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회사원의 이중생활…‘물뽕’ 직접 제조

입력 2012.02.17 (09:13) 수정 2012.02.17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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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평범한 30대 회사원이 자기 집에서 마약을 만든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만든 마약이 무려 14억 원어치나 됩니다.

마약 전과도 전혀 없는 이 남성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제조법을 익혔다고 진술했는데요.

이랑 기자, 마약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네요?

<기자 멘트>

네, 사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더 놀라운데요.

평범한 회사원이 신종 마약을 만들수 있었던 이유, 인터넷에서 생각보다

쉽게 제조법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혹시 이 방송을 보시고 호기심에 인터넷에 검색해보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데요.

범행이 미수에 그쳐도 처벌받게 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호기심에 평범한 회사원에서 마약사범으로 전락한 이번 사건, 함께 보시죠.

<리포트>

지난 1월 중순,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녹취> A 아파트 경비원 : "**층이었나? 소방서에서 한 번 왔었어요. 탄 냄새가 났다고 신고가 들어왔었어요. 저까지 세 명이서 올라갔는데 위 아래층 다 훑었는데도 이상이 없어서 그냥 갔어요."

복도까지 퍼진 탄내.

하지만 불길도 연기도 보이지 않자 소방대원들은 그대로 발길을 돌렸는데요.

그로부터 얼마 뒤 수상한 화재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안방에 널려있는 삼각 플라스크 등 각종 과학실험 도구들, 평범한 아파트 안에서 놀랍게도 마약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안에서 마약을 만들어 낸 피의자는 올해 서른 살의 안 모씨, 그는 마약 전과가 전혀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인터뷰>서문성(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일반인이 마약을 제조한다거나 그런 건 극히 드뭅니다. 직접 원료물질을 구매해서 제조한 건 첫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

일반인이 마약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

대체 어쩌다 이런 짓을 했을까 싶었는데요.

<녹취> 안00 (30 / 마약 제조 피의자) : "제가 불면증을 앓고 있는데요. 그것 때문에 만들게 됐어요. 잠을 자려고 만들었어요."

안 씨가 말한 잠이 잘 온다는 마약은 물에 타서 먹는다고 해서 속칭 물뽕이라 불리는 신종마약, GHB였습니다.

2그램 이상 먹으면 생명까지 위태로운 정도로 치명적이라는데요.

<인터뷰>조상현 (반장/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물뽕이라는 것은 80~90년경에 유럽 미국에서 데이트 강간 약물로 많이 사용되던 거에요. 세계보건기구하고 우리나라는 2001년도에 마약류로 지정된 약품입니다."

대체 평범한 회사원인 안 씨가 어떻게 금지된 마약을 만들 수 있었을까?

비밀은 안 씨가 다니던 직장에 있었습니다.

오폐수 처리 환경업체에 일하고 있던 안 씨, 어느 날 인터넷을 통해 거래처에서 취급하는 화공약품이 마약의 원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녹취>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내용이거 든요. 법인에게만 판매가 허용되어 있는 원료물질을 본인이 법인에 재직하고 있음을 가정해서 이걸 가지고 마치 법인에서 사용할 것처럼 물건을 입수한 후에 제조를 한 거죠."

안 씨는 개인 판매가 엄격히 금지된 원재료를 손에 넣기 위해 사업자등록증까지 도용해 가며 거래처에서 원재료를 구했는데요.

<녹취> 안00 (30 / 마약 제조 피의자) : "인터넷에 찾아보기만 하면 금방 합니다."

제조법은 인터넷에 떠도는 해외 자료들을 찾아서 번역프로그램으로 내용까지 번역해가며 직접 숙지했습니다.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마약 제조자로 안 씨의 이런 이중생활은 석 달동안 계속됐습니다.

<인터뷰>조상현 (반장/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자기 집에서 만들기도 하고 회사 작업 실에서 만들기도 하고 4회에 걸쳐서 실패했고 두 번 성공했고 그런 상황입니다. 본인이 실험하기 위해서 투약도 했고 투약한 후에 너무 많이 섭취해서 병원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과다복용으로 인해서 부작용이죠."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투약했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는데요.

이런 시행착오 끝에 만든 마약은 모두 842g.

2만 8천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나 됐습니다.

이걸 시가로 따지면 14억 원 어치나 된다고 하는데요.

이 많은 마약을 수면제 대신으로 쓰려고 만들었다는 주장, 그냥 믿을 수만은 없겠죠??

<인터뷰>조상현 (반장/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계속 자기는 불면증 치료를 위해서 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자기가 투약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양을 제조할 이유도 없고 그런 걸로 봐서는 판매 목적으로 제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안 씨가 만든 신종 마약이 시중에 유통된 것은 아닌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인데요.

