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보도, ‘정쟁’에 갇히다

입력 2011.10.22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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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됐습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FTA 국회 비준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언론들도 각기 FTA 찬성, 반대의 입장차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죠.

이런 것보다는 냉정히 따져본 FTA의 득실, 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같은 것들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한미 FTA 보도, 뭐가 문젠지 이승준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이 기자. 한미 FTA는 우리 경제에 파급력이 굉장한 사안인데 언론 보도만 봐서는 어느 쪽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또 해야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더라고?

<답변>

네, 일단 FTA가 워낙 간단치 않은 통상 현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론들 간의 보도 태도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보수 성향 언론들은 대체로 찬성 입장을, 진보 성향 언론들은 보완을 해야된다는 엇갈린 시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지난 13일 아침 미 상원과 하원은 한미 FTA 이행법안을 의회 제출 엿새만에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2007년 협정 체결 이후 4년 6개월만입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보도는 성향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성향의 언론은 한미FTA를 통해 한국이 미국과 경제동맹을 맺은 통상대국으로 거듭났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조선 2011. 10.14 1면 :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은 세계 최악의 변방국가 한국이 세계 경제규모의 61%를 차지하는 지역들과 자유롭게 통상하고 서구 전체와 자유 통상하는 통상대국으로 발돋움했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반면 경향신문은 한미FTA를 '불평등, 불균형 협정'이라고 규정했고, 한겨레도 불평등 한미 FTA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경향 2011. 10.14 : "학계와 시민 농민단체 등에서는 미국 의회가 승인한 한미 FTA가 미국만을 위한 불평등 FTA라고 주장한다. FTA로 두 나라가 공평하게 나눠야 할 이익이 미국에 더 많이 돌아가 '강자의 논리에 굴복한 협정'이라는 것이다."


보수 언론은 공이 우리에게로 넘어온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것을 주문 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2011.10.13 34면 : "미국의 보호주의 바람...FTA 비준 더 미룰 수 없다."

<녹취> 조선일보 10.14 39면 : "한미 FTA, 대통령이 온 힘 쏟아 국회 협조 구하라."

<녹취> 동아일보 2011. 10.14 35면 : "한미 안보 경제동맹, 국익 극대화 발판 삼자 경제지들은 한층 더 단호한 어조로 즉각적인 국회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한경 2011.10. 14 :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여야합의로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나 해대고 있고,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한술 더 떠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날치기 전문 한나라당이 정작 날치기라도 해야할 만큼 다급한 FTA 비준안을 놓고는 누구 하나 총대를 멜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이다."

<녹취> 매경 2011. 10.14 39면 : "중소상인 보호와 농축산 피해 대책 등의 주장에 일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비준안 처리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다. 비준부터 하고 보완대책을 강구해도 될 것이다."

반면 진보성향의 언론은 성급한 처리가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야당의 적극적인 반대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경향 2011.10.15 23면 : "미상불 형식논리적으로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주권침해 요소가 있는 한미 FTA라면 결사적으로 저지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또 현실적으로 이를 수행할 세력은 민주당 밖에 없다."

미디어 비평이 지난 10일 이후 열흘 동안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의 FTA 관련기사의 논조를 분석해 본 결과, 사설의 경우 찬성과 반대 입장이 분명했고, 사실관계를 다루는 스트레이트성 기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드러났습니다.

<질문>

취재원이나 취재 자료까지도 입맛에 맞게 골라서 인용하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정파성이 짙어질수록 객관성과는 거리가 생길텐데요?

<답변>

사실 통계자료나 전문가들의 발언은 그나마 주어진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들이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나 성향에 맞는 전문가만을 골라 쓰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지난 8월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이 '한미 FTA 경제 효과 재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 보고서는 한미 FTA 발효로 실질 GDP는 5.66% 증가하고, 35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후 보수적 성향의 언론과 경제지들은 이 자료를 인용하며, 기대 섞인 전망을 쏟아냈습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 보고서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7월1일 발효된 한-EU FTA의 경우에도 정부 보고서와는 달리, 막상 시행을 해보니 석달간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신 한겨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낸 '한미 FTA의 경제적 가치'란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미국측이 예상한 대한 수출규모가 우리 예상의 10배이며, FTA로 미국이 오히려 40억 달러의 흑자를 본다는 내용입니다.

