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텐산의 품에서 숨쉬는 신장

입력 2011.09.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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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국 신장하면 사막과 황량한 황무지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렇지만 서역으로 이어지는 비단길이 개척됐던, 동서 문물의 교차로 같은 곳이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이 척박한 지역에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문화가 발흥할 수 있었던 것은 설산으로 불리는 거대한 텐산산맥 덕이라고 합니다.

텐산의 품에서 살아가는 신장 사람들을 손관수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이제는 문화상품이 된 신장지역의 민속춤과 화려한 공연들... 이들의 의상과 율동적인 춤은 중국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앙아시아의 초원문화와 아라비안나이트의 사막 문화가 융화된 듯한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한반도의 8배가 넘는 크기의 신장은 대부분이 이러한 황무지와 사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지붕은 평평하고.. 바람이 통하는 것보다 뜨거운 햇살을 막기에 유리한 창고와 같은 흙집을 짓고.. 나무를 지붕에 올려 더위를 막는 방법으로 위그르인들은 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은 이들에게 생존의 고통이기도 했지만 그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의 근원은 바로 거대한 텐산산맥입니다. 텐산산맥은 신장 동부지역에서 발원해 투르판, 우르무치를 거쳐 북으로는 카자흐스탄 국경까지 서쪽으로는 기르기즈스탄까지 이어집니다. 신장사람들은 텐산을 생명의 근원으로 여겨 어머니산으로 부릅니다.

<인터뷰> 왕홍지에(신장 역사문화연구가):“중국인들이 장강과 황허를 어머니강이라 부르듯, 신장 사람들은 텐산을 어머니산이라 비유해서 부릅니다. 이곳의 산천초목, 또 사람들 모두 텐산이 양육했기 때문이죠.”

우르무치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텐산의 천지.. 우리 백두산 천지와 똑같은 이름을 쓰는 텐산의 천지 역시 칼데라호로 빙산과 만년설 덕에 일년 내내 수량이 풍부합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고산의 호수를 보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납니다.

<인터뷰> 뤼궈창(쟝시성 거주):“계속 와보고 싶었습니다. 먼 지역에 있잖아요. 천지가 주는 느낌은 손으로 하늘까지도 닿을 수 있을 듯한 그런 건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 어렵군요.”

한여름 날씨가 갑자기 겨울처럼 차가워질 정도로 천지 주변은 변화 무쌍합니다.

<인터뷰> 유람선 관리인;“가장 큰 특징요? 아침엔 솜옷을 입고 오후엔 비단을 걸치고, 아침엔 화로를 껴안고 오후엔 수박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온차가 큰 거죠. 좀 전까지 더웠는데 지금 비가 오니까 한기가 몰아쳐 오잖아요?”

천지의 신비로부터 영험을 얻으려 했던 것인지 이곳은 예번부터 불교, 도교 사원이 번성했고, 유목민들의 안식처이기도 했습니다.

텐산산맥 천지 호수면은 1920미터입니다. 이 천지의 물은 신장 동북지역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이 척박한 땅에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풍성한 물길이 이어지는 곳마다에는 농작물이 풍성하게 익어가고.. 여유롭게 계곡까지 내려가 물을 머금는 소들의 풍경은 목가적이기까지 합니다. 바로 이곳에서 신장의 초원문화가 꽃피었습니다. 드넓은 초원에선 방목한 소들이 목동들의 꿈을 키우고 우리안에선 순하기 그지없는 양들이 한가롭게 살찌고.. 친구 사귀는게 가장 어렵고 아쉽다는 수줍은 카자흐 아가씨는 벌써 겨울 준비로 바쁩니다.

<인터뷰> 짜이나(카자흐족):“여름과 가을 풀 벨 때가 가장 바쁩니다. (뭐하는 거죠?) 풀을 베서 겨울에 양과 소 먹을 것 준비해 놓는 거죠.”

이전엔 재난이었을 뿐인 신장의 강한 바람도 이제는 또다른 축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골바람을 이용한 발전기에 태양열까지 이용한 친환경 자가발전으로 이지역 가로등엔 따로 전기를 공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대한 풍력 발전소는 신장이 내세우는 친환경 산업의 상징입니다.

이곳은 우르무치에서 투르판으로 이어지는 주요길목입니다. 이곳 사람들이 펑코우, 바람골이라 부르는 이곳에 바로 동양 최대의 풍력 발전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이 바람이 센것은 신장 남쪽지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양쪽 텐산산맥에 막히며 오로지 이곳 계곡 지역을 통해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빠르고 강한 바람을 이용해 무려 80킬로미터에 걸쳐 수천개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니우지앤펑(신장 티엔펑발전회사):“이전에는 우리 발전소 규모가 제일 컸었죠. 92년에 세웠고요. 작년까지 규모를 확장했는데, 좀 오래된 편이지만 설비용량은 한 9만킬로와트 됩니다.”

이곳의 5개의 발전회사가 생산하는 전기량은 연간 9000만 킬로와트입니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의 제12차 5개년 계획기간 동안 이곳에 현재의 4배에 달하는 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입니다.

