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주하는 ‘공황장애’

입력 2012.04.02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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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기관사 43살 이모씨가 숨진 지 19일째. 고인의 영결식이 회사 앞에서 열렸습니다.

차마 믿기 힘든 가장의 죽음. 유족들의 오열 속에 그는 자신의 일터와 마지막 작별을 고했습니다. 두 아이의 자상한 아빠였던 그는 왜 자신의 동료가 운행하던 열차에 몸을 던져야 했을까?

<인터뷰> 故 이모 기관사 부인 : "전혀 (전직 신청을) 안받아주고 면담도 없었고요. '상태가 어떠냐' 이런 것도 물어본 적도 없고요."

이씨가 앓았던 질환은 공황장애. 이 병을 앓다 숨진 기관사는 지난 2천3년 이후 세명으로 늘었습니다. 어두운 지하 터널에서 매일 혼자서 운전하는 지하철 기관사들. 몸이 아파도 제 때 쉴 수 조차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지하철 기관사(음성변조) : "병가를 내고 싶었는데 (대신) 탈 사람이 없어요. (대신) 탈 사람이 진짜 없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제가) 타야죠... 죽고 싶다고 죽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불이익이 두려워서, 다른 부서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해서, 이같은 고통을 숨긴 채 오늘도 지하철을 운전하고 있습니다."

각 역사마다 많게는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대부분 단 한명의 기관사가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 혹시 아십니까?

어두운 지하 터널을 나홀로 운행하는 기관사들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에도 이를 숨긴 채 계속 운행할 수 밖에 없다는데요,

죽음의 공포로 불리는 공황장애. 얼마나 많은 기관사들이 고통을 겪고있는지 또 승객들의 안전과 이들의 건강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막 운행을 마친 기관사가 다음 순번 기관사와 교대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있는 기관사들. 역에서 교대 시간을 기다리는 한 기관사를 만나봤습니다. 자신도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지하철 기관사 : "저도 공황장애입니다. (정말요?) 공황장애 진단 받았습니다."

열차의 맨 앞 조종실. 기관사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어둡고 긴 터널 뿐입니다.

끝이 없을 듯 이어지는 어두운 공간.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은 이처럼 햇빛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5호선의 총 구간은 40.2km. 한 번 근무에 3시간 넘게 이 같은 터널 속을 운행합니다. 기관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노선으로 최근 자살한 기관사도 이곳을 운행했습니다.

<인터뷰>지하철 기관사(음성변조) : "(답답한) 생각이 나올때마다 자르죠. 머리 속에서. 그런데 그것이 생각이 자른다고 해서 잘라지는 것은 아니고..."

<녹취> 안내 방송 : "열차는 00행 열차입니다. 00방면으로 가실 손님께서는 열차를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CCTV로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탔는지 꼼꼼이 확인하고 열차 문과 스크린 도어까지 닫습니다. 조종실 기관사는 단 한 명. 지하철 운전과 출입문 관리. 안내 방송과 승객들의 민원 처리까지 모두가 한 명이 감당하는 몫입니다.

<인터뷰>지하철 기관사 : "(승객들이) 조금 더우면 덥다 조금 추우면 춥다 또 누가 구걸행위를 한다...이런 게(승객 민원) 동시에 3~4가지씩 오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 정상인이 아니면 그것을 한번에 처리하는 것이 상당히 힘든 거죠."

이따금 차량 고장 등 문제가 생겨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 사람이 불쑥 선로로 뛰어들지나 않을지, 이른바 '자살 공포'에 대한 불안감도 큽니다.

<인터뷰>지하철 기관사 : "한 번 사고가 나면 그래서 출입문 확인을 못했거나 이러면 회사에서는 상당히 이 사람을 바보처럼 만든다거나 그렇게 징계를 주거나..."

특히 기지에 열차를 세우고 1박을 하는, 이른바 주박 근무가 가장 힘들다고 기관사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지하철 기관사 : "솔직히 제가 봤을때 힘들거든요. 한 2~3시간 (자는데), 그리고 잠 좀 못주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날을 새가면서 아침에 아주 온전한 상태에서 안전 운전을 하기는 사실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이같은 근무 체계도 매일매일 달라져 생활이 불규칙한 상황. 심지어 근무 시간 외에는 회사 차원에서 봉사활동까지 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어 맘대로 쉴 수 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지하철 기관사 : "비번날 끝나면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일정 시간 20시간 이렇게 안하면 근평에 불이익을 주고 그런 것이 있어요."

