의2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정작 안철수 개인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인터뷰>최민성(교수) : "안철수가 지향하는 정치는 무엇이고 안철수가 지향하는 국가관은 무엇인가 깊이 분석하고 국민들에게 이것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거기에는 소홀하고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접근으로 안철수를 기존의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그런 지형 속에서 다뤘다는 것 이것이 우리 언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아니었는가."

<질문> 이번 사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정작 안철수 열풍이 왜 생겼는지, 의미는 뭔지, 또 안철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같은 문제들일텐데, 정치적으로만 바라보다보면 이런 부분들은 소홀히 다뤄지지 않습니까?

<답변>

네. 사실 안 교수는 그 동안 각종 칼럼이나 청춘콘서트, 트위터 등을 통해 여러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들을 많이 밝혀 왔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은 안 교수의 철학이나 비전을 보여주기 보다는, 친여냐 친야냐라는 관점에서 안 교수를 재단하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지난5일 안철수 교수가 현재 집권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적 성향의 언론들은 일제히 '반한나라'라고 안철수 교수를 규정했습니다.

<녹취> 안철수 반 한나라 선언(조선 9월 6일 3면) 반 한나라 안철수 (중앙 9월 6일 1면) 안-박 손잡고 '반한나라'로(동아 2010, 9,6)

일부 언론에서는 안 교수의 말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녹취>조선(9월 7일 4면) :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전 집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면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불과 이틀 전에 ‘한나라당은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했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녹취>한겨레(9월 6일 26면) : "시장출마 문제를 갖고 대중앞에 선 첫날 그는 여야 양쪽에 다 문제가 있다고 했다가 이내 한나라당 응징을 단언했고 이틀 뒤에 다시 한나라당 응징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한정된다고 말했다. (중략) 정치영역에서는 모호한 정치 언어가 신념 체계의 일관성을 의심하도록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는 자신이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을 좌우로 구분하지 말아줄 것을 주문해 왔습니다.

<녹취>안철수(8월 12일 창원 청춘콘서트) : "굳이 좌파 우파 나눠야 한다면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눠야 한다고 이제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상식파인데요."

안 교수는 그동안 경제적 문제, 특히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소신을 밝혀왔습니다.

<녹취>주간경향 인터뷰(2011.8.9) : "규제 철폐 좋다. 그렇지만 규제만 철폐하고 감시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불법적인 약탈 행위를 방조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어요. 결국 대기업에 특혜만 주고 그냥 놔두다 보니까 중소기업은 불공정 거래 관행에 빠져서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 아닙니까?"

하지만 북한이나 안보 문제 등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지닐 수 있니고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틀로는 안철수 교수의 생각과 비전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최민성(한신대 교수) : "단순한 이분법적 구조로 설명하는 순간 국민들이 지지했던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언론에서 다루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거죠. 대안적 질서, 대안적인 영역 같은 것들이 언론에 등장할 때 언론들이 지금처럼 이분법적 구도로 다뤄버린다면 우리 사회의 풍부함을 언론이 스스로 사장시켜버리는 그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질문> 안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습인데, 요즘에는 언론들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안 교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정작 안 교수 본인은 대권 출마는 가당치도 않다며, 출마 가능성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연휴가 지난 지금까지도 안 교수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가 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며 자신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직후.

일부 언론들은 일제히 '역할분담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을 맡고, 안 교수는 대권을 노린다는 설명입니다.

<녹취>중앙(7일 4면) : "오히려 안 원장이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서울시장 출마를 접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훨씬 우세하다. 소위 대선 안철수 서울시장 박원순이란 역할 분담론이다."

일부 언론은 안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한 것을 두고 대선을 위해 잘 짜인 각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녹취>동아(9월 7일 2면) : "회견장 미리 빌려놓고 '극적 단일화' 연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안, 2시간 뒤 박과 단일화 논의.. 이미 정해놓고 연막작전설도..."

대권에 대한 추측성 기사가 계속되자 결국 안 교수는 지난 7일 자신에게 대권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녹취>KBS 뉴스9(9월 7일) : "아뇨 전혀요 제가 지금 시장 선거만으로도 고심하고 있던 참이라서요."

