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창작이 사라진다…베끼는게 능사?

입력 2012.04.0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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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화면은 관객 천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국내 영화들입니다.



또 하나 공통점은 바로 순수 국내 창작물이란 건데요.



그렇지만, 이런 순수 창작물보다는 외국의 원작에 의존하는 작품이 더 많습니다.



오늘 <이슈앤 뉴스>에서는 국내 이야기 산업의 실태와 발전 방향을 모색해 봅니다.



먼저, 그 실태를 복창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사라진 약혼녀의 정체를 파헤치는 영화 ’화차’



늑대 개 살인 사건을 쫓아가는 형사 이야기 ’하울링’



올 들어 한국 영화의 강세를 이어가는 작품들이지만 원작이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입니다.



창작 시나리오보다 흥행에 대한 위험 부담 없이 영화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지욱(영화평론가) : "스릴러 내지는 로맨스 같은 장르로 한정된다고 할까요. 장르발전을 위해서는 확실히 저해가 되고 있죠."



대작 뮤지컬들도 외국 원작 일색입니다.



웬만한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반복해서 국내 무대에 오르더니,



최근엔 유럽 작품들까지 몰려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향란(공연기획사 대표) : "해외에서 들어올 수 있는 작품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창작 뮤지컬이 활성화될지 않는다면 콘텐츠 부족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외국 원작 작품들은 매출액의 10-12%에 이르는 로열티까지 물어야 합니다.



<기자 멘트>



이처럼 최근 영화와 공연계에서는 외국 원작들에 밀려 국내 창작물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21세기 문화콘텐츠의 핵심인 ’이야기 산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지금 보시는 ’해리포터 시리즈’입니다.



10년 동안 책 판매액이 3조 원,



영화 4편과 캐릭터 수입을 합치면 매출 총액은 무려 308조 원이나 됩니다.



전 세계 이야기 산업의 규모는 1조 3566억 달러로, 자동차 산업 1조 2000억 달러를 능가하고, IT 산업(8000억 달러)의 2배에 가깝습니다.



이야기 산업이 첨단 산업의 매출규모를 뛰어 넘은 겁니다.



누가 더 많은 이야기 자원을 확보하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공이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세계 이야기 시장에서 우리나라 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4%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이야기 산업은 왜 이렇게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를 이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초 젊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



영화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금방 잊혀졌습니다.



작가와 영화 제작사간의 한 계약서입니다.



계약금만 주고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든다며 잔금을 주지 않을 경우 작가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소재와 아이디어를 다 빼낸 다음에 다른 각색 작가를 붙이기 일쑵니다.



<인터뷰> 이란(작가) :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불리어 질 정도로 굉장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런 화려함 뒤에는 작가들의 눈물..."



한 만화 창작 스튜디오, 젊은 만화가들에게 꿈의 산실이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인터넷 포털에 띄우는 만화는 검증이라는 이유로 몇달동안 원고료를 못받고 정식 데뷔를 해도 생계가 힘들정돕니다.



<인터뷰> 이윤균(만화가) : "백만원 안 팎이나 그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방세나 공과금을 겨우 내는 정도밖.."



중견 만화 작가들의 현실도 마찬가지,



소수의 인기 작가외에는 오프라인 출판계에서는 작품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인터뷰> 차성진(만화가) : "기능적인 것만 너무 강조가 되다 보니까요 소모품으로 전락되는, 기능인으로 전락시키는..."



<앵커 멘트>



반만년 역사의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신화 등 이야기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야기 산업의 토양은 갖췄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계속해서 정인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마당을 나온 암탉’



백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기반이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문학적 토대가 취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이야기보다는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들이 주류이기 때문입니다.



<녹취>장은수(출판사 대표) : "집단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켜 얻는 개성적인 세계,이런게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돼 왔습니다"



원작을 재가공하는 시스템도 아직 체계화되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제작비의 10%를 시나리오 작업에 투입할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를 중시합니다.



<녹취> 심재명(영화제작사 대표) : "영화란 매체가 원작,문학 작품과 어떻게 다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매체가 변경될 때 거기에 맞는 해석과 창조가 필요"



최근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영화나 소설 등으로 재창조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독자적인 이야기 산업 구조의 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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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창작이 사라진다…베끼는게 능사?
    • 입력 2012-04-05 22:06:33
    뉴스 9
<앵커 멘트>

지금 보시는 화면은 관객 천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국내 영화들입니다.

또 하나 공통점은 바로 순수 국내 창작물이란 건데요.

