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도박 파문 속 개혁 요구…불교계 과제는?

입력 2012.05.25 (22:00) 수정 2012.06.0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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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시민 : "일반인들도 도박을 안 좋게 보는데 스님이 도박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녹취> 시민 : "그걸 본보기로 삼아서 앞으로 진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닐까요?"



<앵커 멘트>



오는 28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치러진 화려한 연등회 행렬 모습인데요,



불교계는 그 어느 때보다,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불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조계종 고위직 승려들의 ’도박 파문’에 이은 폭로전 때문입니다.



총무원이 긴급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조계종단 안팎에서는 쇄신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도박 파문으로 불거진 한국 불교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쇄신을 해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먼저, 정인성 기자가 최근 불교계 분위기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석가탄신일을 사흘 앞둔 조계사 경내, 예년 같은 축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근 불교용품 판매점들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정도 줄었습니다.



<녹취> 불교용품 판매점 주인 : "(스님들 도박한 거 때문에 (매상이) 줄었나요?) 그런 이유도 있겠죠."



스님들의 도박 동영상에 룸살롱 출입, 성매수 의혹까지,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폭로전이 이어지자 조계종은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원로회의와 총무원, 중앙종회가 ’쇄신위원회’를 구성해 다음달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종단의 근본적인 폐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로 스님 10명이 조계종 총무원장과 지도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어 승가 단체와 불교계 시민단체들도 연대기구를 출범시켜 권력화와 이익 집단화된 5대 계파를 즉각 해체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만초 스님(4부대중 연대회의 대표) : "종단의 총무원, 본사주지, 종회의원과 주요 사찰 소임자는 무소유 정신에 입각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종단개혁에 앞장서라."



여기에 도박 동영상을 최초로 폭로했던 김영국 전 종책 특보가 고위직 승려들이 연루된 또 다른 도박에 대한 양심선언을 예고해 이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앵커 멘트>



이번 도박 파문은 일부 승려들의 도덕성 상실이 근본 문제지만 불교계의 해 묶은 폐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디지털 스튜디오에 나가있는 복창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저는 지금 신도 20만 명의 서울 봉은사 경내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사찰 최초로 2007년부터 재정을 공개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9억 원 등 해마다 수입이 백억 원이 넘는데요.



사찰 재정을 공개하는 것은 스님들은 수행과 교화에만 전념하고 살림은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회계 전문가 등 재가 신도들에게 맡기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이같이 ’사찰운영위원회’가 있는 곳은 조계종 소속 사찰 2천5백여 곳 가운데 열곳 남짓에 불과합니다.



조계종 종단 내 이른바 ’계파 정치’도 문제란 지적입니다.



최근 해체를 선언한 ’무차회’를 포함해 화엄회와 법화회 등 5개 종책 모임이 권력화하면서 주지 등 종단 주요 직책을 나눠맡는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때문인지 불교에 귀의하려는 출가자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한 불교 관련 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2000년 5백여 명이던 출가자는 2009년에는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오는 2044년엔 출가자가 20여 명밖에 안될 거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불교계는 사찰이 통폐합되고 제사 등 서비스 위주로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암울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쇄신을 통한 신뢰회복과 함께 승려들의 자질 향상이 불교계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세계 최대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승려들이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 배경이 무엇인지 한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침 탁발에 나선 승려들의 바리대에 시민들이 음식을 넣은 뒤 합장으로 예를 갖춥니다.



태국 전역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는 승려들에 대한 아침 공양 의식입니다.



<인터뷰> 지라펀(방콕 시민) : "오늘 생일을 맞은 딸을 위해 공양을 했습니다."



신성 불가침의 존재로 추앙받는 푸미폰 국왕도 승려 앞에선 무릎을 꿇고 예물을 바칩니다.



승려들은 언행과 마음가짐에 관한 227가지의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사찰마다 정기적으로 이를 점검해 죄와 허물을 스스로 고백하게 하고 정도에 따라 승적 박탈 등 엄한 벌을 가합니다.



<인터뷰> 탐마톤칸칫(태국 고승) : "227가지 계율을 지키지 못한다면 일반인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돈에는 손을 대는 것 자체를 금하고 있습니다.



시주로 받은 재물은 전액 사찰의 민간관리위원회가 관장합니다.



승려의 개입을 원천차단한 겁니다.



공무로 여행을 하거나 물건을 살 때도 돈을 받는 쪽이 승려가 지닌 봉투에서 돈을 꺼내 계산을 합니다.



가진 거라곤 가사 한 벌과 바리대 하나.



평생을 맨발로 살며 구도자의 길을 가는 게 태국 승려들의 모습입니다.



방콕에서 KBS 뉴스 한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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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5-25 22:00:37
    • 수정2012-06-01 13: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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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시민 : "일반인들도 도박을 안 좋게 보는데 스님이 도박을 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녹취> 시민 : "그걸 본보기로 삼아서 앞으로 진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좋은 일이 아닐까요?"

