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괜찮냐며 부축해주더니 갑자기…”

입력 2011.09.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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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부녀자들에게 강도짓을 벌이는 몹쓸 범죄가 적지 않다지만 이건 죄질이 나쁘기가 특히 심각한 것 같습니다.

밤늦은 시각 홀로 귀가하는 30~40대 여성들을 일부러 차로 친 뒤 부축하는 척 하며 금품을 빼앗기를 일삼은 혐의로 30대 남자가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사람을 일부러 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하다니 정말 고약한데 왜 이런 짓까지 저지른 건가요?

<기자멘트>

결국은 돈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30대 피의자는 가출 뒤 마땅한 일자리 없이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 돈이 떨어지자 범죄를 마음먹었습니다.

저항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부녀자를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승용차로 사람을 들이받아 쓰러뜨리고는 도와주겠다며 접근했습니다.

강제로 금품을 빼앗고 달아나거나 납치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10여 차례나 범행을 일삼은 끝에 결국 경찰에 꼬리가 잡혔습니다.

<리포트>

한 승용차 내부에 설치된 CCTV에 녹화된 화면입니다.

느닷없이 차량 바로 앞에서 여성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허겁지겁 차에 올라타더니 황급히 차를 몰고 어디론가 달아납니다.

전남 순천시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부녀자 상대 강도 범행 장면입니다.

지난 5일, 새벽 2시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초등학교 부근.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부 42살 김모 씨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봉변을 당했습니다.

뒤따라오던 차량이 김 씨를 갑자기 들이받았고 김 씨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습니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쓰러진 김 씨를 부축했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경찰서 강력 4팀) : "'괜찮으세요?' 라고 물은 다음에 바로 핸드백을 강취했습니다."

김 씨를 살펴보는가 싶던 남성 운전자는 느닷없이 김 씨 가방을 낚아채 그대로 차에 올라탄 뒤 달아났습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주부 41살 정모 씨 역시 비슷한 수법에 강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20일 새벽 2시 가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등 뒤에서 나타난 차가 정 씨를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녹취> 정 00(피해자) : "차가 당연히... 사람이 멍청하지 않은 이상 차가 오면 차가 오는 줄 알죠."

뒤따르던 차는 갑자기 정 씨를 덮쳤고 자동차 바퀴에 발목을 치여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녹취> 정 00(피해자) : "제가 걸어가는데, 제 앞으로 차를 탁 들이댔죠. 앞으로 탁. 나는 (차가) 지나가면서 그냥 사람 못 보고, 저를 친 줄 알았죠. "

정 씨가 일어나려는 순간 운전자 30대 남성은 차에서 내려 정 씨를 부축했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경찰서 강력 4팀) : "차량으로 부딪힌 이후에 차에서 내려서 피해자한테 '괜찮으세요?' 병원에 같이 갑시다.' 그래서 차량 조수석에 태웠습니다."

몹시 미안해하며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정 씨는 선뜻 차에 올라탔습니다.

차에 탄 정 씨가 휴대전화를 드는 순간, 운전자는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경찰서 강력 4팀) : "휴대 전화를 뺏은 다음에 깨진 병으로 목을 겨누면서 '가진 것 다 내놔라'"

남자는 흉기로 정 씨의 목을 겨누며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겁에 질린 정 씨가 핸드백을 내놓자 남자는 정 씨를 결박한 뒤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정 씨는 정신을 가다듬고 남자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훈(형사/순천 경찰서 강력 4팀) : "'젊은 사람이 이런 짓 하면 안 된다, 열심히, 성실히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지' (피해자의) 이 말에 심경의 변화를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박된 것을 풀어줬습니다."

남자는 정 씨의 가방을 열어 현금 21만원을 빼앗은 뒤 정 씨를 길가에 버려둔 채 달아났습니다.

차량 강도 사건이 비슷한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결정적 단서는 피해자들이 신고한 차량 번호였고 추적 끝에 범행에 사용된 차량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 경찰서 강력 4팀) : "도난이 된 차량이라 그 차량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이렇게 발견이 된 거죠."

경찰은 탐문 끝에 주택가에 주차된 도난 차량을 발견했고, 결국 차에 올라타던 피의자 31살 이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가출한 채 찜질방 등을 전전해오다 생활비가 떨어지자 범행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 경찰서 강력 4팀) : "일용직으로 뭐 다른, 용접이라든지 이런 걸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좀 눈치가 많이 보여서 그래서 집을 나와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 씨는 심야 시간 인적이 뜸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홀로 귀가하는 30~40대 여성만을 먹잇감으로 노렸습니다.

차로 치어 정신을 어지럽힌 뒤 부축해주는 시늉을 하다가 금품을 빼앗아 달아나거나 자동차로 납치해 돈을 뜯어냈습니다.

김 씨가 저지른 차량 강도는 이번 달 사이 10여 차례에 이릅니다.

<녹취> 피의자 녹취 : "(부녀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 모르겠습니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범행에는 훔친 차량만을 이용했습니다.

범행 장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방범용 CCTV가 없는 장소를 미리 찾아 범행을 저지르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훈(형사/순천 경찰서 강력 4팀) : "방범 CCTV도 없고, 가로등도 없고. 심야시간에 통행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장소를 범행지로 선택해서 거기서 대기한 거죠."

