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재벌 개열사 무차별 확장…서민 경제 위기

입력 2012.02.1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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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강신호(전경련 회장) : "출총제가 기업의 투자활동을 저해하는 만큼 폐지를 적극 검토해주시기 바라며…"



<앵커 멘트>



6년 전 출총제 폐지를 요구했던 당시 전경련 회장의 말입니다.



재벌 계열사가 일정 비율 이상을 다른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인데요...



전경련 요구대로 결국 폐지됐죠.



그런데 결과는 어떨까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서민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조지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식자재 도매상이 밀집해있는 대전시 오정동.



지난해 대상이 중소업체를 인수해 대형 식자재 매장을 열었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대상 매장이 들어선 뒤 매출이 3~40% 줄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안귀훈(식자재 도매상인) : "저희가 받는 가격보다 20%를 싸게 팔고 있으니까요. 팔 길이 막막한 거죠."



하나 둘 문을 닫는 곳도 생겼습니다.



점포 없이 식당 배달을 주로 하는 상인들은 더욱 힘듭니다.



<인터뷰>한승민(식자재 도매상인) : "도매를 받는 값으로 팔고있어요. 그러면 우리는 거기에다 하나도 못붙이고 기름은 차 기름값대로 계속 소비해가면서..."



동네 정비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자동차 회사부터 정유사, 보험사 등이 정비업에 속속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정비업체의 20%를 차지하게 된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할인쿠폰 등을 남발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영호(정비업체 대표) : "엔진오일 교환권을 프랜차이즈에서 주니까...소모성 부품 교환하는 거는 골목상권으로 좀 넘겨줬으면..."



빵집에 라면, 자전거, 꽃배달, 심지어 학원까지!



이제 골목에서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업종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어졌습니다.



<앵커멘트>



이 같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재벌기업들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보였지만 내용 면에선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세정 기자가 설명합니다.



<기자 멘트>



지난 2001년...



30대 재벌 계열사 수는 6백 24개였습니다.



10년 뒤인 지난해, 계열사 수는 천 87개로 급증했습니다.



자산총액도 세 배로 늘었습니다.



이런 외형적 성장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재벌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의 74%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라는 점에서, 재벌이 손쉬운 돈벌이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재벌들이 출총제 폐지를 요구했던 이유,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였는데요,



2007년 이후 3년 간 토지자산과 사내 유보금은 각각 115%, 76% 급증한 반면에, 설비투자는 38%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실질 기업 활동을 위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는 말입니다.



재벌들은 또한 재산 상속의 한 방편으로 계열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민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대차의 이 제품광고는 계열사 ’이노션’이 제작했습니다.



’이노션’의 지분은 정몽구 회장의 자녀인 정의선 씨와 정성이 씨가 8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노션은 매출 일감의 48%를 모그룹이 몰아주면서 불과 6년 새 광고업계 1,2위 규모로 급성장했습니다.



이처럼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총매출의 46%.



일감 몰아주기로 특정 계열사의 덩치를 키워 부의 편법 증여에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정선섭(재벌닷컴) :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가져올 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매출의 30% 이상을 몰아주기 하면 증여세를 거두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그러나 부담하는 세액이 영업 이익의 18%에 그쳐 실효성이 약합니다.



<인터뷰>채이배(좋은기업지배연구소) : "82퍼센트의 이익을 여전히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를 줄일만한 유인이 되지 못합니다."



계열사를 이용한 재벌가의 편법 대물림은 재벌 개혁의 목소리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입니다.



<기자 멘트>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재벌 개혁’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재벌을 손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요,



일부에선 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떡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대기업의 신규출점 자제가 권고됐지만 대기업의 가맹점 설명회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선 재벌개혁 논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골목상권 침투와 문어발 확장 등 빗나간 재벌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



여권은 ’공정거래법 보완’을, 야권은 ’출총제 부활’ 등을 주장합니다.



이번 기회에 재벌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의영(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 "계열사 배당 과세와 집단소송제, 공정거래법 집행절차 개선 등이 함께 도입돼야... 그래도 미국 규제에 비해서는 미흡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표심을 겨냥한 재벌개혁론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병기(한국경제연구원) : "재벌규제 정책들이 도입되는 경우에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큽니다. 경제 근간을 흔드는 정책들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재벌 개혁...



선거용 재벌 때리기를 넘어 해외시장 개척과 일자리 확충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을 되찾도록 하는데 방향이 모아져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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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2-16 22: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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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강신호(전경련 회장) : "출총제가 기업의 투자활동을 저해하는 만큼 폐지를 적극 검토해주시기 바라며…"

<앵커 멘트>

6년 전 출총제 폐지를 요구했던 당시 전경련 회장의 말입니다.

재벌 계열사가 일정 비율 이상을 다른 계열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인데요...