대체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필요할 때 병가나 휴가를 쓰기도 어렵다는 기관사들. 종종 정신적 한계에 직면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지하철 기관사 : "오늘 너무 몸이 안좋고 신경이 곤두서있는데 정말 운전을 해야 돼요. 그러다가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대형사고가 이게 한두명이 죽는 게 아니라 몇백명, 몇천명까지 죽을 수 있거든요."

지난달 12일 역사가 붐비기 시작하는 출근시간 새벽 근무를 마친 기관사 이모씨가 제복을 입은 채 선로로 뛰어듭니다. 이씨가 지하철 운전을 마친 지 불과 10분 만의 사고. 이씨는 숨지기 전날 밤 부인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故 이모 기관사 부인 : "'지금 끝나고 기지에 들어간다' 하면서 '내일 아침 운동하고 12시쯤 도착할께' 이것이 전화 통화 마지막이었어요"

이씨는 평소 다른 장소를 가도 지하에 가는 것을 꺼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故 이모 기관사 부인 : "찜질방같은 곳을 가도 지하있는 곳은 기피하고 그런 곳을 가지 않으려고 했고요. 놀이동산을 가도 롯데월드를 가면 안에 있지 않고 바깥에 추워도 밖에서..."

지난해 병가를 내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내근직으로 전직 신청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씨의 병원 기록.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제출한 진단서에는 다른 병명만 적혀있고 공황장애 기록은 삭제돼 있습니다.

<인터뷰> 이씨 주치의 : "사회적인 불이익 때문에 고인께서 선택한 상황이었는데요. 공황장애 진단서를 제출하는 걸 뒤로 미루고 '어떻게든 회사에 복귀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왜 자신의 질병을 숨겼을까?

<인터뷰> 김태훈(도시철도공사 노조) : "(기관사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병가도 쓰고... 이것을 회사 측에서는 업무실적 부진한 사람이라고 표현을 하면서 그쪽(퇴출 부서)으로 인사발령을 내서 퇴출을 시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관사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은 외환위기를 겪던 지난 1998년. 이후 2천3년에는 기관사 서모씨가 근무를 마친 후 지하 선로를 걷다 열차에 치여 숨졌고 임모 기관사는 고향에서 바다에 투신해 숨졌습니다.

두 명 모두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고, 서씨는 산업재해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화려한 행사장에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남성이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고통스러워 합니다.

이 드라마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은 공황장애와 우울증. 최근에는 인기 연예인들이 실제 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경규 : "'공황장애라는 병의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지 4개월 정도 됐어요'"

<인터뷰> 전진 : "(병명이 공황장애였나요?) 증상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혼자 다 상상을 하고 걱정을 하고..."

공황장애 환자의 뇌를 PET 촬영한 사진입니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의 뇌 기능이 일반인들에 비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뇌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핵'이 다른 부위들을 자극해 공포감을 느끼고 혈압과 심장 박동이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위험 대상이 없는데도 갑자기 이상 반응이 일어나는 겁니다.

<인터뷰> 유범희(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 "내가 어떤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이 없으면 나는 나갈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생활이 점점 위축되고 하다 보니까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 2천3년 무려 2백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사고.

당시 불이 난 지하철에는 기관사가 한 명뿐이었습니다.

허술한 방재 시스템과 중앙 사령실의 판단력 부족 등 여러가지 문제가 피해를 키웠지만, 기관사가 두 명이었다면 이같은 대형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는 게 당시 지적된 문제였습니다.

서울 지하철 8개 노선 가운데 도시철도공사가 운행하는 5,6,7,8호선은 기관사 한 명이 운행하는 1인 승무제. 반면, 서울메트로 측의 1,2,3,4호선에는 기관사 2명이 함께 탑니다.

수동 운전 방식인 1~4호선과 달리 자동 운전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공사 측은 설명합니다.

<인터뷰> 서울 도시철도공사 관계자 : "최신 기술을 이용해 통신과 관제설비 이런 부분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구성해서 자동운전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사 창립 이후에 설립된 여러 공사도 1인 승무시스템, 자동운전시스템을 사용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기관사 2명을 태우려면 연간 240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 소요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지난해까지 기관사가 한 명뿐인 이들 노선에서도 수동 운전을 하도록 했습니다. 자동 운전 방식으로는 승객 민원이 많았기 때문이라는데, 결과는 잇단 정차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자료화면> KBS 뉴스 앵커멘트 : "달리던 지하철이 갑자기 역주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서울 도시철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작년에 되돌이 운전한 사람도 개인적인 문제가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예요. 두번째 되돌이 운전한 사람은, 딴 생각하다가 정류장을 그냥 지나친 거란 말이에요."

