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친구들이 나 처럼 다칠까 걱정…”

입력 2011.10.27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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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조두순의 만행에 어린 나영이가 몸도 마음도 큰 상처를 입었던 사건, 잊지 않으셨죠? 벌써 3년 전의 일이네요.



나영이도 어느새 초등학교 6학년이 됐다네요?



그런데 이번에 나영이가 아주 장한 일을 했다죠?



네, 직접 피해수기를 쓰고 이것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다시 떠올리기 정말 싫은 기억이었을텐데요. 류란 기자, 나영이가 정말 어려운 결심을 했군요?



<답변>



이소식을 듣고 아마 많은 분들이 나영이 소식, 궁금하셨을 겁니다.



네, 나영이는 제 또래들보다 훨씬 성숙하게 잘 자라 있었습니다.



예전의 웃음과 건강도 많이 되찾은 모습이었는데요.



알고 계시죠? 국회 통과만을 앞둔 ’아동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 철폐’ 이 여론에 불을 붙인데도 나영이와 아버지의 몫이 컸다는 사실!



수기 공개도 그렇고... 그간 입을 꼭 다물었던 나영이가 이렇게 용기를 낸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엇습니다.



<리포트>



나영이에게 요즘 아주 특별한 친구가 생겼습니다.



1년여 전, 다니던 학교에서 납치돼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한 살 아래 여자아이입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김수철사건 피해자는 같이 가서 금방 친해졌어요.(자기) 선물로 받은 시계도 풀러주고 할 정도로 마음이 통했니? 그러니깐 하는 말이 “(동생이) 많이 아팠잖아..”"



이 친구를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많이 열게 된 나영이는, 이따금 ‘친구들이 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니, 시키지도 않은 수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아프고 춥고 해서 정신이 들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온몸이 물에 반 쯤 잠겨있었다. 문 밖으로 죽을 힘을 다해 기어 나왔다."



나영이는 하나도 잊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내가 보았던 나쁜 아저씨의 모습을 알려주었다. 친구들이 나처럼 다칠까 걱정이었다. 친한 친구가 그 옆 집에 살고 있거든요."



중환자실에서도 계속 범인의 인상착의를 읊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친구들 다치면 안 되니까 빨리 (범인) 잡아달라고.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릴 것 같으니까 자꾸 얘기하려고 그랬겠죠."



겨우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고통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상한 장기를 대신해 배변주머니를 달고 지내는 건, 어린아이에게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습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배변주머니를 평생을 차고 살아야 한다는 말에, 나는 너무 슬퍼 아빠 몰래 많이 많이 울었습니다. 매일 밤 배변 주머니가 터지는 사고가 나면 온 방이 변으로 범벅이라 온 가족이 비상이 자주 걸렸어요."



어린이용은 나오지도 않아 몸에 안 맞는 어른용 배변주머니를 차고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학교에서 배변주머니를 비우다 실수해 옷에 묻히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들킬까 항상 긴장 한다. 친구가 말했다. 너는 옷 속에서 비닐종이 소리가 난다고... 그 뒤부터 주머니에 사탕을 몇 개씩 넣고 다닌다."



그렇게 견뎌낸 시간들이 몸과 마음에 상처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수술 후) 배 통증, 그때 그 통증을 참지 못하고 (나영이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어요. 얼마나 힘드니까..새로 난 영구치들이 미세한 금이 가 있다는 거예요. 찬물을 못 먹더라고요 아이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다시 가해자를 봤던 순간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과 법정에서 본 나쁜 아저씨의 모습은 달랐다.머리가 덥수룩했고 흰머리가 많았고 얼굴이 흰 편이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가해자에 대한 법의 판단은 징역 12년. 계속 범행을 부인했고 당시 술에 만취해 있었다는 게 이유.



나영이 아버지는 격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아직 남은 인생 짐승으로 살지 말고 인간으로 살라고 하고 싶어요. 우리 온 가족이 바라는 것은, 그런 인간이 아닌 짐승들은. 나는 사형을 원해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영이에게 평범한 일상은 너무 먼 얘깁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대역) : "막혔던 부위를 뚫어 놓으니 그곳으로 변과 소화액이 흘러 생리대를 하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이 알까봐 휴지에 싸서 몰래 가져가 갈고 오면 항상 늦게 교실에 들어가서 혼난 적도 있다."