<녹취>MBC 9시(9월 7일/최장원 기자) : "대통령은 아무나 합니까? 그 정도면 답을 드린 거죠?"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오히려 대선출마 가능성을 부각했습니다.

<녹취>중앙(9.8 2면) : "<안철수 “박근혜 생각해본 적 없다” 10분 뒤 “좋은 정치인”> (정치할) 여지가 남아있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은 생각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두 번이나 ‘지금은’ 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장기적으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결국 안 원장이 자신에 대한 지지 여론 추이를 지켜보다 대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언론들은 안 교수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지지율을 비교하는 여론 조사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신문 가운데는 조선 동아, 국민 등이 박 전 대표와 안 교수의 가상 대결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방송도 MBC와 SBS가 여론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흥미를 유발하는 대결 구도 만들기보다는 차분한 현상 분석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김형준(명지대 교수) : "안철수 교수에 왜 사람들이 열광했느냐에 대한 심층적 조사가 있어야 된다. 신드롬이라고 하면 신드롬이 왜 일어났는지 그 신드롬을 정말로 움직이는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그런 것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예측해보고 정치권은 뭘 하고 이러한 보도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안철수 돌풍은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이 파장이 의미있는 울림이 되려면 왜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 지 돌아보고, 기성 정치권의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 언론이 과연 얼마나 이같은 역할을 해냈는지 되돌아 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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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풍’…언론, 선거에 빠지다
    • 입력 2011-09-17 10: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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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달초 불거진 안철수 열풍이 추석 연휴가 지난 뒤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정치인들과 다른 참신한 이미지와 새로운 비전 등이 이른바 '안풍'의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하지만 우리 언론들은 앞다투어 여론조사를 실시하며 안철수가 친여냐 친야냐, 안풍이 어느 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냐를 분석하기에 바빴습니다.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것들을 우리 언론들이 간과하고 넘어간 것은 아닌지, 이승준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질문> 안철수 교수의 출마설이 불거지면서 이른바 안풍이 불기 시작했는데, 안 교수가 이렇게 부각된 계기는 어떻게 볼 수 있습니까? <답변> 안철수 교수는 다 아시다시피 의사의 길을 포기하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해 무료로 배포하면서 일약 유명 기업인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안 교수의 기업적 선행이 언론을 통해 다양하게 소개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게 됐습니다. IT전문가이자 CEO로 또 대학교수로 젊은 세대들로부터 인기를 한 몸에 받고있는 안철수 교수.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처음 불거진 건 지난 1일, 한 인터넷 매체가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결심이 임박했다고 보도하면서부텁니다. <녹취>오마이뉴스(9월 1일) : "안 교수의 한 측근은 1일 <오마이뉴스>기자를 만나“안 교수가 서울시장 출마결심을 사실상 굳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후보가 아닌 제 3지대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도가 나온 직후, 안철수 연구소 명의의 트위터에는 해당 기사가 안철수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다는 내용이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한 시간쯤 뒤 이 트윗이 사라지면서 안 교수의 시장출마설이 더 힘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다음 날 일부 조간들이 안 교수의 시장 출마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결국 안 교수는 출마를 고심하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출마를 검토하는 이유도 함께 밝혔습니다. <녹취>KBS 뉴스9(9월 2일) : "대통령이라면 한 사람이 크게 많이 바꿀 수 있는데 저는 뭐 그럴 생각은 없고요. 시장도 한 사람이 바꿀 수 있는 게 많잖아요? 국회와는 다르게." 이후 언론들은 경쟁적으로 여론조사 실시했고, 안 교수가 압도적인 지지율 1위를 차지하면서 정치적 파장이 커졌습니다. 