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나는 하층민이다”…탈출구가 없다

입력 2012.01.04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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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방반규 (구멍가게 운영) : "안 되죠. 요새 장사 잘 되는 가게가 어딨어요. 다 안 되지."

<녹취> 임준상 (택시기사) : "점점 더 어려워요. 택시 운전하기가. 손님도 점점 더 없고..."

<앵커 멘트>

보신 것처럼 요즘 사는 게 참 빠듯하다고 느끼는 분들,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인데 아파트 대출에, 교육비에, 노후 준비까지 나갈 돈은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들도 이 정도인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 저는 휴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인턴으로 한 달에 백만원을 버는데요. 학자금을 갚고 35만원은 고시원 월세를 냅니다. 암 투병 중이신 아버지를 위해 살림에도 좀 보태고 나면 사실 용돈이란 건 없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고시원으로 돌아오면 못다한 공부를 합니다. 해외 어학연수는 커녕 학원 다닐 형편도 안 되지만 꿈까지 접을 수는 없습니다. 다음 학기도 휴학입니다. 사무직 인턴 일도 곧 끝나는만큼 이젠 아르바이트 걱정입니다.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까요? 또 친구들의 화려한 스펙을 뚫고 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녹취> "저는 78살이고 혼자 삽니다. 나라에서 한 달에서 26만 원을 주는데 약값으로 대부분 나갑니다. 소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써주는 데가 없네요. 종일 혼자 텔레비전만 봅니다."

<녹취> "할머니 저 왔어요."

<녹취> "복지관 도시락을 반으로 나눠 점심과 저녁을 먹습니다. 오늘같이 추운 날 바람 드는 반지하방은 너무 힘들어요. 실버타운요? 들어는 본 것 같네요. 난방비나 좀 적게 나오면 좋겠어요."

<앵커 멘트>

네, 보신 것처럼 난방비라도 적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데요.

황현택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인식을 전해드립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느 정도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소득 수준으로 보면 우리 국민의 12.5%, 즉 10명 중 1명가량이 저소득층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직접 생각을 물어봤더니 45.3%, 국민의 절반 가량은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답했습니다.

둘 사이에 무려 30%포인트 넘는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이유는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돈 들어갈 곳은 점차 많아지는데 소득은 늘지 않다보니 심리적인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소비 가운데 생활비 비중은 24.3%였습니다.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세번째로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남들이 봤을 때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점심 시간인데도 숯불갈비 집 안에 한기만 가득합니다.

3년 전, 5억 원을 빌려 문을 연 식당.

손님은 줄면서 매달 갚는 원리금 460만원 만들기도 버겁습니다.

급기야 종업원까지 8명에서 3명으로 줄였지만, 폐업으로 내몰리지 걱정입니다.

<인터뷰> 남대순(음식점 운영) : "인건비가 안 나오니까 사람을 자꾸 줄이는 거에요. 줄이고 또 줄이고, 또 줄이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장사가 더 안되는 거에요."

내 집 마련 욕심에 3억여 원을 빌린 류 모 씨.

남편 월급 가운데 3분의 1 넘는 190만 원이 다달이 은행으로 빠져나갑니다.

두 아이 양육과 교육비까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빚은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인터뷰> 류모 씨 (음성변조) : "마이너스 통장이 다 차서 부모님한테 돈을 더 빌렸어요. 불면증이 생겼어요. 진짜로."

열심히 일해도 늘 빚에 쪼들리는 이른바 '근로빈곤층'.

은행 이자에 자녀 출산과 양육비, 게다가 사교육비 부담까지. 늘 빚에 허덕이는 이유도 갖가지입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고 그냥 주저 않을수는 없겠죠?

심리적,상대적 빈곤을 이기고 상생을 위한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과제를 곽선정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달콤한 쿠키 냄새로 가득한 공간.

42살 주덕환 씨의 일텁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일용직을 전전하던 주 씨.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삶이 바뀌었습니다.

주 씨는 장애인과 장기 실업자, 고령자 등 직원 8명과 함께 희망을 일궈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덕환(사회적기업/'독도쿠키' 대표) : "아침에 일어나서 일할 수 있다는 거, 그것 자체가 좋은 거구요."

이처럼 취업이 어려운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사회적 기업은 전국 6백45곳, 만 6천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자리 창출을 양극화 해법으로 꼽습니다.

또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젭니다.

