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충돌, 광우병 보도

입력 2012.05.05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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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24일,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 해면상뇌증’ BSE 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습니다.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계속 하는 대신 검역을 강화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미국소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 단체들은 4년 만에 또 다시 촛불을 켰습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이른바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안전하다’ 와 ‘불안하다’는 양극단의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광우병 보도의 문제점 박진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박기자, 이번 광우병 논란을 겪으면서 지난 2008년의 기억이 많이 겹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봐야겠죠?

<답변>

네, 그때처럼 ‘라면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식의 괴담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지난 2008년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8년 상황을 간단히 영상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질문>

오늘도 촛불 집회가 열렸지만 지난 2일 꼭 4년 만에 또 다시 서울 도심에서 광우병으로 인한 촛불이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4년 만에 등장한 이 촛불을 언론들은 어떤 논조로 다뤘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네, 정확히 4년 만에 또 다시 촛불이 등장했지만 다른 모습입니다.

집회 자체가 축소돼서 그런지 이를 다루는 기사량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방송 3사는 지난 2일 메인 뉴스에서 광우병 뉴스를 두 건씩 다뤘습니다.

<녹취> KBS 5.2. 최규식 : “미국측은 조사단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정작 광우병 젖소가 발견된 농장에 대한 방문조사는 거부했습니다.”

<녹취> SBS 5.2 문모준 : “집회 참석자들은 정부가 4년 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인터뷰> 시민 :" 분명히 광우병이 발생하면은 중단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딴소리하면서 미국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

이는 4년 전 같은 날 방송 3사가 10건 안팎의 광우병 관련 기사를 배치 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4년 전 경찰 추산 만 명이 모인 것에 비해 천5백명 수준으로 줄어든 집회 참여 열기와 그 맥을 같이 합니다.

광우병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한겨레 마저도 이러한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녹취> 한겨레 5.3 : "4년 만에 촛불이 다시 켜졌지만, 4년 전의 열기가 재연될지는 미지수다. 집회 주최 쪽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학습 효과로 4년 전 과 같이 괴담이 통하지 안았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5.3 2면 : “이번 광우병 발생 후에도 ‘광우병에 걸린 소가 수입되고 있다’는 것과 같은 괴담이 트위터 등을 통해 유포됐지만,곧바로 반발 글이 달리는 등 균형을 찾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촛불 집회가 계속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질 수는 있지만 언론에 비친 지난 2일 광우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모습은 4년 전에 비해 분명 차분해진 것입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번 광우병 논란이 일어나면서 불거진 보도의 문제점을 살펴볼까요?

우선 광우병은 과학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접근해야하는 분야가 아닙니까. 언론은 실제로 어떻게 다뤘습니까?

<답변>

네, 광우병은 기본적으로 소가 걸리는 병이죠.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광우병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도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어야 하는데 언론 보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국내외 광우병 전문가 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프로그램입니다.

<녹취> KBS 이영돈(소비자고발 2008. 5. 30) :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지난 2008년 5월에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과학의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서 ‘광우병이 전염병인가’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6대4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또한 ‘미국에 광우병 소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가’란 질문에서도 48%만 그렇다라고 답했고 36%는 아니다 였으며 16%는 모르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 처럼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광우병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론이 광우병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이러한 의견들을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미디어비평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광우병 관련 신문기사와 방송뉴스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과학전문가들의 말을 단순하게 인용하는 보도를 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전체 기사 가운데 이러한 과학적 접근이 시도된 경우는 최대 22%에 불과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4.27 A02면) : "유한상 서울대 수의대 전염병학교실 교수는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은 10년 이상 된 나이 많은 소에서 발병했다 며 사람에게 전달될 위험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거의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녹취> 한겨레(4.28 01면) 박상표 :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정책국장은 “광우병에 걸렸다면 그 소 전체를 특정위험물질로 봐야하는데도 살코기는 안전하니까 먹어도 된다는 정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조사결과, 과학적으로 접근한 기사 비율이 sbs가 25%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녹취> sbs 4.30 정형택

