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해설] 진보정당에 쏠린 눈들

입력 2012.03.23 (07:10) 수정 2012.03.2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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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수천가닥 복잡하게 꼬인 매듭은 어떻게 풀어야합니까? 때론 단숨에 잘라내는게 최선이듯이 이번 서울 관악을 선거구의 여론조사조작 논란이 그렇습니다. 사실문제는 복잡하지 않습니다만 정작 문제를 풀어가는 방향은 핵심을 비켜나고 있습니다. 사퇴를 거부하면서 매듭은 더욱 꼬여 자승자박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건 경위는 단순합니다. 단일화후보를 뽑는 여론조사과정에서 문자메시지를 통해 나이대를 속여 응답하라는 권유가 있었고 확인이 됐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절차와 원칙을 훼손하는 부정행위이기에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면 될 일이었습니다. 경쟁후보가 재경선을 안 받아들인다고 사퇴를 거부하기엔 사안이 너무 중했습니다. 문제가 된 문자가 일부당원에만 보내져서 승패엔 영향이 없었다거나 상대도 비슷한 메시지를 보내서 피장파장이라는 논리도 궁색합니다.

이정희 대표 스스로 인정한 대로 비난받을 빌미를 제공한 책임은 피할 수 없기에 그 책임을 지는 방식도 일반적 상식과 보편적 원칙에 따라야함은 당연합니다. 경기규칙을 어긴 선수가 스스로 벌점을 매긴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식을 모를 리 없는 이대표와 통합진보당이 끝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그 속사정은 대관절 뭘까요? 이번 총선에서 한국정치사상 유례없는 전국단위의 야권연대를 실현해 진보정당 최초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이룰 수 있을 거라던 오랜 소망에 맞닿아있습니다. 그 꿈을 눈앞에 두고 이번 사태로 대표가 물러선다면 통합진보당 소속의 다른 후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거라고 걱정했음직합니다.

이번 일로 서너군데 다른 지역에서도 이미 불공정시비가 확산되고 있어서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도 더욱 커졌을 겁니다. 한번의 실수를 빌미로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하소연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지금 과연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힘들게 일군 야권연대에 큰 금이 가는 것은 물론 정치발전을 희구하는 유권자들의 큰 기대를 저버리기 쉽습니다.

진보진영의 생명은 높은 도덕성이라고 하지만 어찌 진보정당에만 부여된 과제이겠습니까? 그럼에도 진보정당에 더욱 절실한 이유는 소수세력으로서 그 지경을 넓히려면 기존정당과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지는 행위는 온전한 헌신을 요구합니다. 내일을 기약하는 밀알이 되는 희생을 마다한다면 마른 들판의 이삭이 될 운명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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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해설] 진보정당에 쏠린 눈들
    • 입력 2012-03-23 07:10:49
    • 수정2012-03-23 08: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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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근 해설위원] 수천가닥 복잡하게 꼬인 매듭은 어떻게 풀어야합니까? 때론 단숨에 잘라내는게 최선이듯이 이번 서울 관악을 선거구의 여론조사조작 논란이 그렇습니다. 사실문제는 복잡하지 않습니다만 정작 문제를 풀어가는 방향은 핵심을 비켜나고 있습니다. 사퇴를 거부하면서 매듭은 더욱 꼬여 자승자박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사건 경위는 단순합니다. 단일화후보를 뽑는 여론조사과정에서 문자메시지를 통해 나이대를 속여 응답하라는 권유가 있었고 확인이 됐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절차와 원칙을 훼손하는 부정행위이기에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지면 될 일이었습니다. 경쟁후보가 재경선을 안 받아들인다고 사퇴를 거부하기엔 사안이 너무 중했습니다. 문제가 된 문자가 일부당원에만 보내져서 승패엔 영향이 없었다거나 상대도 비슷한 메시지를 보내서 피장파장이라는 논리도 궁색합니다. 이정희 대표 스스로 인정한 대로 비난받을 빌미를 제공한 책임은 피할 수 없기에 그 책임을 지는 방식도 일반적 상식과 보편적 원칙에 따라야함은 당연합니다. 경기규칙을 어긴 선수가 스스로 벌점을 매긴다면 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식을 모를 리 없는 이대표와 통합진보당이 끝내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그 속사정은 대관절 뭘까요? 이번 총선에서 한국정치사상 유례없는 전국단위의 야권연대를 실현해 진보정당 최초로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이룰 수 있을 거라던 오랜 소망에 맞닿아있습니다. 그 꿈을 눈앞에 두고 이번 사태로 대표가 물러선다면 통합진보당 소속의 다른 후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거라고 걱정했음직합니다. 이번 일로 서너군데 다른 지역에서도 이미 불공정시비가 확산되고 있어서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위기감도 더욱 커졌을 겁니다. 한번의 실수를 빌미로 너무 가혹한 게 아니냐는 하소연도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문제의 핵심은 지금 과연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겠냐는 것입니다. 힘들게 일군 야권연대에 큰 금이 가는 것은 물론 정치발전을 희구하는 유권자들의 큰 기대를 저버리기 쉽습니다. 진보진영의 생명은 높은 도덕성이라고 하지만 어찌 진보정당에만 부여된 과제이겠습니까? 그럼에도 진보정당에 더욱 절실한 이유는 소수세력으로서 그 지경을 넓히려면 기존정당과는 다른 차별화된 모습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하기 때문입니다. 책임을 지는 행위는 온전한 헌신을 요구합니다. 내일을 기약하는 밀알이 되는 희생을 마다한다면 마른 들판의 이삭이 될 운명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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