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3∼4월 고비…해외불안 증폭 가능성

입력 2012.02.23 (06:34) 수정 2012.02.23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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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디폴트 가능성, 한국 4월총선으로 정치불안 심각


외국에서 흘러들어오는 자금 덕택에 주가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실물경제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무엇보다도 해외 경제가 불안하고 국내 총선일정에 따라 정치상황이 불안하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3∼4월에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엔 해떴지만 실물경제는 한밤중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08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모두 110조6천억원이다.

이들 기업의 작년 9월 말 영업이익 전망치는 117조6천억원이었다. 5개월만에 7조원 가량 줄었다.

작년 9월 말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코스피가 1,600선 중반까지 폭락한 시점이다.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보다 기업 실적 전망은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흘러든 자금이 주가를 띄우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실물경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얘기다.

이는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추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개 글로벌 IB가 발표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평균 3.4%다.

이들 IB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7월만 해도 4.4%였으나 9월 3.9%로 떨어지더니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실물경제의 위기 징후는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의 올해 1월 무역수지는 19억5천700만달러 적자로, 2년만에 흑자 행진을 마감했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지수도 작년 12월까지 석달 연속 하락했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넉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크다보니 작년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 이후 유동성 공급량이 늘면서 빠르게 안정되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아직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유럽위기ㆍ고유가ㆍ엔低…곳곳에 `지뢰'

올해 실물경제 전망에 가장 큰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변수는 역시 유럽 재정위기다.

ECB의 유동성 공급과 최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패키지 승인으로 유럽 재정위기 우려는 빠르게 완화되고 있지만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2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 등급보다 불과 한 단계 높은 `C'로 강등했다. 이에 따라 차환 부담이 커지면서 그리스가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오는 4월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변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3∼4월에 돌아오는 대규모 국채 만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려 차환 부담을 가중시켰다.

유럽 국가들이 금융위기는 모면하더라도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벨기에를 시작으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작년 4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그리스를 포함해 재정위기가 불거진 남유럽 국가들은 고강도 긴축정책으로 경기가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도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워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5달러선을 넘었다.

핵 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이 서방 진영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양측의 군사적 충돌로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는 급등세를 탔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선제공격할 것이라는 설까지 돌면서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결정을 내려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들에는 부담 요인이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상품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두달 후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전날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위험도가 3∼4월에 상대적으로 높다"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3∼4월은 유럽 국가들이 국채 만기를 잘 넘기지 못하고 이란 위기가 악화될 경우 국내 경제가 복합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中경착륙ㆍ국내정치도 불확실성 가중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한국 제1의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다.

중국의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20.3%에 그쳐 전년(31.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선행지수도 작년 한 해 동안 101.2에서 100.2로 내렸으며 제조업 지수도 51.7에서 48.7로 하락했다. 중국 지방정부와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도 여전하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중국 경제가 올해 8%대의 성장률만 유지해도 충격은 제한적이겠지만 그 아래로 떨어지면 한국 경제도 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는 올해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도 기업에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정치권이 대중에 호소하는 득표 전략으로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제안하고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민영 실장은 "실물경제의 회복을 전망하기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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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2-23 06:34:35
    • 수정2012-02-23 08:53:56
    연합뉴스
유럽 디폴트 가능성, 한국 4월총선으로 정치불안 심각 외국에서 흘러들어오는 자금 덕택에 주가는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실물경제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무엇보다도 해외 경제가 불안하고 국내 총선일정에 따라 정치상황이 불안하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가 3∼4월에 고비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엔 해떴지만 실물경제는 한밤중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FnGuide)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108개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 21일 기준으로 모두 110조6천억원이다. 이들 기업의 작년 9월 말 영업이익 전망치는 117조6천억원이었다. 5개월만에 7조원 가량 줄었다. 작년 9월 말은 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코스피가 1,600선 중반까지 폭락한 시점이다. 금융시장이 `패닉'에 빠졌을 때보다 기업 실적 전망은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 최근 유럽과 미국의 유동성 공급으로 흘러든 자금이 주가를 띄우고 있는 것과는 상관없이 실물경제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는 얘기다. 이는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추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개 글로벌 IB가 발표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평균 3.4%다. 이들 IB의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7월만 해도 4.4%였으나 9월 3.9%로 떨어지더니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국내 실물경제의 위기 징후는 최근 발표된 각종 경제지표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한국의 올해 1월 무역수지는 19억5천700만달러 적자로, 2년만에 흑자 행진을 마감했다. 제조업 경기를 보여주는 광공업생산지수도 작년 12월까지 석달 연속 하락했다.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도 넉달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금융시장은 변동성이 크다보니 작년 말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 대출 프로그램 이후 유동성 공급량이 늘면서 빠르게 안정되고 있지만 실물경제는 아직 개선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유럽위기ㆍ고유가ㆍ엔低…곳곳에 `지뢰' 올해 실물경제 전망에 가장 큰 암운을 드리우고 있는 변수는 역시 유럽 재정위기다. ECB의 유동성 공급과 최근 그리스 2차 구제금융 패키지 승인으로 유럽 재정위기 우려는 빠르게 완화되고 있지만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22일(현지시간) 그리스의 국가 신용등급을 `제한적 디폴트' 등급보다 불과 한 단계 높은 `C'로 강등했다. 이에 따라 차환 부담이 커지면서 그리스가 다시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긴축정책에 대한 반대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오는 4월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도 변수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3∼4월에 돌아오는 대규모 국채 만기를 잘 넘기지 못하면 위기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무디스를 비롯한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려 차환 부담을 가중시켰다. 유럽 국가들이 금융위기는 모면하더라도 경기침체에 빠지는 것은 불가피해 보인다. 벨기에를 시작으로 일부 유럽 국가들은 작년 4분기까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여 이미 경기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그리스를 포함해 재정위기가 불거진 남유럽 국가들은 고강도 긴축정책으로 경기가 급속히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제유가의 가파른 상승세도 국내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키워 실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최근 배럴당 105달러선을 넘었다. 핵 개발을 추진하는 이란이 서방 진영에 원유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고 양측의 군사적 충돌로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가는 급등세를 탔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 시설을 선제공격할 것이라는 설까지 돌면서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경기부양을 위해 양적완화 결정을 내려 엔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것도 국내 기업들에는 부담 요인이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상품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면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들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두달 후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전날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의 위험도가 3∼4월에 상대적으로 높다"고 경고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은 "3∼4월은 유럽 국가들이 국채 만기를 잘 넘기지 못하고 이란 위기가 악화될 경우 국내 경제가 복합적인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기"라고 말했다. ◇中경착륙ㆍ국내정치도 불확실성 가중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한국 제1의 무역상대국인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요인이다. 중국의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20.3%에 그쳐 전년(31.3%)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경기선행지수도 작년 한 해 동안 101.2에서 100.2로 내렸으며 제조업 지수도 51.7에서 48.7로 하락했다. 중국 지방정부와 금융기관의 부실 위험도 여전하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올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중국 경제가 올해 8%대의 성장률만 유지해도 충격은 제한적이겠지만 그 아래로 떨어지면 한국 경제도 큰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적으로는 올해 총선과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도 기업에 달가운 상황은 아니다. 정치권이 대중에 호소하는 득표 전략으로 기업에 불리한 정책을 경쟁적으로 제안하고 추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실물경제가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커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신민영 실장은 "실물경제의 회복을 전망하기에는 아직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많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와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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