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세계 경제’ 국제사회 공조만이 해법

입력 2011.09.26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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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암흑천지로 빠져들자 막판 구원자로 각국 정치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위기가 워낙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된 탓에 개별 국가나 경제 주체들이 독자적으로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세계는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위기 타개를 위한 공조 노력에 나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나 상당수 국가의 선거 변수 때문에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각국 정치권이 선거전에 묻혀 경제 현안에 우유부단하게 대처한다면 위기는 순식간에 심각한 국면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임계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각국 정치권이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생겨 국제사회가 극적으로 반전해 공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대선ㆍ총선이 금융시장 리스크 악화

유로존 17개 국가 중 핀란드와 스페인, 슬로베니아, 프랑스 등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스페인, 슬로베니아, 프랑스는 같은 해에 총선도 있다.

미국은 11월 대선이 있고 우리나라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다.

이들 국가를 포함해 내년에 총선이나 대선이 예정된 나라는 60여개국이다.

2013년에는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총선이 예정돼 있다. 이탈리아는 그해 대선도 치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금융시장에 큰 호재다. 정부가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친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거가 경제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여러 선거를 앞둔 유로존에서는 정치권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쳐 있다.

이번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정건전성 확보인데도 정치권이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환부에 메스를 들이대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국제통화기금 등의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을 받으려고 내놓은 긴축 조치는 엄청난 역풍을 가져왔다. 국민의 거센 반발로 긴축조치 방안의 시행에 진통을 겪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 지원에 소극적인 것도 다른 나라 채무 부담을 짊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여론 때문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6일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 원칙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하겠지만, 선거가 가깝다 보니 각국 정부와 정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소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연금을 깎거나 고용을 줄이는 등 고통을 감수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정치 지도자에게는 정치 생명을 걸 정도로 큰 리스크다. 특히 선거가 있는 전환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국제공조 당분간 난망

복잡하게 얽힌 국제사회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면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 공조가 필요하다.

시기적으로 가장 임박한 리더십의 시험대는 오는 29일 예정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에 대한 독일 연방 하원의 표결이다. 이 EFSF 증액안은 10월까지 14개국의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최근 독일 ZDF 방송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5%가 유럽재정안정기금의 변화를 반대해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당면한 세계 경기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리더십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재정위기가 해결되려면 독일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위기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치 지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미국 경기부양책의 의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야당인 공화당이 재정건전성을 추구하며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에 보수적인 견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경제정책 이슈가 '복지'에 집중돼 있지만, 실물 경제 지표가 악화한 사실을 확인하고서 우려가 커지면 의제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 이광상 국제ㆍ거시금융연구실 부부장은 "유로존 국가든, 미국 내 정당이든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리더십이 나와줘야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정책 공조를 이뤄낼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금융위기가 전이돼 실물경제가 나빠진 것이 확인된다면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생겨 오히려 정책 공조가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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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퇴양난 세계 경제’ 국제사회 공조만이 해법
    • 입력 2011-09-26 06:22:42
    연합뉴스
세계 경제가 암흑천지로 빠져들자 막판 구원자로 각국 정치권이 주목을 받고 있다. 금융위기가 워낙 심각한 수준으로 진행된 탓에 개별 국가나 경제 주체들이 독자적으로 손을 쓰기에는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세계는 주요 국가 지도자들이 위기 타개를 위한 공조 노력에 나서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으나 상당수 국가의 선거 변수 때문에 전망이 그다지 밝지는 않다. 각국 정치권이 선거전에 묻혀 경제 현안에 우유부단하게 대처한다면 위기는 순식간에 심각한 국면으로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임계 상황으로 치닫는다면 각국 정치권이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생겨 국제사회가 극적으로 반전해 공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대선ㆍ총선이 금융시장 리스크 악화 유로존 17개 국가 중 핀란드와 스페인, 슬로베니아, 프랑스 등은 내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스페인, 슬로베니아, 프랑스는 같은 해에 총선도 있다. 미국은 11월 대선이 있고 우리나라도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있다. 이들 국가를 포함해 내년에 총선이나 대선이 예정된 나라는 60여개국이다. 2013년에는 경제위기의 진원지인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총선이 예정돼 있다. 이탈리아는 그해 대선도 치러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금융시장에 큰 호재다. 정부가 우호적인 여론 형성을 위해 재정을 확대하고 친시장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선거가 경제 리스크를 키울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여러 선거를 앞둔 유로존에서는 정치권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부닥쳐 있다. 이번 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재정건전성 확보인데도 정치권이 국민의 눈치를 보느라 환부에 메스를 들이대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국제통화기금 등의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을 받으려고 내놓은 긴축 조치는 엄청난 역풍을 가져왔다. 국민의 거센 반발로 긴축조치 방안의 시행에 진통을 겪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유로존 지원에 소극적인 것도 다른 나라 채무 부담을 짊어지는 것을 싫어하는 여론 때문이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6일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면 원칙에 입각한 의사 결정을 하겠지만, 선거가 가깝다 보니 각국 정부와 정당이 이해관계에 따라 의사 결정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소 최성근 선임연구원은 "연금을 깎거나 고용을 줄이는 등 고통을 감수하는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정치 지도자에게는 정치 생명을 걸 정도로 큰 리스크다. 특히 선거가 있는 전환기에는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국제공조 당분간 난망 복잡하게 얽힌 국제사회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려면 국가 지도자의 리더십 공조가 필요하다. 시기적으로 가장 임박한 리더십의 시험대는 오는 29일 예정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안에 대한 독일 연방 하원의 표결이다. 이 EFSF 증액안은 10월까지 14개국의 의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 최근 독일 ZDF 방송사의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75%가 유럽재정안정기금의 변화를 반대해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당면한 세계 경기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리더십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위원은 "재정위기가 해결되려면 독일이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위기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정치 지형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11월 미국 경기부양책의 의회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야당인 공화당이 재정건전성을 추구하며 정부 지출을 늘리는 경기부양책에 보수적인 견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경제정책 이슈가 '복지'에 집중돼 있지만, 실물 경제 지표가 악화한 사실을 확인하고서 우려가 커지면 의제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 금융연구원 이광상 국제ㆍ거시금융연구실 부부장은 "유로존 국가든, 미국 내 정당이든 정치적 합의를 이끌어낼 리더십이 나와줘야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국민의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가 고조될수록 정책 공조를 이뤄낼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도 있다. 대신증권 김윤기 경제조사실장은 "금융위기가 전이돼 실물경제가 나빠진 것이 확인된다면 정치권에서는 국민을 설득할 명분이 생겨 오히려 정책 공조가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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