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악귀 내쫓는다며 3남매 굶긴 채 폭행

입력 2012.02.14 (09:02) 수정 2012.02.1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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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감기에 걸린 어린 남매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로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가 구속됐습니다.

종교적인 믿음 때문에 아픈 아이들을 굶기고, 악귀를 쫓는다며 때리기까지 했다는데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긴급 취재했습니다.

이랑 기자, 상상만 해도 참 참혹한 상황인데, 아이들은 자신들이 맞게 될 운명을 전혀 모르고 있었죠?

<기자 멘트>

네, 그렇습니다. 숨진 아이들 그야말로 평범한 아이들이었는데요,

숨지기 열흘 전 쯤 쓴 일기에는 한 텔레비전 오락프로그램이 참 재미있었다 라는 말이 적혀있었습니다.

순진함이 그대로 묻어나죠? 하지만, 이 일기를 쓸 당시 이 3남매가 처한 상황은 끔찍했습니다.

아파도 병원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그 몸으로 음식도 못 먹고,심지어 맞기가지 한 겁니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야 할 10살, 8살, 5살 3남매. 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리포트>

어린 3남매가 숨진 채 발견된 전남 보성군의 한 교회, 이곳에 사람이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썰렁하고 을씨년스러웠는데요.

불과 며칠 전만 해도 10여 명의 신도들과 아버지 박 씨가 함께 예배를 보던 곳이었습니다.

하지만 박 씨 가족이 살던 교회 안쪽 살림집에선 4남매에게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주민 (음성변조) : “1월 말, 1월 중순 좀 넘어서요. (우리 집 개가) 아이들 옷을 물어오더라고요. 미안하게 됐다고 (찾아갔는데) 다른 때 같으면 안에 들어오라고 (하는데) 다급하게 문을 닫고 ...“

이상한 건 박 씨의 어린 자녀들이 며칠 동안 한 명도 보이지 않았던 것!

초등학교 겨울방학이 끝난 지난 6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첫째, 둘째가 모두 첫날부터 결석을 한 겁니다.

<녹취> 00초등학교 교사 (음성변조) : “(개학날) 2월 6일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어요. 폐렴으로 아파서 병원에 와 있다고요. 애들 셋이 다 그런다고요.“

병문안을 가겠다는 교사의 호의도 어머니 조 씨는 딱 잘라 거절했는데요,

<녹취> 00초등학교 교사 (음성변조) : “문병 가고 싶다고 꼬치꼬치 물으니까 자꾸 피해요. 선생님은 설명드려도 찾아오기 힘들어요 (하면서...)“

5살 난 셋째도 평소 다니던 어린이집에 나오지 않자 어린이집 관계자가 평소 알고 지내던 아이들 고모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인터뷰> 김경호 강력팀장 (보성경찰서) : “고모 아는 사람이 (셋째) 아이가 어린이 집에 안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모, 고모부한테 얘기한 거죠. 한번 (박씨) 집에 가보자고 해서 오게 된 거예요.“

박 씨 집을 찾아간 아이들의 고모와 고모부, 끔찍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는데요.

세 명의 조카들이 모두 숨진 채 방안에 누워 있던 것!

더 충격적인 건 아버지 박 씨가 아이들 옆에서 이상한 말을 하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녹취> 서형종 수사과장 (전남 보성경찰서) : “아이들 상태가 부패가 많이 돼 가지고 썩은 냄새가 펑펑 났어요. (그런데) (박씨가) 기도하면 깨어날 수 있는데, 왜 잡귀들이 와가지고 건드느냐고...“

경찰에 긴급 체포된 박 씨 부부.

지난 1일과 2일, 감기 증상이 심한 삼남매를 기도를 통해 치료하다가 숨졌다고 털어놨는데요.

하지만, 부검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녹취> 전남 보성경찰서 강력팀 관계자 (음성변조) : “(부검의 1차 소견에 의하면) 위에 음식물이 없는 건 맞고요, 구타의 흔적 같은 경우는 당시 (시신) 부패 상태가 심해서...“

한 마디로 삼남매 모두 며칠을 굶었다는 겁니다.

아이들의 몸에서 맞은 흔적도 발견됐는데요.

박 씨 부부는 대체 왜 이런 일을 벌인 것일까?

아버지 박 씨가 이 종교에 빠진 건, 13년 전.

당시, 전남의 작은 섬마을에 살던 박 씨가 아픈 허리 때문에 교회에 나가게 됐는데요,

<녹취> 서형종 수사과장 (보성경찰서) : “거기가 00교회라고 이단 교회를 다니게 된 거예요. 척추가 아파서 거기서 이제 신앙생활에 빠지게 되요.“

같은 종교를 가진 아내를 만나 결혼을 하면서 보성까지 와서 교회를 직접 운영하게 됐습니다.

어린 3남매에게도 가혹할 정도의 신앙생활을 강요하기 시작했는데요,

병을 낫게 한다며 물 이외의 음식은 주지 않고 금식을 시키는가 하면 악귀를 쫓아낸다며 마구 때리기도 했습니다.


<녹취> 박00 (피의자/음성변조) : "(아이들을 때린 건 맞는 거예요?) 네. 파리채로. (아이들이 숨졌다는 사실은 알고 계셨던 건가요?)......"

박 씨 부부의 비상식적인 행동들, 그들은 단지 성경에 명시된 대로 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 김경호 팀장 (보성경찰서 강력팀) :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그가 죽지 아니하리라...‘ 이 성경 구절대로 어떤 귀신을 쫓아낸다 그런 뜻으로 애들을 때렸다고 (합니다.)“

성격에 따라 허리띠와 파리채로 한번에 39대씩 아이들을 때렸다고 했는데요,

하지만 박 씨 부부의 믿음과는 달리 차례로 숨진 3남매. 더 이상한 건 이때 부터였습니다.

죽은 아이들이 다시 깨어날 거라 믿으며 시신을 집에 열흘 동안 그대로 둔 채 기도만 한 것.

<녹취 > 이웃주민 (음성변조) : “저도 신학을 (공부)해서 알거든요. 그런 집단은 처음 들어봤어요. 사람이 죽었는데 부활의식이라 는 것 자체는 없잖아요.“

친척이 찾아오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데요,

그릇된 종교적 믿음으로 소중한 어린 생명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부부.

경찰은 3남매를 때리고, 음식을 주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열흘 동안 방치한 박 씨 부부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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