일본에선 자동 운행 방식이라고 해도 전동차 양수가 8량 이상이거나 여객 혼잡도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기관사 2명이 타도록 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팀은 삼성 서울병원과 공동으로 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들에 대한 심리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검사에는 전체 8백여명 가운데 248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한주 동안 공황 발작을 경험한 사람은 경미하게 느낀 경우를 포함해 전체 29%, 공황 발작에 대해서는 고도 1명, 중등도 9명, 경도 36명 등 전체 18%인 46명이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불안 민감도에 대해서는 심혈관계 20%, 호흡기 15% 등 전체 평균 11%가 특정 증상에 민감하게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검사는 자가 진단으로 이뤄져 정확한 유병률로 보기는 어렵지만, 기관사들의 건강과 관련해 의미있는 결과로 해석됩니다.

<인터뷰> 김지혜(삼성 서울병원 정신과) : "기관사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이런 신체적 증상이 결합될 경우에 불안이 좀 더 가중돼서 심각한 증상을 경험하거나 공황장애로 이행해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 같이 병행돼야만 좀 더 심각한 상태로 이행하는 것을 막을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 천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기관사들이 아파도 쉬지 못한 채 운전을 계속하거나 병을 숨기지 않도록 전체 기관사에 대한 건강 진단과 전직 보장 등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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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주하는 ‘공황장애’
    • 입력 2012-04-02 11:57:20
    취재파일K
지하철 기관사 43살 이모씨가 숨진 지 19일째. 고인의 영결식이 회사 앞에서 열렸습니다. 차마 믿기 힘든 가장의 죽음. 유족들의 오열 속에 그는 자신의 일터와 마지막 작별을 고했습니다. 두 아이의 자상한 아빠였던 그는 왜 자신의 동료가 운행하던 열차에 몸을 던져야 했을까? <인터뷰> 故 이모 기관사 부인 : "전혀 (전직 신청을) 안받아주고 면담도 없었고요. '상태가 어떠냐' 이런 것도 물어본 적도 없고요." 이씨가 앓았던 질환은 공황장애. 이 병을 앓다 숨진 기관사는 지난 2천3년 이후 세명으로 늘었습니다. 어두운 지하 터널에서 매일 혼자서 운전하는 지하철 기관사들. 몸이 아파도 제 때 쉴 수 조차 없다고 털어놓습니다. <인터뷰> 지하철 기관사(음성변조) : "병가를 내고 싶었는데 (대신) 탈 사람이 없어요. (대신) 탈 사람이 진짜 없는 거예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제가) 타야죠... 죽고 싶다고 죽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불이익이 두려워서, 다른 부서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해서, 이같은 고통을 숨긴 채 오늘도 지하철을 운전하고 있습니다." 각 역사마다 많게는 하루 수십만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대부분 단 한명의 기관사가 운행하고 있다는 사실 혹시 아십니까? 어두운 지하 터널을 나홀로 운행하는 기관사들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는 경우에도 이를 숨긴 채 계속 운행할 수 밖에 없다는데요, 죽음의 공포로 불리는 공황장애. 얼마나 많은 기관사들이 고통을 겪고있는지 또 승객들의 안전과 이들의 건강을 위한 대책은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지하철 5호선 답십리역. 막 운행을 마친 기관사가 다음 순번 기관사와 교대하고 있습니다. 가슴에 근조 리본을 달고 있는 기관사들. 역에서 교대 시간을 기다리는 한 기관사를 만나봤습니다. 자신도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녹취> 지하철 기관사 : "저도 공황장애입니다. (정말요?) 공황장애 진단 받았습니다." 열차의 맨 앞 조종실. 기관사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어둡고 긴 터널 뿐입니다. 끝이 없을 듯 이어지는 어두운 공간. 지하철 5호선과 6호선은 이처럼 햇빛을 볼 수 있는 구간이 전혀 없습니다. 특히 5호선의 총 구간은 40.2km. 한 번 근무에 3시간 넘게 이 같은 터널 속을 운행합니다. 기관사들이 가장 기피하는 노선으로 최근 자살한 기관사도 이곳을 운행했습니다. <인터뷰>지하철 기관사(음성변조) : "(답답한) 생각이 나올때마다 자르죠. 머리 속에서. 그런데 그것이 생각이 자른다고 해서 잘라지는 것은 아니고..." <녹취> 안내 방송 : "열차는 00행 열차입니다. 