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르혼합한 영화 ’오싹한 연애’서 여주인공 강여리 역
"나를 버린 처절한 연기 해보고 파"
"다른 장르,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에 관심이 가요.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도 즐겁죠. 제 얼굴에서 비슷한 표정이 나오면 저도 지겨워요. 그걸 깨고 싶습니다."
손예진은 20대 초반이었던 지난 2002년 ’연애소설’ 이후 거의 매년 한 편씩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의 ’외출’(2005) 같은 멜로물과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같은 로맨틱코미디가 대부분이었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황인호 감독의 ’오싹한 연애’도 큰 틀에서는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공포’라는 외투를 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조금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손예진을 만났다.
"관객에게 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색다른 걸 찾던 중에 ’오싹한 연애’를 봤습니다. 로맨틱코미디와 공포 장르의 혼합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신인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이 조금 고민됐어요. 그간 신인감독들과 작업도 많이 해서 반감은 없지만, 경험 많은 감독이라면 제 안에 숨어 있는 다른 어떤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독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그만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나리오였습니다.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죠."
영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 여리(손예진)가 겁 많고 소심한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사랑이야기와 여자들의 우정, 원한 등의 내용이 마구 뒤섞여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그는 영화에서 귀신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신들린’ 여인 역을 소화했다. 귀신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느끼는 우울함과 다가오는 사랑을 수줍게 받아들이는, 감정의 진폭이 꽤 큰 인물이다.
"어디까지 슬퍼해야 하고 어디까지 엉뚱해야 할까, 또 얼마나 사랑스러워야 하며 얼마나 놀라야 할까, 이런 감정의 적절한 수위조절이 어려웠어요. 더구나 이번 영화에선 귀신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장면도 처음 해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보는 시선, 순간의 몰입, 호흡 같은 것들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영화에서 조증과 울증을 왔다가는 하는 여리의 상황처럼, 여배우들도 가끔은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기도 한다. 맑고 순수한, 그러면서 당찬 모습으로 스크린에 자주 투영되지만 생활인 손예진은 "평소 슬픔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제 안에 슬픔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때론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다 보면 밑으로 감정이 가라앉게 되죠. 슬픈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낙천적인 성격이면 편할 텐데, 제 성격이 그리 낙천적이지만은 않나 봐요."(웃음)
그는 ’연애소설’ 이후 주연배우로만 오롯이 9년을 달려왔다. "여배우로서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적당한 얼굴"을 지녔다는 손예진은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20대를 보냈다. "진화하고 싶고, 좋든 나쁘든 살이 덧붙여져서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변함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주인공을 오랫동안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다.
"20대 때는 이 일이 매우 좋았지만 그만큼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여배우로 20대를 보내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에요. 너무 많은 사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언제까지 해야 할까? 30대 중반이면 멈춰서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어요."
최근 영화들, 특히 ’타워’(2012)를 찍으면서 그런 생각의 물꼬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세월의 지혜가 차곡차곡 쌓인 농익은 연기에 대한 ’갈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 연륜있는 선배님들의 연기가 좋더라고요. ’타워’에서 송재호 선생님이 가만히 서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기를 하고 계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선생님의 삶이 연기고, 하나의 작품 같았습니다. 주름살부터, 서 있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게 연기로 보였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저런 멋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연기하면서 자신이 가진 한계를 계속 깨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배우는 자기 관리를 잘 해주면 인정받는 장인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과 구분되는 것 같아요.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만약 두려워한다면 연기를 조만간 하지 못하겠죠. 젊음의 빛은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주인공도 곧 할 수 없게 되겠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해요. 송재호 선생님이나 김혜숙 선생님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체계적인 관리를 하면서 그 나이에 걸맞은 연기를 꾸준히 해야겠죠."
결혼 계획을 물어보자 "너무 늦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일 욕심 때문에 당장은 어렵지만,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서 내가 준비되면 할 것"이라고 했다.
인생에서 3편의 영화밖에 할 수 없다면 어떤 영화를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한때 ’배우 인생의 작품은 하나’라는 해 본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이 없지는 않아요.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더티 댄싱’처럼 섹시한 춤과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그리고 내털리 포트먼이 출연한 ’블랙 스완’이나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피아니스트’처럼 저를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처절한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나를 버린 처절한 연기 해보고 파"
"다른 장르,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에 관심이 가요.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도 즐겁죠. 제 얼굴에서 비슷한 표정이 나오면 저도 지겨워요. 그걸 깨고 싶습니다."
