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민간인 사찰’ 2천 6백 건 공개

입력 2012.03.30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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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자가 공개되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지휘체계도 분명치 않은 이 조직이 빅브러더였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황진우 기자, 공개된 문건이 상당히 많다고 하던데, 혹시 가지고 나왔나요?

<답변>
네, 지난 2008년부터 3년 동안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보고서 2,600여 건입니다.

지금 들고 나온 것은 그 중 일부 문건들입니다.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이른바 '하명 사건 처리부'도 여기 있습니다.

이 문건들을 보면 2010년 문제가 됐던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외에 서울대병원 노조 등 촛불집회 관련 단체들과 사립학원 이사장, 심지어 산부인과까지 사찰 대상에 포함됐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과 이건희 회장이 출연한 장학재단, 방송사 사장들과 일부 언론인 등도 언급돼 있습니다.

정치인 관련해서는 이완구 당시 충남도지사와 정태근, 남경필 의원의 주변인물이, 경찰에서는 조현오 경찰청장 등 전현직 청장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공개된 문건은 당시 7개 감찰팀 중 한 팀이 작성한 것이어서 훨씬 더 많은 문건이 존재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질문>
공직자와 민간, 사찰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는 건데 특히 정부에 비우호적인 단체에 대한 사찰이 눈에 뜨이는 것 같아요?
<답변>
네, 공개된 문건들을 보면 정상적인 동향 보고서가 있는 반면 촛불 집회와 관련된 노동조합 등 특히 정부에 비우호적인 단체나 인사 등이 사찰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사들도 사찰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인터넷에서 유행한 대통령 패러디물을 서울대 병원 노조는 병원 노조 게시판에 내걸었습니다.

'노동조합'이 한 일이지만 이 역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는 '비방벽보사건'으로 보고됐습니다.

국립대학 병원이라는 게 보고서 명분이었던 걸로 추정되지만, 대통령을 비방해 '불법 사찰'을 받은 KB 한마음 전 대표 김종익 씨와 비슷한 이유였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도 표적이 됐습니다.

시사주간지 편집장은 물론, 이른바 '광우병 보도'로 논란이 된 MBC PD수첩의 경우 역대 작가들 관련 사항까지 사찰의 대상이 됐습니다.

여기에 KBS를 포함해, MBC, YTN 등 방송사 사장과 임원의 인사와 관련해서도 동향과 성향 분석 등의 보고서까지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질문>
일단 총리실에서 어떤 입장을 내 놨는지가 궁금하네요?

<답변>
네, 총리실은 오늘 공개된 자료는 지난 2010년 검찰의 수사 당시, 검찰이 확보해서 검토했었던 내용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소가 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질문>
아까 설명한 걸 보면, 이미 기소된 사안 외에도 당시 지원관실이 또 다른 불법 행위를 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할 수도 있는데 검찰이 그런 부분은 검토하지 않았던 모양이죠?

<답변>
네, 바로 그래서 축소 수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게 검찰이 2년 전 수사 당시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하명 사건 처리부입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사찰 외에는 모두 가려진체 제출됐습니다.

그런데 오늘 공개된 원본을 보면 절반 정도가 공직과 관련없는 민간인이 대상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추가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한 수사 없이 두 건만 기소 했습니다.

축소 수사 논란이 거센 이윱니다.

<질문>
그래서 검찰이 뭐라고 하던가요?

<답변>
네, 관련 기록을 즉각 재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당시 자료를 모두 검토했었다며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부분은 기소하고, 나머지는 정식으로 내사 착수했다가 내사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사종결한 사안들은 주로 정관계와 공직, 사회 동향 등을 정리한 내용이거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 활동이어서 범죄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문>
이런 논란의 뒤에는 이영호 前 청와대 비서관이 있는데 내일 검찰에 출석한다고요?

<답변>
네, 원래 오늘 출석하라고 검찰이 요구했었는데 검찰 조사 준비가 안 됐다며 출석을 하루 연기했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내일 이 부분을 포함해 당시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에 어떤 영향력을 했었는 지 등에 대해 조사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15시간의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귀가한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는 증거 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이청구됐습니다.

최 전 행정관의 구속 여부는 다음주 화요일 결정됩니다.

<질문>
총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 논란이 큰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겠네요.

<답변>
네, 총선을 12일 앞두고 총리실 사찰 문건이 공개되자 야권은 선거의 최대 호재라 판단하고 정부여당을 맹공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희대의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대통령의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통합진보당도 정권 퇴진 사안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가세했습니다.

