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멧돼지와의 전쟁’ 그 현장을 가다

입력 2011.11.1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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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멧돼지의 민가나 도심 출몰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출몰 횟수를 보면 보시는 것처럼 3년 전만 해도 31건이던 것이 지난해와 올핸 70건이 넘어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멧돼지 포획 작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함 철 기자가 멧돼지 포획 현장을 이틀 동안 직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강원도 홍천의 한 야산.



수렵 경력 20년이 넘은 전문 엽사들이 모여듭니다.



<녹취> "개는 어떻게 풀 거예요?"



멧돼지 추적에 앞서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압축합니다.



<녹취> "(거기 어제 누가 올라갔었어요?) 안 올라갔어. 어제는 거기 안갔어. (그쪽으로 해서 크게 돌아보라고.)"



그래도 포위할 면적이 넓어 엽사들은 6개조로 나뉘어 산에 오릅니다.



멧돼지 추격의 시작은 흔적 찾기.



이윽고 여기저기서 흔적이 잇따라 발견됩니다.



<녹취>김종곤(수렵 경력 30년) : "먹이를 찾기 위해서 주둥이로 파 제껴놓은 것입니다. 한 이틀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냄새를 맡은 사냥개들의 움직임도 빨라집니다.



다시 산을 오르길 30여 분, 갑자기 다급한 무전 교신이 날아옵니다.



<녹취> "빨리, 빨리 (사냥개와 멧돼지가) 붙었어. 난 아무것(총)도 없어"



멧돼지 한 마리가 개울가에서 사냥개 5마리에 둘러싸여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엽사의 총에 맞은 멧돼지가 발버둥을 멈추면서 긴박했던 멧돼지 사냥은 끝이 납니다.



<녹취>박복규(전국수렵인참여연대 국장) : "3년 정도 되면 새끼는 한 2번 낳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획 작전 이틀째, 이번엔 맞은편 골짜기로 방향을 잡습니다.



추적조와 포획조로 나눠 서너 시간 동안 산을 누빈 끝에 6,7개월가량 된 새끼 멧돼지 3마리를 잡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멧돼지 잡기가 시작된 이달 들어서만 300마리 이상이 잡혔습니다.



<앵커 멘트>



멧돼지가 대거 출몰하면서 농작물 피해는 물론, 인명 사고까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인을 놓고 설이 분분한데요, 디지털스튜디오에서 분석해봤습니다.



<기자 멘트>



일단 멧돼지 개체수가 적정 수를 웃도는 것이 가장 큰 문젭니다.



적정 개체수는 가로, 세로 1000m에 1마리입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개체수는 평균 4마리나 됩니다.



여기에 1마리의 행동 영역이 3km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식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죠.



그럼, 왜 이렇게 늘었을까요? 자 여길 보시죠.



멧돼지를 중심으로 한 먹이사슬 구좁니다.



멧돼지는 아무거나 먹는 잡식성인데, 상위 포식자인 호랑이나 늑대가 멸종돼 개체수 조절이 안 되는 것이죠.



특히 지난해엔 구제역 파동으로 겨울 수렵기간이 2달이나 줄어 포획량이 평년의 절반 이상 준 것도 올해 출몰을 더 부추겼습니다.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도 급증해 지난 3년간 173억 원.



여기에 올 들어서만 멧돼지의 공격으로 1명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이제는 사람들의 안전까지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인명과 재산 피해가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대대적인 포획에 나서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책이 과연 실효성은 있는지, 그리고 잡는 것만이 능사인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홍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올 들어 멧돼지 도심 출현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전국 서른 개 시군에 수렵장 허가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광역수렵장이 아니다 보니 멧돼지가 포획 허가가 나지 않은 인접 시군으로 달아날 경우 속수무책입니다.



<녹취>김태규(전국수렵인참여연대 회장) : "예전처럼 도 단위 순환 수렵장으로 가야만 개체수 조절을 할 수 있고."



환경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포획틀 설치도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녹취>김원명(박사/멧돼지 생태 전공) : "시군 단위에 최소 10개 이상씩 멧돼지의 습성에 맞춰서 포획틀을 설치해야 합니다."



포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실태 조사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한 예로 멧돼지의 행동 반경은 300ha가 넘는데도 조사 표본 단위는 30ha에 그칠 정도로 부실합니다.



<인터뷰>서재철(녹색연합 국장) : "멧돼지가 왜 창궐하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생태나 생활 특성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먹이 부족으로 멧돼지 출몰이 더욱 빈번해지는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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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멧돼지와의 전쟁’ 그 현장을 가다
    • 입력 2011-11-16 22:07:36
    뉴스 9
<앵커 멘트>

멧돼지의 민가나 도심 출몰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출몰 횟수를 보면 보시는 것처럼 3년 전만 해도 31건이던 것이 지난해와 올핸 70건이 넘어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멧돼지 포획 작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함 철 기자가 멧돼지 포획 현장을 이틀 동안 직접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른 아침, 강원도 홍천의 한 야산.