손예진은 20대 초반이었던 지난 2002년 ’연애소설’ 이후 거의 매년 한 편씩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의 ’외출’(2005) 같은 멜로물과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같은 로맨틱코미디가 대부분이었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황인호 감독의 ’오싹한 연애’도 큰 틀에서는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공포’라는 외투를 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조금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손예진을 만났다.
"관객에게 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색다른 걸 찾던 중에 ’오싹한 연애’를 봤습니다. 로맨틱코미디와 공포 장르의 혼합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신인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이 조금 고민됐어요. 그간 신인감독들과 작업도 많이 해서 반감은 없지만, 경험 많은 감독이라면 제 안에 숨어 있는 다른 어떤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독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그만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나리오였습니다.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죠."
영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 여리(손예진)가 겁 많고 소심한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사랑이야기와 여자들의 우정, 원한 등의 내용이 마구 뒤섞여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그는 영화에서 귀신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신들린’ 여인 역을 소화했다. 귀신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느끼는 우울함과 다가오는 사랑을 수줍게 받아들이는, 감정의 진폭이 꽤 큰 인물이다.
"어디까지 슬퍼해야 하고 어디까지 엉뚱해야 할까, 또 얼마나 사랑스러워야 하며 얼마나 놀라야 할까, 이런 감정의 적절한 수위조절이 어려웠어요. 더구나 이번 영화에선 귀신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장면도 처음 해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보는 시선, 순간의 몰입, 호흡 같은 것들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영화에서 조증과 울증을 왔다가는 하는 여리의 상황처럼, 여배우들도 가끔은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기도 한다. 맑고 순수한, 그러면서 당찬 모습으로 스크린에 자주 투영되지만 생활인 손예진은 "평소 슬픔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제 안에 슬픔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때론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다 보면 밑으로 감정이 가라앉게 되죠. 슬픈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낙천적인 성격이면 편할 텐데, 제 성격이 그리 낙천적이지만은 않나 봐요."(웃음)
그는 ’연애소설’ 이후 주연배우로만 오롯이 9년을 달려왔다. "여배우로서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적당한 얼굴"을 지녔다는 손예진은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20대를 보냈다. "진화하고 싶고, 좋든 나쁘든 살이 덧붙여져서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변함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주인공을 오랫동안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다.
"20대 때는 이 일이 매우 좋았지만 그만큼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여배우로 20대를 보내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에요. 너무 많은 사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언제까지 해야 할까? 30대 중반이면 멈춰서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어요."
최근 영화들, 특히 ’타워’(2012)를 찍으면서 그런 생각의 물꼬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세월의 지혜가 차곡차곡 쌓인 농익은 연기에 대한 ’갈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 연륜있는 선배님들의 연기가 좋더라고요. ’타워’에서 송재호 선생님이 가만히 서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기를 하고 계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선생님의 삶이 연기고, 하나의 작품 같았습니다. 주름살부터, 서 있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게 연기로 보였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저런 멋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연기하면서 자신이 가진 한계를 계속 깨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배우는 자기 관리를 잘 해주면 인정받는 장인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과 구분되는 것 같아요.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만약 두려워한다면 연기를 조만간 하지 못하겠죠. 젊음의 빛은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주인공도 곧 할 수 없게 되겠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해요. 송재호 선생님이나 김혜숙 선생님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체계적인 관리를 하면서 그 나이에 걸맞은 연기를 꾸준히 해야겠죠."
결혼 계획을 물어보자 "너무 늦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일 욕심 때문에 당장은 어렵지만,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서 내가 준비되면 할 것"이라고 했다.
인생에서 3편의 영화밖에 할 수 없다면 어떤 영화를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한때 ’배우 인생의 작품은 하나’라는 해 본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이 없지는 않아요.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더티 댄싱’처럼 섹시한 춤과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그리고 내털리 포트먼이 출연한 ’블랙 스완’이나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피아니스트’처럼 저를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처절한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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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예진 “비슷한 표정 나오면 저도 지겨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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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1-11-24 17:32:41

장르혼합한 영화 ’오싹한 연애’서 여주인공 강여리 역
"나를 버린 처절한 연기 해보고 파"
"다른 장르,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에 관심이 가요.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도 즐겁죠. 제 얼굴에서 비슷한 표정이 나오면 저도 지겨워요. 그걸 깨고 싶습니다."
손예진은 20대 초반이었던 지난 2002년 ’연애소설’ 이후 거의 매년 한 편씩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의 ’외출’(2005) 같은 멜로물과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같은 로맨틱코미디가 대부분이었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황인호 감독의 ’오싹한 연애’도 큰 틀에서는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공포’라는 외투를 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조금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손예진을 만났다.