경찰은 또 다른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조상현 (반장/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90년대에는 주로 마약사범이라고 하면 필로폰 대마초 이런 게 주류였는데 2000년도 이후부터 성폭행에 이용되는 물뽕이라든가 엑스터시 이런 것들이 유흥 문화 쪽으로 발전되다 보니까 사회로 번지는 것 같아요."

실제 날이 갈수록 신종 마약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인데요.

35살 직장인 서 씨 역시 지난해 7월 신종마약인 이 물뽕의 구입 방법을 아주 쉽게 알게 됐습니다.

<녹취> 서00 (신종 마약 구매자) : "우연히 웹서핑 하다가 알게 됐어요. 관련 사이트로 물뽕이나 그런 걸로 치면 많이 나와요."

특히 유독 성인 남자들이 신종 마약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데요.

<녹취> 서00 (신종 마약 구매자) : "여성흥분제라고 그렇게 광고를 해요. 0548 음료수나 술이나 물이나 백색의 무색무취니까 아무데나 혼합해서 응용하면 된다고. 그렇게 알려주더라고요."

서 씨처럼 인터넷을 통해 신종 마약을 구매하려고 한 남성들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10대 중학생부터 2,30대 직장인까지 무려 28명이 신종마약을 구매하려다 지난 15일 경찰에 무더기 입건됐습니다.

<인터뷰>이승준 (형사/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마약인지 인지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요 알고 있으면서도 호기심에 의해서 이건 여자 최음제로 사용한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술에 타서 마시면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을 상대로 한 각종 성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스러운데요.

<인터뷰>이승준 (형사/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GHB는 마약류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약류 관리 관한 법률 위반 60조 1항 3호에 의거하여 미수범도 처벌이 됩니다. 호기심을 버려주시기 바랍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마약 제조자가 된 안 씨, 호기심에서 인터넷을 통해 신종마약을 구매하려 한 남자들.

