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부정선거 규탄 시위 확산

입력 2011.12.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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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둘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부정선거 규탄 시위로 요동치는 러시아 정국과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들의 힘겨운 생활상 취재했습니다.

태국에서 군대까지 출동해 나무를 베가는 벌목꾼과 전투를 벌인다는 소식과 인도에서 번성하는 대리모 산업 실태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러시아에서 부정 선거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치러진 총선거에서 집권당이 조직적인 부정을 저지른 데 대해 시민적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겁니다.

시위대는 또 집권여당을 이끌고 있는 푸틴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로 다시 나선 푸틴의 재집권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모스크바 김명섭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김 특파원, 오늘 총선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어떻게 됐습니까?

<리포트>

제가 지금 서있는 곳은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크렘린궁 앞입니다.

제 앞에는 이번 총선에서 뽑힌 국회의원들이 일할 러시아 하원 '두마' 건물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불과 한블럭 떨어진 '플라샤지 레볼루션나', 즉 혁명광장에서 약 3시간 전부터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찰과 보안군이 2만 명 이상 출동해 참가자들을 연행해가고 있어 정상적인 집회가 불가능한 상탭니다.

러시아 정부는 3백 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마구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시내 곳곳마다 경찰과 보안군 병력이 출동해 삼엄한 경계를 펴고 군중이 모이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주 내내 부정선거 논란과 항의 시위가 그치지 않았죠. 부정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구요?

<답변>

총선 당일부터 현재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부정선거 의혹 정황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50장의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장에 들어가다 적발된 사례가 있는데요.

이 투표용지에는 이미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에 기표돼 있었습니다. 어떤 투표장에서는 선거감시원이 한 눈을 파는 사이 여당이 찍힌 투표용지 수십 장을 넣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한 지방에서는 선관위 직원이 주민들을 대신해 여당을 기표한 뒤 이를 투표함에 자연스럽게 넣는 장면도 유투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민간선거감시기구인 '골로스'는 여당이 무려 5천3백여 건의 불법 사례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득표율 53%를 기록했는데요. AP통신은 부정 선거가 없었다면 득표율이 25%까지 떨어졌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선거 당일 언론사와 선거감시단체의 웹사이트가 디도스 공격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투표가 시작되기 전 새벽부터 뉴타임스라는 진보성향의 웹진이 디도스 공격을 받아 다운됐습니다. 이어 반정부성향의 '에흐 모스크비' 라디오 방송의 웹사이트 그리고 ' 메르 산트' 신문사 웹사이트 등이 디도스 공격을 받아 한동안 웹사이트 접속이 중지됐습니다.

선거감시단체인 골로스의 웹사이트는 해커들의 공격으로 총선 이후 폐쇄된 상태입니다.아직 누가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는지 실체는 오리무중입니다. 다만 이런 내용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파되면서 오히려 젊은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했고 항의 시위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인터뷰>레나(항의 시위 참가 시민) : "(SNS를 통해) 선거 부정이 드러났는데 더 이상 표 도둑들과 같이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질문> 이번 부정 선거 폭로에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젊은 층의 역할이 컸다고 하는데... 이들을 직접 만나봤죠?

<답변>

예. 그렇습니다. 20,30대의 젊은이들이 선거감시원이나 개인 블러거로 활동하면서 선거 부정 사례를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공개해 항의 시위를 확산시켰습니다.

반정부성향의 노보야가제타 신문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알렉세이는 여당이 모집한 선거 도우미로 잠입해 선거 부정을 확인,폭로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알렉세이(대학생) : "77개의 부정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으면 천 루블(4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여당쪽에서 교육을 시켰습니다."

알렉세이는 7번씩 중복 투표를 하는 한 여당측 고용인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대다수의 주류언론들이 부정선거에 침묵하고 있는 사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질문> 선거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푸틴 총리의 내년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렇게 봐야겠죠?