전체 임금근로자 천7백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 임금 격차 수준은 OECD가입국 중 세 번째로 높습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 : "기업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가계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값과 교육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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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나는 하층민이다”…탈출구가 없다
    • 입력 2012-01-04 22: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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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방반규 (구멍가게 운영) : "안 되죠. 요새 장사 잘 되는 가게가 어딨어요. 다 안 되지." <녹취> 임준상 (택시기사) : "점점 더 어려워요. 택시 운전하기가. 손님도 점점 더 없고..." <앵커 멘트> 보신 것처럼 요즘 사는 게 참 빠듯하다고 느끼는 분들, 갈수록 늘고 있는데요. 들어오는 돈은 그대로인데 아파트 대출에, 교육비에, 노후 준비까지 나갈 돈은 점점 더 늘어가고 있습니다. 비교적 안정적인 수입이 있는 사람들도 이 정도인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녹취> " 저는 휴학 중인 대학생입니다. 인턴으로 한 달에 백만원을 버는데요. 학자금을 갚고 35만원은 고시원 월세를 냅니다. 암 투병 중이신 아버지를 위해 살림에도 좀 보태고 나면 사실 용돈이란 건 없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고시원으로 돌아오면 못다한 공부를 합니다. 해외 어학연수는 커녕 학원 다닐 형편도 안 되지만 꿈까지 접을 수는 없습니다. 다음 학기도 휴학입니다. 사무직 인턴 일도 곧 끝나는만큼 이젠 아르바이트 걱정입니다. 무사히 대학을 졸업할 수 있을까요? 또 친구들의 화려한 스펙을 뚫고 취업을 할 수 있을까요?" <녹취> "저는 78살이고 혼자 삽니다. 나라에서 한 달에서 26만 원을 주는데 약값으로 대부분 나갑니다. 소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써주는 데가 없네요. 종일 혼자 텔레비전만 봅니다." <녹취> "할머니 저 왔어요." <녹취> "복지관 도시락을 반으로 나눠 점심과 저녁을 먹습니다. 오늘같이 추운 날 바람 드는 반지하방은 너무 힘들어요. 실버타운요? 들어는 본 것 같네요. 난방비나 좀 적게 나오면 좋겠어요." <앵커 멘트> 네, 보신 것처럼 난방비라도 적게 나왔으면 좋겠다는 말,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데요. 황현택 기자가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인식을 전해드립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어느 정도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소득 수준으로 보면 우리 국민의 12.5%, 즉 10명 중 1명가량이 저소득층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직접 생각을 물어봤더니 45.3%, 국민의 절반 가량은 자신을 '하층민'이라고 답했습니다. 둘 사이에 무려 30%포인트 넘는 차이가 나는 셈입니다. 이유는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돈 들어갈 곳은 점차 많아지는데 소득은 늘지 않다보니 심리적인 박탈감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 소비 가운데 생활비 비중은 24.3%였습니다.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 세번째로 높은 걸로 나타났습니다 남들이 봤을 때는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이지만, 속앓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점심 시간인데도 숯불갈비 집 안에 한기만 가득합니다. 3년 전, 5억 원을 빌려 문을 연 식당. 손님은 줄면서 매달 갚는 원리금 460만원 만들기도 버겁습니다. 급기야 종업원까지 8명에서 3명으로 줄였지만, 폐업으로 내몰리지 걱정입니다. <인터뷰> 남대순(음식점 운영) : "인건비가 안 나오니까 사람을 자꾸 줄이는 거에요. 줄이고 또 줄이고, 또 줄이는 거에요. 그러다보니 장사가 더 안되는 거에요." 내 집 마련 욕심에 3억여 원을 빌린 류 모 씨. 남편 월급 가운데 3분의 1 넘는 190만 원이 다달이 은행으로 빠져나갑니다. 두 아이 양육과 교육비까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빚은 줄어들 기미가 없습니다. <인터뷰> 류모 씨 (음성변조) : "마이너스 통장이 다 차서 부모님한테 돈을 더 빌렸어요. 불면증이 생겼어요. 진짜로." 열심히 일해도 늘 빚에 쪼들리는 이른바 '근로빈곤층'. 은행 이자에 자녀 출산과 양육비, 게다가 사교육비 부담까지. 늘 빚에 허덕이는 이유도 갖가지입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고 그냥 주저 않을수는 없겠죠? 심리적,상대적 빈곤을 이기고 상생을 위한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우선 과제를 곽선정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달콤한 쿠키 냄새로 가득한 공간. 42살 주덕환 씨의 일텁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일용직을 전전하던 주 씨.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면서 삶이 바뀌었습니다. 주 씨는 장애인과 장기 실업자, 고령자 등 직원 8명과 함께 희망을 일궈가고 있습니다. <인터뷰> 주덕환(사회적기업/'독도쿠키' 대표) : "아침에 일어나서 일할 수 있다는 거, 그것 자체가 좋은 거구요." 이처럼 취업이 어려운 취약 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해주는 사회적 기업은 전국 6백45곳, 만 6천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일자리 창출을 양극화 해법으로 꼽습니다. 또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것도 시급한 과젭니다. 전체 임금근로자 천7백만 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율은 3분의 1, 임금 격차 수준은 OECD가입국 중 세 번째로 높습니다. <인터뷰>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 : "기업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가계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집값과 교육비를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도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KBS 뉴스 곽선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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