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北 주민, 휴대전화로 말하다

입력 2012.01.28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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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28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 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최근 휴대전화와 USB 등 통신기기를 이용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북한 주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심지어 휴대전화 전파 장애기까지 동원해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막아보려 하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란게 탈북자들의 말인데요.

남북의 창이 ‘직접’ 휴대전화로 북한 주민과 통화해 최근 북한 현지 소식을 알아 보고 북한 주민의 외부 접촉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정소라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남북의 창은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녹취>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하기 정말 힘드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한 달 째, 북한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치안이 강화됐고, 감시도 심해졌다고 합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군대들이고 보안서나 보위부나 이런 데서 다 자기 맡은 단위들 있지 않습니까. 좀 미타한(미심쩍은) 사람들을 단속해서 공중 검열을 한단 말입니다. 어쨌든 12월 달부터 이전보다 경비가 좀 심해졌습니다."

또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엔 인민군 소속의 국경수비대 외에 민병대인 노농적위대까지 배치됐다고 합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노농적위대라고 있는 거 압니까? 국경연선 봉쇄 들어갔단 말입니다. 한 개 조가 두 명이라고 하게 되면 4명으로 인원을 더 증강하고. 나무 목총을 들고 하는데 마지막에 실탄 사격할 때는 총사격한단 말입니다."

최근 강화된 국경 수비에도 탈북이 계속되자 각 직장단위 차원의 단속도 더 심해졌습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두 번에 거쳐서 도강한 게 있단 말입니다. 완전히 중국 땅에 넘어갔습니다. 매 아침마다 직장에서 출근 인원이 몇 명인데 누구 무단했는가, 누구 오늘 병결 (병으로 결근)인가 이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딱딱딱딱 보고 합니다. "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은 설 명절 배급품이 말해줍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명절이라는 게 세대당 술 한 병에 두부 한 모씩 줍니다. "

또 북한 당국이 선전하고 있는 강성대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낮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아니 날이 갈수록 점점 쪼들리기만 하는데 어떻게 강성대국의 문이 활짝 열릴 수가 있습니까. 그 우스갯소리가 뭐냐 하면 강성대국의 문을 빼꼼히 한쪽 눈으로 들여다봤는데 그 강성대국 문 안에는 백성들이 하나도 없고 간부들만 있더라는 겁니다. 허허허. 그런 소리까지 다 나옵니다. 그러니까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남북의 창과 통화한 북한 주민은 단속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통화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비록 북한 당국의 감시가 심하긴 하지만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도 북한 주민과의 전화 통화가 가능해졌고, 실시간으로 북한 내부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 소식을 전하는 매체 가운데 상당수는 이른바 북한 내부의 정보원과 정기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수철(북한 전문매체 기자) : "북한 주민들하고 통화하는 건 중국 휴대폰을 들여보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여기서 한국 사람이 중국 사람에게 국제 전화를 거는 것과 꼭 같고. 또 그렇다고 해서 북한 내부 전역에 휴대전화가 들어간다고 통화가 되는 건 아니에요. 압록강이나 두만강으로부터 내부에 한 3km 정도까지만 통화합니다. 왜냐하면 중국 기지국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죠."

지난해 10월, 일본 앞바다에서 소형 목선에 탄 채 표류하던 탈북자 9명이 발견됐습니다.

4년 전부터 탈북을 준비했다는 이들은 남한의 단파 라디오를 듣고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탈북자의 35%는 북한과 연변, 연해주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KBS 한민족 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고, 이중 15%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규칙적으로 청취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25%는 KBS 한민족 방송이 탈북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수철(북한 전문매체 기자) : "새벽 한시부터 다섯시까지는 잘 들리더라구요. 그때 남한방송 많이 들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또 뉴스도 나오는 것도 그만하면 진실 같고. 대부분 북한 주민들은 외부와의 소통을 나가보지 못하고 cd라든지 라디오를 통해서 접하거든요."

북한 내부를 생생하게 담은 영상은 usb나 메모리칩을 통해 외부 세계로 전달됩니다.
이 기기들은 북한을 오가는 여행객이나 장사꾼의 짐 속에 숨겨 인편으로 주고받습니다.

