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혈세 축내는 민자사업, 이대론 안된다

입력 2012.05.1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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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지하철9호선 민자업체가 지난달 갑자기 요금을 5백 원 올리겠다고 해서 시민들이 깜짝 놀랐죠?



다행히 민자업체가 시민들에게 사과했지만 여전히 요금의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9호선만이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 민자사업이 비슷한 갈등을 겪고 세금이 낭비된다는 겁니다.



오늘 이슈앤뉴스 시간엔 지하철9호선 요금인상 논란을 계기로 민자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봅니다.



먼저 김상협 기자가 지하철9호선 요금 인상,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9호선 역사에 사과문이 붙었습니다.



요금인상을 일방적으로 공고해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하고 인상도 잠정 보류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협상을 통해 요금을 올리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터뷰> 원순환(메트로9호선재경본부장) : "저희들만 특별히 많이 받는 것은 아니고요. 저희들은 실제적인 수송원가에다가 일부 투자비에 대한 회수부분이 약간 더 들어가 가지고 차등이 한 200~300원 정도 생긴다."



서울시는 협상을 재개하지만 협약의 불공정한 부분은 이번 기회에 뜯어고친다는 계획입니다.



<녹취> 윤준병(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 "(9호선은) 지금 금리라든지 수익률이라든지 현행 조건하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보완책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보완해서 시민들의 이익이 담보될 수 있도록..."



양측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결론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는 요금을 인상해주든, 적자를 서울시가 보전해 주든,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야당 등 일부에선 아예 지하철 9호선을 인수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리포트>



제 손에 들고 있는 게 지난 2005년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이 맺은 실시협약 문건인데요,



이 문건의 어떤 부분이 도대체 불공정하다는 것인지 들여다 보겠습니다.



먼저 MRG, 그러니까 최소수입보장이 문젠데요,



서울시가 15년 동안 8.9%의 높은 수익률을 업체에 보장하기로 돼 있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민자사업들은 4-5%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 금융이자율도 선순위채권은 7.2%, 후순위채권은 15%를 지급하도록 했는데요, 당시 지방채가 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특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 협약은 종료시점까지 변경되지 않는다는 규정까지 달았습니다.



여기에다 전체 건설비가 3조4천5백억 원이 들었는데 민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5천6백억 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1/6도 안 되는 돈을 투자한 민자업체에게 적자 보전이나 요금을 놓고 끌려다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차라리 지방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면 지금 높은 이자나 요금인상 문제가 없을 텐데 왜 그 당시 민자를 유치했는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지하철 9호선만 문제가 되고 있을까요?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는 29개 민자사업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를 일으켜서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안종홍 기자가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출근 시간이 끝나자, 경전철 안은 텅텅 비다시피 합니다.



하루 17만 6000명이 탈 것으로 내다보고 건설했지만, 평균 이용객은 3만 명가량입니다.



<인터뷰> 이정석(대학생) :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는 시간 외 이맘때는 많이 안 타는 편입니다."



민자사업이다 보니, MRG, 즉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에 따라 20년 동안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지자체가 메워야 합니다.



<인터뷰> 윤정원(김해시 교통환경국장) : "너무 MRG(최소 운영 수입보장) 부담이 크다 보니까 중앙정부와 같이 고민을 해서 어떤 방안으로 해결할 건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부산 울산 고속도로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하루 평균 통행량을 4만 8천여 대로 예측했지만 실제 교통량은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지난해 전국 민자고속도로 9곳의 이런 운영 손실 보전금은 3,000억 가까이나 됩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입니다.



민자도로가 일반도로에 비해 통행료가 평균 85%나 비싼데도, 최근 또 통행료를 일괄 인상했습니다.



<인터뷰> 이훈건(부산경실련 예산감시팀 국장) : "(지자체장들이) 가시적인 건설과 교량 등 이런 것들을 하고 싶어하는 유혹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다시 공공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상황입니다."



감사원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29개 민간투자사업에 앞으로 30년간 19조 원의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부실투성이 민자사업을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사전에 타당성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소중한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모은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대표적인 민자사업인 우면산 터널입니다.



8년 전 시정개발연구원이 예측한 올해 일일 교통량은 6만 2천여 대. 하지만, 지난해 2만 7천여 대로 예상치를 대폭 수정했습니다.



엉터리 수요 예측은 세금 부담과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조정훈(서울시 우면동) : "가격이 계속 오르고 말도 없이 올리는데 정말 너무 불편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전에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인터뷰> 윤순철(경실련 기획실장) : "국책연구기관 경우에는 이러한 사업을 하도록 사실은 논리를 제공한 측면이 강하죠. 사업성 검토도 안 되고 사업비 검증도 하지 않고..."



용인경전철 사업 비리로 시장이 구속된 사례에서 보듯이 지금까지 민자사업은 사후 감사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치적에 열중하는 지자체장을 사전에 의회나 시민사회가 감시해야 민자사업의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박용석(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한다면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그 경쟁에 의해서 민간의 창의와 효율성이 민자 시장에 반영될 수가 있죠."



지난 15년간 전국에 투자된 민자사업이 40조 원, 철저한 감독과 감시 없이는 민자사업은 이른바 ’돈 먹는 하마’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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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혈세 축내는 민자사업, 이대론 안된다
    • 입력 2012-05-10 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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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서울 지하철9호선 민자업체가 지난달 갑자기 요금을 5백 원 올리겠다고 해서 시민들이 깜짝 놀랐죠?

다행히 민자업체가 시민들에게 사과했지만 여전히 요금의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9호선만이 아니라 전국의 대부분 민자사업이 비슷한 갈등을 겪고 세금이 낭비된다는 겁니다.

