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아들아, 청춘은 빛나는 보석이다”

입력 2012.02.2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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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번 주에는 대부분 대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리는데요.

오랜 고생을 끝낸 학생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부모님들도 감회가 새롭겠죠.

네, 새 출발은 모두에게 특별한 느낌이겠지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을 오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랑 기자, 웬만한 사람이면 벌써 포기했을 일을 해낸 분들이라고요?

<기자 멘트>

네,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아들을 대학에 입학시킨 어머니를 만나고 왔는데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공부하고 꿈을 키워온 아들 성훈씨도 대견하지만, 역시 어머니의 든든한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이런 기적은 힘들었겠죠?

오늘 입학을 위해 곧 대학교로 향할 어머니와 아들,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대학교.

학교 앞으로 배달된 편지들이 책상을 가득 메웠습니다.

2012년 새내기 학부모님들이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들인데요.

<인터뷰> 김남숙 팀장 (성균관대학교 학술정보지원팀) : “이번에는 수시하고, 정시까지 해서 1705통 도착했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부모님들 이)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더라고요.“

치열한 입시경쟁을 이겨내고, 대학에 첫발을 내딛는 자녀들에게 손수 꾹꾹 눌러쓴 편지들.

3년 전부터 학교의 권유로 시작됐지만 자발적으로 편지를 보내는 학부모님들이 지금은 입학생의 반 이상이 됐습니다.

이제 막 1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1년 전 입학식 때 받은 감동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인터뷰> 이주승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 “엄마의 정성이 좋았고요, 고등학교 생활 힘들게 끝났으니까 대학교에서 열심히 해서 잘 해보라고 (하셨어요.)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심성희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 “부모님이 되게 길게 써 주셨거든요. 한바닥 전체를. 또박또박 글씨 쓰시는 내용도 저희 엄마가 써 주신 거니까 되게 기분 좋았고 감동이었어요.“

올해 도착한 편지들 역시 저마다의 사연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써내려간 편지 한 장, 20년 동안 손자를 키워 온 70대 할머니가 애틋한 마음을 가득 담았고요.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들이 당당하게 대학생이 된 벅찬 감동을 전한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kbs뉴스타임팀이데요.”

이 편지의 주인공 바로 김옥희 씨인데요.

아들 홍성훈 군이 올해 성균관대학교 인문학부에 ‘자기추천전형제’로 합격했습니다.

<녹취> 김옥희 (홍성훈 군 어머니) : “성훈이가 합격통지서를 받았는데, 가족이 다 울고 무슨 상장처럼 오니까 기분이 더 좋더라고요.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그때.”

아직도 대학생이 된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는 홍군.

말을 하지 못하는 홍 군은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컴퓨터를 두드리며 자신의 생각을 활자로 옮겼는데요.

<녹취> 홍성훈 군 (음성대역) : “해보고 싶은 거 다할 거예요. MT나 미팅 같은 거 자주 하려고요. 연극동아리도 들어가 보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의 벽,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녹취> 홍성훈 군 (음성대역) : (처음 대학 떨어졌을 때) 꼭 대학엘 가야하나 하는 회의도 들었어요. (재수를 결정한 건) 오기였어요. 저를 지켜봐주는 가족들 때문에 다시 도전했어요.”

한 번의 실패를 딛고 기적처럼 이뤄낸 대학합격 뒤에는 어머니의 강한 결단력이 있었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게 하고싶어 일부러 특수반이 없는 일반학교에 보낸 것도 어머니의 선택이었는데요.

<인터뷰> 김옥희 (성훈 군 어머니) : “유치원 선생님은 특수학교를 가라 그러더라고요. 제 생각은 달랐어요. 어차피 성훈이는 일반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야 하잖아요. 특수학급으로 배치를 받아요. 그러면 공부를 많이 못 배우죠. 일반 애들하고 똑같은 수업을 못 받기 때문에...”

김옥희 씨는 집도 일부러 학교 바로 코앞으로 이사했습니다.