반면 악재를 만난 새누리당은 선거에 미칠 파장에 곤혹스러워하며 민간인 사찰 근절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습니다.
일부 비상대책위원들은 검찰 수사에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며 사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의 퇴진을 간접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정치권의 강한 압박에도 청와대는 상황이 변한 것은 없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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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현장] ‘민간인 사찰’ 2천 6백 건 공개
    • 입력 2012-03-30 23:3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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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의 사찰 대상자가 공개되면서 민간인 사찰 의혹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지휘체계도 분명치 않은 이 조직이 빅브러더였느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세히 알아봅니다. <질문> 황진우 기자, 공개된 문건이 상당히 많다고 하던데, 혹시 가지고 나왔나요? <답변> 네, 지난 2008년부터 3년 동안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작성한 보고서 2,600여 건입니다. 지금 들고 나온 것은 그 중 일부 문건들입니다. 의혹이 끊이지 않았던 이른바 '하명 사건 처리부'도 여기 있습니다. 이 문건들을 보면 2010년 문제가 됐던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외에 서울대병원 노조 등 촛불집회 관련 단체들과 사립학원 이사장, 심지어 산부인과까지 사찰 대상에 포함됐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치인과 이건희 회장이 출연한 장학재단, 방송사 사장들과 일부 언론인 등도 언급돼 있습니다. 정치인 관련해서는 이완구 당시 충남도지사와 정태근, 남경필 의원의 주변인물이, 경찰에서는 조현오 경찰청장 등 전현직 청장들의 이름이 등장합니다. 공개된 문건은 당시 7개 감찰팀 중 한 팀이 작성한 것이어서 훨씬 더 많은 문건이 존재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질문> 공직자와 민간, 사찰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는 건데 특히 정부에 비우호적인 단체에 대한 사찰이 눈에 뜨이는 것 같아요? <답변> 네, 공개된 문건들을 보면 정상적인 동향 보고서가 있는 반면 촛불 집회와 관련된 노동조합 등 특히 정부에 비우호적인 단체나 인사 등이 사찰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방송사들도 사찰 대상이 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 당시 인터넷에서 유행한 대통령 패러디물을 서울대 병원 노조는 병원 노조 게시판에 내걸었습니다. '노동조합'이 한 일이지만 이 역시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는 '비방벽보사건'으로 보고됐습니다. 국립대학 병원이라는 게 보고서 명분이었던 걸로 추정되지만, 대통령을 비방해 '불법 사찰'을 받은 KB 한마음 전 대표 김종익 씨와 비슷한 이유였습니다.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인도 표적이 됐습니다. 시사주간지 편집장은 물론, 이른바 '광우병 보도'로 논란이 된 MBC PD수첩의 경우 역대 작가들 관련 사항까지 사찰의 대상이 됐습니다. 여기에 KBS를 포함해, MBC, YTN 등 방송사 사장과 임원의 인사와 관련해서도 동향과 성향 분석 등의 보고서까지 작성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질문> 일단 총리실에서 어떤 입장을 내 놨는지가 궁금하네요? <답변> 네, 총리실은 오늘 공개된 자료는 지난 2010년 검찰의 수사 당시, 검찰이 확보해서 검토했었던 내용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소가 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질문> 아까 설명한 걸 보면, 이미 기소된 사안 외에도 당시 지원관실이 또 다른 불법 행위를 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할 수도 있는데 검찰이 그런 부분은 검토하지 않았던 모양이죠? <답변> 네, 바로 그래서 축소 수사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게 검찰이 2년 전 수사 당시 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하명 사건 처리부입니다. 당시 문제가 됐던 사찰 외에는 모두 가려진체 제출됐습니다. 그런데 오늘 공개된 원본을 보면 절반 정도가 공직과 관련없는 민간인이 대상입니다. 그러나 검찰은 당시 추가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한 수사 없이 두 건만 기소 했습니다. 축소 수사 논란이 거센 이윱니다. <질문> 그래서 검찰이 뭐라고 하던가요? <답변> 네, 관련 기록을 즉각 재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새로운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수사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그러면서도 검찰은 당시 자료를 모두 검토했었다며 범죄 혐의가 인정되는 부분은 기소하고, 나머지는 정식으로 내사 착수했다가 내사 종결 처리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내사종결한 사안들은 주로 정관계와 공직, 사회 동향 등을 정리한 내용이거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직무 활동이어서 범죄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질문> 이런 논란의 뒤에는 이영호 前 청와대 비서관이 있는데 내일 검찰에 출석한다고요? <답변> 네, 원래 오늘 출석하라고 검찰이 요구했었는데 검찰 조사 준비가 안 됐다며 출석을 하루 연기했습니다. 이 전 비서관은 지난주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불법사찰 사건의 증거를 인멸하라고 지시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내일 이 부분을 포함해 당시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에 어떤 영향력을 했었는 지 등에 대해 조사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15시간의 조사를 받고 오늘 새벽 귀가한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는 증거 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 영장이청구됐습니다. 최 전 행정관의 구속 여부는 다음주 화요일 결정됩니다. <질문> 총선이 얼마 안 남았는데 이 논란이 큰 쟁점으로 부상할 수 있겠네요. <답변> 네, 총선을 12일 앞두고 총리실 사찰 문건이 공개되자 야권은 선거의 최대 호재라 판단하고 정부여당을 맹공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은 희대의 국기 문란 사건이라며 대통령의 하야를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통합진보당도 정권 퇴진 사안이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가세했습니다. 반면 악재를 만난 새누리당은 선거에 미칠 파장에 곤혹스러워하며 민간인 사찰 근절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습니다. 일부 비상대책위원들은 검찰 수사에 걸림돌이 없어야 한다며 사찰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재진 법무장관의 퇴진을 간접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정치권의 강한 압박에도 청와대는 상황이 변한 것은 없다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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