<인터뷰> 김수철(북한 전문매체 기자) : "저희들하고는 카메라에 찍어가지고 메모리칩을 넘기는 방법. 카메라는 저희들이 보내고 있어요. 칩도 최대한 작은 것으로 최근엔 dvd나 cd플레이어의 보급이 확산 돼 외부 세계의 동영상을 즐겨 본다고 합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일성대학 학생들이 거의 뭐 2만 여 명이 되는 모양이에요. 그 중에 한 2천 여 명에게서 대북 영상물이 담긴 usb가 발견이 됐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식인들이나 그런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IT 기기들이 좀 이렇게 많이 확산되지 않나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 ‘풍산개’의 주인공 ‘풍산’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합니다.

영임이, 살아있어? 아버지한테 말 한마디 하기요.

그는 휴전선 철책을 뛰어넘어 남북을 오가는 유일한 존재이자 남북을 이어주는 메신저입니다.

심구섭 씨는 남북의 이산가족들을 연결해주는 현실 속 ‘풍산’입니다.

심 할아버지는 지난 1998년부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줬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서신 왕래와 제 3국에서의 상봉을 주선해온 것입니다.

<인터뷰> 심구섭(이산가족 민간교류 주선/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 : "상봉을 주선한 것이 120건 되고, 또 생사확인이라든지 편지 왕래해 준 것이 한 400건 됩니다. 비교적 많은 축에 들어가죠."

서신 왕래와 상봉에 걸리는 시간은 북한 내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국경지역에서 멀수록 오래 걸립니다.

북측 이산가족이 쓴 이 편지는 하루 만에 남한 가족에게 전달됐습니다.

<인터뷰> 심구섭(이산가족 민간교류 주선/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 : "편지는 남한의 가족이 우리가 받아가지고 중국에 보내서 중국서 또 북한에 보내가 지고 북한 가족을 찾아서 이제 북한에 전달한 다음에 그리고 북한의 가족이 루트를 타 가지고 중국에 보내서 중국서 이리로 오는데. 근래에는 이메일로 해가지고 북한에서 넘어온 편지가 다음 날에 우리에게 옵니다. 이메일로. 그리고 실물은 한 열흘 있다가 우편으로 보내와요."

여러 경로를 통해 외부 세계를 접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한을 떠난 주민들의 탈북 동기를 보면 이런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인터뷰>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우리는 절대 못 먹고 못 입어서 오는 게 아니다. 우리 정말 자유가 그리워서 왔다. 좀 더 잘 살고 싶어서.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키고 싶어서 그래서 왔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영상기기 단속, 국경 경비대 증원에 이어 최근에 휴대전화 통화를 막는 전파 장애기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수철(북한 전문매체 기자) : "북한 당국이 전파 장애기라는 것을 설치해가지고 국경 전역에.그것 때문에 통화가 많이 어려워요. 이러니까 그 주변에 있는 중국 주민도 영향을 받아가지고 북한 쪽에 항의를 들이대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 내부 비밀이 외부로 노출 되는 것을 막는다고."