00방면으로 가실 손님께서는 열차를 갈아타시기 바랍니다." CCTV로 승객들이 모두 내리고 탔는지 꼼꼼이 확인하고 열차 문과 스크린 도어까지 닫습니다. 조종실 기관사는 단 한 명. 지하철 운전과 출입문 관리. 안내 방송과 승객들의 민원 처리까지 모두가 한 명이 감당하는 몫입니다. <인터뷰>지하철 기관사 : "(승객들이) 조금 더우면 덥다 조금 추우면 춥다 또 누가 구걸행위를 한다...이런 게(승객 민원) 동시에 3~4가지씩 오는 거죠. 그러면 그 사람 정상인이 아니면 그것을 한번에 처리하는 것이 상당히 힘든 거죠." 이따금 차량 고장 등 문제가 생겨도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 사람이 불쑥 선로로 뛰어들지나 않을지, 이른바 '자살 공포'에 대한 불안감도 큽니다. <인터뷰>지하철 기관사 : "한 번 사고가 나면 그래서 출입문 확인을 못했거나 이러면 회사에서는 상당히 이 사람을 바보처럼 만든다거나 그렇게 징계를 주거나..." 특히 기지에 열차를 세우고 1박을 하는, 이른바 주박 근무가 가장 힘들다고 기관사들은 말합니다. <인터뷰> 지하철 기관사 : "솔직히 제가 봤을때 힘들거든요. 한 2~3시간 (자는데), 그리고 잠 좀 못주무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게 날을 새가면서 아침에 아주 온전한 상태에서 안전 운전을 하기는 사실 좀 무리가 있는 것 같아요" 이같은 근무 체계도 매일매일 달라져 생활이 불규칙한 상황. 심지어 근무 시간 외에는 회사 차원에서 봉사활동까지 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어 맘대로 쉴 수 조차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지하철 기관사 : "비번날 끝나면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있잖아요. 일정 시간 20시간 이렇게 안하면 근평에 불이익을 주고 그런 것이 있어요." 대체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필요할 때 병가나 휴가를 쓰기도 어렵다는 기관사들. 종종 정신적 한계에 직면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지하철 기관사 : "오늘 너무 몸이 안좋고 신경이 곤두서있는데 정말 운전을 해야 돼요. 그러다가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대형사고가 이게 한두명이 죽는 게 아니라 몇백명, 몇천명까지 죽을 수 있거든요." 지난달 12일 역사가 붐비기 시작하는 출근시간 새벽 근무를 마친 기관사 이모씨가 제복을 입은 채 선로로 뛰어듭니다. 이씨가 지하철 운전을 마친 지 불과 10분 만의 사고. 이씨는 숨지기 전날 밤 부인과 마지막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故 이모 기관사 부인 : "'지금 끝나고 기지에 들어간다' 하면서 '내일 아침 운동하고 12시쯤 도착할께' 이것이 전화 통화 마지막이었어요" 이씨는 평소 다른 장소를 가도 지하에 가는 것을 꺼리는 등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故 이모 기관사 부인 : "찜질방같은 곳을 가도 지하있는 곳은 기피하고 그런 곳을 가지 않으려고 했고요. 놀이동산을 가도 롯데월드를 가면 안에 있지 않고 바깥에 추워도 밖에서..." 지난해 병가를 내서 병원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내근직으로 전직 신청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씨의 병원 기록.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회사에 제출한 진단서에는 다른 병명만 적혀있고 공황장애 기록은 삭제돼 있습니다. <인터뷰> 이씨 주치의 : "사회적인 불이익 때문에 고인께서 선택한 상황이었는데요. 공황장애 진단서를 제출하는 걸 뒤로 미루고 '어떻게든 회사에 복귀해서 일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씨는 왜 자신의 질병을 숨겼을까? <인터뷰> 김태훈(도시철도공사 노조) : "(기관사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고 병가도 쓰고... 이것을 회사 측에서는 업무실적 부진한 사람이라고 표현을 하면서 그쪽(퇴출 부서)으로 인사발령을 내서 퇴출을 시켰던 적이 있었습니다." 기관사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은 외환위기를 겪던 지난 1998년. 이후 2천3년에는 기관사 서모씨가 근무를 마친 후 지하 선로를 걷다 열차에 치여 숨졌고 임모 기관사는 고향에서 바다에 투신해 숨졌습니다. 두 명 모두 공황장애를 앓고 있었고, 서씨는 산업재해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화려한 행사장에서 갑자기 발작을 일으킨 남성이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고통스러워 합니다. 이 드라마 주인공이 앓고 있는 병은 공황장애와 우울증. 최근에는 인기 연예인들이 실제 이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이경규 : "'공황장애라는 병의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지 4개월 정도 됐어요'" <인터뷰> 전진 : "(병명이 공황장애였나요?) 