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 선영(김민희)과 함께 부모를 찾아뵈러 가던 문호(이선균). 휴게소에서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 선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경찰의 무능 속에 선영 실종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문호는 최후의 카드로 사촌형이자 꽤 유능한 전직 경찰이었던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함에 따라 개인파산자, 주민등록증 도용, 결혼과 이혼 등 선영의 과거가 화수분처럼 샘솟자 문호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화차’는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를 소재로 한 미야베 마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빚에 내몰려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절박한 여주인공의 상황을 117분간 건드린다.
김민희의 연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순진한 캐릭터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감정 변화가 큰 여성인데, 그는 카멜레온처럼 능숙하게 선영을 표현해냈다. 김민희는 사악한 표정과 겁에 질린 낯빛, 티없이 맑은 얼굴을 무기로 관객을 직시하고, 때로는 외면한다.
지문마저 철저히 숨기고 사라진 선영의 존재를 깨닫고 "요것 봐라"라고 읊조리는 조성하의 모습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약혼녀를 잃어 흥분 상태에 놓인 문호의 흥분이 조금은 격한 감이 있지만 이선균의 연기도 무난하다.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다. 문호가 수줍게 아이스크림을 선영에게 건네는 장면이라든가 과거 회상 장면 등은 화면구도와 색감과 조명에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선영의 이야기로 파고드는 후반부는 팽팽한 긴장감도 이어진다.
이처럼 배우들의 앙상블도 비교적 좋고,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인 리듬감이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영화 초반부와 중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느슨하다. 이야기를 줄이고 늘리고 조이고 비트는 기술이 아쉽다. 완급을 조절하는 이야기의 템포가 좀 더 다이내믹했으면 영화를 감싸는 스릴러적인 공기가 더욱 꽉 찼을 듯싶다.
원작에 깊숙이 배어 있는 사회·경제적 환난도 영화는 잰걸음으로 건너뛴다. 사회적 공기를 최대한 걷어내고 캐릭터에 집중하려 한 감독의 선택은 이해가 되지만 사회적 메시지가 좀 더 분명했더라면 초반의 느슨함을 어느 정도 메우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밀애’(2002), ’발레교습소’(2004)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경찰의 무능 속에 선영 실종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문호는 최후의 카드로 사촌형이자 꽤 유능한 전직 경찰이었던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함에 따라 개인파산자, 주민등록증 도용, 결혼과 이혼 등 선영의 과거가 화수분처럼 샘솟자 문호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화차’는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를 소재로 한 미야베 마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빚에 내몰려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절박한 여주인공의 상황을 117분간 건드린다.
김민희의 연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순진한 캐릭터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감정 변화가 큰 여성인데, 그는 카멜레온처럼 능숙하게 선영을 표현해냈다. 김민희는 사악한 표정과 겁에 질린 낯빛, 티없이 맑은 얼굴을 무기로 관객을 직시하고, 때로는 외면한다.
지문마저 철저히 숨기고 사라진 선영의 존재를 깨닫고 "요것 봐라"라고 읊조리는 조성하의 모습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약혼녀를 잃어 흥분 상태에 놓인 문호의 흥분이 조금은 격한 감이 있지만 이선균의 연기도 무난하다.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다. 문호가 수줍게 아이스크림을 선영에게 건네는 장면이라든가 과거 회상 장면 등은 화면구도와 색감과 조명에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선영의 이야기로 파고드는 후반부는 팽팽한 긴장감도 이어진다.
이처럼 배우들의 앙상블도 비교적 좋고,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인 리듬감이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영화 초반부와 중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느슨하다. 이야기를 줄이고 늘리고 조이고 비트는 기술이 아쉽다. 완급을 조절하는 이야기의 템포가 좀 더 다이내믹했으면 영화를 감싸는 스릴러적인 공기가 더욱 꽉 찼을 듯싶다.
원작에 깊숙이 배어 있는 사회·경제적 환난도 영화는 잰걸음으로 건너뛴다. 사회적 공기를 최대한 걷어내고 캐릭터에 집중하려 한 감독의 선택은 이해가 되지만 사회적 메시지가 좀 더 분명했더라면 초반의 느슨함을 어느 정도 메우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밀애’(2002), ’발레교습소’(2004)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부족한 긴박감…만족스런 연기 ‘화차’
-
- 입력 2012-02-23 11:27:40
결혼을 앞두고 여자친구 선영(김민희)과 함께 부모를 찾아뵈러 가던 문호(이선균). 휴게소에서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 선영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경찰의 무능 속에 선영 실종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문호는 최후의 카드로 사촌형이자 꽤 유능한 전직 경찰이었던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함에 따라 개인파산자, 주민등록증 도용, 결혼과 이혼 등 선영의 과거가 화수분처럼 샘솟자 문호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화차’는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를 소재로 한 미야베 마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빚에 내몰려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절박한 여주인공의 상황을 117분간 건드린다.