혼자 움직이기 힘든 아들을 수시로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터뷰> 김옥희 (홍성훈 군 어머니 ) : “여기 사는 데가 15년 이상 살고 있거든요. 계속 틈틈이 수업시간에는 못 들어가지만 소변이 중간에 마려울 수고 있고, 언제나 제가 필요할 때 순식간에 달려가야 하니까 이리로 이사를 온 거예요.”

그래도 또래들과 함께 뛰어놀지 못하고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던 홍 군.

이런 홍 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도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인터뷰> 김옥희 (홍성훈 군 어머니) : “(어렸을 때) 재활치료하면 막 울거든요. 아프다고 나동그라지는데, 옆에서 책을 읽어주면 딱 그치는 거예요. 그때부터 계속 책을 읽어주게 된 거고요.”

말도 못하고, 걸을 수도 없었던 홍 군이 어려서부터 잘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글짓기였습니다.

각종 백일상을 휩쓸고 다닐 정도의 문학 소년이었는데요.

상장이 제법 많죠?

이렇게 초등학교 6년 동안 쓴 글과 일기를 모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해 20여 편에 달하는 소설을 써냈습니다.

<녹취> 홍성훈 군 (음성대역) : “아무래도 소수자들에 대해 애착이 가는 편이라 소아마비에 걸린 외손자를 둔 할머니와 그 아이의 엄마와의 갈등을 쓴 작품이 애착이 가요. 얼마 전에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을 찾아뵀는데, 그 감성마을이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저도 좋은 글 써서 선생님 문하생들하고 같이 지내고 싶어요.”

본격적으로 문학 공부를 해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홍 군!

<녹취> 홍성훈 군 (음성대역) :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면 그건 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경험하고 싶어요. 대학 3학년 때는 배낭여행을 하고 싶어요.”