증상은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혼자 다 상상을 하고 걱정을 하고..." 공황장애 환자의 뇌를 PET 촬영한 사진입니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부분의 뇌 기능이 일반인들에 비해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 뇌에서는 감정을 조절하는 '편도핵'이 다른 부위들을 자극해 공포감을 느끼고 혈압과 심장 박동이 올라가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 위험 대상이 없는데도 갑자기 이상 반응이 일어나는 겁니다. <인터뷰> 유범희(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 "내가 어떤 비상상황이 생겼을 때 '나를 도와줄 누군가가 옆에 있어야 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사람이 없으면 나는 나갈수가 없는 거예요. 그러다 보면 생활이 점점 위축되고 하다 보니까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많아요." 지난 2천3년 무려 2백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사고. 당시 불이 난 지하철에는 기관사가 한 명뿐이었습니다. 허술한 방재 시스템과 중앙 사령실의 판단력 부족 등 여러가지 문제가 피해를 키웠지만, 기관사가 두 명이었다면 이같은 대형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는 게 당시 지적된 문제였습니다. 서울 지하철 8개 노선 가운데 도시철도공사가 운행하는 5,6,7,8호선은 기관사 한 명이 운행하는 1인 승무제. 반면, 서울메트로 측의 1,2,3,4호선에는 기관사 2명이 함께 탑니다. 수동 운전 방식인 1~4호선과 달리 자동 운전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라고 공사 측은 설명합니다. <인터뷰> 서울 도시철도공사 관계자 : "최신 기술을 이용해 통신과 관제설비 이런 부분들이 하나의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구성해서 자동운전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희 공사 창립 이후에 설립된 여러 공사도 1인 승무시스템, 자동운전시스템을 사용하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기관사 2명을 태우려면 연간 240억 원의 인건비가 추가 소요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공사 측은 지난해까지 기관사가 한 명뿐인 이들 노선에서도 수동 운전을 하도록 했습니다. 자동 운전 방식으로는 승객 민원이 많았기 때문이라는데, 결과는 잇단 정차 사고로 이어졌습니다. <자료화면> KBS 뉴스 앵커멘트 : "달리던 지하철이 갑자기 역주행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녹취> 서울 도시철도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작년에 되돌이 운전한 사람도 개인적인 문제가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예요. 두번째 되돌이 운전한 사람은, 딴 생각하다가 정류장을 그냥 지나친 거란 말이에요." 일본에선 자동 운행 방식이라고 해도 전동차 양수가 8량 이상이거나 여객 혼잡도가 일정 기준 이상일 경우 기관사 2명이 타도록 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팀은 삼성 서울병원과 공동으로 도시철도공사 소속 기관사들에 대한 심리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검사에는 전체 8백여명 가운데 248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불이익을 우려해 익명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 한주 동안 공황 발작을 경험한 사람은 경미하게 느낀 경우를 포함해 전체 29%, 공황 발작에 대해서는 고도 1명, 중등도 9명, 경도 36명 등 전체 18%인 46명이 심각하다고 답했습니다. 불안 민감도에 대해서는 심혈관계 20%, 호흡기 15% 등 전체 평균 11%가 특정 증상에 민감하게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이번 검사는 자가 진단으로 이뤄져 정확한 유병률로 보기는 어렵지만, 기관사들의 건강과 관련해 의미있는 결과로 해석됩니다. <인터뷰> 김지혜(삼성 서울병원 정신과) : "기관사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이런 신체적 증상이 결합될 경우에 불안이 좀 더 가중돼서 심각한 증상을 경험하거나 공황장애로 이행해갈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정확한 교육이 같이 병행돼야만 좀 더 심각한 상태로 이행하는 것을 막을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 천만 명이 이용하는 지하철. 기관사들이 아파도 쉬지 못한 채 운전을 계속하거나 병을 숨기지 않도록 전체 기관사에 대한 건강 진단과 전직 보장 등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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