경찰은 이 씨를 강도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한 뒤 추가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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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9-27 09: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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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멘트> 부녀자들에게 강도짓을 벌이는 몹쓸 범죄가 적지 않다지만 이건 죄질이 나쁘기가 특히 심각한 것 같습니다. 밤늦은 시각 홀로 귀가하는 30~40대 여성들을 일부러 차로 친 뒤 부축하는 척 하며 금품을 빼앗기를 일삼은 혐의로 30대 남자가 붙잡혔습니다. 정수영 기자, 사람을 일부러 차로 들이받아 다치게 하다니 정말 고약한데 왜 이런 짓까지 저지른 건가요? <기자멘트> 결국은 돈 때문이었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30대 피의자는 가출 뒤 마땅한 일자리 없이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 돈이 떨어지자 범죄를 마음먹었습니다. 저항을 쉽게 제압할 수 있는 부녀자를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승용차로 사람을 들이받아 쓰러뜨리고는 도와주겠다며 접근했습니다. 강제로 금품을 빼앗고 달아나거나 납치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10여 차례나 범행을 일삼은 끝에 결국 경찰에 꼬리가 잡혔습니다. <리포트> 한 승용차 내부에 설치된 CCTV에 녹화된 화면입니다. 느닷없이 차량 바로 앞에서 여성 비명 소리가 들립니다. 누군가 허겁지겁 차에 올라타더니 황급히 차를 몰고 어디론가 달아납니다. 전남 순천시내에서 잇따라 발생한 부녀자 상대 강도 범행 장면입니다. 지난 5일, 새벽 2시 전남 순천시 조례동 한 초등학교 부근. 음식점을 운영하는 주부 42살 김모 씨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봉변을 당했습니다. 뒤따라오던 차량이 김 씨를 갑자기 들이받았고 김 씨는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습니다. 운전자는 차에서 내려 쓰러진 김 씨를 부축했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경찰서 강력 4팀) : "'괜찮으세요?' 라고 물은 다음에 바로 핸드백을 강취했습니다." 김 씨를 살펴보는가 싶던 남성 운전자는 느닷없이 김 씨 가방을 낚아채 그대로 차에 올라탄 뒤 달아났습니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주부 41살 정모 씨 역시 비슷한 수법에 강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지난 20일 새벽 2시 가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등 뒤에서 나타난 차가 정 씨를 바짝 따라붙었습니다. <녹취> 정 00(피해자) : "차가 당연히... 사람이 멍청하지 않은 이상 차가 오면 차가 오는 줄 알죠." 뒤따르던 차는 갑자기 정 씨를 덮쳤고 자동차 바퀴에 발목을 치여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녹취> 정 00(피해자) : "제가 걸어가는데, 제 앞으로 차를 탁 들이댔죠. 앞으로 탁. 나는 (차가) 지나가면서 그냥 사람 못 보고, 저를 친 줄 알았죠. " 정 씨가 일어나려는 순간 운전자 30대 남성은 차에서 내려 정 씨를 부축했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경찰서 강력 4팀) : "차량으로 부딪힌 이후에 차에서 내려서 피해자한테 '괜찮으세요?' 병원에 같이 갑시다.' 그래서 차량 조수석에 태웠습니다." 몹시 미안해하며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정 씨는 선뜻 차에 올라탔습니다. 차에 탄 정 씨가 휴대전화를 드는 순간, 운전자는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경찰서 강력 4팀) : "휴대 전화를 뺏은 다음에 깨진 병으로 목을 겨누면서 '가진 것 다 내놔라'" 남자는 흉기로 정 씨의 목을 겨누며 금품을 요구했습니다. 겁에 질린 정 씨가 핸드백을 내놓자 남자는 정 씨를 결박한 뒤 어디론가 끌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었지만 정 씨는 정신을 가다듬고 남자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김훈(형사/순천 경찰서 강력 4팀) : "'젊은 사람이 이런 짓 하면 안 된다, 열심히, 성실히 일을 해서 먹고 살아야지' (피해자의) 이 말에 심경의 변화를 많이 느낀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박된 것을 풀어줬습니다." 남자는 정 씨의 가방을 열어 현금 21만원을 빼앗은 뒤 정 씨를 길가에 버려둔 채 달아났습니다. 차량 강도 사건이 비슷한 지역에서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결정적 단서는 피해자들이 신고한 차량 번호였고 추적 끝에 범행에 사용된 차량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 경찰서 강력 4팀) : "도난이 된 차량이라 그 차량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이렇게 발견이 된 거죠." 경찰은 탐문 끝에 주택가에 주차된 도난 차량을 발견했고, 결국 차에 올라타던 피의자 31살 이모 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가출한 채 찜질방 등을 전전해오다 생활비가 떨어지자 범행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서동수(형사/순천 경찰서 강력 4팀) : "일용직으로 뭐 다른, 용접이라든지 이런 걸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좀 눈치가 많이 보여서 그래서 집을 나와서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이 씨는 심야 시간 인적이 뜸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홀로 귀가하는 30~40대 여성만을 먹잇감으로 노렸습니다. 차로 치어 정신을 어지럽힌 뒤 부축해주는 시늉을 하다가 금품을 빼앗아 달아나거나 자동차로 납치해 돈을 뜯어냈습니다. 김 씨가 저지른 차량 강도는 이번 달 사이 10여 차례에 이릅니다. <녹취> 피의자 녹취 : "(부녀자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있나요?) ... 모르겠습니다." 경찰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범행에는 훔친 차량만을 이용했습니다. 범행 장면을 들키지 않기 위해 방범용 CCTV가 없는 장소를 미리 찾아 범행을 저지르는 치밀함을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훈(형사/순천 경찰서 강력 4팀) : "방범 CCTV도 없고, 가로등도 없고. 심야시간에 통행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 장소를 범행지로 선택해서 거기서 대기한 거죠." 경찰은 이 씨를 강도 상해 등의 혐의로 구속한 뒤 추가 피해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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