그렇지만, 이런 순수 창작물보다는 외국의 원작에 의존하는 작품이 더 많습니다.

오늘 <이슈앤 뉴스>에서는 국내 이야기 산업의 실태와 발전 방향을 모색해 봅니다.

먼저, 그 실태를 복창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사라진 약혼녀의 정체를 파헤치는 영화 ’화차’

늑대 개 살인 사건을 쫓아가는 형사 이야기 ’하울링’

올 들어 한국 영화의 강세를 이어가는 작품들이지만 원작이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입니다.

창작 시나리오보다 흥행에 대한 위험 부담 없이 영화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정지욱(영화평론가) : "스릴러 내지는 로맨스 같은 장르로 한정된다고 할까요. 장르발전을 위해서는 확실히 저해가 되고 있죠."

대작 뮤지컬들도 외국 원작 일색입니다.

웬만한 미국 브로드웨이 작품들이 반복해서 국내 무대에 오르더니,

최근엔 유럽 작품들까지 몰려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향란(공연기획사 대표) : "해외에서 들어올 수 있는 작품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창작 뮤지컬이 활성화될지 않는다면 콘텐츠 부족사태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외국 원작 작품들은 매출액의 10-12%에 이르는 로열티까지 물어야 합니다.

<기자 멘트>

이처럼 최근 영화와 공연계에서는 외국 원작들에 밀려 국내 창작물들이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21세기 문화콘텐츠의 핵심인 ’이야기 산업’을 얘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지금 보시는 ’해리포터 시리즈’입니다.

10년 동안 책 판매액이 3조 원,

영화 4편과 캐릭터 수입을 합치면 매출 총액은 무려 308조 원이나 됩니다.

전 세계 이야기 산업의 규모는 1조 3566억 달러로, 자동차 산업 1조 2000억 달러를 능가하고, IT 산업(8000억 달러)의 2배에 가깝습니다.

이야기 산업이 첨단 산업의 매출규모를 뛰어 넘은 겁니다.

누가 더 많은 이야기 자원을 확보하고 더 나은 작품을 만드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공이 좌우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렇지만, 세계 이야기 시장에서 우리나라 작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2.4%에 불과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이야기 산업은 왜 이렇게 여전히 활로를 찾지 못하고 있는 걸까요?

그 이유를 이근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초 젊은 시나리오 작가의 죽음.

영화계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금방 잊혀졌습니다.

작가와 영화 제작사간의 한 계약서입니다.

계약금만 주고 시나리오가 마음에 안든다며 잔금을 주지 않을 경우 작가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습니다.

소재와 아이디어를 다 빼낸 다음에 다른 각색 작가를 붙이기 일쑵니다.

<인터뷰> 이란(작가) :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라고 불리어 질 정도로 굉장히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그런 화려함 뒤에는 작가들의 눈물..."

한 만화 창작 스튜디오, 젊은 만화가들에게 꿈의 산실이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인터넷 포털에 띄우는 만화는 검증이라는 이유로 몇달동안 원고료를 못받고 정식 데뷔를 해도 생계가 힘들정돕니다.

<인터뷰> 이윤균(만화가) : "백만원 안 팎이나 그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에 방세나 공과금을 겨우 내는 정도밖.."

중견 만화 작가들의 현실도 마찬가지,

소수의 인기 작가외에는 오프라인 출판계에서는 작품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인터뷰> 차성진(만화가) : "기능적인 것만 너무 강조가 되다 보니까요 소모품으로 전락되는, 기능인으로 전락시키는..."

<앵커 멘트>

반만년 역사의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신화 등 이야기 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야기 산업의 토양은 갖췄다는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이야기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계속해서 정인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200만 관객을 돌파한 ’마당을 나온 암탉’

백만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가 기반이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문학적 토대가 취약하다는 평가입니다.

이야기보다는 작가의 내면을 표현한 작품들이 주류이기 때문입니다.

<녹취>장은수(출판사 대표) : "집단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켜 얻는 개성적인 세계,이런게 문학적으로 높이 평가돼 왔습니다"

원작을 재가공하는 시스템도 아직 체계화되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경우 제작비의 10%를 시나리오 작업에 투입할 정도로 탄탄한 이야기를 중시합니다.

<녹취> 심재명(영화제작사 대표) : "영화란 매체가 원작,문학 작품과 어떻게 다른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매체가 변경될 때 거기에 맞는 해석과 창조가 필요"

최근 조선왕조실록에 있는 역사적 사건들이 영화나 소설 등으로 재창조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독자적인 이야기 산업 구조의 한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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