김정일 사망 후 이틀 만에 재개된 북중 국경 통행이 보여주듯 북한은 이미 외부세계와의 교류 없이는 일상생활을 꾸려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단속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옵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당국이 강하게 단속하고 통제를 하고 있지만은 실제에 있어서는 주민들이 뇌물로 다 해결하고 살고 나가고 있는데 김정은이 주민들에 대해서 그렇게 무조건적인 통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들 생활처럼 북한에서도 이미 시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또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때문에 외부세계와의 교류나 소통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북한이 외부세계와의 소통에 나서는 주민들을 단속하기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서서히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서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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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한반도] 北 주민, 휴대전화로 말하다
    • 입력 2012-01-28 10:57:48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월 28일 토요일, 남북의 창 이현주입니다. 먼저 남북간 주요 이슈 현장을 찾아가 보는 <이슈 앤 한반도>입니다. 최근 휴대전화와 USB 등 통신기기를 이용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북한 주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경 단속을 강화하고 심지어 휴대전화 전파 장애기까지 동원해 주민들이 외부 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막아보려 하고 있지만, 사실상 역부족이란게 탈북자들의 말인데요. 남북의 창이 ‘직접’ 휴대전화로 북한 주민과 통화해 최근 북한 현지 소식을 알아 보고 북한 주민의 외부 접촉 실태를 취재했습니다. 정소라 리포터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지난 18일, 남북의 창은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과 전화통화를 시도했습니다. <녹취> "여보세요? 여보세요? 통화하기 정말 힘드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한 달 째, 북한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치안이 강화됐고, 감시도 심해졌다고 합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군대들이고 보안서나 보위부나 이런 데서 다 자기 맡은 단위들 있지 않습니까. 좀 미타한(미심쩍은) 사람들을 단속해서 공중 검열을 한단 말입니다. 어쨌든 12월 달부터 이전보다 경비가 좀 심해졌습니다." 또 탈북을 막기 위해 국경 지역엔 인민군 소속의 국경수비대 외에 민병대인 노농적위대까지 배치됐다고 합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노농적위대라고 있는 거 압니까? 국경연선 봉쇄 들어갔단 말입니다. 한 개 조가 두 명이라고 하게 되면 4명으로 인원을 더 증강하고. 나무 목총을 들고 하는데 마지막에 실탄 사격할 때는 총사격한단 말입니다." 최근 강화된 국경 수비에도 탈북이 계속되자 각 직장단위 차원의 단속도 더 심해졌습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두 번에 거쳐서 도강한 게 있단 말입니다. 완전히 중국 땅에 넘어갔습니다. 매 아침마다 직장에서 출근 인원이 몇 명인데 누구 무단했는가, 누구 오늘 병결 (병으로 결근)인가 이거 매일 아침 저녁으로 딱딱딱딱 보고 합니다. " 북한의 어려운 경제 상황은 설 명절 배급품이 말해줍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명절이라는 게 세대당 술 한 병에 두부 한 모씩 줍니다. " 또 북한 당국이 선전하고 있는 강성대국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기대감은 매우 낮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北 함경북도 두만강 연안 주민 : "아니 날이 갈수록 점점 쪼들리기만 하는데 어떻게 강성대국의 문이 활짝 열릴 수가 있습니까. 그 우스갯소리가 뭐냐 하면 강성대국의 문을 빼꼼히 한쪽 눈으로 들여다봤는데 그 강성대국 문 안에는 백성들이 하나도 없고 간부들만 있더라는 겁니다. 허허허. 그런 소리까지 다 나옵니다. 그러니까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남북의 창과 통화한 북한 주민은 단속반의 눈을 피하기 위해 산꼭대기까지 올라가 통화를 했다고 전했습니다. 비록 북한 당국의 감시가 심하긴 하지만 이제 서울 한복판에서도 북한 주민과의 전화 통화가 가능해졌고, 실시간으로 북한 내부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해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북한 소식을 전하는 매체 가운데 상당수는 이른바 북한 내부의 정보원과 정기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수철(북한 전문매체 기자) : "북한 주민들하고 통화하는 건 중국 휴대폰을 들여보내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그 여기서 한국 사람이 중국 사람에게 국제 전화를 거는 것과 꼭 같고. 또 그렇다고 해서 북한 내부 전역에 휴대전화가 들어간다고 통화가 되는 건 아니에요. 압록강이나 두만강으로부터 내부에 한 3km 정도까지만 통화합니다. 왜냐하면 중국 기지국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하죠." 지난해 10월, 일본 앞바다에서 소형 목선에 탄 채 표류하던 탈북자 9명이 발견됐습니다. 