김민희의 연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순진한 캐릭터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감정 변화가 큰 여성인데, 그는 카멜레온처럼 능숙하게 선영을 표현해냈다. 김민희는 사악한 표정과 겁에 질린 낯빛, 티없이 맑은 얼굴을 무기로 관객을 직시하고, 때로는 외면한다.
지문마저 철저히 숨기고 사라진 선영의 존재를 깨닫고 "요것 봐라"라고 읊조리는 조성하의 모습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약혼녀를 잃어 흥분 상태에 놓인 문호의 흥분이 조금은 격한 감이 있지만 이선균의 연기도 무난하다.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다. 문호가 수줍게 아이스크림을 선영에게 건네는 장면이라든가 과거 회상 장면 등은 화면구도와 색감과 조명에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선영의 이야기로 파고드는 후반부는 팽팽한 긴장감도 이어진다.
이처럼 배우들의 앙상블도 비교적 좋고,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인 리듬감이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영화 초반부와 중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느슨하다. 이야기를 줄이고 늘리고 조이고 비트는 기술이 아쉽다. 완급을 조절하는 이야기의 템포가 좀 더 다이내믹했으면 영화를 감싸는 스릴러적인 공기가 더욱 꽉 찼을 듯싶다.
원작에 깊숙이 배어 있는 사회·경제적 환난도 영화는 잰걸음으로 건너뛴다. 사회적 공기를 최대한 걷어내고 캐릭터에 집중하려 한 감독의 선택은 이해가 되지만 사회적 메시지가 좀 더 분명했더라면 초반의 느슨함을 어느 정도 메우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밀애’(2002), ’발레교습소’(2004)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경찰의 무능 속에 선영 실종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문호는 최후의 카드로 사촌형이자 꽤 유능한 전직 경찰이었던 종근(조성하)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함에 따라 개인파산자, 주민등록증 도용, 결혼과 이혼 등 선영의 과거가 화수분처럼 샘솟자 문호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화차’는 1990년대 거품 경제 붕괴를 소재로 한 미야베 마유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영화는 빚에 내몰려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아가야 하는 절박한 여주인공의 상황을 117분간 건드린다.
김민희의 연기가 우선 눈길을 끈다. 순진한 캐릭터에서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 감정 변화가 큰 여성인데, 그는 카멜레온처럼 능숙하게 선영을 표현해냈다. 김민희는 사악한 표정과 겁에 질린 낯빛, 티없이 맑은 얼굴을 무기로 관객을 직시하고, 때로는 외면한다.
지문마저 철저히 숨기고 사라진 선영의 존재를 깨닫고 "요것 봐라"라고 읊조리는 조성하의 모습도 강렬한 인상을 준다. 약혼녀를 잃어 흥분 상태에 놓인 문호의 흥분이 조금은 격한 감이 있지만 이선균의 연기도 무난하다.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다. 문호가 수줍게 아이스크림을 선영에게 건네는 장면이라든가 과거 회상 장면 등은 화면구도와 색감과 조명에 상당히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다. 선영의 이야기로 파고드는 후반부는 팽팽한 긴장감도 이어진다.
이처럼 배우들의 앙상블도 비교적 좋고, 몇몇 장면도 인상적이지만 전체적인 리듬감이 훌륭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영화 초반부와 중반부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느슨하다. 이야기를 줄이고 늘리고 조이고 비트는 기술이 아쉽다. 완급을 조절하는 이야기의 템포가 좀 더 다이내믹했으면 영화를 감싸는 스릴러적인 공기가 더욱 꽉 찼을 듯싶다.
원작에 깊숙이 배어 있는 사회·경제적 환난도 영화는 잰걸음으로 건너뛴다. 사회적 공기를 최대한 걷어내고 캐릭터에 집중하려 한 감독의 선택은 이해가 되지만 사회적 메시지가 좀 더 분명했더라면 초반의 느슨함을 어느 정도 메우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밀애’(2002), ’발레교습소’(2004)를 연출한 변영주 감독의 세 번째 장편 극영화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
좋아요
0
-
응원해요
0
-
후속 원해요
0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