"관객에게 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색다른 걸 찾던 중에 ’오싹한 연애’를 봤습니다. 로맨틱코미디와 공포 장르의 혼합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신인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이 조금 고민됐어요. 그간 신인감독들과 작업도 많이 해서 반감은 없지만, 경험 많은 감독이라면 제 안에 숨어 있는 다른 어떤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독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그만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나리오였습니다.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죠."
영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 여리(손예진)가 겁 많고 소심한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사랑이야기와 여자들의 우정, 원한 등의 내용이 마구 뒤섞여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그는 영화에서 귀신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신들린’ 여인 역을 소화했다. 귀신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느끼는 우울함과 다가오는 사랑을 수줍게 받아들이는, 감정의 진폭이 꽤 큰 인물이다.
"어디까지 슬퍼해야 하고 어디까지 엉뚱해야 할까, 또 얼마나 사랑스러워야 하며 얼마나 놀라야 할까, 이런 감정의 적절한 수위조절이 어려웠어요. 더구나 이번 영화에선 귀신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장면도 처음 해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보는 시선, 순간의 몰입, 호흡 같은 것들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영화에서 조증과 울증을 왔다가는 하는 여리의 상황처럼, 여배우들도 가끔은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기도 한다. 맑고 순수한, 그러면서 당찬 모습으로 스크린에 자주 투영되지만 생활인 손예진은 "평소 슬픔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제 안에 슬픔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때론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다 보면 밑으로 감정이 가라앉게 되죠. 슬픈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낙천적인 성격이면 편할 텐데, 제 성격이 그리 낙천적이지만은 않나 봐요."(웃음)
그는 ’연애소설’ 이후 주연배우로만 오롯이 9년을 달려왔다. "여배우로서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적당한 얼굴"을 지녔다는 손예진은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20대를 보냈다. "진화하고 싶고, 좋든 나쁘든 살이 덧붙여져서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변함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주인공을 오랫동안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다.
"20대 때는 이 일이 매우 좋았지만 그만큼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여배우로 20대를 보내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에요. 너무 많은 사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언제까지 해야 할까? 30대 중반이면 멈춰서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어요."
최근 영화들, 특히 ’타워’(2012)를 찍으면서 그런 생각의 물꼬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세월의 지혜가 차곡차곡 쌓인 농익은 연기에 대한 ’갈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 연륜있는 선배님들의 연기가 좋더라고요. ’타워’에서 송재호 선생님이 가만히 서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기를 하고 계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선생님의 삶이 연기고, 하나의 작품 같았습니다. 주름살부터, 서 있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게 연기로 보였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저런 멋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연기하면서 자신이 가진 한계를 계속 깨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배우는 자기 관리를 잘 해주면 인정받는 장인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과 구분되는 것 같아요.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만약 두려워한다면 연기를 조만간 하지 못하겠죠. 젊음의 빛은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주인공도 곧 할 수 없게 되겠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해요. 송재호 선생님이나 김혜숙 선생님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체계적인 관리를 하면서 그 나이에 걸맞은 연기를 꾸준히 해야겠죠."
결혼 계획을 물어보자 "너무 늦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일 욕심 때문에 당장은 어렵지만,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서 내가 준비되면 할 것"이라고 했다.
인생에서 3편의 영화밖에 할 수 없다면 어떤 영화를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한때 ’배우 인생의 작품은 하나’라는 해 본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이 없지는 않아요.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더티 댄싱’처럼 섹시한 춤과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그리고 내털리 포트먼이 출연한 ’블랙 스완’이나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피아니스트’처럼 저를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처절한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나를 버린 처절한 연기 해보고 파"
"다른 장르,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에 관심이 가요. 제가 즐거워야 관객들도 즐겁죠. 제 얼굴에서 비슷한 표정이 나오면 저도 지겨워요. 그걸 깨고 싶습니다."
손예진은 20대 초반이었던 지난 2002년 ’연애소설’ 이후 거의 매년 한 편씩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허진호 감독의 ’외출’(2005) 같은 멜로물과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2003) 같은 로맨틱코미디가 대부분이었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황인호 감독의 ’오싹한 연애’도 큰 틀에서는 이러한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공포’라는 외투를 걸치고 있다는 점에서 전작들과 조금은 다른 지점에 서 있다.
영화 개봉을 일주일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손예진을 만났다.