하지만 지난 6일, 안철수 교수는 박원순 변호사와 두어 시간에 걸친 대화 끝에 기자회견을 열고,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지지와 함께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녹취>KBS 뉴스9(9월 6일) : "저는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로써 일파만파를 일으킨 안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논란이 표면적으로는 일단락됐습니다. <질문> 사실 안철수 바람을 일으키는데 언론도 일조했다고도 볼 수 있는데, 우리 언론은 주로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이번 사안을 보도했습니까? <답변> 이번 사안에 대한 기성 정당의 반응, 그리고 각 정파의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기사가 압도적으로 많았구요, 여론조사도 경쟁적으로 기사화 했습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의 자격이나 능력을 검증하는 기사는 거의 없었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출마설이 나온 직후 방송은 주로 기존 정치권의 반응을 앞 다퉈 보도했습니다. <녹취>KBS 보도 <녹취>MBC(9월 5일) : "초반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원장이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자 정치권은 여-야 모두 안절부절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SBS(9월 2일) : "정치권은 이해득실을 따지기 위해 황급히 주판을 꺼내들었습니다. 다들 걱정이 앞섭니다." 신문들은 경쟁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처음에는 서울시장으로서 안철수의 지지률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고, 박원순 변호사와 단일화 뒤에는 어느 정도 지지률이 옮겨갈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또 안철수에 대한 지지가 기존 정당들에 미칠 손익계산에 주목했습니다. <녹취>조선(9월 3일 5면) :"후보 많을수록 나쁠 것 없지만 막판에 야와 연대 땐 부담" 야 "표 잠식 가능성 있지만 야권 지지층 결집 이끌어낼 수도" <녹취>중앙(9월 3일 4면) : "안 원장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한나라 당과의 일대일 구도 현성은 무산되고, 20~30대 젊은 층과 반한나당 유권자 층을 상당 부분 잠식당할 것이라는 게 야권의 판단이다." 반면 안 교수 자체를 조망한 기사는 경향신문의 기사 두어 건을 제외하면 찾아 보기 힘들었습니다. <녹취>경향신문 :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중도에 가깝다. '갈등조정' 정치 고유역할 잘 해낼지 의문도" 미디어 비평이 안철수 교수의 출마설이 처음 나온 이후 언론 보도를 분석한 결과, 안 교수의 출마에 대한 여야의 입장과 향후 정치권에 미치는 파장에 대한 기사가 전체기사의 3분의2 가량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정작 안철수 개인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인터뷰>최민성(교수) : "안철수가 지향하는 정치는 무엇이고 안철수가 지향하는 국가관은 무엇인가 깊이 분석하고 국민들에게 이것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이 거기에는 소홀하고 다분히 정치공학적인 접근으로 안철수를 기존의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그런 지형 속에서 다뤘다는 것 이것이 우리 언론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아니었는가." <질문> 이번 사태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정작 안철수 열풍이 왜 생겼는지, 의미는 뭔지, 또 안철수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같은 문제들일텐데, 정치적으로만 바라보다보면 이런 부분들은 소홀히 다뤄지지 않습니까? <답변> 네. 사실 안 교수는 그 동안 각종 칼럼이나 청춘콘서트, 트위터 등을 통해 여러 사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이나 관점들을 많이 밝혀 왔습니다. 그런데 언론들은 안 교수의 철학이나 비전을 보여주기 보다는, 친여냐 친야냐라는 관점에서 안 교수를 재단하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지난5일 안철수 교수가 현재 집권여당에 대해 비판적인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적 성향의 언론들은 일제히 '반한나라'라고 안철수 교수를 규정했습니다. <녹취> 안철수 반 한나라 선언(조선 9월 6일 3면) 반 한나라 안철수 (중앙 9월 6일 1면) 안-박 손잡고 '반한나라'로(동아 2010, 9,6) 일부 언론에서는 안 교수의 말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녹취>조선(9월 7일 4면) : "안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 전 집을 나서면서 기자들에게 ‘한나라당이 건전한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면 지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불과 이틀 전에 ‘한나라당은 응징을 당해야 한다’고 했던 것과는 달라진 태도다." <녹취>한겨레(9월 6일 26면) : "시장출마 문제를 갖고 대중앞에 선 첫날 그는 여야 양쪽에 다 문제가 있다고 했다가 이내 한나라당 응징을 단언했고 이틀 뒤에 다시 한나라당 응징은 이번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한정된다고 말했다. (중략) 정치영역에서는 모호한 정치 언어가 신념 체계의 일관성을 의심하도록 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안철수 교수는 자신이 개별 사안에 따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자신을 좌우로 구분하지 말아줄 것을 주문해 왔습니다. <녹취>안철수(8월 12일 창원 청춘콘서트) : "굳이 좌파 우파 나눠야 한다면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눠야 한다고 이제 누군가 물어보면 저는 상식파인데요." 