전경련 요구대로 결국 폐지됐죠.

그런데 결과는 어떨까요?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서민경제가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조지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식자재 도매상이 밀집해있는 대전시 오정동.

지난해 대상이 중소업체를 인수해 대형 식자재 매장을 열었습니다.

주변 상인들은 대상 매장이 들어선 뒤 매출이 3~40% 줄었다고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안귀훈(식자재 도매상인) : "저희가 받는 가격보다 20%를 싸게 팔고 있으니까요. 팔 길이 막막한 거죠."

하나 둘 문을 닫는 곳도 생겼습니다.

점포 없이 식당 배달을 주로 하는 상인들은 더욱 힘듭니다.

<인터뷰>한승민(식자재 도매상인) : "도매를 받는 값으로 팔고있어요. 그러면 우리는 거기에다 하나도 못붙이고 기름은 차 기름값대로 계속 소비해가면서..."

동네 정비업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 자동차 회사부터 정유사, 보험사 등이 정비업에 속속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정비업체의 20%를 차지하게 된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할인쿠폰 등을 남발하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습니다.

<인터뷰>이영호(정비업체 대표) : "엔진오일 교환권을 프랜차이즈에서 주니까...소모성 부품 교환하는 거는 골목상권으로 좀 넘겨줬으면..."

빵집에 라면, 자전거, 꽃배달, 심지어 학원까지!

이제 골목에서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업종을 찾기가 오히려 힘들어졌습니다.

<앵커멘트>

이 같은 문어발식 경영으로 재벌기업들은 엄청난 양적 성장을 보였지만 내용 면에선 아쉬운 면이 많습니다.

디지털 스튜디오에서 김세정 기자가 설명합니다.

<기자 멘트>

지난 2001년...

30대 재벌 계열사 수는 6백 24개였습니다.

10년 뒤인 지난해, 계열사 수는 천 87개로 급증했습니다.

자산총액도 세 배로 늘었습니다.

이런 외형적 성장을 무조건 비판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최근 4년 동안 재벌 계열사로 편입된 회사의 74%가,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라는 점에서, 재벌이 손쉬운 돈벌이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재벌들이 출총제 폐지를 요구했던 이유,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였는데요,

2007년 이후 3년 간 토지자산과 사내 유보금은 각각 115%, 76% 급증한 반면에, 설비투자는 38%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실질 기업 활동을 위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는 말입니다.

재벌들은 또한 재산 상속의 한 방편으로 계열사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시도하는 방식입니다.

민필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대차의 이 제품광고는 계열사 ’이노션’이 제작했습니다.

’이노션’의 지분은 정몽구 회장의 자녀인 정의선 씨와 정성이 씨가 8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노션은 매출 일감의 48%를 모그룹이 몰아주면서 불과 6년 새 광고업계 1,2위 규모로 급성장했습니다.

이처럼 총수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총매출의 46%.

일감 몰아주기로 특정 계열사의 덩치를 키워 부의 편법 증여에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인터뷰>정선섭(재벌닷컴) : "세금없는 부의 대물림을 가져올 뿐 아니라 경제 전체가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 매출의 30% 이상을 몰아주기 하면 증여세를 거두도록 법이 개정됐습니다.

그러나 부담하는 세액이 영업 이익의 18%에 그쳐 실효성이 약합니다.

<인터뷰>채이배(좋은기업지배연구소) : "82퍼센트의 이익을 여전히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를 줄일만한 유인이 되지 못합니다."

계열사를 이용한 재벌가의 편법 대물림은 재벌 개혁의 목소리를 키우는 또 다른 요인입니다.

<기자 멘트>

총선과 대선을 앞둔 올해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재벌 개혁’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재벌을 손보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는데요,

일부에선 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합니다.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해 떡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습니다.

대기업의 신규출점 자제가 권고됐지만 대기업의 가맹점 설명회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

강제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최근 정치권에선 재벌개혁 논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골목상권 침투와 문어발 확장 등 빗나간 재벌 행태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커졌기 때문...

여권은 ’공정거래법 보완’을, 야권은 ’출총제 부활’ 등을 주장합니다.

이번 기회에 재벌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하자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터뷰> 이의영(군산대 경제학과 교수) : "계열사 배당 과세와 집단소송제, 공정거래법 집행절차 개선 등이 함께 도입돼야... 그래도 미국 규제에 비해서는 미흡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표심을 겨냥한 재벌개혁론에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인터뷰> 이병기(한국경제연구원) : "재벌규제 정책들이 도입되는 경우에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큽니다. 경제 근간을 흔드는 정책들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우려가 있습니다."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재벌 개혁...

선거용 재벌 때리기를 넘어 해외시장 개척과 일자리 확충이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을 되찾도록 하는데 방향이 모아져야 합니다.

KBS 뉴스 김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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