신장은 대륙이 융기하기 전 원래 바다지역이었습니다. 그 증거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소금호수입니다. 희끗 희끗한 호숫가는 소금이 퇴적해서 생긴 것으로 이러한 퇴적물을 퍼내 가공하면 바로 소금이 됩니다.

<인터뷰> 종수취앤(소금 가공 공장장):“소금호수 밑에 자원이 있습니다. 거기서 매일 파내온 원재료를 이리 가져와 녹여주고, 증발하는 과정을 거쳐 소금으로 만드는 거죠.”

매년 화학용 소금 10만톤, 식용은 3만톤 정도를 생산하는데 공장장은 소금의 질이 좋다며 자랑이 대단합니다.

이런 자연의 축복아래 신장사람들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각종 먹을거리는 파는 야시장은 해가 지기 전부터 흥청거립니다.

<녹취>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양고기 구운것, 삶은 닭 다 있어요.”

신장의 특산이 된 양꼬치 구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닭이며 생선이며.. 다양한 먹거리로 하루의 피로를 풉니다.

<녹취> “우리집 닭 신선하고 큽니다. 저기 보세요. 저기 쌔까맣게 앉은 손님들.. 다 우리집 닭 먹는 거예요..”

밤이 깊어질수록 흥취는 더 고조됩니다.

<녹취>“자자 한잔 합시다.”

이러한 정열과 소박함, 인생을 즐기는 습관 때문인지 위구르 마을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이 많습니다. 마을 마실을 다녀 오는 이 정정하신 할아버지는 놀랍게도 올해 나이가 104세입니다. 8년전까지도 일을 했고 지금도 심심하면 밭에 나가 일손을 돕기까지 합니다.

<인터뷰> 바이커리( 104세):“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고, 노동을 해 온 것이 이렇게 장수하게 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장지역에 넘쳐나는 각종 과일도 고기를 즐겨먹는 이지역 사람들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만큼 순하다는 낙타들의 고향이기도 한 신장.. 당나라 시절 이곳을 거친 비단길 개척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 순박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의 이들 낙타 덕분이었습니다.