안 교수는 그동안 경제적 문제, 특히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대해서는 진보적인 소신을 밝혀왔습니다. <녹취>주간경향 인터뷰(2011.8.9) : "규제 철폐 좋다. 그렇지만 규제만 철폐하고 감시 기능을 강화하지 않으면 불법적인 약탈 행위를 방조하는 결과가 나온다고 했어요. 결국 대기업에 특혜만 주고 그냥 놔두다 보니까 중소기업은 불공정 거래 관행에 빠져서 양극화가 더 심해진 것 아닙니까?" 하지만 북한이나 안보 문제 등에서는 보수적인 입장을 지닐 수 있니고 있다고 말해 왔습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틀로는 안철수 교수의 생각과 비전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최민성(한신대 교수) : "단순한 이분법적 구조로 설명하는 순간 국민들이 지지했던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언론에서 다루기가 굉장히 어려워지는 거죠. 대안적 질서, 대안적인 영역 같은 것들이 언론에 등장할 때 언론들이 지금처럼 이분법적 구도로 다뤄버린다면 우리 사회의 풍부함을 언론이 스스로 사장시켜버리는 그런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을까." <질문> 안풍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습인데, 요즘에는 언론들이 유력한 대권주자로 안 교수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 않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정작 안 교수 본인은 대권 출마는 가당치도 않다며, 출마 가능성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석연휴가 지난 지금까지도 안 교수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결을 가상한 여론조사가 계속 보도되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하며 자신은 서울시장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직후. 일부 언론들은 일제히 '역할분담론'을 들고 나왔습니다.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을 맡고, 안 교수는 대권을 노린다는 설명입니다. <녹취>중앙(7일 4면) : "오히려 안 원장이 내년 대선 출마를 위해 서울시장 출마를 접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훨씬 우세하다. 소위 대선 안철수 서울시장 박원순이란 역할 분담론이다." 일부 언론은 안 교수가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한 것을 두고 대선을 위해 잘 짜인 각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녹취>동아(9월 7일 2면) : "회견장 미리 빌려놓고 '극적 단일화' 연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던 안, 2시간 뒤 박과 단일화 논의.. 이미 정해놓고 연막작전설도..." 대권에 대한 추측성 기사가 계속되자 결국 안 교수는 지난 7일 자신에게 대권은 가당치 않은 일이라고 못박았습니다. <녹취>KBS 뉴스9(9월 7일) : "아뇨 전혀요 제가 지금 시장 선거만으로도 고심하고 있던 참이라서요." <녹취>MBC 9시(9월 7일/최장원 기자) : "대통령은 아무나 합니까? 그 정도면 답을 드린 거죠?" 그런데도 일부 언론은 이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오히려 대선출마 가능성을 부각했습니다. <녹취>중앙(9.8 2면) : "<안철수 “박근혜 생각해본 적 없다” 10분 뒤 “좋은 정치인”> (정치할) 여지가 남아있느냐”고 묻자 그는 “지금은 생각이 없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두 번이나 ‘지금은’ 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장기적으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결국 안 원장이 자신에 대한 지지 여론 추이를 지켜보다 대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언론들은 안 교수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고, 박근혜 전 대표와의 지지율을 비교하는 여론 조사도 잇따라 발표했습니다. 신문 가운데는 조선 동아, 국민 등이 박 전 대표와 안 교수의 가상 대결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방송도 MBC와 SBS가 여론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언론이 흥미를 유발하는 대결 구도 만들기보다는 차분한 현상 분석이 절실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김형준(명지대 교수) : "안철수 교수에 왜 사람들이 열광했느냐에 대한 심층적 조사가 있어야 된다. 신드롬이라고 하면 신드롬이 왜 일어났는지 그 신드롬을 정말로 움직이는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그런 것을 토대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 예측해보고 정치권은 뭘 하고 이러한 보도도 좀 나왔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안철수 돌풍은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이 파장이 의미있는 울림이 되려면 왜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었는 지 돌아보고, 기성 정치권의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로 삼는 과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리 언론이 과연 얼마나 이같은 역할을 해냈는지 되돌아 봐야 할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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