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조례 제소…지방자치 훼손 논란

입력 2012.01.2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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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지방자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않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골격을 뒤흔들만한 사안이 아니라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 과거 제소 사례는 6건뿐 =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대해 직접 대법원에 제소한 것은 지난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된 이래 6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일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06년 제주도의회가 다른 지역 사업자들의 렌터카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강행하자 옛 건설교통부가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낸 것이다.

이밖에 1996년 인천시 공무원 자녀 장학기금 설치운영 조례와 충북 옴부즈만 조례, 2005년 학교급식 조례 3건이 있다.

당시 중앙정부는 지자체·지방의회와의 법적 다툼에서 전승을 거뒀다.

제주도의 렌터카 영업 제한 조례는 특별자치도법 위임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규제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내산 농축수산물 사용을 명문화한 학교급식조례도 세계무역기구(WTO)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내국민대우 조항을 위반했다고 결론지어졌다.

인천시 조례는 예산으로 공무원 자녀에게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 충북 조례는 정원 증원시 내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점에서 모두 무효가 됐다.

◇ "일반사안 지방정부 자율권 인정해야" =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중차대한 사안은 제동을 걸어야하지만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동국대 심익섭 교수는 "중앙정부가 제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는 국가와 지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자치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 골격을 뒤흔들 사안에 활용해야지 작은 일에 적용할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중앙정부가 전면 도입하기 전에 일부 지방에서 시범 시행하도록 권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렇게 곧바로 제소를 해버리니 수혜자들 입장에선 난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하대 이기우 교수는 "개인적으로 인권조례에 법률적 문제점들이 있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당장 제소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교과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지방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아 가도록 두는 것이 지방자치 취지에 맞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방정부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교사,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등 여러 입장을 듣고, 시행 과정에 드러나는 문제를 파악해 스스로 고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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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생인권조례 제소…지방자치 훼손 논란
    • 입력 2012-01-29 08:14:15
    연합뉴스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한 데 대해 지방자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않다. 전문가들은 국가의 골격을 뒤흔들만한 사안이 아니라면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 과거 제소 사례는 6건뿐 = 29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대해 직접 대법원에 제소한 것은 지난 1995년 지방자치가 본격 시작된 이래 6건에 불과할 정도로 드문 일이다. 가장 최근 사례는 2006년 제주도의회가 다른 지역 사업자들의 렌터카 영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 제정을 강행하자 옛 건설교통부가 조례 무효확인 소송을 낸 것이다. 이밖에 1996년 인천시 공무원 자녀 장학기금 설치운영 조례와 충북 옴부즈만 조례, 2005년 학교급식 조례 3건이 있다. 당시 중앙정부는 지자체·지방의회와의 법적 다툼에서 전승을 거뒀다. 제주도의 렌터카 영업 제한 조례는 특별자치도법 위임 범위를 벗어난 과도한 규제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내산 농축수산물 사용을 명문화한 학교급식조례도 세계무역기구(WTO)의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 내국민대우 조항을 위반했다고 결론지어졌다. 인천시 조례는 예산으로 공무원 자녀에게 특혜를 준다는 점에서, 충북 조례는 정원 증원시 내무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조항을 어겼다는 점에서 모두 무효가 됐다. ◇ "일반사안 지방정부 자율권 인정해야" = 지방자치 전문가들은 중앙정부가 중차대한 사안은 제동을 걸어야하지만 일반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동국대 심익섭 교수는 "중앙정부가 제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는 국가와 지방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자치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국가 골격을 뒤흔들 사안에 활용해야지 작은 일에 적용할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 교수는 "중앙정부가 전면 도입하기 전에 일부 지방에서 시범 시행하도록 권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이렇게 곧바로 제소를 해버리니 수혜자들 입장에선 난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하대 이기우 교수는 "개인적으로 인권조례에 법률적 문제점들이 있다고 보지만 그렇다고 중앙정부가 당장 제소할 정도로 치명적인 것은 아닌 것 같다"며 "교과부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지방정부가 올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아 가도록 두는 것이 지방자치 취지에 맞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방정부도 시행착오를 겪을 수 있다. 교사,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등 여러 입장을 듣고, 시행 과정에 드러나는 문제를 파악해 스스로 고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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