<녹취> 2011.10.15 5면 : "자동차 성과도 도루묵 만약 미국 쪽 전망대로 수입이 110억 달러나 늘어난다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될 뿐 아니라 관련 산업들의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또다른 자료인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나온 '한미 FTA 검토보고서'라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미 FTA가 오히려 한국의 재정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똑같은 자료에 대한 해석에도 차이가 납니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와 산업연구원 등은 지난해 연말 FTA 추가 협상 때문에 전체적으로 400억에서 450억 정도의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게 됐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보고서를 인용하면서도 약간의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FTA로 인한 전체 이익에 비하면 적은 규모라고 설명했고, 한 경제지는 감소폭이 미미하다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반면 같은 보고서에 대해 중앙일보는 연 459억을 날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놓고 자사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주로 끌어오거나 같은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해영(한신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가장 기본이 되는 게 통계인데, 이 중에서도 FTA에 따른 각종 추정되는 효과, 그걸 좀 지나치게 과정되게 만들어냄으로써 논란을 자초했다고 봐야죠. 예를 들어서 미국이라든지 유럽 같은 경우에 이 추정치를 제출하고 나서 이렇게까지 격렬한 토론과 논쟁이 있질 않거든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디어비평이 지난 14일 각 언론의 FTA 관련 기사에 사용한 인터뷰를 분석해 봤습니다.

보수 언론은 전경련이나 자동차공업협회 등 산업 경제단체를, 진보언론은 농민이나 노동단체 등을 인터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외부전문가의 경우,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언론이 같은 사람을 인터뷰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뷰> 최원목(이화여대 법학대학원 교수) : "언론 출연이라는 게 집단이 둘로 나눠지면 각 집단들의 추천을 받아서 전문가를 내세우기 때문에 정말 그 분야를 잘 아는 분은 따로 있는데 그 분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거죠. 그 분이 정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갖는다면 어떤 이익 집단에 속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질문>

일단 미 의회에서 통과는 됐고, 남은 건 우리 국회가 어떻게 하느냔데, 국회 처리를 놓고도 정쟁 얘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여야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소모적인 논쟁, 신경전이 상세히 알려진 반면, 왜 그런 논쟁이 생겼는지에 대한 보도는 적었습니다.

<녹취> KBS뉴스9 2011. 10.18일 보도 : "한미 FTA 비준동의안 논의를 위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석을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점거했습니다."

<녹취> SBS뉴스8 2011. 10.18일 보도 : "외통위원도 아니시잖아요. 왜 여기 와서 앉아계세요."

방송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실랑이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녹취> MBC 2011. 10.18일 보도 : "끝장 토론이 무산됐습니다."

방송들은 또 지난 18일에 있었던 국회 끝장토론이 회의 진행 방식 때문에 무산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떤 토론이 오갔는지, 토론의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야 정치권의 충돌 자체가 부각됐을 뿐 정작 쟁점은 무엇인지, 어떤 사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깊이있게 짚는 보도가 적기 때문에 FTA에 대한 건전한 여론 형성이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교수) : "왜 당신 위원장석을 점거 하냐, 일어나라, 가만두지 않겠다. 이런 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거든요. 왜 그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지, 왜 대립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무엇인지, 여야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여야가 주장하는 것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 그렇게 따지다보면 FTA의 본질에도 가까이 갈 수 있겠죠."

<질문>

물론 정치권의 논란도 관심사가 될 수 있지만 FTA가 미치는 영향, 문제점 등도 자세하게 전달해야 하지 않나요? 정파를 떠나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언론이 잊은 것 같습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FTA처럼 국익과 직결된 사안이 있을 경우 언론의 주요 역할 중의 하나가, 미리 예상되는 피해를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우리 언론은 한 마디로 낙제점을 받았다 할 수 있습니다.

FTA 협상이 타결된 지난 2007년 4월이후. 지난 4년 6개월 동안, 한미 FTA의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FTA로 인한 농업부문의 피햅니다.

FTA로 인한 농업 피해액은 10년차에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의료분야도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꼽힙니다.

보건복지부는 한미FTA 발효 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백억에서 11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복제약이나 개량 신약은 출시가 어려워져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같은 한미FTA로 인한 피해규모를 실증적으로 따져보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 보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중앙일간지 가운데는 유일하게 한국일보가 국내 대표적인 통상, 경제 전문가 10명을 긴급 설문조사해 FTA 피해대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2011.10.10. 1면) 방송가운데는 MBC가 한 꼭지를 할애해 농민과 중소상공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한미FTA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 날부터 엿새 동안 주요 신문에서는 대통령의 방미 동정이나 정치권 공방 기사가 대부분이었고 FTA의 득실을 따지거나 피해대책과 쟁점을 살피는 보도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교수) : "FTA를 통해서 우리 경제가 얻게 되는 이득과 경제가 받게 되는 손해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이득을 보는 집단과 피해를 보는 사람들과 이런 것들을 분석을 하고 만약에 피해를 본다면 어떻게 그들을 보상을 해줘야 되는지를 생각해야 되고 과연 FTA라는 것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로부터 시작을 해서 해야 된다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그것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된다는 것이죠. 그것이 언론권을 말할 자유를 언론인들에게 위탁한 국민들에게 해야 될 책무라고 생각이 됩니다."