위그르 선남 선녀들의 경쾌하고 강렬한 율동은... 오랜 역사 기간 동안 이 땅의 주인이 바로 자신들이었음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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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드투데이] 텐산의 품에서 숨쉬는 신장
    • 입력 2011-09-18 08:57:4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중국 신장하면 사막과 황량한 황무지가 먼저 떠오르는데요.. 그렇지만 서역으로 이어지는 비단길이 개척됐던, 동서 문물의 교차로 같은 곳이기도 하죠? 그렇습니다. 이 척박한 지역에 생명이 뿌리를 내리고 문화가 발흥할 수 있었던 것은 설산으로 불리는 거대한 텐산산맥 덕이라고 합니다. 텐산의 품에서 살아가는 신장 사람들을 손관수 특파원이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이제는 문화상품이 된 신장지역의 민속춤과 화려한 공연들... 이들의 의상과 율동적인 춤은 중국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중앙아시아의 초원문화와 아라비안나이트의 사막 문화가 융화된 듯한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한반도의 8배가 넘는 크기의 신장은 대부분이 이러한 황무지와 사막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지붕은 평평하고.. 바람이 통하는 것보다 뜨거운 햇살을 막기에 유리한 창고와 같은 흙집을 짓고.. 나무를 지붕에 올려 더위를 막는 방법으로 위그르인들은 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은 이들에게 생존의 고통이기도 했지만 그 어느곳에서도 볼 수 없는 강인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줬습니다. 그리고 그 생명력의 근원은 바로 거대한 텐산산맥입니다. 텐산산맥은 신장 동부지역에서 발원해 투르판, 우르무치를 거쳐 북으로는 카자흐스탄 국경까지 서쪽으로는 기르기즈스탄까지 이어집니다. 신장사람들은 텐산을 생명의 근원으로 여겨 어머니산으로 부릅니다. <인터뷰> 왕홍지에(신장 역사문화연구가):“중국인들이 장강과 황허를 어머니강이라 부르듯, 신장 사람들은 텐산을 어머니산이라 비유해서 부릅니다. 이곳의 산천초목, 또 사람들 모두 텐산이 양육했기 때문이죠.” 우르무치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텐산의 천지.. 우리 백두산 천지와 똑같은 이름을 쓰는 텐산의 천지 역시 칼데라호로 빙산과 만년설 덕에 일년 내내 수량이 풍부합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고산의 호수를 보려는 관광객들로 넘쳐납니다. <인터뷰> 뤼궈창(쟝시성 거주):“계속 와보고 싶었습니다. 먼 지역에 있잖아요. 천지가 주는 느낌은 손으로 하늘까지도 닿을 수 있을 듯한 그런 건데, 오늘은 날씨가 흐려 어렵군요.” 한여름 날씨가 갑자기 겨울처럼 차가워질 정도로 천지 주변은 변화 무쌍합니다. <인터뷰> 유람선 관리인;“가장 큰 특징요? 아침엔 솜옷을 입고 오후엔 비단을 걸치고, 아침엔 화로를 껴안고 오후엔 수박을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기온차가 큰 거죠. 좀 전까지 더웠는데 지금 비가 오니까 한기가 몰아쳐 오잖아요?” 천지의 신비로부터 영험을 얻으려 했던 것인지 이곳은 예번부터 불교, 도교 사원이 번성했고, 유목민들의 안식처이기도 했습니다. 텐산산맥 천지 호수면은 1920미터입니다. 이 천지의 물은 신장 동북지역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이 척박한 땅에 생명수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풍성한 물길이 이어지는 곳마다에는 농작물이 풍성하게 익어가고.. 여유롭게 계곡까지 내려가 물을 머금는 소들의 풍경은 목가적이기까지 합니다. 바로 이곳에서 신장의 초원문화가 꽃피었습니다. 드넓은 초원에선 방목한 소들이 목동들의 꿈을 키우고 우리안에선 순하기 그지없는 양들이 한가롭게 살찌고.. 친구 사귀는게 가장 어렵고 아쉽다는 수줍은 카자흐 아가씨는 벌써 겨울 준비로 바쁩니다. <인터뷰> 짜이나(카자흐족):“여름과 가을 풀 벨 때가 가장 바쁩니다. (뭐하는 거죠?) 풀을 베서 겨울에 양과 소 먹을 것 준비해 놓는 거죠.” 이전엔 재난이었을 뿐인 신장의 강한 바람도 이제는 또다른 축복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골바람을 이용한 발전기에 태양열까지 이용한 친환경 자가발전으로 이지역 가로등엔 따로 전기를 공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대한 풍력 발전소는 신장이 내세우는 친환경 산업의 상징입니다. 이곳은 우르무치에서 투르판으로 이어지는 주요길목입니다. 이곳 사람들이 펑코우, 바람골이라 부르는 이곳에 바로 동양 최대의 풍력 발전소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지역이 바람이 센것은 신장 남쪽지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양쪽 텐산산맥에 막히며 오로지 이곳 계곡 지역을 통해 통과하기 때문입니다. 이 빠르고 강한 바람을 이용해 무려 80킬로미터에 걸쳐 수천개의 풍력 발전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니우지앤펑(신장 티엔펑발전회사):“이전에는 우리 발전소 규모가 제일 컸었죠. 92년에 세웠고요. 작년까지 규모를 확장했는데, 좀 오래된 편이지만 설비용량은 한 9만킬로와트 됩니다.” 이곳의 5개의 발전회사가 생산하는 전기량은 연간 9000만 킬로와트입니다. 중국 정부는 2015년까지의 제12차 5개년 계획기간 동안 이곳에 현재의 4배에 달하는 설비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입니다. 신장은 대륙이 융기하기 전 원래 바다지역이었습니다. 그 증거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소금호수입니다. 희끗 희끗한 호숫가는 소금이 퇴적해서 생긴 것으로 이러한 퇴적물을 퍼내 가공하면 바로 소금이 됩니다. <인터뷰> 종수취앤(소금 가공 공장장):“소금호수 밑에 자원이 있습니다. 거기서 매일 파내온 원재료를 이리 가져와 녹여주고, 증발하는 과정을 거쳐 소금으로 만드는 거죠.” 매년 화학용 소금 10만톤, 식용은 3만톤 정도를 생산하는데 공장장은 소금의 질이 좋다며 자랑이 대단합니다. 이런 자연의 축복아래 신장사람들은 인생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각종 먹을거리는 파는 야시장은 해가 지기 전부터 흥청거립니다. <녹취> “어서오세요. 어서오세요. 양고기 구운것, 삶은 닭 다 있어요.” 신장의 특산이 된 양꼬치 구이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고.. 닭이며 생선이며.. 다양한 먹거리로 하루의 피로를 풉니다. <녹취> “우리집 닭 신선하고 큽니다. 저기 보세요. 저기 쌔까맣게 앉은 손님들.. 다 우리집 닭 먹는 거예요..” 밤이 깊어질수록 흥취는 더 고조됩니다. <녹취>“자자 한잔 합시다.” 이러한 정열과 소박함, 인생을 즐기는 습관 때문인지 위구르 마을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장수촌이 많습니다. 마을 마실을 다녀 오는 이 정정하신 할아버지는 놀랍게도 올해 나이가 104세입니다. 8년전까지도 일을 했고 지금도 심심하면 밭에 나가 일손을 돕기까지 합니다. <인터뷰> 바이커리( 104세):“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고, 노동을 해 온 것이 이렇게 장수하게 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신장지역에 넘쳐나는 각종 과일도 고기를 즐겨먹는 이지역 사람들의 건강 유지에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양만큼 순하다는 낙타들의 고향이기도 한 신장.. 당나라 시절 이곳을 거친 비단길 개척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 순박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의 이들 낙타 덕분이었습니다. 위그르 선남 선녀들의 경쾌하고 강렬한 율동은... 오랜 역사 기간 동안 이 땅의 주인이 바로 자신들이었음을 말없이 웅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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