<인터뷰> 우희종(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일반 광우병의 감염력을 검증하는 방법에서 드러난 비정형 광우병의 감염력은 일반 광우병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방송 3사 모두 광우병 관련 보도 건수가 12건에서 13건 정도. 절대적인 기사 수가 신문보다 적은 만큼 과학적인 접근을 충실히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터뷰> 고인석(인하대학교철학과교수) : “광우병 문제는 인간의 건강이 달려있고 그리고 소의 생리학적인 상태와 인체간의 관계 같은 과학적인 문제가 모든 문제에 답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항목이 되는 사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도 이 점을 가장 최우선으로 중시해서 보도태도를 하는 것이 올바른 보도방식이 되겠죠.”

과학적인 접근을 한 기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과학적 진실을 언론사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부분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질문>

결국 광우병 보도에 있어서 과학자들을 인용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는 얘긴데요.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답변>

언론에서 인용한 과학자들의 의견이 국민 건강에 ‘위험하다’ 또는 ‘그렇지 않다’라는 이분법적으로 대립되는 견해만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각 언론사들의 입장에 따라 확연히 갈라진다는 것입니다.

<녹취> 동아(4.28 A05면) : 유한상 서울대 수의대 전염병학교실 교수는 “비정형 BSE는 오염된 사료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생활했던 다른 소들이 같은 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녹취> 한겨레(4.28 06면) :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정책국장은 그 연구에서 비정형 광우병의 평균 잠복기는 20~22개월로 더 짧고, 전형적인 광우병보다 전염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같은 광우병 소를 두고 두 전문가들의 상반된 주장입니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은 광우병에 대한 안전을 강조하거나 위험을 강조하는데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녹취>조선(4.30 A06면) : 서울대 이영순 교수는 “이번 광우병 젖소는 ‘비정형’광우병으로 판명난데다 10살이 넘어 수입 가능성이 아예 없다. 과학적으로 보면 우려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검역시 전수조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취> 경향(4.27 04면) : 박상표 수의사연대 사무국장은 “미국은 원래 검역시 육우나 젖소 등 품종을 구분하는 표현·조건이 없으므로 30개월령 미만인 쇠고기라면 모두 수입을 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해 보면 ‘안전’ 또는 ‘위험’이라는 어느 한쪽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내용이 주로 인용됐습니다.

여기에 비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위험하다는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결국 언론사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를 인용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희제 교수 : “그런 것은 사실 독자나 시청자들로 하여금 사안에 대해서 보다 객관적으로 그것들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그것들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여지보다도 언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입장을 교묘하게 일방적으로 주입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로 분류되고 있는 과학자들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한곕니다.

언론에서 인용되는 전문가들은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의 이영순 교수 우희종 교수, 유한상교수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등 4명에 집중됐습니다.

4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언론 스스로가 새로운 전문가를 발굴하지 못한 것입니다.

또한 전문가 그룹이 수의학에만 집중되는 것도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인터뷰> 고인석(한국과학철학회) : "수의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축산학의 문제 나아가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하는 것이니까 일반 의학 즉 인체에 관한 의학의 문제 등이 당연히 걸려 있는 사안인데 그것을 어떤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가도 이미 어떤 편중을 암시하는 태도가 되겠죠."

<질문>

그렇다면 언론이 광우병을 다루면서 과학적인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결론인데요.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답변>

결국 기자의 전문성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광우병과 관련한 정치 사회 경제 관련 기사에 비해 과학적인 기사들의 깊이가 얕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미디어 비평은 KBS와 SBS 그리고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상대로 광우병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의 소속 부서를 살펴봤습니다.

한겨레의 의학전문 기자를 빼고는 모두가 정치.경제.사회 그리고 국제부 기자들이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4.29일) : “반면 미국산 쇠고기는 또 다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 쇠고기 정육식당, 고기 진열대는 텅 비었고 창고에는 재고가 쌓여갑니다.”