또 상당수 언론에서 각 부문의 구체적인 피해와 피해 보전 대책 등에 대해서는 전체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소홀히 다뤘습니다.

주로 중산층의 소비 관점에서 FTA의 문제에 접근하거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등 산업부문의 이득을 부각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녹취> 동아 2011.10.14 4면 : "가장 관심을 끄는 업종은 단연 자동차산업이다. 한미 FTA로 자동차 분야에서만 대비 수출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7억 2200만 달러. 수입은 9700만 달러 늘어나 6억 2500만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심층기사의 실종이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과 전문성 부족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해영(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 "객관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피해 보는 이 계층이나 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판하고 감시도 하고,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언론도 이런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에서 좀 훈련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론 스스로가 전문가적 식견과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래야지 차츰차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거짓말 하는 걸 잡아낼 수 있는 거죠."

<앵커 멘트>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FTA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FTA가 일단 발효되고 나면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또 전체의 이익이라는 명분 속에 피해를 강요당하는 계층도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 언론이 FTA 찬성과 반대 어느 편을 들기에 앞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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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 FTA 보도, ‘정쟁’에 갇히다
    • 입력 2011-10-22 09:3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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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됐습니다. 우리 정치권에서도 FTA 국회 비준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언론들도 각기 FTA 찬성, 반대의 입장차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죠. 이런 것보다는 냉정히 따져본 FTA의 득실, 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 같은 것들이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한미 FTA 보도, 뭐가 문젠지 이승준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이 기자. 한미 FTA는 우리 경제에 파급력이 굉장한 사안인데 언론 보도만 봐서는 어느 쪽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또 해야하는 건지, 말아야 하는 건지 판단하기가 어렵더라고? <답변> 네, 일단 FTA가 워낙 간단치 않은 통상 현안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론들 간의 보도 태도에서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보수 성향 언론들은 대체로 찬성 입장을, 진보 성향 언론들은 보완을 해야된다는 엇갈린 시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 시각으로 지난 13일 아침 미 상원과 하원은 한미 FTA 이행법안을 의회 제출 엿새만에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습니다. 지난 2007년 협정 체결 이후 4년 6개월만입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언론의 보도는 성향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성향의 언론은 한미FTA를 통해 한국이 미국과 경제동맹을 맺은 통상대국으로 거듭났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녹취> 조선 2011. 10.14 1면 : "미국 의회의 한미 FTA 비준은 세계 최악의 변방국가 한국이 세계 경제규모의 61%를 차지하는 지역들과 자유롭게 통상하고 서구 전체와 자유 통상하는 통상대국으로 발돋움했음을 의미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반면 경향신문은 한미FTA를 '불평등, 불균형 협정'이라고 규정했고, 한겨레도 불평등 한미 FTA라고 평가했습니다. <녹취> 경향 2011. 10.14 : "학계와 시민 농민단체 등에서는 미국 의회가 승인한 한미 FTA가 미국만을 위한 불평등 FTA라고 주장한다. FTA로 두 나라가 공평하게 나눠야 할 이익이 미국에 더 많이 돌아가 '강자의 논리에 굴복한 협정'이라는 것이다." 보수 언론은 공이 우리에게로 넘어온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것을 주문 했습니다. <녹취> 중앙일보 2011.10.13 34면 : "미국의 보호주의 바람...FTA 비준 더 미룰 수 없다." <녹취> 조선일보 10.14 39면 : "한미 FTA, 대통령이 온 힘 쏟아 국회 협조 구하라." <녹취> 동아일보 2011. 10.14 35면 : "한미 안보 경제동맹, 국익 극대화 발판 삼자 경제지들은 한층 더 단호한 어조로 즉각적인 국회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한경 2011.10. 14 :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여야합의로 FTA 비준안을 통과시키도록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나 해대고 있고,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한술 더 떠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한다. 