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포착] 지하철 막말녀·맥주녀·담배녀…왜?

입력 2012.05.16 (09:06) 수정 2012.05.16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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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인터넷 인기 검색어 목록에 단골로 오르는 게 이른바 <지하철녀>들이죠 .

얼핏 기억해봐도 담배녀, 욕설녀, 맥주녀, 금방 줄줄이 떠오르네요.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나 싶다가도요, 가끔 이 사람들 신상정보나 얼굴이 그대로 인터넷에 공개되고 악성댓글 달리는 걸 보면 좀 섬뜩하기도 하던데요.

그러고 보면 또 지하철 무슨 남은 별로 없잖아요.

유독 여성들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도 궁금한데요,

김기흥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지하철녀 현상을 집중 분석해봤다고요.

<리포트>

이른바 <지하철녀>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5년인데요.

한 젊은 여성이 애완견의 변을 치우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요즘에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촬영은 물론 전송까지 가능해 지하철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황당한 상황은 왜 벌어지며 왜 남자보다는 여자일까요?

화제 포착에서 진단해봤습니다.

시민들의 편리한 이동수단이 되어주는 지하철, 하지만 요즘엔 막말이 난무하면서 ‘지욕철’로도 불리는데요.

지난 5일. 취재진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연히 담게 된 영상입니다.

<녹취> "너 죽을래? 주먹으로 맞을래? 못 때릴 것 같아? 칼 가졌으면 죽여."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녹취> 박진수 (목격자) : "지하철 타고 가는데 아주머니가 들어오더니 혼자 중얼거리면서, 욕하면서 돌아다니더라고요."

<녹취> "보통여자하고 다르거든요. 놔. 놔. 심한 몸부림에 승객들이 다칠 뻔했는데요."

<녹취> 박진수 (목격자)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욕을 해서요.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지하철녀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5년.

한 여성이 애완견의 변을 치우지 않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패러디까지 됐는데요.

이후 다양한 지하철녀가 등장합니다.

이 영상은, 막말녀, 일명 선빵녀라고 불리는 영상인데요.

<녹취> "너 볼 일 없어. 볼 일 없으니까 내려. 나 너처럼 한가하지 않거든. XX 같은 XX가 어디서 깐죽대고 창피해서 XX이야."

자신의 다리를 찬 남성이 사과 했지만 입에 담기 어려운 욕과 폭력을 휘두릅니다.

1분 남짓한 이 영상에는 운행 중인 지하철 내에서 맥주를 마시는 여성이 등장하는데요.

<녹취> "이거 안 치워? 이거 안 치워 XXXX야. "

자신을 나무란 남성에게 맥주를 붓기까지 합니다.

불과 며칠 후엔, ‘담배녀’ 영상이 논란이 됐는데요.

공공장소에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이런 풍경이, 놀라우면서도 어느새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여성들의 행동들이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인터뷰> 한정숙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 "여성들은 조신해야 된다. 특히나 젊은 여성들. 얌전해야 한다. 순종적이고 복종적이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인 요구가 있었던 거죠.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부조화를 극복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담배녀’ 와 ‘맥주녀’ 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대체 왜 그랬을까?’ 궁금증이 증폭됐었는데요.

최근, 지하철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사회가 나한테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을 때 그것이 공적인 공간에서 일탈적인 행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양상들을 보면 이러한 불만이 담겨있는 그런 행위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한 UCC 공모전 예고 영상인데요. 지하철 막말 폭력녀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말리는 것이 아니라 휴대 전화부터 들이대는데요.

<인터뷰> 한응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 "막말녀라는 비상식적인 언행에 대한 고발과 함께 무조건 찍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유쾌하게 비꼬았는데요. 자기가 직접 찍고 동영상으로 보기 때문에 공감한다고 생각해서 그 소재를 선택했던 것이죠."

영상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봤는데요.

<인터뷰> 유민혜 (서울시 서교동) : "(동영상을) 찍을 의향은 있어요. 찍어서 올리면 남들이랑 공유할 수 있잖아요."