"관객에게 다른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색다른 걸 찾던 중에 ’오싹한 연애’를 봤습니다. 로맨틱코미디와 공포 장르의 혼합이 매력적이었습니다. 다만, 신인 감독이 연출한다는 점이 조금 고민됐어요. 그간 신인감독들과 작업도 많이 해서 반감은 없지만, 경험 많은 감독이라면 제 안에 숨어 있는 다른 어떤 것을 끄집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감독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그만두기엔 너무나 아까운 시나리오였습니다. 용기를 내지 않을 수 없었죠."
영화는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닌 여자 여리(손예진)가 겁 많고 소심한 마술사 ’조구’(이민기)를 만나 처음으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다. 사랑이야기와 여자들의 우정, 원한 등의 내용이 마구 뒤섞여 있는 독특한 작품이다. 그는 영화에서 귀신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신들린’ 여인 역을 소화했다. 귀신과 더불어 살아가면서 느끼는 우울함과 다가오는 사랑을 수줍게 받아들이는, 감정의 진폭이 꽤 큰 인물이다.
"어디까지 슬퍼해야 하고 어디까지 엉뚱해야 할까, 또 얼마나 사랑스러워야 하며 얼마나 놀라야 할까, 이런 감정의 적절한 수위조절이 어려웠어요. 더구나 이번 영화에선 귀신을 보고 공포를 느끼는 장면도 처음 해봤는데 쉽지 않았습니다. 카메라를 보는 시선, 순간의 몰입, 호흡 같은 것들을 새롭게 배웠습니다."
영화에서 조증과 울증을 왔다가는 하는 여리의 상황처럼, 여배우들도 가끔은 조증과 울증을 넘나들기도 한다. 맑고 순수한, 그러면서 당찬 모습으로 스크린에 자주 투영되지만 생활인 손예진은 "평소 슬픔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제 안에 슬픔이 많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때론 긍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아무래도 생각이 많아지다 보면 밑으로 감정이 가라앉게 되죠. 슬픈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요. 낙천적인 성격이면 편할 텐데, 제 성격이 그리 낙천적이지만은 않나 봐요."(웃음)
그는 ’연애소설’ 이후 주연배우로만 오롯이 9년을 달려왔다. "여배우로서 예쁘지도 못생기지도 않은 적당한 얼굴"을 지녔다는 손예진은 "최고의 배우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20대를 보냈다. "진화하고 싶고, 좋든 나쁘든 살이 덧붙여져서 성숙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은 변함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여주인공을 오랫동안 할 수 없다는 사실도 절감하고 있다.
"20대 때는 이 일이 매우 좋았지만 그만큼 힘든 부분도 있었어요. 여배우로 20대를 보내는 건 녹록지 않은 일이에요. 너무 많은 사람의 판단을 받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언제까지 해야 할까? 30대 중반이면 멈춰서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던 때도 있었어요."
최근 영화들, 특히 ’타워’(2012)를 찍으면서 그런 생각의 물꼬가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세월의 지혜가 차곡차곡 쌓인 농익은 연기에 대한 ’갈망’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 순간 연륜있는 선배님들의 연기가 좋더라고요. ’타워’에서 송재호 선생님이 가만히 서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연기를 하고 계신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선생님의 삶이 연기고, 하나의 작품 같았습니다. 주름살부터, 서 있는 모습까지 그 모든 게 연기로 보였어요. 저도 선생님처럼 저런 멋진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연기하면서 자신이 가진 한계를 계속 깨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배우는 자기 관리를 잘 해주면 인정받는 장인이 된다는 점에서 일반 직장인들과 구분되는 것 같아요. 나이 먹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만약 두려워한다면 연기를 조만간 하지 못하겠죠. 젊음의 빛은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여주인공도 곧 할 수 없게 되겠죠.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닌 듯해요. 송재호 선생님이나 김혜숙 선생님 같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러려면 체계적인 관리를 하면서 그 나이에 걸맞은 연기를 꾸준히 해야겠죠."
결혼 계획을 물어보자 "너무 늦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일 욕심 때문에 당장은 어렵지만, 좋은 엄마, 좋은 아내로서 내가 준비되면 할 것"이라고 했다.
인생에서 3편의 영화밖에 할 수 없다면 어떤 영화를 해보고 싶은지 물었다.
"한때 ’배우 인생의 작품은 하나’라는 해 본 적이 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이 없지는 않아요. ’델마와 루이스’ 같은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 ’더티 댄싱’처럼 섹시한 춤과 남녀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 그리고 내털리 포트먼이 출연한 ’블랙 스완’이나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한 ’피아니스트’처럼 저를 버려야만 할 수 있는 처절한 연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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