2009년 형이 확정된 성폭행범 조두순은 현재 경북의 한 교도소 독방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취> 경북 0 교도소 관계자 인터뷰 (음성변조) : "언론에 나가는 게 저희 관리자 입장에서는 많이 좋지도 않고요. 양해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똑같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영이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데요, 최근 들어 그림이 조금 달라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자기의 미래모습을 그린다던가, 또 미래에는 내가 어떤 집에 살면 좋겠는지... 주로 아마 미래 쪽을 향해서 많이 그리는 것 같아요."



요리사에서 의사로 장래 희망도 바꿨다고 합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대역) : "병원 밖으로 나오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하며 미래만 생각하는 꿈 많은 소녀로 자라 의사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나를 치료해 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 사랑합니다."



나영이 아버지가 인터넷에 올린 ‘아동 성폭력 공소시효 철폐’ 청원에 벌써 28만 명의 네티즌들이 서명했는데요,



목표에는 못 미치는 수죠. 마감이 5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서명 운동이 몇 명이 되었느냐, 오늘은 몇 명이나 되었느냐 그래 가지고 백만 명 채우겠느냐 아주 강력하게 추궁을 해요 저한테.."



취재진은 밝아진 나영이의 모습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오랜 논의 끝에 카메라에 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무서워서) 공부 안 한다고 했어요. 내가 유명한 사람이 되면 (범인이)나를 빨리 알아보고 찾아와서 나를 해코지 할 것이 아니냐..."



나영이의 마음을 짐작되시나요? 더 이상의 나영이가 나오지 않는 건 이제 우리 모두의 몫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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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친구들이 나 처럼 다칠까 걱정…”
    • 입력 2011-10-27 09: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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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조두순의 만행에 어린 나영이가 몸도 마음도 큰 상처를 입었던 사건, 잊지 않으셨죠? 벌써 3년 전의 일이네요.

나영이도 어느새 초등학교 6학년이 됐다네요?

그런데 이번에 나영이가 아주 장한 일을 했다죠?

네, 직접 피해수기를 쓰고 이것을 공개했습니다.

사실 다시 떠올리기 정말 싫은 기억이었을텐데요. 류란 기자, 나영이가 정말 어려운 결심을 했군요?

<답변>

이소식을 듣고 아마 많은 분들이 나영이 소식, 궁금하셨을 겁니다.

네, 나영이는 제 또래들보다 훨씬 성숙하게 잘 자라 있었습니다.

예전의 웃음과 건강도 많이 되찾은 모습이었는데요.

알고 계시죠? 국회 통과만을 앞둔 ’아동대상 성범죄의 공소시효 철폐’ 이 여론에 불을 붙인데도 나영이와 아버지의 몫이 컸다는 사실!

수기 공개도 그렇고... 그간 입을 꼭 다물었던 나영이가 이렇게 용기를 낸 데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엇습니다.

<리포트>

나영이에게 요즘 아주 특별한 친구가 생겼습니다.

1년여 전, 다니던 학교에서 납치돼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은 한 살 아래 여자아이입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김수철사건 피해자는 같이 가서 금방 친해졌어요.(자기) 선물로 받은 시계도 풀러주고 할 정도로 마음이 통했니? 그러니깐 하는 말이 “(동생이) 많이 아팠잖아..”"

이 친구를 만나면서 마음의 문을 많이 열게 된 나영이는, 이따금 ‘친구들이 더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더니, 시키지도 않은 수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아프고 춥고 해서 정신이 들었다.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 쏟아지고 온몸이 물에 반 쯤 잠겨있었다. 문 밖으로 죽을 힘을 다해 기어 나왔다."

나영이는 하나도 잊지 않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내가 보았던 나쁜 아저씨의 모습을 알려주었다. 친구들이 나처럼 다칠까 걱정이었다. 친한 친구가 그 옆 집에 살고 있거든요."

중환자실에서도 계속 범인의 인상착의를 읊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친구들 다치면 안 되니까 빨리 (범인) 잡아달라고. 자고 일어나면 잊어버릴 것 같으니까 자꾸 얘기하려고 그랬겠죠."