<인터뷰> 이강수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제가 만약에 현장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만히 있었을 것 같아요."

<인터뷰> 김소윤 (서울시 신길동) : "자신까지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서서 해결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조윤영 (부산광역시 덕천동) : "증거를 남기는 식으로 그래도 방관은 안 했다는 식으로 면죄부 비슷한 게 아닐까요."

지하철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김영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엉뚱한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고, 자기가 분출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해소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지하철녀가 등장하면 이들의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공개되기도 합니다.

반말녀의 경우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됐는데요.

<녹취> "나 이제 내리니까 그때 앉아. 말조심해. 그러는 거 아니야. 몰라. 말 걸지 마. 나 모르는 인간이 말 거는 거 XX 싫으니까."

한 시간도 안 돼 이 여성의 이름과 직업, 개인 홈페이지, 가족의 신상정보까지 모두 공개됐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러한 것들을 끝까지 파헤쳐내서 이 사람들을 혼내줘야겠다는 착각에 빠지는 수가 있다는 거죠. 형사법상 타인에 대한 모욕행위가 된다거나 명예훼손행위가 될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허위의 사실일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무거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지하철녀에게는 피치 못할 개인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유상우 (Y 신경정신과 원장) : "사고의 장애, 현실적응력, 판단력의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정자역 출장소 관계자 : "목격자들이 SNS에 올린 내용을 보면 장애인이고 일행이 있었는데 그분도 몸이 불편해 보였고 실수를 하신 것 같다고 합니다."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의 비상식적인 행동들, 사회가 각박해지지만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목격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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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제포착] 지하철 막말녀·맥주녀·담배녀…왜?
    • 입력 2012-05-16 09:06:20
    • 수정2012-05-16 10:3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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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인터넷 인기 검색어 목록에 단골로 오르는 게 이른바 <지하철녀>들이죠 . 얼핏 기억해봐도 담배녀, 욕설녀, 맥주녀, 금방 줄줄이 떠오르네요.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나 싶다가도요, 가끔 이 사람들 신상정보나 얼굴이 그대로 인터넷에 공개되고 악성댓글 달리는 걸 보면 좀 섬뜩하기도 하던데요. 그러고 보면 또 지하철 무슨 남은 별로 없잖아요. 유독 여성들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는 이유도 궁금한데요, 김기흥 기자, 하루가 멀다하고 등장하는 지하철녀 현상을 집중 분석해봤다고요. <리포트> 이른바 <지하철녀>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5년인데요. 한 젊은 여성이 애완견의 변을 치우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됐습니다. 요즘에는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촬영은 물론 전송까지 가능해 지하철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황당한 상황은 왜 벌어지며 왜 남자보다는 여자일까요? 화제 포착에서 진단해봤습니다. 시민들의 편리한 이동수단이 되어주는 지하철, 하지만 요즘엔 막말이 난무하면서 ‘지욕철’로도 불리는데요. 지난 5일. 취재진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 우연히 담게 된 영상입니다. <녹취> "너 죽을래? 주먹으로 맞을래? 못 때릴 것 같아? 칼 가졌으면 죽여." 당시 상황은 이렇습니다. <녹취> 박진수 (목격자) : "지하철 타고 가는데 아주머니가 들어오더니 혼자 중얼거리면서, 욕하면서 돌아다니더라고요." <녹취> "보통여자하고 다르거든요. 놔. 놔. 심한 몸부림에 승객들이 다칠 뻔했는데요." <녹취> 박진수 (목격자) :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면서 욕을 해서요. 누가 봐도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았어요." 지하철녀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05년. 한 여성이 애완견의 변을 치우지 않은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패러디까지 됐는데요. 이후 다양한 지하철녀가 등장합니다. 