그래서 광우병과 관련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기사나 검역 주권에 대한 기사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셈법을 분석하는 기사들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작성한 과학적 분석 기사에는 새로운 시각이나 심층성이 담보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녹취> 방송사 기자 : “광우병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관련 기사를 쓰려고 하니 당연히 힘들죠. 우선 과거 4년 전 기사들을 참고하게 되니까 새로운 무엇인가를 담기는 한계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지난 일본 원전 사고 때도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언론계에서는 전문기자들의 영역을 과학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하게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언론학과) : “지금 기자들은 출입처를 순환해서 나가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가 매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심층적인 뉴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는 전문기자제 확대는 반드시 선행되야 할 부분입니다.”

흔히들 공포는 알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합니다.

광우병에 대한 서로 다른 과학적 견해가 있는 상황에서 위험 혹은 안전의 이분법적 접근은 오히려 불확실성만 더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광우병 논란에서도 언론이 보다 과학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으로 불확실성을 충분히 해소했다면 지금 현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광우병 논란은 언론에 또 다른 숙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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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학의 충돌, 광우병 보도
    • 입력 2012-05-05 09:34:35
    미디어 인사이드
<앵커 멘트> 지난 24일, 미국에서 광우병으로 불리는 ‘소 해면상뇌증’ BSE 에 걸린 젖소가 발견됐습니다. 정부는 미국 쇠고기 수입을 계속 하는 대신 검역을 강화시키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미국소 수입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 사회 단체들은 4년 만에 또 다시 촛불을 켰습니다. 방송과 신문에서는 이른바 ‘과학’이라는 이름아래 ‘안전하다’ 와 ‘불안하다’는 양극단의 이야기만 반복하면서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광우병 보도의 문제점 박진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질문> 박기자, 이번 광우병 논란을 겪으면서 지난 2008년의 기억이 많이 겹치는 것은 당연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봐야겠죠? <답변> 네, 그때처럼 ‘라면만 먹어도 광우병에 걸린다’는 식의 괴담은 없었지만 아무래도 지난 2008년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그래서 지난 2008년 상황을 간단히 영상으로 준비해봤습니다. <질문> 오늘도 촛불 집회가 열렸지만 지난 2일 꼭 4년 만에 또 다시 서울 도심에서 광우병으로 인한 촛불이 등장하지 않았습니까? 4년 만에 등장한 이 촛불을 언론들은 어떤 논조로 다뤘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네, 정확히 4년 만에 또 다시 촛불이 등장했지만 다른 모습입니다. 집회 자체가 축소돼서 그런지 이를 다루는 기사량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방송 3사는 지난 2일 메인 뉴스에서 광우병 뉴스를 두 건씩 다뤘습니다. <녹취> KBS 5.2. 최규식 : “미국측은 조사단의 활동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정작 광우병 젖소가 발견된 농장에 대한 방문조사는 거부했습니다.” <녹취> SBS 5.2 문모준 : “집회 참석자들은 정부가 4년 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인터뷰> 시민 :" 분명히 광우병이 발생하면은 중단하겠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정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딴소리하면서 미국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 이는 4년 전 같은 날 방송 3사가 10건 안팎의 광우병 관련 기사를 배치 한 것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 것입니다. 4년 전 경찰 추산 만 명이 모인 것에 비해 천5백명 수준으로 줄어든 집회 참여 열기와 그 맥을 같이 합니다. 광우병 문제에 적극적이었던 한겨레 마저도 이러한 분위기를 전달합니다. <녹취> 한겨레 5.3 : "4년 만에 촛불이 다시 켜졌지만, 4년 전의 열기가 재연될지는 미지수다. 집회 주최 쪽도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는 학습 효과로 4년 전 과 같이 괴담이 통하지 안았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조선일보 5.3 2면 : “이번 광우병 발생 후에도 ‘광우병에 걸린 소가 수입되고 있다’는 것과 같은 괴담이 트위터 등을 통해 유포됐지만,곧바로 반발 글이 달리는 등 균형을 찾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촛불 집회가 계속되면서 분위기는 달라질 수는 있지만 언론에 비친 지난 2일 광우병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모습은 4년 전에 비해 분명 차분해진 것입니다. <질문>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번 광우병 논란이 일어나면서 불거진 보도의 문제점을 살펴볼까요? 