겨우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고통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상한 장기를 대신해 배변주머니를 달고 지내는 건, 어린아이에게 감당하기 힘든 충격이었습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배변주머니를 평생을 차고 살아야 한다는 말에, 나는 너무 슬퍼 아빠 몰래 많이 많이 울었습니다. 매일 밤 배변 주머니가 터지는 사고가 나면 온 방이 변으로 범벅이라 온 가족이 비상이 자주 걸렸어요."

어린이용은 나오지도 않아 몸에 안 맞는 어른용 배변주머니를 차고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학교에서 배변주머니를 비우다 실수해 옷에 묻히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들킬까 항상 긴장 한다. 친구가 말했다. 너는 옷 속에서 비닐종이 소리가 난다고... 그 뒤부터 주머니에 사탕을 몇 개씩 넣고 다닌다."

그렇게 견뎌낸 시간들이 몸과 마음에 상처로 남았습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수술 후) 배 통증, 그때 그 통증을 참지 못하고 (나영이가) 이를 부득부득 갈았어요. 얼마나 힘드니까..새로 난 영구치들이 미세한 금이 가 있다는 거예요. 찬물을 못 먹더라고요 아이가."

법정에서 처음으로 다시 가해자를 봤던 순간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 대역) : "처음 보았을 때의 모습과 법정에서 본 나쁜 아저씨의 모습은 달랐다.머리가 덥수룩했고 흰머리가 많았고 얼굴이 흰 편이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가해자에 대한 법의 판단은 징역 12년. 계속 범행을 부인했고 당시 술에 만취해 있었다는 게 이유.

나영이 아버지는 격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아직 남은 인생 짐승으로 살지 말고 인간으로 살라고 하고 싶어요. 우리 온 가족이 바라는 것은, 그런 인간이 아닌 짐승들은. 나는 사형을 원해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영이에게 평범한 일상은 너무 먼 얘깁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대역) : "막혔던 부위를 뚫어 놓으니 그곳으로 변과 소화액이 흘러 생리대를 하고 학교에 갔다. 친구들이 알까봐 휴지에 싸서 몰래 가져가 갈고 오면 항상 늦게 교실에 들어가서 혼난 적도 있다."

2009년 형이 확정된 성폭행범 조두순은 현재 경북의 한 교도소 독방에서 복역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취> 경북 0 교도소 관계자 인터뷰 (음성변조) : "언론에 나가는 게 저희 관리자 입장에서는 많이 좋지도 않고요. 양해를 부탁 드리겠습니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똑같습니다.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나영이는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데요, 최근 들어 그림이 조금 달라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자기의 미래모습을 그린다던가, 또 미래에는 내가 어떤 집에 살면 좋겠는지... 주로 아마 미래 쪽을 향해서 많이 그리는 것 같아요."

요리사에서 의사로 장래 희망도 바꿨다고 합니다.

<녹취> 나영이의 수기 (음성대역) : "병원 밖으로 나오니 세상이 달라보였다. 열심히 운동하고 공부하며 미래만 생각하는 꿈 많은 소녀로 자라 의사가 되는 것이 나의 목표다. 나를 치료해 주시고 도와주신 모든 분 사랑합니다."

나영이 아버지가 인터넷에 올린 ‘아동 성폭력 공소시효 철폐’ 청원에 벌써 28만 명의 네티즌들이 서명했는데요,

목표에는 못 미치는 수죠. 마감이 5일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서명 운동이 몇 명이 되었느냐, 오늘은 몇 명이나 되었느냐 그래 가지고 백만 명 채우겠느냐 아주 강력하게 추궁을 해요 저한테.."

취재진은 밝아진 나영이의 모습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었지만, 오랜 논의 끝에 카메라에 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김 00(나영이 아버지) : "(무서워서) 공부 안 한다고 했어요. 내가 유명한 사람이 되면 (범인이)나를 빨리 알아보고 찾아와서 나를 해코지 할 것이 아니냐..."

나영이의 마음을 짐작되시나요? 더 이상의 나영이가 나오지 않는 건 이제 우리 모두의 몫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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