날치기 전문 한나라당이 정작 날치기라도 해야할 만큼 다급한 FTA 비준안을 놓고는 누구 하나 총대를 멜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이다." <녹취> 매경 2011. 10.14 39면 : "중소상인 보호와 농축산 피해 대책 등의 주장에 일리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그것이 비준안 처리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수는 없다. 비준부터 하고 보완대책을 강구해도 될 것이다." 반면 진보성향의 언론은 성급한 처리가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야당의 적극적인 반대를 촉구했습니다. <녹취> 경향 2011.10.15 23면 : "미상불 형식논리적으로 을사늑약에 버금가는 주권침해 요소가 있는 한미 FTA라면 결사적으로 저지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다. 또 현실적으로 이를 수행할 세력은 민주당 밖에 없다." 미디어 비평이 지난 10일 이후 열흘 동안 동아일보와 경향신문의 FTA 관련기사의 논조를 분석해 본 결과, 사설의 경우 찬성과 반대 입장이 분명했고, 사실관계를 다루는 스트레이트성 기사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드러났습니다. <질문> 취재원이나 취재 자료까지도 입맛에 맞게 골라서 인용하는 경향이 있지 않습니까? 이렇게 정파성이 짙어질수록 객관성과는 거리가 생길텐데요? <답변> 사실 통계자료나 전문가들의 발언은 그나마 주어진 사안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언론들이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나 성향에 맞는 전문가만을 골라 쓰는 한계를 보였습니다. 지난 8월초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10개 국책연구기관이 '한미 FTA 경제 효과 재분석'이라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이 보고서는 한미 FTA 발효로 실질 GDP는 5.66% 증가하고, 35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길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후 보수적 성향의 언론과 경제지들은 이 자료를 인용하며, 기대 섞인 전망을 쏟아냈습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 보고서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지난 7월1일 발효된 한-EU FTA의 경우에도 정부 보고서와는 달리, 막상 시행을 해보니 석달간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대신 한겨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낸 '한미 FTA의 경제적 가치'란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미국측이 예상한 대한 수출규모가 우리 예상의 10배이며, FTA로 미국이 오히려 40억 달러의 흑자를 본다는 내용입니다. <녹취> 2011.10.15 5면 : "자동차 성과도 도루묵 만약 미국 쪽 전망대로 수입이 110억 달러나 늘어난다면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될 뿐 아니라 관련 산업들의 피해도 클 수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또다른 자료인 국회 외교통상위원회에서 나온 '한미 FTA 검토보고서'라는 자료를 바탕으로, 한미 FTA가 오히려 한국의 재정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똑같은 자료에 대한 해석에도 차이가 납니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와 산업연구원 등은 지난해 연말 FTA 추가 협상 때문에 전체적으로 400억에서 450억 정도의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게 됐다는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보고서를 인용하면서도 약간의 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FTA로 인한 전체 이익에 비하면 적은 규모라고 설명했고, 한 경제지는 감소폭이 미미하다는 제목을 붙였습니다. 반면 같은 보고서에 대해 중앙일보는 연 459억을 날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처럼 같은 사안을 놓고 자사의 입장을 뒷받침하는 자료들을 주로 끌어오거나 같은 자료를 자의적으로 해석하다 보니 혼란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이해영(한신대 국제무역학과 교수) : "가장 기본이 되는 게 통계인데, 이 중에서도 FTA에 따른 각종 추정되는 효과, 그걸 좀 지나치게 과정되게 만들어냄으로써 논란을 자초했다고 봐야죠. 예를 들어서 미국이라든지 유럽 같은 경우에 이 추정치를 제출하고 나서 이렇게까지 격렬한 토론과 논쟁이 있질 않거든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디어비평이 지난 14일 각 언론의 FTA 관련 기사에 사용한 인터뷰를 분석해 봤습니다. 보수 언론은 전경련이나 자동차공업협회 등 산업 경제단체를, 진보언론은 농민이나 노동단체 등을 인터뷰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외부전문가의 경우,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 언론이 같은 사람을 인터뷰한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터뷰> 최원목(이화여대 법학대학원 교수) : "언론 출연이라는 게 집단이 둘로 나눠지면 각 집단들의 추천을 받아서 전문가를 내세우기 때문에 정말 그 분야를 잘 아는 분은 따로 있는데 그 분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거죠. 그 분이 정말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입장을 갖는다면 어떤 이익 집단에 속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질문> 일단 미 의회에서 통과는 됐고, 남은 건 우리 국회가 어떻게 하느냔데, 국회 처리를 놓고도 정쟁 얘기가 대부분이더라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여야의 갈등이 부각되면서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이나 소모적인 논쟁, 신경전이 상세히 알려진 반면, 왜 그런 논쟁이 생겼는지에 대한 보도는 적었습니다. <녹취> KBS뉴스9 2011. 10.18일 보도 : "한미 FTA 비준동의안 논의를 위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석을 일부 야당 의원들이 점거했습니다." <녹취> SBS뉴스8 2011. 10.18일 보도 : "외통위원도 아니시잖아요. 왜 여기 와서 앉아계세요." 