4년 전부터 탈북을 준비했다는 이들은 남한의 단파 라디오를 듣고 탈북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실제로 탈북자의 35%는 북한과 연변, 연해주에 거주하는 한민족을 대상으로 하는 'KBS 한민족 방송’을 청취한 경험이 있고, 이중 15%는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규칙적으로 청취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전체 응답자의 25%는 KBS 한민족 방송이 탈북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김수철(북한 전문매체 기자) : "새벽 한시부터 다섯시까지는 잘 들리더라구요. 그때 남한방송 많이 들었습니다. 재미도 있고 또 뉴스도 나오는 것도 그만하면 진실 같고. 대부분 북한 주민들은 외부와의 소통을 나가보지 못하고 cd라든지 라디오를 통해서 접하거든요." 북한 내부를 생생하게 담은 영상은 usb나 메모리칩을 통해 외부 세계로 전달됩니다. 이 기기들은 북한을 오가는 여행객이나 장사꾼의 짐 속에 숨겨 인편으로 주고받습니다. <인터뷰> 김수철(북한 전문매체 기자) : "저희들하고는 카메라에 찍어가지고 메모리칩을 넘기는 방법. 카메라는 저희들이 보내고 있어요. 칩도 최대한 작은 것으로 최근엔 dvd나 cd플레이어의 보급이 확산 돼 외부 세계의 동영상을 즐겨 본다고 합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일성대학 학생들이 거의 뭐 2만 여 명이 되는 모양이에요. 그 중에 한 2천 여 명에게서 대북 영상물이 담긴 usb가 발견이 됐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지식인들이나 그런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IT 기기들이 좀 이렇게 많이 확산되지 않나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영화 ‘풍산개’의 주인공 ‘풍산’은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엇이든 3시간 만에 배달합니다. 영임이, 살아있어? 아버지한테 말 한마디 하기요. 그는 휴전선 철책을 뛰어넘어 남북을 오가는 유일한 존재이자 남북을 이어주는 메신저입니다. 심구섭 씨는 남북의 이산가족들을 연결해주는 현실 속 ‘풍산’입니다. 심 할아버지는 지난 1998년부터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이산가족들의 마지막 소원을 풀어줬습니다. 이산가족들의 서신 왕래와 제 3국에서의 상봉을 주선해온 것입니다. <인터뷰> 심구섭(이산가족 민간교류 주선/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 : "상봉을 주선한 것이 120건 되고, 또 생사확인이라든지 편지 왕래해 준 것이 한 400건 됩니다. 비교적 많은 축에 들어가죠." 서신 왕래와 상봉에 걸리는 시간은 북한 내 지역에 따라 다릅니다. 국경지역에서 멀수록 오래 걸립니다. 북측 이산가족이 쓴 이 편지는 하루 만에 남한 가족에게 전달됐습니다. <인터뷰> 심구섭(이산가족 민간교류 주선/ 남북이산가족협의회 대표) : "편지는 남한의 가족이 우리가 받아가지고 중국에 보내서 중국서 또 북한에 보내가 지고 북한 가족을 찾아서 이제 북한에 전달한 다음에 그리고 북한의 가족이 루트를 타 가지고 중국에 보내서 중국서 이리로 오는데. 근래에는 이메일로 해가지고 북한에서 넘어온 편지가 다음 날에 우리에게 옵니다. 이메일로. 그리고 실물은 한 열흘 있다가 우편으로 보내와요." 여러 경로를 통해 외부 세계를 접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한을 떠난 주민들의 탈북 동기를 보면 이런 징후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인터뷰>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우리는 절대 못 먹고 못 입어서 오는 게 아니다. 우리 정말 자유가 그리워서 왔다. 좀 더 잘 살고 싶어서. 아이들 교육도 잘 시키고 싶어서 그래서 왔다' 이런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변화는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영상기기 단속, 국경 경비대 증원에 이어 최근에 휴대전화 통화를 막는 전파 장애기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수철(북한 전문매체 기자) : "북한 당국이 전파 장애기라는 것을 설치해가지고 국경 전역에.그것 때문에 통화가 많이 어려워요. 이러니까 그 주변에 있는 중국 주민도 영향을 받아가지고 북한 쪽에 항의를 들이대고 있지만 북한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거니까. 그 내부 비밀이 외부로 노출 되는 것을 막는다고." 김정일 사망 후 이틀 만에 재개된 북중 국경 통행이 보여주듯 북한은 이미 외부세계와의 교류 없이는 일상생활을 꾸려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단속이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옵니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북한 당국이 강하게 단속하고 통제를 하고 있지만은 실제에 있어서는 주민들이 뇌물로 다 해결하고 살고 나가고 있는데 김정은이 주민들에 대해서 그렇게 무조건적인 통제만 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우리들 생활처럼 북한에서도 이미 시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입니다. 또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부분의 생필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요. 때문에 외부세계와의 교류나 소통을 원천적으로 봉쇄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입니다. 북한이 외부세계와의 소통에 나서는 주민들을 단속하기보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서서히 개혁 개방의 길로 나서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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