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현 “세계에 내 음악 알리고 싶다”

입력 2011.09.26 (14: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한국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 공통의 록 문화에 다가가는데 주안점을 뒀어요. 비로소 제 음악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의욕이 불타네요. 이 앨범이 국내 음악계에서도 (후배들이 예술성 있는 음악을 하는) 새로운 지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신중현(73)이 오는 27일 월드 앨범 ’아름다운 강산:대한민국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Psychedelic Rock Sound)’의 전세계 출시에 앞서 이같은 바람을 전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해외 시장에서 첫 앨범을 선보이는 그는 26일 신사동 ’펜더(Fender) 커스컴숍 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대중음악계 초창기부터 걸어오면서 세계적인 음악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음악을 해왔다"며 "몇번 좌절을 겪으며 실망도 했고 오랜 세월 고생도 했다. 운이 좋은 건지 (음반을 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이번 월드 앨범은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음반사인 ’라이트 인 디 애틱(Light In The Attic)’과 2년여의 준비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전세계 숨은 뮤지션의 희귀 음반을 발굴해 발매해 온 ’라이트 인 디 애틱’은 2009년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인 ’펜더’가 신중현에게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최초, 전세계적으로는 여섯번째로 기타를 헌정한 소식을 듣고 그를 주목했다.



신중현의 음악을 접한 이 음반사의 맷 설리번(Matt Sullivan) 대표는 "신중현 씨는 록 역사상 유명한 지미 헨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에 비길 뮤지션"이라며 "1960년대 전후 한국에 이런 음악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신중현을 음악 혁명가로 생각한다"며 축하 영상을 통해 음반 발매를 제의한 배경을 전했다.

앨범에는 신중현이 1958년부터 1974년 사이에 발표한 명곡 14곡이 리마스터링 돼 수록됐다.



김정미의 ’햇님(The Sun)’, 장현의 ’기다려주오(Please Wait)’, 박인수의 ’봄비(Spring Rain)’, 바니걸스의 ’하필 그 사람(Why That Person?)’, 신중현과 더맨의 ’아름다운 강산(Beautiful River and Mountains)’ 등이 담겼다.



일부 곡은 음원이 소실돼 LP를 복각, 디지털 음원으로 바꾸고 리마스터링하는 작업을 거쳤다.



신중현은 "’라이트 인 디 애틱’이 내가 보낸 음원 중 선곡했는데 이 시기의 음악을 택한 건 옛날 음악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기는 내가 연주와 작곡 등에서 가장 의욕이 넘치던 때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다"고 소개했다.



수록곡 중 ’제이 블루스 세븐티 투(J’ Blues 72)’는 영국 배우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 ’유어 시스터즈 시스터(Your Sister’s Sister)’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삽입될 예정이다. 신중현의 음악을 접한 영화 제작진이 제안을 해왔다는 게 펜더의 국내 수입사인 기타네트의 전언이다.

이날 신중현은 오랜 시간 한국적인 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록은 공통의 요소를 갖고 있어 세계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음악이면서 영국, 미국, 독일 등 각 나라의 고유문화를 얹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나도 1970년대 전후 한국적인 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한국 음악의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 공통의 록 문화에 다가가는 걸 주안점으로 뒀다. 음반사도 이걸 공감했으니 앨범을 출시한 거라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를 ’뒷방 늙은이’ ’나이 들어 소외된 음악인’이라고 칭했지만 이 앨범 발매를 계기로 해외 무대에 서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비록 늙었지만 제 음악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의욕이 불타고 있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양한 무대에서 좋은 연주를 통해 제 음악성을 선보이고 싶어요."



이어 그는 "제2의 음악을 준비하고 있다"며 "세월이 가며 음악은 익어가는 것이기에 내가 선보일 기타 주법과 소리는 무한대다. 펜더 기타를 헌정받았으니 대가를 치러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발표할 제2의 음악을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의 예술성을 강조하며 후배 뮤지션들을 향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진정한 음악은 예술성의 깊이가 있어야 해요. 요즘 후배들은 음악을 잘하고 자질이 많지만 1950년대 중반부터 미8군에서 세계적인 음악을 다뤄온 저처럼 그런 세계를 이해할 기회가 없어 방향 감각을 잃었죠. 요즘은 댄스 뮤직에 치중하는 한류란 영역이 생겨 거기에 집중하는데 그것 말고 진정한 음악성이 있는 음악 세계가 분명 있습니다. 세계적인 음악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어요."



그는 장남인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출연 중인 KBS 2TV ’톱밴드’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밴드 뮤지션들을 조명하는 흐름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런 방송 무대가 시초가 돼 발전한다면 좋은 음악 세계가 형성될 것이므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선후배 뮤지션들이 함께 하다보면 진정한 음악이 어떤 것인지 생겨날 것이어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국내 기획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한 결과인 한류와 달리 해외 유명 음반사가 신중현 씨 음악의 가치를 먼저 평가하고 앨범 발매 제의를 해왔다는 게 고무적"이라며 "K팝이 댄스 일변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앨범을 통해 한국에도 전통있는 록 음악이 있다는 걸 알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신중현 “세계에 내 음악 알리고 싶다”
    • 입력 2011-09-26 14:29:54
    연합뉴스
 "오랜 시간 한국적인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 공통의 록 문화에 다가가는데 주안점을 뒀어요. 비로소 제 음악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의욕이 불타네요. 이 앨범이 국내 음악계에서도 (후배들이 예술성 있는 음악을 하는) 새로운 지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록의 대부’인 기타리스트 신중현(73)이 오는 27일 월드 앨범 ’아름다운 강산:대한민국 신중현의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Psychedelic Rock Sound)’의 전세계 출시에 앞서 이같은 바람을 전했다.

