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자율형 사립고 3년째 미달

입력 2011.11.24 (23:42)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올해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의 원서접수 결과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있어, 신입생을 추가 모집한다 해도 정원을 채울 수 있을 지 미지수입니다.

유광석 기자!

<질문> 몇 개 학교나 미달된 건가요?

<답변>

서울에 자율형 사립고가 모두 26개 있는데요, 11개 학교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미달 사태는 첫해였던 지난 2009년에 2곳, 지난해 13곳에 이어 3년째입니다.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처음으로 나왔는데요, 화면에 보이는 동양고는 지난해 공업 고등학교에서 인문계인 자율고로 전환했는데, 지난해 지원자가 미달된 데 이어 올해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26개 자율고의 평균 경쟁율도 1.26대 1에 불과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미달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뭔가요?

<답변>

정부가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자율형 사립고를 확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적은 수요에 비해 학교수가 너무 많다는 비판입니다.

현재 서울시내 중3 학생수는 11만 3천여 명인데요, 26개 자율고와 특목고인 외국어고와 과학고, 국제고의 총 정원이 만 3천여 명입니다.

내신 상위 50% 안에 드는 학생이 모두 자율고와 특목고에 지원해도 경쟁률이 4.4대 1에 불과합니다.

또한 26개 자율고 가운데 여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7곳에 불과한 것도 미달사태의 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일반고 등록금의 최고 3배인 5백만원 가까이 되는 등록금도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자율고의 교육과정이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있는 게 미달 사태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자율고에 입학시키려던 계획을 포기한 학부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중3 학부모: "등록금이 비싼데 그것에 비례해서 아이들한테 돌아오는 혜택은 일반고와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질문> 자율형 사립고는 현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인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의 대표 학교 아니었습니까? 대규모 미달사태로 교과부 입장이 난처하겠습니다?

<답변>

자율형 사립고가 3년째 미달사태를 겪으면서 정책 실패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올해 지원자가 하나도 없었던 동양고는 자율고 지정이 취소되는 첫 학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과부는 동양고가 내년 1월 추가모집이 끝난 뒤 자율고 지정 취소를 신청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양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일반고 학생 배정이 끝나는 내년 2월 이후가 될 예정이어서 1학년 신입생을 받지 못한 채 2,3학년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파행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교과부는 오늘 자율고 미달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학생정원과 학급수 감축, 교육과정 특성화 등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학생 수요와 학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자율고 확대를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질문> 이에 비해 취업에 집중하는 특성화고는 인기를 끌고 있고 있다고요? 원인이 뭔가요?

<답변>

특성화고 출신의 취업률이 높고, 대학별로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확대 시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 여학생은 반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좋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인문계고 진학을 추천했지만, 이 학생은 특성화고로 진학했습니다.

학생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녹취> 정소현(내동중 3학년): "대학 간다고 무조건 취업되는 것도 아니고 특성화고에 진학해서 제 꿈에 먼저 한 발 다가가고 싶고.."

정 양이 합격한 이 특성화고의 올해 지원자 평균 점수는 지난해보다 12점이 높습니다.

내신성적 200점 만점에 170점 이상 학생은 지난해보다 세 배 늘었고 180점 이상 학생도 40명에 이릅니다.

신입생 정원이 450명인 이 특성화고에는 올해 지원자가 7백 명 가량 몰렸습니다.

지난해에는 미달이었지만, 취업률 높은 학과로 개편하면서 인기 학교로 탈바꿈했습니다.

또 취업 특별반을 운영하는 등 취업 준비생 교육을 강화해 올해 고3 취업률이 43%에 이릅니다.