우선 광우병은 과학적으로, 또 객관적으로 접근해야하는 분야가 아닙니까. 언론은 실제로 어떻게 다뤘습니까? <답변> 네, 광우병은 기본적으로 소가 걸리는 병이죠. 하지만,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광우병으로 발전한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보도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광우병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어야 하는데 언론 보도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국내외 광우병 전문가 22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프로그램입니다. <녹취> KBS 이영돈(소비자고발 2008. 5. 30) : "광우병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았던 지난 2008년 5월에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과학의 진실은 하나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서 ‘광우병이 전염병인가’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6대4로 의견이 엇갈렸습니다. 또한 ‘미국에 광우병 소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은가’란 질문에서도 48%만 그렇다라고 답했고 36%는 아니다 였으며 16%는 모르겠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 처럼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여전히 광우병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언론이 광우병에 대한 입체적인 접근을 위해서는 이러한 의견들을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미디어비평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3일까지 광우병 관련 신문기사와 방송뉴스 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신문의 경우, 과학전문가들의 말을 단순하게 인용하는 보도를 하는데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전체 기사 가운데 이러한 과학적 접근이 시도된 경우는 최대 22%에 불과했습니다." <녹취> 동아일보(4.27 A02면) : "유한상 서울대 수의대 전염병학교실 교수는 “비정형 소해면상뇌증(BSE·광우병)은 10년 이상 된 나이 많은 소에서 발병했다 며 사람에게 전달될 위험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거의 전달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녹취> 한겨레(4.28 01면) 박상표 :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정책국장은 “광우병에 걸렸다면 그 소 전체를 특정위험물질로 봐야하는데도 살코기는 안전하니까 먹어도 된다는 정부는 우리나라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조사결과, 과학적으로 접근한 기사 비율이 sbs가 25%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녹취> sbs 4.30 정형택 <인터뷰> 우희종(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 "일반 광우병의 감염력을 검증하는 방법에서 드러난 비정형 광우병의 감염력은 일반 광우병보다 더 하면 더했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입니다." 하지만 방송 3사 모두 광우병 관련 보도 건수가 12건에서 13건 정도. 절대적인 기사 수가 신문보다 적은 만큼 과학적인 접근을 충실히 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터뷰> 고인석(인하대학교철학과교수) : “광우병 문제는 인간의 건강이 달려있고 그리고 소의 생리학적인 상태와 인체간의 관계 같은 과학적인 문제가 모든 문제에 답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항목이 되는 사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도도 이 점을 가장 최우선으로 중시해서 보도태도를 하는 것이 올바른 보도방식이 되겠죠.” 과학적인 접근을 한 기사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과학적 진실을 언론사마다 다르게 해석하는 부분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질문> 결국 광우병 보도에 있어서 과학자들을 인용하는데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는 얘긴데요. 어떤 문제점이 있나요? <답변> 언론에서 인용한 과학자들의 의견이 국민 건강에 ‘위험하다’ 또는 ‘그렇지 않다’라는 이분법적으로 대립되는 견해만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도 각 언론사들의 입장에 따라 확연히 갈라진다는 것입니다. <녹취> 동아(4.28 A05면) : 유한상 서울대 수의대 전염병학교실 교수는 “비정형 BSE는 오염된 사료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생활했던 다른 소들이 같은 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녹취> 한겨레(4.28 06면) :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 정책국장은 그 연구에서 비정형 광우병의 평균 잠복기는 20~22개월로 더 짧고, 전형적인 광우병보다 전염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같은 광우병 소를 두고 두 전문가들의 상반된 주장입니다. 