수렵 경력 20년이 넘은 전문 엽사들이 모여듭니다.

<녹취> "개는 어떻게 풀 거예요?"

멧돼지 추적에 앞서 자주 출몰하는 지역을 압축합니다.

<녹취> "(거기 어제 누가 올라갔었어요?) 안 올라갔어. 어제는 거기 안갔어. (그쪽으로 해서 크게 돌아보라고.)"

그래도 포위할 면적이 넓어 엽사들은 6개조로 나뉘어 산에 오릅니다.

멧돼지 추격의 시작은 흔적 찾기.

이윽고 여기저기서 흔적이 잇따라 발견됩니다.

<녹취>김종곤(수렵 경력 30년) : "먹이를 찾기 위해서 주둥이로 파 제껴놓은 것입니다. 한 이틀 지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냄새를 맡은 사냥개들의 움직임도 빨라집니다.

다시 산을 오르길 30여 분, 갑자기 다급한 무전 교신이 날아옵니다.

<녹취> "빨리, 빨리 (사냥개와 멧돼지가) 붙었어. 난 아무것(총)도 없어"

멧돼지 한 마리가 개울가에서 사냥개 5마리에 둘러싸여 꼼짝도 하지 못합니다.

엽사의 총에 맞은 멧돼지가 발버둥을 멈추면서 긴박했던 멧돼지 사냥은 끝이 납니다.

<녹취>박복규(전국수렵인참여연대 국장) : "3년 정도 되면 새끼는 한 2번 낳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포획 작전 이틀째, 이번엔 맞은편 골짜기로 방향을 잡습니다.

추적조와 포획조로 나눠 서너 시간 동안 산을 누빈 끝에 6,7개월가량 된 새끼 멧돼지 3마리를 잡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대대적인 멧돼지 잡기가 시작된 이달 들어서만 300마리 이상이 잡혔습니다.

<앵커 멘트>

멧돼지가 대거 출몰하면서 농작물 피해는 물론, 인명 사고까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원인을 놓고 설이 분분한데요, 디지털스튜디오에서 분석해봤습니다.

<기자 멘트>

일단 멧돼지 개체수가 적정 수를 웃도는 것이 가장 큰 문젭니다.

적정 개체수는 가로, 세로 1000m에 1마리입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 개체수는 평균 4마리나 됩니다.

여기에 1마리의 행동 영역이 3km를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식밀도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셈이죠.

그럼, 왜 이렇게 늘었을까요? 자 여길 보시죠.

멧돼지를 중심으로 한 먹이사슬 구좁니다.

멧돼지는 아무거나 먹는 잡식성인데, 상위 포식자인 호랑이나 늑대가 멸종돼 개체수 조절이 안 되는 것이죠.

특히 지난해엔 구제역 파동으로 겨울 수렵기간이 2달이나 줄어 포획량이 평년의 절반 이상 준 것도 올해 출몰을 더 부추겼습니다.

이로 인해 농작물 피해도 급증해 지난 3년간 173억 원.

여기에 올 들어서만 멧돼지의 공격으로 1명 숨지고 8명이 중경상을 입는 등 이제는 사람들의 안전까지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인명과 재산 피해가 심각해지자 환경부는 대대적인 포획에 나서는 등 각종 대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대책이 과연 실효성은 있는지, 그리고 잡는 것만이 능사인가 하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홍규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올 들어 멧돼지 도심 출현이 잇따르면서 정부는 지난해보다 40% 늘어난 전국 서른 개 시군에 수렵장 허가를 내줬습니다.

하지만 광역수렵장이 아니다 보니 멧돼지가 포획 허가가 나지 않은 인접 시군으로 달아날 경우 속수무책입니다.

<녹취>김태규(전국수렵인참여연대 회장) : "예전처럼 도 단위 순환 수렵장으로 가야만 개체수 조절을 할 수 있고."

환경부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포획틀 설치도 실효성이 의문입니다.

<녹취>김원명(박사/멧돼지 생태 전공) : "시군 단위에 최소 10개 이상씩 멧돼지의 습성에 맞춰서 포획틀을 설치해야 합니다."

포획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실태 조사를 토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겁니다.

한 예로 멧돼지의 행동 반경은 300ha가 넘는데도 조사 표본 단위는 30ha에 그칠 정도로 부실합니다.

<인터뷰>서재철(녹색연합 국장) : "멧돼지가 왜 창궐하고 있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에 대한 생태나 생활 특성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먹이 부족으로 멧돼지 출몰이 더욱 빈번해지는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홍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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