방송은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놓고 여야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실랑이를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녹취> MBC 2011. 10.18일 보도 : "끝장 토론이 무산됐습니다." 방송들은 또 지난 18일에 있었던 국회 끝장토론이 회의 진행 방식 때문에 무산됐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떤 토론이 오갔는지, 토론의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는 전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여야 정치권의 충돌 자체가 부각됐을 뿐 정작 쟁점은 무엇인지, 어떤 사안이 문제가 되고 있는지를 깊이있게 짚는 보도가 적기 때문에 FTA에 대한 건전한 여론 형성이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교수) : "왜 당신 위원장석을 점거 하냐, 일어나라, 가만두지 않겠다. 이런 건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니거든요. 왜 그들이 싸울 수밖에 없는지, 왜 대립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그들이 주장하는 바는 무엇인지, 여야가 주장하는 바가 무엇인지, 여야가 주장하는 것을 꼼꼼히 따져보는 것, 그렇게 따지다보면 FTA의 본질에도 가까이 갈 수 있겠죠." <질문> 물론 정치권의 논란도 관심사가 될 수 있지만 FTA가 미치는 영향, 문제점 등도 자세하게 전달해야 하지 않나요? 정파를 떠나 합리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을, 언론이 잊은 것 같습니다. <답변> 그렇습니다. FTA처럼 국익과 직결된 사안이 있을 경우 언론의 주요 역할 중의 하나가, 미리 예상되는 피해를 점검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우리 언론은 한 마디로 낙제점을 받았다 할 수 있습니다. FTA 협상이 타결된 지난 2007년 4월이후. 지난 4년 6개월 동안, 한미 FTA의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FTA로 인한 농업부문의 피햅니다. FTA로 인한 농업 피해액은 10년차에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의료분야도 대표적인 피해 업종으로 꼽힙니다. 보건복지부는 한미FTA 발효 후 국내 복제의약품 생산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백억에서 110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복제약이나 개량 신약은 출시가 어려워져 환자들의 부담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같은 한미FTA로 인한 피해규모를 실증적으로 따져보거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고민해 보는 기사는 상대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중앙일간지 가운데는 유일하게 한국일보가 국내 대표적인 통상, 경제 전문가 10명을 긴급 설문조사해 FTA 피해대책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2011.10.10. 1면) 방송가운데는 MBC가 한 꼭지를 할애해 농민과 중소상공인 대책 마련을 촉구한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한미FTA 법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 날부터 엿새 동안 주요 신문에서는 대통령의 방미 동정이나 정치권 공방 기사가 대부분이었고 FTA의 득실을 따지거나 피해대책과 쟁점을 살피는 보도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교수) : "FTA를 통해서 우리 경제가 얻게 되는 이득과 경제가 받게 되는 손해와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이득을 보는 집단과 피해를 보는 사람들과 이런 것들을 분석을 하고 만약에 피해를 본다면 어떻게 그들을 보상을 해줘야 되는지를 생각해야 되고 과연 FTA라는 것이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로부터 시작을 해서 해야 된다면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 그것들을 꼼꼼히 따져봐야 된다는 것이죠. 그것이 언론권을 말할 자유를 언론인들에게 위탁한 국민들에게 해야 될 책무라고 생각이 됩니다." 또 상당수 언론에서 각 부문의 구체적인 피해와 피해 보전 대책 등에 대해서는 전체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소홀히 다뤘습니다. 주로 중산층의 소비 관점에서 FTA의 문제에 접근하거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등 산업부문의 이득을 부각하는 기사가 많았습니다. <녹취> 동아 2011.10.14 4면 : "가장 관심을 끄는 업종은 단연 자동차산업이다. 한미 FTA로 자동차 분야에서만 대비 수출이 향후 15년간 연평균 7억 2200만 달러. 수입은 9700만 달러 늘어나 6억 2500만 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인 심층기사의 실종이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과 전문성 부족 때문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해영(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 "객관적으로 치우치지 않고 진정으로 피해 보는 이 계층이나 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비판하고 감시도 하고, 그래서 이런 부분에서 아무래도 언론도 이런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에서 좀 훈련이 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언론 스스로가 전문가적 식견과 안목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그래야지 차츰차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거짓말 하는 걸 잡아낼 수 있는 거죠." <앵커 멘트> 많은 이들의 기대대로 FTA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가능성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FTA가 일단 발효되고 나면 되돌릴 수 없게 됩니다. 또 전체의 이익이라는 명분 속에 피해를 강요당하는 계층도 있는 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우리 언론이 FTA 찬성과 반대 어느 편을 들기에 앞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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