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열 수가 없어요”

입력 2011.11.30 (13:02) 수정 2011.11.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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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 년 내내 자기 집 창문 하나 마음대로 열지 못하고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인근에 있는 화력 발전소에서 석탄재가 날아와 곳곳을 검게 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수확을 앞둔 배추 밑동마다 까만 먼지가 박혀 있습니다.

불과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날아온 석탄재가 쌓인 겁니다.

<인터뷰>조명순(주민): "호박이나 이런 거 심으면 이렇게 분진이 많아요. 분진 날리는데 보호망이 없잖아요."

창틀이나 마당 곳곳에도 석탄재가 까맣게 내려앉았습니다.

20여 년 전 마을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선 뒤부터 주민들은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황연자(주민): "일상생활이 다 어려워요. 창문을 못 열고 사니까. 빨래도 밖에 다 못 말리고 항상 안에서 말려야 하고..."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도 부쩍 늘었습니다.

백 명 남짓한 주민 가운데 최근 들어 7명이 암으로 숨지거나 치료를 받으면서 질병에 대한 공포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유채배(주민): "아픈 사람도 다 죽었으니까 그런 마음이 안들겠어요? 왜 딴 데는 암환자가 없는데 이 동네만 이렇게 됐냐..."

수십 년 동안 쌓인 피해는 대부분이 60, 70대인 주민들이 고향을 버리고 떠나겠다며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입니다.

<인터뷰>한상용(보령화력 환경대책위): "쾌적한 마을에서 여생을 살고 싶다고 이주를 원해서 2009년부터 탄원서를 내고 우린 못살겠다 이주해다오."

하지만, 발전소 측은 환경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할 법적 근거나 의무가 없다며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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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문을 열 수가 없어요”
    • 입력 2011-11-30 13:02:29
    • 수정2011-11-30 16: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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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일 년 내내 자기 집 창문 하나 마음대로 열지 못하고 사는 마을이 있습니다. 인근에 있는 화력 발전소에서 석탄재가 날아와 곳곳을 검게 물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수확을 앞둔 배추 밑동마다 까만 먼지가 박혀 있습니다. 불과 수백 미터 떨어져 있는 화력발전소에서 날아온 석탄재가 쌓인 겁니다. <인터뷰>조명순(주민): "호박이나 이런 거 심으면 이렇게 분진이 많아요. 분진 날리는데 보호망이 없잖아요." 창틀이나 마당 곳곳에도 석탄재가 까맣게 내려앉았습니다. 20여 년 전 마을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선 뒤부터 주민들은 창문도 마음대로 열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황연자(주민): "일상생활이 다 어려워요. 창문을 못 열고 사니까. 빨래도 밖에 다 못 말리고 항상 안에서 말려야 하고..." 기침과 가래 등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는 주민도 부쩍 늘었습니다. 백 명 남짓한 주민 가운데 최근 들어 7명이 암으로 숨지거나 치료를 받으면서 질병에 대한 공포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유채배(주민): "아픈 사람도 다 죽었으니까 그런 마음이 안들겠어요? 왜 딴 데는 암환자가 없는데 이 동네만 이렇게 됐냐..." 수십 년 동안 쌓인 피해는 대부분이 60, 70대인 주민들이 고향을 버리고 떠나겠다며 이주 대책을 요구하고 나설 정도입니다. <인터뷰>한상용(보령화력 환경대책위): "쾌적한 마을에서 여생을 살고 싶다고 이주를 원해서 2009년부터 탄원서를 내고 우린 못살겠다 이주해다오." 하지만, 발전소 측은 환경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할 법적 근거나 의무가 없다며 피해 상황에 대한 조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정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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