<답변>

이번 부정선거 규탄 시위대들은 푸틴 재집권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미 대통령을 두번 연임하고 나서 총리를 맡고 내년 초에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푸틴이 이번 총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푸틴 총리는 지난 7일 내년 대선 후보 등록을 한 뒤 법을 어긴 시위대에게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선거 부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자 주권 침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야당 지도자들과 시위대 수백 명이 경찰과 보안군에 체포돼 구금됐습니다. 정치적 변혁의 기로에 놓인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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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부정선거 규탄 시위 확산
    • 입력 2011-12-11 09:19:40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2월 둘째 주 특파원현장보고, 부정선거 규탄 시위로 요동치는 러시아 정국과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들의 힘겨운 생활상 취재했습니다. 태국에서 군대까지 출동해 나무를 베가는 벌목꾼과 전투를 벌인다는 소식과 인도에서 번성하는 대리모 산업 실태도 자세히 전해드립니다. 러시아에서 부정 선거 규탄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주일 전 치러진 총선거에서 집권당이 조직적인 부정을 저지른 데 대해 시민적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는 겁니다. 시위대는 또 집권여당을 이끌고 있는 푸틴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내년 대통령 선거 후보로 다시 나선 푸틴의 재집권 행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모스크바 김명섭 특파원 연결해 자세한 내용 알아봅니다. 김 특파원, 오늘 총선 이후 최대 규모의 집회가 예정돼 있었는데.. 어떻게 됐습니까? <리포트> 제가 지금 서있는 곳은 러시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크렘린궁 앞입니다. 제 앞에는 이번 총선에서 뽑힌 국회의원들이 일할 러시아 하원 '두마' 건물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불과 한블럭 떨어진 '플라샤지 레볼루션나', 즉 혁명광장에서 약 3시간 전부터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경찰과 보안군이 2만 명 이상 출동해 참가자들을 연행해가고 있어 정상적인 집회가 불가능한 상탭니다. 러시아 정부는 3백 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마구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모스크바 시내 곳곳마다 경찰과 보안군 병력이 출동해 삼엄한 경계를 펴고 군중이 모이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질문> 이번 주 내내 부정선거 논란과 항의 시위가 그치지 않았죠. 부정의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구요? <답변> 총선 당일부터 현재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부정선거 의혹 정황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한 사람이 50장의 투표용지를 들고 투표장에 들어가다 적발된 사례가 있는데요. 이 투표용지에는 이미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에 기표돼 있었습니다. 어떤 투표장에서는 선거감시원이 한 눈을 파는 사이 여당이 찍힌 투표용지 수십 장을 넣는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한 지방에서는 선관위 직원이 주민들을 대신해 여당을 기표한 뒤 이를 투표함에 자연스럽게 넣는 장면도 유투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민간선거감시기구인 '골로스'는 여당이 무려 5천3백여 건의 불법 사례를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총선에서 여당은 득표율 53%를 기록했는데요. AP통신은 부정 선거가 없었다면 득표율이 25%까지 떨어졌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질문> 그런데 선거 당일 언론사와 선거감시단체의 웹사이트가 디도스 공격을 당하지 않았습니까? <답변> 그렇습니다. 투표가 시작되기 전 새벽부터 뉴타임스라는 진보성향의 웹진이 디도스 공격을 받아 다운됐습니다. 이어 반정부성향의 '에흐 모스크비' 라디오 방송의 웹사이트 그리고 ' 메르 산트' 신문사 웹사이트 등이 디도스 공격을 받아 한동안 웹사이트 접속이 중지됐습니다. 선거감시단체인 골로스의 웹사이트는 해커들의 공격으로 총선 이후 폐쇄된 상태입니다.아직 누가 디도스 공격을 감행했는지 실체는 오리무중입니다. 다만 이런 내용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파되면서 오히려 젊은층이 투표에 많이 참여했고 항의 시위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인터뷰>레나(항의 시위 참가 시민) : "(SNS를 통해) 선거 부정이 드러났는데 더 이상 표 도둑들과 같이 살고 싶지 않습니다." <질문> 이번 부정 선거 폭로에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사용하는 젊은 층의 역할이 컸다고 하는데... 이들을 직접 만나봤죠? <답변> 예. 그렇습니다. 20,30대의 젊은이들이 선거감시원이나 개인 블러거로 활동하면서 선거 부정 사례를 촬영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등에 공개해 항의 시위를 확산시켰습니다. 반정부성향의 노보야가제타 신문에서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알렉세이는 여당이 모집한 선거 도우미로 잠입해 선거 부정을 확인,폭로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알렉세이(대학생) : "77개의 부정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으면 천 루블(4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여당쪽에서 교육을 시켰습니다." 알렉세이는 7번씩 중복 투표를 하는 한 여당측 고용인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 대다수의 주류언론들이 부정선거에 침묵하고 있는 사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언론의 기능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질문> 선거 후폭풍이 거세지면서 푸틴 총리의 내년 대선 가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이렇게 봐야겠죠? <답변> 이번 부정선거 규탄 시위대들은 푸틴 재집권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미 대통령을 두번 연임하고 나서 총리를 맡고 내년 초에 다시 대권에 도전하는 푸틴이 이번 총선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푸틴 총리는 지난 7일 내년 대선 후보 등록을 한 뒤 법을 어긴 시위대에게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선거 부정에 대한 우려를 표하자 주권 침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야당 지도자들과 시위대 수백 명이 경찰과 보안군에 체포돼 구금됐습니다. 정치적 변혁의 기로에 놓인 러시아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어떻게 변화해 나갈 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스크바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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