어머니의 마음처럼 멋진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생이 되길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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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아들아, 청춘은 빛나는 보석이다”
    • 입력 2012-02-28 09:16:44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이번 주에는 대부분 대학교에서 입학식이 열리는데요. 오랜 고생을 끝낸 학생은 설렘과 두려움이 교차하고, 부모님들도 감회가 새롭겠죠. 네, 새 출발은 모두에게 특별한 느낌이겠지만,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특별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을 오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이랑 기자, 웬만한 사람이면 벌써 포기했을 일을 해낸 분들이라고요? <기자 멘트> 네, 말도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아들을 대학에 입학시킨 어머니를 만나고 왔는데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스스로 공부하고 꿈을 키워온 아들 성훈씨도 대견하지만, 역시 어머니의 든든한 뒷바라지가 없었다면 이런 기적은 힘들었겠죠? 오늘 입학을 위해 곧 대학교로 향할 어머니와 아들,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한 대학교. 학교 앞으로 배달된 편지들이 책상을 가득 메웠습니다. 2012년 새내기 학부모님들이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들인데요. <인터뷰> 김남숙 팀장 (성균관대학교 학술정보지원팀) : “이번에는 수시하고, 정시까지 해서 1705통 도착했어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부모님들 이)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서 보내주시더라고요.“ 치열한 입시경쟁을 이겨내고, 대학에 첫발을 내딛는 자녀들에게 손수 꾹꾹 눌러쓴 편지들. 3년 전부터 학교의 권유로 시작됐지만 자발적으로 편지를 보내는 학부모님들이 지금은 입학생의 반 이상이 됐습니다. 이제 막 1학년을 마친 학생들은 1년 전 입학식 때 받은 감동이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는데요. <인터뷰> 이주승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 “엄마의 정성이 좋았고요, 고등학교 생활 힘들게 끝났으니까 대학교에서 열심히 해서 잘 해보라고 (하셨어요.) 어느 정도 동기부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심성희 (성균관대학교 재학생) : “부모님이 되게 길게 써 주셨거든요. 한바닥 전체를. 또박또박 글씨 쓰시는 내용도 저희 엄마가 써 주신 거니까 되게 기분 좋았고 감동이었어요.“ 올해 도착한 편지들 역시 저마다의 사연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삐뚤빼뚤 서툰 글씨로 써내려간 편지 한 장, 20년 동안 손자를 키워 온 70대 할머니가 애틋한 마음을 가득 담았고요. 중증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들이 당당하게 대학생이 된 벅찬 감동을 전한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kbs뉴스타임팀이데요.” 이 편지의 주인공 바로 김옥희 씨인데요. 아들 홍성훈 군이 올해 성균관대학교 인문학부에 ‘자기추천전형제’로 합격했습니다. <녹취> 김옥희 (홍성훈 군 어머니) : “성훈이가 합격통지서를 받았는데, 가족이 다 울고 무슨 상장처럼 오니까 기분이 더 좋더라고요.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그때.” 아직도 대학생이 된다는 사실이 꿈만 같다는 홍군. 말을 하지 못하는 홍 군은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컴퓨터를 두드리며 자신의 생각을 활자로 옮겼는데요. <녹취> 홍성훈 군 (음성대역) : “해보고 싶은 거 다할 거예요. MT나 미팅 같은 거 자주 하려고요. 연극동아리도 들어가 보고 싶어요.” 하지만 현실의 벽,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습니다. <녹취> 홍성훈 군 (음성대역) : (처음 대학 떨어졌을 때) 꼭 대학엘 가야하나 하는 회의도 들었어요. (재수를 결정한 건) 오기였어요. 저를 지켜봐주는 가족들 때문에 다시 도전했어요.” 한 번의 실패를 딛고 기적처럼 이뤄낸 대학합격 뒤에는 어머니의 강한 결단력이 있었습니다. 또래 아이들과 똑같은 교육을 받게 하고싶어 일부러 특수반이 없는 일반학교에 보낸 것도 어머니의 선택이었는데요. <인터뷰> 김옥희 (성훈 군 어머니) : “유치원 선생님은 특수학교를 가라 그러더라고요. 제 생각은 달랐어요. 어차피 성훈이는 일반 사람들과 섞여서 살아야 하잖아요. 특수학급으로 배치를 받아요. 그러면 공부를 많이 못 배우죠. 일반 애들하고 똑같은 수업을 못 받기 때문에...” 김옥희 씨는 집도 일부러 학교 바로 코앞으로 이사했습니다. 혼자 움직이기 힘든 아들을 수시로 뒷바라지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인터뷰> 김옥희 (홍성훈 군 어머니 ) : “여기 사는 데가 15년 이상 살고 있거든요. 계속 틈틈이 수업시간에는 못 들어가지만 소변이 중간에 마려울 수고 있고, 언제나 제가 필요할 때 순식간에 달려가야 하니까 이리로 이사를 온 거예요.” 그래도 또래들과 함께 뛰어놀지 못하고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던 홍 군. 이런 홍 군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도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인터뷰> 김옥희 (홍성훈 군 어머니) : “(어렸을 때) 재활치료하면 막 울거든요. 아프다고 나동그라지는데, 옆에서 책을 읽어주면 딱 그치는 거예요. 그때부터 계속 책을 읽어주게 된 거고요.” 말도 못하고, 걸을 수도 없었던 홍 군이 어려서부터 잘할 수 있게 된 것이 바로 글짓기였습니다. 각종 백일상을 휩쓸고 다닐 정도의 문학 소년이었는데요. 상장이 제법 많죠? 이렇게 초등학교 6년 동안 쓴 글과 일기를 모아 책으로 엮어내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해 20여 편에 달하는 소설을 써냈습니다. <녹취> 홍성훈 군 (음성대역) : “아무래도 소수자들에 대해 애착이 가는 편이라 소아마비에 걸린 외손자를 둔 할머니와 그 아이의 엄마와의 갈등을 쓴 작품이 애착이 가요. 얼마 전에 소설가 이외수 선생님을 찾아뵀는데, 그 감성마을이 너무 마음에 드는 거예요. 저도 좋은 글 써서 선생님 문하생들하고 같이 지내고 싶어요.” 본격적으로 문학 공부를 해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홍 군! <녹취> 홍성훈 군 (음성대역) : “어렵다고 포기해 버리면 그건 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학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경험하고 싶어요. 대학 3학년 때는 배낭여행을 하고 싶어요.” 어머니의 마음처럼 멋진 꿈을 이룰 수 있는 대학생이 되길 함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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