이 같은 상반된 주장은 광우병에 대한 안전을 강조하거나 위험을 강조하는데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녹취>조선(4.30 A06면) : 서울대 이영순 교수는 “이번 광우병 젖소는 ‘비정형’광우병으로 판명난데다 10살이 넘어 수입 가능성이 아예 없다. 과학적으로 보면 우려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국민의 불안감을 가라앉히기 위해 검역시 전수조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녹취> 경향(4.27 04면) : 박상표 수의사연대 사무국장은 “미국은 원래 검역시 육우나 젖소 등 품종을 구분하는 표현·조건이 없으므로 30개월령 미만인 쇠고기라면 모두 수입을 하고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신문지상에 등장하는 과학자들의 인터뷰 내용을 분석해 보면 ‘안전’ 또는 ‘위험’이라는 어느 한쪽에 치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경우,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내용이 주로 인용됐습니다. 여기에 비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위험하다는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결국 언론사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해 필요한 전문가를 인용한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박희제 교수 : “그런 것은 사실 독자나 시청자들로 하여금 사안에 대해서 보다 객관적으로 그것들에 대해서 고민해보고 그것들에 대해서 논의할 수 있는 여지보다도 언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입장을 교묘하게 일방적으로 주입한다는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로 분류되고 있는 과학자들이 다양하지 않다는 것도 한곕니다. 언론에서 인용되는 전문가들은 서울대학교 수의학과의 이영순 교수 우희종 교수, 유한상교수 박상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 등 4명에 집중됐습니다. 4년 전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결국 언론 스스로가 새로운 전문가를 발굴하지 못한 것입니다. 또한 전문가 그룹이 수의학에만 집중되는 것도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인터뷰> 고인석(한국과학철학회) : "수의학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축산학의 문제 나아가서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 하는 하는 것이니까 일반 의학 즉 인체에 관한 의학의 문제 등이 당연히 걸려 있는 사안인데 그것을 어떤 분야의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는가도 이미 어떤 편중을 암시하는 태도가 되겠죠." <질문> 그렇다면 언론이 광우병을 다루면서 과학적인 보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결론인데요. 그 원인은 무엇이라고 봅니까? <답변> 결국 기자의 전문성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광우병과 관련한 정치 사회 경제 관련 기사에 비해 과학적인 기사들의 깊이가 얕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미디어 비평은 KBS와 SBS 그리고 조선일보와 한겨레를 상대로 광우병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의 소속 부서를 살펴봤습니다. 한겨레의 의학전문 기자를 빼고는 모두가 정치.경제.사회 그리고 국제부 기자들이었습니다. <녹취> KBS 9시 뉴스(4.29일) : “반면 미국산 쇠고기는 또 다시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미국 쇠고기 정육식당, 고기 진열대는 텅 비었고 창고에는 재고가 쌓여갑니다.” 그래서 광우병과 관련한 경제적 영향을 분석한 기사나 검역 주권에 대한 기사 그리고 이를 둘러싼 정치적 셈법을 분석하는 기사들은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작성한 과학적 분석 기사에는 새로운 시각이나 심층성이 담보되기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녹취> 방송사 기자 : “광우병에 대해서 잘 모르는데 관련 기사를 쓰려고 하니 당연히 힘들죠. 우선 과거 4년 전 기사들을 참고하게 되니까 새로운 무엇인가를 담기는 한계가 있는게 사실입니다.” 지난 일본 원전 사고 때도 대부분의 언론사에서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언론계에서는 전문기자들의 영역을 과학뿐만 아니라 보다 다양하게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인터뷰> 한동섭(한양대 언론학과) : “지금 기자들은 출입처를 순환해서 나가기 때문에 전문성을 쌓기가 매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심층적인 뉴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는 전문기자제 확대는 반드시 선행되야 할 부분입니다.” 흔히들 공포는 알지 못하는 데서 온다고 합니다. 광우병에 대한 서로 다른 과학적 견해가 있는 상황에서 위험 혹은 안전의 이분법적 접근은 오히려 불확실성만 더 키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광우병 논란에서도 언론이 보다 과학적이고 심층적인 접근으로 불확실성을 충분히 해소했다면 지금 현재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면에서 이번 광우병 논란은 언론에 또 다른 숙제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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