오늘 이슈앤뉴스 시간엔 지하철9호선 요금인상 논란을 계기로 민자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짚어봅니다.

먼저 김상협 기자가 지하철9호선 요금 인상,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9호선 역사에 사과문이 붙었습니다.

요금인상을 일방적으로 공고해 시민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을 사과하고 인상도 잠정 보류한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협상을 통해 요금을 올리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인터뷰> 원순환(메트로9호선재경본부장) : "저희들만 특별히 많이 받는 것은 아니고요. 저희들은 실제적인 수송원가에다가 일부 투자비에 대한 회수부분이 약간 더 들어가 가지고 차등이 한 200~300원 정도 생긴다."

서울시는 협상을 재개하지만 협약의 불공정한 부분은 이번 기회에 뜯어고친다는 계획입니다.

<녹취> 윤준병(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 : "(9호선은) 지금 금리라든지 수익률이라든지 현행 조건하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여러가지 보완책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내용들을 보완해서 시민들의 이익이 담보될 수 있도록..."

양측이 팽팽하게 맞선 가운데 결론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문제는 요금을 인상해주든, 적자를 서울시가 보전해 주든,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점입니다.

이 때문에 야당 등 일부에선 아예 지하철 9호선을 인수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리포트>

제 손에 들고 있는 게 지난 2005년 서울시와 메트로9호선이 맺은 실시협약 문건인데요,

이 문건의 어떤 부분이 도대체 불공정하다는 것인지 들여다 보겠습니다.

먼저 MRG, 그러니까 최소수입보장이 문젠데요,

서울시가 15년 동안 8.9%의 높은 수익률을 업체에 보장하기로 돼 있습니다.

같은 시기 다른 민자사업들은 4-5%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 금융이자율도 선순위채권은 7.2%, 후순위채권은 15%를 지급하도록 했는데요, 당시 지방채가 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특혜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 협약은 종료시점까지 변경되지 않는다는 규정까지 달았습니다.

여기에다 전체 건설비가 3조4천5백억 원이 들었는데 민자가 차지하는 부분은 5천6백억 원에 불과합니다.

그러니까 1/6도 안 되는 돈을 투자한 민자업체에게 적자 보전이나 요금을 놓고 끌려다니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차라리 지방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면 지금 높은 이자나 요금인상 문제가 없을 텐데 왜 그 당시 민자를 유치했는지 납득이 안 되는 부분입니다.

그러면 지하철 9호선만 문제가 되고 있을까요?

전국 곳곳에서 진행됐거나 진행되고 있는 29개 민자사업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를 일으켜서 지자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안종홍 기자가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출근 시간이 끝나자, 경전철 안은 텅텅 비다시피 합니다.

하루 17만 6000명이 탈 것으로 내다보고 건설했지만, 평균 이용객은 3만 명가량입니다.

<인터뷰> 이정석(대학생) : "직장인들이 출퇴근하는 시간 외 이맘때는 많이 안 타는 편입니다."

민자사업이다 보니, MRG, 즉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에 따라 20년 동안 매년 1,000억 원 이상을 지자체가 메워야 합니다.

<인터뷰> 윤정원(김해시 교통환경국장) : "너무 MRG(최소 운영 수입보장) 부담이 크다 보니까 중앙정부와 같이 고민을 해서 어떤 방안으로 해결할 건지 (논의하고 있습니다.)"

부산 울산 고속도로도 마찬가집니다.

지난해 하루 평균 통행량을 4만 8천여 대로 예측했지만 실제 교통량은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지난해 전국 민자고속도로 9곳의 이런 운영 손실 보전금은 3,000억 가까이나 됩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입니다.

민자도로가 일반도로에 비해 통행료가 평균 85%나 비싼데도, 최근 또 통행료를 일괄 인상했습니다.

<인터뷰> 이훈건(부산경실련 예산감시팀 국장) : "(지자체장들이) 가시적인 건설과 교량 등 이런 것들을 하고 싶어하는 유혹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다시 공공의 부담으로 돌아오는 상황입니다."

감사원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29개 민간투자사업에 앞으로 30년간 19조 원의 세금을 더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앵커 멘트>

그렇다면, 부실투성이 민자사업을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사전에 타당성을 철저하게 검토하고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소중한 세금 낭비를 막을 수 있습니다.

모은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대표적인 민자사업인 우면산 터널입니다.

8년 전 시정개발연구원이 예측한 올해 일일 교통량은 6만 2천여 대. 하지만, 지난해 2만 7천여 대로 예상치를 대폭 수정했습니다.

엉터리 수요 예측은 세금 부담과 이용료 인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인터뷰> 조정훈(서울시 우면동) : "가격이 계속 오르고 말도 없이 올리는데 정말 너무 불편한 것 같습니다."

이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사전에 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합니다.

<인터뷰> 윤순철(경실련 기획실장) : "국책연구기관 경우에는 이러한 사업을 하도록 사실은 논리를 제공한 측면이 강하죠. 사업성 검토도 안 되고 사업비 검증도 하지 않고..."

용인경전철 사업 비리로 시장이 구속된 사례에서 보듯이 지금까지 민자사업은 사후 감사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치적에 열중하는 지자체장을 사전에 의회나 시민사회가 감시해야 민자사업의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인터뷰> 박용석(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 "투명성이 보장된다고 한다면 시장에서 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그 경쟁에 의해서 민간의 창의와 효율성이 민자 시장에 반영될 수가 있죠."

지난 15년간 전국에 투자된 민자사업이 40조 원, 철저한 감독과 감시 없이는 민자사업은 이른바 ’돈 먹는 하마’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KBS 뉴스 모은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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