고희를 넘긴 나이에 해외 시장에서 첫 앨범을 선보이는 그는 26일 신사동 ’펜더(Fender) 커스컴숍 쇼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대중음악계 초창기부터 걸어오면서 세계적인 음악인이 되겠다는 포부를 갖고 음악을 해왔다"며 "몇번 좌절을 겪으며 실망도 했고 오랜 세월 고생도 했다. 운이 좋은 건지 (음반을 내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기뻐했다.

이번 월드 앨범은 미국 시애틀에 위치한 음반사인 ’라이트 인 디 애틱(Light In The Attic)’과 2년여의 준비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전세계 숨은 뮤지션의 희귀 음반을 발굴해 발매해 온 ’라이트 인 디 애틱’은 2009년 세계적인 기타 브랜드인 ’펜더’가 신중현에게 아시아 뮤지션으로는 최초, 전세계적으로는 여섯번째로 기타를 헌정한 소식을 듣고 그를 주목했다.

신중현의 음악을 접한 이 음반사의 맷 설리번(Matt Sullivan) 대표는 "신중현 씨는 록 역사상 유명한 지미 헨드릭스와 에릭 클랩튼에 비길 뮤지션"이라며 "1960년대 전후 한국에 이런 음악이 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신중현을 음악 혁명가로 생각한다"며 축하 영상을 통해 음반 발매를 제의한 배경을 전했다.
앨범에는 신중현이 1958년부터 1974년 사이에 발표한 명곡 14곡이 리마스터링 돼 수록됐다.

김정미의 ’햇님(The Sun)’, 장현의 ’기다려주오(Please Wait)’, 박인수의 ’봄비(Spring Rain)’, 바니걸스의 ’하필 그 사람(Why That Person?)’, 신중현과 더맨의 ’아름다운 강산(Beautiful River and Mountains)’ 등이 담겼다.

일부 곡은 음원이 소실돼 LP를 복각, 디지털 음원으로 바꾸고 리마스터링하는 작업을 거쳤다.

신중현은 "’라이트 인 디 애틱’이 내가 보낸 음원 중 선곡했는데 이 시기의 음악을 택한 건 옛날 음악이 진정한 음악이라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기는 내가 연주와 작곡 등에서 가장 의욕이 넘치던 때다.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다"고 소개했다.

수록곡 중 ’제이 블루스 세븐티 투(J’ Blues 72)’는 영국 배우 에밀리 블런트가 주연을 맡은 할리우드 영화 ’유어 시스터즈 시스터(Your Sister’s Sister)’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에 삽입될 예정이다. 신중현의 음악을 접한 영화 제작진이 제안을 해왔다는 게 펜더의 국내 수입사인 기타네트의 전언이다.
이날 신중현은 오랜 시간 한국적인 록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록은 공통의 요소를 갖고 있어 세계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음악이면서 영국, 미국, 독일 등 각 나라의 고유문화를 얹을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나도 1970년대 전후 한국적인 록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한국 음악의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 공통의 록 문화에 다가가는 걸 주안점으로 뒀다. 음반사도 이걸 공감했으니 앨범을 출시한 거라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스로를 ’뒷방 늙은이’ ’나이 들어 소외된 음악인’이라고 칭했지만 이 앨범 발매를 계기로 해외 무대에 서고 싶다는 포부도 전했다.
"비록 늙었지만 제 음악성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싶은 의욕이 불타고 있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양한 무대에서 좋은 연주를 통해 제 음악성을 선보이고 싶어요."

이어 그는 "제2의 음악을 준비하고 있다"며 "세월이 가며 음악은 익어가는 것이기에 내가 선보일 기타 주법과 소리는 무한대다. 펜더 기타를 헌정받았으니 대가를 치러야 할 숙제가 남아있다.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든 발표할 제2의 음악을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음악의 예술성을 강조하며 후배 뮤지션들을 향한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진정한 음악은 예술성의 깊이가 있어야 해요. 요즘 후배들은 음악을 잘하고 자질이 많지만 1950년대 중반부터 미8군에서 세계적인 음악을 다뤄온 저처럼 그런 세계를 이해할 기회가 없어 방향 감각을 잃었죠. 요즘은 댄스 뮤직에 치중하는 한류란 영역이 생겨 거기에 집중하는데 그것 말고 진정한 음악성이 있는 음악 세계가 분명 있습니다. 세계적인 음악을 해달라는 주문을 하고 싶어요."

그는 장남인 기타리스트 신대철이 출연 중인 KBS 2TV ’톱밴드’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밴드 뮤지션들을 조명하는 흐름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런 방송 무대가 시초가 돼 발전한다면 좋은 음악 세계가 형성될 것이므로 높이 평가하고 있다"며 "선후배 뮤지션들이 함께 하다보면 진정한 음악이 어떤 것인지 생겨날 것이어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대중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국내 기획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한 결과인 한류와 달리 해외 유명 음반사가 신중현 씨 음악의 가치를 먼저 평가하고 앨범 발매 제의를 해왔다는 게 고무적"이라며 "K팝이 댄스 일변도로 알려져 있지만 이런 앨범을 통해 한국에도 전통있는 록 음악이 있다는 걸 알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