이와 함께, 많은 대학이 산업현장에서 일하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확대하면서 특성화고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현장] 자율형 사립고 3년째 미달
    • 입력 2011-11-24 23:42:26
    뉴스라인 W
<앵커 멘트> 올해 서울지역 자율형 사립고의 원서접수 결과 대규모 미달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있어, 신입생을 추가 모집한다 해도 정원을 채울 수 있을 지 미지수입니다. 유광석 기자! <질문> 몇 개 학교나 미달된 건가요? <답변> 서울에 자율형 사립고가 모두 26개 있는데요, 11개 학교에서 미달 사태가 빚어졌습니다. 자율형 사립고 미달 사태는 첫해였던 지난 2009년에 2곳, 지난해 13곳에 이어 3년째입니다. 지원자가 한 명도 없는 학교도 처음으로 나왔는데요, 화면에 보이는 동양고는 지난해 공업 고등학교에서 인문계인 자율고로 전환했는데, 지난해 지원자가 미달된 데 이어 올해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26개 자율고의 평균 경쟁율도 1.26대 1에 불과했습니다. <질문> 이렇게 미달사태가 벌어진 원인은 뭔가요? <답변> 정부가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자율형 사립고를 확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먼저 적은 수요에 비해 학교수가 너무 많다는 비판입니다. 현재 서울시내 중3 학생수는 11만 3천여 명인데요, 26개 자율고와 특목고인 외국어고와 과학고, 국제고의 총 정원이 만 3천여 명입니다. 내신 상위 50% 안에 드는 학생이 모두 자율고와 특목고에 지원해도 경쟁률이 4.4대 1에 불과합니다. 또한 26개 자율고 가운데 여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7곳에 불과한 것도 미달사태의 한 원인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다 최근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일반고 등록금의 최고 3배인 5백만원 가까이 되는 등록금도 주요 원인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자율고의 교육과정이 일반고와 큰 차이가 없다는 인식이 학부모들 사이에 퍼져있는 게 미달 사태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중학교 3학년 아들을 자율고에 입학시키려던 계획을 포기한 학부모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녹취> 중3 학부모: "등록금이 비싼데 그것에 비례해서 아이들한테 돌아오는 혜택은 일반고와 별 차이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질문> 자율형 사립고는 현 정부의 주요 교육정책인 고교 다양화 프로젝트의 대표 학교 아니었습니까? 대규모 미달사태로 교과부 입장이 난처하겠습니다? <답변> 자율형 사립고가 3년째 미달사태를 겪으면서 정책 실패론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일단 올해 지원자가 하나도 없었던 동양고는 자율고 지정이 취소되는 첫 학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과부는 동양고가 내년 1월 추가모집이 끝난 뒤 자율고 지정 취소를 신청하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양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더라도 일반고 학생 배정이 끝나는 내년 2월 이후가 될 예정이어서 1학년 신입생을 받지 못한 채 2,3학년만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파행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교과부는 오늘 자율고 미달사태에 대한 대책으로, 학생정원과 학급수 감축, 교육과정 특성화 등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학생 수요와 학교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자율고 확대를 추진했다는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질문> 이에 비해 취업에 집중하는 특성화고는 인기를 끌고 있고 있다고요? 원인이 뭔가요? <답변> 특성화고 출신의 취업률이 높고, 대학별로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확대 시행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이 여학생은 반에서 1,2등을 다툴 정도로 성적이 좋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인문계고 진학을 추천했지만, 이 학생은 특성화고로 진학했습니다. 학생의 얘기를 들어보시죠. <녹취> 정소현(내동중 3학년): "대학 간다고 무조건 취업되는 것도 아니고 특성화고에 진학해서 제 꿈에 먼저 한 발 다가가고 싶고.." 정 양이 합격한 이 특성화고의 올해 지원자 평균 점수는 지난해보다 12점이 높습니다. 내신성적 200점 만점에 170점 이상 학생은 지난해보다 세 배 늘었고 180점 이상 학생도 40명에 이릅니다. 신입생 정원이 450명인 이 특성화고에는 올해 지원자가 7백 명 가량 몰렸습니다. 지난해에는 미달이었지만, 취업률 높은 학과로 개편하면서 인기 학교로 탈바꿈했습니다. 또 취업 특별반을 운영하는 등 취업 준비생 교육을 강화해 올해 고3 취업률이 43%에 이릅니다. 이와 함께, 많은 대학이 산업현장에서 일하면서 대학에 진학하는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확대하면서 특성화고의 인기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