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외과·산부인과 기피 심각

입력 2011.12.01 (23:4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정재영, 요즘 병원에서 인기가 있다는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일컫는 말입니다.

중요한 과목이긴 하지만,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죠.

하지만, 올해도 생명을 다루는 과들은 전공의 지원이 미달됐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박기자, 의사기도 하잖아요, 병원 속사정은 매우 잘 알 텐데. 직접 속사정을 들어보셨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병원을 돌아다니며 여러 전공의 선생님들을 만나봤습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1년차 외과 전공의입니다.

하루종일 수술 방에 있다가 병동으로 쉴 틈 없이 바로 이동합니다.
제가 물어봤습니다.

<녹취>" (바쁘게 어디 가시나요?) 어제 수술한 환자인데 병동에서 갑자기 너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1년차가 7명이 있어야 하지만 3명밖에 없는 상황.

병동 환자를 돌보고 응급실까지 봐야 합니다.

<인터뷰>김현규(외과 전공의): "평균적인 수면시간은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되고 응급인 경우에는 밤을 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질문> 박기자, 서울의 큰 대학병원도 이렇다면 지방은 더 심할 것 같은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방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도 다녀왔는데요.

지난 2년 동안 산부인과 지원자가 없어서 전공의 3년차 혼자서 병동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인터뷰>정주은(산부인과 전문의): "70명 정도 입원했는데 전공의가 저 혼자라서 불만사항을 다 들어드리고 빨리 해결해드리는데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올해 지원 현황을 보면 외과가 절반 가까이 미달이고, 흉부외과는 정원의 62%, 산부인과는 44%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은 생명과 직접 관련된 전문과목들의 기피현상이 심각한 것이죠?

<질문> 전국적인 현상인데,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 거죠?

<답변>

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무엇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없는 데다 일도 힘든 과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환자가 있기 때문에 항시 대기를 해야 하고, 또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보니, 의료사고나 분쟁의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더욱이 보험 수가는 높지 않아서 다들 기피하는 것이죠.

<질문> 이렇게 생명과 직결된 과를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나중에 의료서비스의 공백이 발생할 텐데요. 아무런 조치도 없었나요?

<답변>

네,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치를 취했는데요.

힘든 전문 과목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관련과의 전공의 월급을 2배까지 올렸습니다.

하지만, 외과 지원율은 오히려 3년 새 13% 포인트 떨어졌고, 흉부외과만 11% 포인트 증가했을 뿐입니다.

전공의 월급을 올려주는 유인책이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뜻인데요.

전문의를 취득한 뒤에 안정적인 일자리을 찾기가 쉽지않기 때문입니다.

대학병원을 떠나는 순간 사람의 배를 열고 장기를 자르는 등 고급 의료기술을 활용할 만한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인터뷰>정성운(부산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어렵게 수련을 마치고 나서 잘 배웠던 것을 베풀 수 있고 아픈 환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먼저 이뤄줘야겠다는…"

<질문> 그러면 돈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최근 의료 환경이 급격히 변함에 따라 지역의 의료 수요도 많이 바뀝니다.

따라서 먼저 전공의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이창준(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장): "진료 수요를 파악해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거기에 맞춰 전공의 정원 조정을 진료과목별로 다시 검토를 할 계획입니다."

게다가 전공의들을 값싼 의료인력 정도로 여기는 병원들의 태도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이죠

밤샘 당직이 많은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에 대해 근무시간 상한제 도입 등을 고려해보는 것도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취재현장] 외과·산부인과 기피 심각
    • 입력 2011-12-01 23:40:04
    뉴스라인 W
<앵커 멘트> 정재영, 요즘 병원에서 인기가 있다는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를 일컫는 말입니다. 중요한 과목이긴 하지만, 생명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죠. 하지만, 올해도 생명을 다루는 과들은 전공의 지원이 미달됐습니다.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나왔습니다. <질문> 박기자, 의사기도 하잖아요, 병원 속사정은 매우 잘 알 텐데. 직접 속사정을 들어보셨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제가 직접 병원을 돌아다니며 여러 전공의 선생님들을 만나봤습니다.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1년차 외과 전공의입니다. 하루종일 수술 방에 있다가 병동으로 쉴 틈 없이 바로 이동합니다. 제가 물어봤습니다. <녹취>" (바쁘게 어디 가시나요?) 어제 수술한 환자인데 병동에서 갑자기 너무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1년차가 7명이 있어야 하지만 3명밖에 없는 상황. 병동 환자를 돌보고 응급실까지 봐야 합니다. <인터뷰>김현규(외과 전공의): "평균적인 수면시간은 2시간에서 3시간 정도 되고 응급인 경우에는 밤을 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질문> 박기자, 서울의 큰 대학병원도 이렇다면 지방은 더 심할 것 같은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실제로 지방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도 다녀왔는데요. 지난 2년 동안 산부인과 지원자가 없어서 전공의 3년차 혼자서 병동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번 들어보시죠. <인터뷰>정주은(산부인과 전문의): "70명 정도 입원했는데 전공의가 저 혼자라서 불만사항을 다 들어드리고 빨리 해결해드리는데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 실제 현실은 어떨까요? 올해 지원 현황을 보면 외과가 절반 가까이 미달이고, 흉부외과는 정원의 62%, 산부인과는 44%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은 생명과 직접 관련된 전문과목들의 기피현상이 심각한 것이죠? <질문> 전국적인 현상인데, 이런 현상이 왜 나타나는 거죠? <답변> 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무엇보다 쉽게 돈을 벌 수 없는 데다 일도 힘든 과라는 점입니다. 실제로 외과, 흉부외과, 산부인과 등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응급환자가 있기 때문에 항시 대기를 해야 하고, 또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보니, 의료사고나 분쟁의 위험요소가 많습니다. 더욱이 보험 수가는 높지 않아서 다들 기피하는 것이죠. <질문> 이렇게 생명과 직결된 과를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나중에 의료서비스의 공백이 발생할 텐데요. 아무런 조치도 없었나요? <답변> 네, 정부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조치를 취했는데요. 힘든 전문 과목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관련과의 전공의 월급을 2배까지 올렸습니다. 하지만, 외과 지원율은 오히려 3년 새 13% 포인트 떨어졌고, 흉부외과만 11% 포인트 증가했을 뿐입니다. 전공의 월급을 올려주는 유인책이 거의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뜻인데요. 전문의를 취득한 뒤에 안정적인 일자리을 찾기가 쉽지않기 때문입니다. 대학병원을 떠나는 순간 사람의 배를 열고 장기를 자르는 등 고급 의료기술을 활용할 만한 곳이 없다는 뜻입니다. <인터뷰>정성운(부산대병원 흉부외과 교수): "어렵게 수련을 마치고 나서 잘 배웠던 것을 베풀 수 있고 아픈 환자들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먼저 이뤄줘야겠다는…" <질문> 그러면 돈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최근 의료 환경이 급격히 변함에 따라 지역의 의료 수요도 많이 바뀝니다. 따라서 먼저 전공의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정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시죠. <인터뷰>이창준(보건복지부 의료자원과장): "진료 수요를 파악해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고 거기에 맞춰 전공의 정원 조정을 진료과목별로 다시 검토를 할 계획입니다." 게다가 전공의들을 값싼 의료인력 정도로 여기는 병원들의 태도도 개선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한 것이죠 밤샘 당직이 많은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에 대해 근무시간 상한제 도입 등을 고려해보는 것도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한 방법으로 보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