이 영상은, 막말녀, 일명 선빵녀라고 불리는 영상인데요. <녹취> "너 볼 일 없어. 볼 일 없으니까 내려. 나 너처럼 한가하지 않거든. XX 같은 XX가 어디서 깐죽대고 창피해서 XX이야." 자신의 다리를 찬 남성이 사과 했지만 입에 담기 어려운 욕과 폭력을 휘두릅니다. 1분 남짓한 이 영상에는 운행 중인 지하철 내에서 맥주를 마시는 여성이 등장하는데요. <녹취> "이거 안 치워? 이거 안 치워 XXXX야. " 자신을 나무란 남성에게 맥주를 붓기까지 합니다. 불과 며칠 후엔, ‘담배녀’ 영상이 논란이 됐는데요. 공공장소에서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이런 풍경이, 놀라우면서도 어느새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유독 여성들의 행동들이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걸까요? <인터뷰> 한정숙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 : "여성들은 조신해야 된다. 특히나 젊은 여성들. 얌전해야 한다. 순종적이고 복종적이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인 요구가 있었던 거죠. 자기가 가지고 있었던 고정관념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부조화를 극복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담배녀’ 와 ‘맥주녀’ 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대체 왜 그랬을까?’ 궁금증이 증폭됐었는데요. 최근, 지하철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건이 벌어지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 최항섭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사회가 나한테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을 때 그것이 공적인 공간에서 일탈적인 행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양상들을 보면 이러한 불만이 담겨있는 그런 행위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아요." 한 UCC 공모전 예고 영상인데요. 지하철 막말 폭력녀가 등장하자 시민들은 말리는 것이 아니라 휴대 전화부터 들이대는데요. <인터뷰> 한응수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원장) : "막말녀라는 비상식적인 언행에 대한 고발과 함께 무조건 찍고 보자는 식의 태도를 유쾌하게 비꼬았는데요. 자기가 직접 찍고 동영상으로 보기 때문에 공감한다고 생각해서 그 소재를 선택했던 것이죠." 영상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봤는데요. <인터뷰> 유민혜 (서울시 서교동) : "(동영상을) 찍을 의향은 있어요. 찍어서 올리면 남들이랑 공유할 수 있잖아요." <인터뷰> 이강수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 "제가 만약에 현장에 있어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만히 있었을 것 같아요." <인터뷰> 김소윤 (서울시 신길동) : "자신까지 피해를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나서서 해결을 못 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 조윤영 (부산광역시 덕천동) : "증거를 남기는 식으로 그래도 방관은 안 했다는 식으로 면죄부 비슷한 게 아닐까요." 지하철에서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인터뷰> 김영훈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엉뚱한 일이 생겼을 때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고, 자기가 분출하지 못했던 마음을 다른 사람을 통해서 해소하고 싶은 마음들이 있는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지하철녀가 등장하면 이들의 개인정보가 순식간에 공개되기도 합니다. 반말녀의 경우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논란이 됐는데요. <녹취> "나 이제 내리니까 그때 앉아. 말조심해. 그러는 거 아니야. 몰라. 말 걸지 마. 나 모르는 인간이 말 거는 거 XX 싫으니까." 한 시간도 안 돼 이 여성의 이름과 직업, 개인 홈페이지, 가족의 신상정보까지 모두 공개됐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완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이러한 것들을 끝까지 파헤쳐내서 이 사람들을 혼내줘야겠다는 착각에 빠지는 수가 있다는 거죠. 형사법상 타인에 대한 모욕행위가 된다거나 명예훼손행위가 될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허위의 사실일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무거운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몇몇 지하철녀에게는 피치 못할 개인 사정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유상우 (Y 신경정신과 원장) : "사고의 장애, 현실적응력, 판단력의 장애가 있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었습니다. <녹취> 정자역 출장소 관계자 : "목격자들이 SNS에 올린 내용을 보면 장애인이고 일행이 있었는데 그분도 몸이 불편해 보였고 실수를 하신 것 같다고 합니다." 공공장소인 지하철에서의 비상식적인 행동들, 사회가 각박해지지만 더 이상 이런 상황을 목격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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