신종 마약의 마수가 어디까지 뻗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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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2-17 09:13:10
    • 수정2012-02-17 10: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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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평범한 30대 회사원이 자기 집에서 마약을 만든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만든 마약이 무려 14억 원어치나 됩니다. 마약 전과도 전혀 없는 이 남성은 인터넷 검색만으로 제조법을 익혔다고 진술했는데요. 이랑 기자, 마약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상관없는 얘기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네요? <기자 멘트> 네, 사실 그래서 이번 사건이 더 놀라운데요. 평범한 회사원이 신종 마약을 만들수 있었던 이유, 인터넷에서 생각보다 쉽게 제조법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혹시 이 방송을 보시고 호기심에 인터넷에 검색해보시지는 않을지 걱정이 되는데요. 범행이 미수에 그쳐도 처벌받게 된다는 사실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호기심에 평범한 회사원에서 마약사범으로 전락한 이번 사건, 함께 보시죠. <리포트> 지난 1월 중순,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녹취> A 아파트 경비원 : "**층이었나? 소방서에서 한 번 왔었어요. 탄 냄새가 났다고 신고가 들어왔었어요. 저까지 세 명이서 올라갔는데 위 아래층 다 훑었는데도 이상이 없어서 그냥 갔어요." 복도까지 퍼진 탄내. 하지만 불길도 연기도 보이지 않자 소방대원들은 그대로 발길을 돌렸는데요. 그로부터 얼마 뒤 수상한 화재의 비밀이 밝혀졌습니다. 안방에 널려있는 삼각 플라스크 등 각종 과학실험 도구들, 평범한 아파트 안에서 놀랍게도 마약이 만들어지고 있었던 겁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집안에서 마약을 만들어 낸 피의자는 올해 서른 살의 안 모씨, 그는 마약 전과가 전혀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습니다. <인터뷰>서문성(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일반인이 마약을 제조한다거나 그런 건 극히 드뭅니다. 직접 원료물질을 구매해서 제조한 건 첫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 일반인이 마약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 대체 어쩌다 이런 짓을 했을까 싶었는데요. <녹취> 안00 (30 / 마약 제조 피의자) : "제가 불면증을 앓고 있는데요. 그것 때문에 만들게 됐어요. 잠을 자려고 만들었어요." 안 씨가 말한 잠이 잘 온다는 마약은 물에 타서 먹는다고 해서 속칭 물뽕이라 불리는 신종마약, GHB였습니다. 2그램 이상 먹으면 생명까지 위태로운 정도로 치명적이라는데요. <인터뷰>조상현 (반장/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물뽕이라는 것은 80~90년경에 유럽 미국에서 데이트 강간 약물로 많이 사용되던 거에요. 세계보건기구하고 우리나라는 2001년도에 마약류로 지정된 약품입니다." 대체 평범한 회사원인 안 씨가 어떻게 금지된 마약을 만들 수 있었을까? 비밀은 안 씨가 다니던 직장에 있었습니다. 오폐수 처리 환경업체에 일하고 있던 안 씨, 어느 날 인터넷을 통해 거래처에서 취급하는 화공약품이 마약의 원재료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녹취>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일반인들에게는 굉장히 생소한 내용이거 든요. 법인에게만 판매가 허용되어 있는 원료물질을 본인이 법인에 재직하고 있음을 가정해서 이걸 가지고 마치 법인에서 사용할 것처럼 물건을 입수한 후에 제조를 한 거죠." 안 씨는 개인 판매가 엄격히 금지된 원재료를 손에 넣기 위해 사업자등록증까지 도용해 가며 거래처에서 원재료를 구했는데요. <녹취> 안00 (30 / 마약 제조 피의자) : "인터넷에 찾아보기만 하면 금방 합니다." 제조법은 인터넷에 떠도는 해외 자료들을 찾아서 번역프로그램으로 내용까지 번역해가며 직접 숙지했습니다.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 밤에는 마약 제조자로 안 씨의 이런 이중생활은 석 달동안 계속됐습니다. <인터뷰>조상현 (반장/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자기 집에서 만들기도 하고 회사 작업 실에서 만들기도 하고 4회에 걸쳐서 실패했고 두 번 성공했고 그런 상황입니다. 본인이 실험하기 위해서 투약도 했고 투약한 후에 너무 많이 섭취해서 병원응급실에 실려 가기도 하고 그랬어요. 과다복용으로 인해서 부작용이죠."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투약했다가 정신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는데요. 이런 시행착오 끝에 만든 마약은 모두 842g. 2만 8천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나 됐습니다. 이걸 시가로 따지면 14억 원 어치나 된다고 하는데요. 이 많은 마약을 수면제 대신으로 쓰려고 만들었다는 주장, 그냥 믿을 수만은 없겠죠?? <인터뷰>조상현 (반장/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계속 자기는 불면증 치료를 위해서 했다고 주장을 하고 있는데/자기가 투약하기 위해서 그렇게 많은 양을 제조할 이유도 없고 그런 걸로 봐서는 판매 목적으로 제조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은 안 씨가 만든 신종 마약이 시중에 유통된 것은 아닌지 계좌 추적 등을 통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인데요. 경찰은 또 다른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조상현 (반장/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90년대에는 주로 마약사범이라고 하면 필로폰 대마초 이런 게 주류였는데 2000년도 이후부터 성폭행에 이용되는 물뽕이라든가 엑스터시 이런 것들이 유흥 문화 쪽으로 발전되다 보니까 사회로 번지는 것 같아요." 실제 날이 갈수록 신종 마약들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인데요. 35살 직장인 서 씨 역시 지난해 7월 신종마약인 이 물뽕의 구입 방법을 아주 쉽게 알게 됐습니다. <녹취> 서00 (신종 마약 구매자) : "우연히 웹서핑 하다가 알게 됐어요. 관련 사이트로 물뽕이나 그런 걸로 치면 많이 나와요." 특히 유독 성인 남자들이 신종 마약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는데요. <녹취> 서00 (신종 마약 구매자) : "여성흥분제라고 그렇게 광고를 해요. 0548 음료수나 술이나 물이나 백색의 무색무취니까 아무데나 혼합해서 응용하면 된다고. 그렇게 알려주더라고요." 서 씨처럼 인터넷을 통해 신종 마약을 구매하려고 한 남성들은 한 둘이 아니었습니다. 10대 중학생부터 2,30대 직장인까지 무려 28명이 신종마약을 구매하려다 지난 15일 경찰에 무더기 입건됐습니다. <인터뷰>이승준 (형사/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마약인지 인지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요 알고 있으면서도 호기심에 의해서 이건 여자 최음제로 사용한다는 문구가 있기 때문에…." 술에 타서 마시면 일시적으로 정신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여성들을 상대로 한 각종 성범죄에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려스러운데요. <인터뷰>이승준 (형사/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 "GHB는 마약류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마약류 관리 관한 법률 위반 60조 1항 3호에 의거하여 미수범도 처벌이 됩니다. 호기심을 버려주시기 바랍니다." 평범한 회사원에서 마약 제조자가 된 안 씨, 호기심에서 인터넷을 통해 신종마약을 구매하려 한 남자들. 신종 마약의 마수가 어디까지 뻗치고 있는지 그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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