<앵커 멘트>

오는 28일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치러진 화려한 연등회 행렬 모습인데요,

불교계는 그 어느 때보다, 축제 분위기에 휩싸여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불교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조계종 고위직 승려들의 ’도박 파문’에 이은 폭로전 때문입니다.

총무원이 긴급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조계종단 안팎에서는 쇄신의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오늘 <이슈앤뉴스>에서는 도박 파문으로 불거진 한국 불교의 문제점은 무엇인지, 어떻게 쇄신을 해야 하는지 짚어봅니다.

먼저, 정인성 기자가 최근 불교계 분위기를 들여다봤습니다.

<리포트>

석가탄신일을 사흘 앞둔 조계사 경내, 예년 같은 축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근 불교용품 판매점들도 지난해보다 매출이 10% 정도 줄었습니다.

<녹취> 불교용품 판매점 주인 : "(스님들 도박한 거 때문에 (매상이) 줄었나요?) 그런 이유도 있겠죠."

스님들의 도박 동영상에 룸살롱 출입, 성매수 의혹까지, 입에 담기도 부끄러운 폭로전이 이어지자 조계종은 즉각 진화에 나섰습니다.

원로회의와 총무원, 중앙종회가 ’쇄신위원회’를 구성해 다음달 쇄신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종단의 근본적인 폐해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원로 스님 10명이 조계종 총무원장과 지도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이어 승가 단체와 불교계 시민단체들도 연대기구를 출범시켜 권력화와 이익 집단화된 5대 계파를 즉각 해체하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촉구했습니다.

<녹취> 만초 스님(4부대중 연대회의 대표) : "종단의 총무원, 본사주지, 종회의원과 주요 사찰 소임자는 무소유 정신에 입각해 기득권을 내려놓고 종단개혁에 앞장서라."

여기에 도박 동영상을 최초로 폭로했던 김영국 전 종책 특보가 고위직 승려들이 연루된 또 다른 도박에 대한 양심선언을 예고해 이번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앵커 멘트>

이번 도박 파문은 일부 승려들의 도덕성 상실이 근본 문제지만 불교계의 해 묶은 폐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디지털 스튜디오에 나가있는 복창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멘트>

저는 지금 신도 20만 명의 서울 봉은사 경내에 들어와 있습니다.

이곳은 우리나라 사찰 최초로 2007년부터 재정을 공개해 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29억 원 등 해마다 수입이 백억 원이 넘는데요.

사찰 재정을 공개하는 것은 스님들은 수행과 교화에만 전념하고 살림은 사찰운영위원회를 통해 회계 전문가 등 재가 신도들에게 맡기자는 취지입니다.

그러나 이같이 ’사찰운영위원회’가 있는 곳은 조계종 소속 사찰 2천5백여 곳 가운데 열곳 남짓에 불과합니다.

조계종 종단 내 이른바 ’계파 정치’도 문제란 지적입니다.

최근 해체를 선언한 ’무차회’를 포함해 화엄회와 법화회 등 5개 종책 모임이 권력화하면서 주지 등 종단 주요 직책을 나눠맡는 폐해가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 현실때문인지 불교에 귀의하려는 출가자들의 수는 눈에 띄게 줄고 있습니다.

한 불교 관련 연구소의 자료를 보면 2000년 5백여 명이던 출가자는 2009년에는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오는 2044년엔 출가자가 20여 명밖에 안될 거라는 예측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불교계는 사찰이 통폐합되고 제사 등 서비스 위주로 역할이 축소될 것이란 암울한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쇄신을 통한 신뢰회복과 함께 승려들의 자질 향상이 불교계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세계 최대 불교국가인 태국에서는 승려들이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 배경이 무엇인지 한재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아침 탁발에 나선 승려들의 바리대에 시민들이 음식을 넣은 뒤 합장으로 예를 갖춥니다.

태국 전역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는 승려들에 대한 아침 공양 의식입니다.

<인터뷰> 지라펀(방콕 시민) : "오늘 생일을 맞은 딸을 위해 공양을 했습니다."

신성 불가침의 존재로 추앙받는 푸미폰 국왕도 승려 앞에선 무릎을 꿇고 예물을 바칩니다.

승려들은 언행과 마음가짐에 관한 227가지의 계율을 지켜야 합니다.

사찰마다 정기적으로 이를 점검해 죄와 허물을 스스로 고백하게 하고 정도에 따라 승적 박탈 등 엄한 벌을 가합니다.

<인터뷰> 탐마톤칸칫(태국 고승) : "227가지 계율을 지키지 못한다면 일반인으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돈에는 손을 대는 것 자체를 금하고 있습니다.

시주로 받은 재물은 전액 사찰의 민간관리위원회가 관장합니다.

승려의 개입을 원천차단한 겁니다.

공무로 여행을 하거나 물건을 살 때도 돈을 받는 쪽이 승려가 지닌 봉투에서 돈을 꺼내 계산을 합니다.

가진 거라곤 가사 한 벌과 바리대 하나.

평생을 맨발로 살며 구도자의 길을 가는 게 태국 승려들의 모습입니다.

방콕에서 KBS 뉴스 한재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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