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시대를 그리다

입력 2012.06.2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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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으로 진입한 계엄군 병사.



부상당한 시민군을 보고 머뭇거리던 그는 얼떨결에 방아쇠를 당기고 맙니다.



그로부터 26년.



방아쇠를 당겼던 김갑세는 대기업 총수가 됐지만, 시한부 인생 2개월을 선고받고...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 온 그는 광주 희생자들의 자녀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 당시 책임자를 단죄하러 나섭니다.



만화가 강풀 씨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만화 ’26년’의 줄거립니다.



<녹취> 강풀 (만화가) : "어린 친구들은 만화를 좋아하니까 알리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최소한 80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 너희들이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2006년 인터넷에 게재된 뒤 숱한 이야깃거리를 낳았던 이 만화가, 최근 또 화젭니다.



수 차례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4년 만에 다시 영화로 만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모금 운동에 참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기자 멘트>



최근 한국 만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이처럼 현실 참여적인 만화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회적 이슈를 만화가가 직접 취재해 그리는 르포, 다큐 만화라는 낯선 장르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만화가들은 왜 작업실을 나와 현장으로 가고 있는 지, 또 이런 만화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0일, 삼성전자 본관 앞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했던 이윤정 씨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녹취> 이종란 (시민단체 ’반올림’ 노무사) : "우리가 사랑했던...2년 동안 같이 아파하고 함께 해오던 윤정씨가 죽었습니다."



이 씨는 19살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6년 동안 일하다 퇴사했습니다.



하지만 퇴사후 7년 만에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병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2년 전 산재 신청을 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고, 삼성은 개인의 질병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 사람들 보세요. 길을 막고 통행을 가로 막고 있어요. 시 사람들 해결해주세요"



그런데 영결식 내내 유가족 만큼 분노한 사람이 있습니다.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입니다.



<녹취> 황상기(고 황유미 씨 아버지) : "죽지않고 안전하게, 편안하게 마음놓고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암 걸린 환자가 절대로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상기 씨를 다시 만난 곳은 강원도 속초.



택시를 모는 황 씨는 승객들이 탈 때마다 최근 나온 만화책 한 권을 권합니다.



<녹취> 황상기 : "만화로 잘못된 것을 막 싸우는 과정을 그린 책인데 이 책 한 번 잠깐 보실래요?"



<녹취> "딸 이름이 유미예요? 사진이 있네요.."



황 씨는 아직도 택시 뒷자리에서 숨진 딸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녹취> "아 더워 이러는 거예요 유미 엄마가 옆에 앉아있다가 뒤로 돌아봤는데 ’얘가 왜 그러는거야’ 이래요. 벌써 숨이 넘어가는 거예요. 눈이 허옇게 뒤집혀서 - 눈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눈을 감게 만들었어요. 막 울었어요. 속초까지 덮어놓고 오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 지도 모르겠어요."



딸의 백혈병이 직업병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싸워온 지 벌써 5년 여...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법원이 황유미 씨의 산재를 인정하기도 했지만, 거꾸로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면서 여전히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딸의 죽음과 반도체 공장의 실상을 담은 이 만화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윱니다.



<녹취> 황상기(고 황유미 씨 아버지) : "안전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이런 환자는 계속 나올 것 같은데... 만약에 환자가 나오더라도 산재보상법에 의해 안전하게 치료도 받고 보상도 받고 그래야지 않겠어요?"



김수박 씨가 이 만화를 내는 데 걸린 기간은 2년...



만화는 6개월 만에 그렸지만, 자료를 취합하고 사람을 만나는 데 1년 반이나 걸렸습니다.



당사자들의 녹취는 거의 그대로 대사로 옮겼고, 황유미 씨의 일기는 아예 복사해 책에 실었습니다.



<녹취> 김수박 (만화가) : "너무나 가슴 아프고 끔찍한 이야기기 때문에 좀 더 담담하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해야지, 사람들한테 신뢰감이 있지 않을까,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었고요."



명랑만화를 그리는 게 꿈이라는 평범한 만화가가 사회 고발적인 르포만화를 그린 이유는 뭘까.



<녹취> 김수박 (만화가) :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귀를 막고 있다.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래서 아버님이 저렇게 이야기를 하시는구나. 답답하다, 소통이 되고 있지 않는 사회인 것 같다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



지난 2009년, 재개발과 철거 문제로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망루에서 시위중이던 철거민 5명과 진압작전에 투입된 경찰 특공대 1명이 숨졌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참사가 일어난 건물은 없어지고, 공터는 주차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재개발 사업은 중단됐고, 주변 상황도 나아진 게 없습니다.



<녹취> "인근 식당 주인 잊혀졌죠. 잊혀졌잖아요. 해결난 게 있어요? 아무 것도 없잖아요."



유가족들은 여전히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8개월 만에 용산 참사로 시아버지를 잃은 정영신 씨, 철거위원장이었던 남편은 화재를 일으켜 경찰을 숨지게 한 혐의로 5년 4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돼 3년 째 복역중입니다.



<녹취> 정영신 (용산참사 유가족) : "우리 테러리스트 아니거든요... 정말, 살인자도 아니고"



<인터뷰> 정영신 (용산 참사 유가족) : "당신들의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니까요. 그래요, 당신들도 개발해야되겠죠. 낙후된 동네 좋게 만들고 그렇게 해야겠죠. 그런데 거기에서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요만큼은 들어달라는 거죠, 제발 좀."



답답했던 정 씨의 말을 들어준 건 만화가 김성희 씨였습니다.



정 씨의 시부모가 지난 1980년대 초에 갈빗집을 열고 지난 2006년 정 씨의 남편이 그 식당을 맥줏집으로 바꾼 장면.



이어 갑작스런 강제 철거와 용역들의 행위를 그림으로 묘사했습니다.



왜 정 씨 가족들이 망루에 올라가서 시위를 했었는 지 말하고.



이들이 테러리스트나 투사가 아닌 단지 열심히 일해서 잘 살아보려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그립니다.



<녹취> 김성희 (만화가) : "저 사람 정말 테러리스트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이 사람들 할 말 있어서 올라간건데 바로 어떻게 첫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그러니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고"



다큐나 르포만화 뿐 아니라 사회의 고단한 현실을 반영하는 만화는 다양한 형태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인기 웹툰 가운데 하나인 야옹이와 흰둥이도 그 중 하나입니다.



연필로 그려내는 소박한 그림체,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개와 고양이입니다.



그림은 단순해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치 않습니다.



<녹취> "(아니 옷에 이렇게 기름이 튀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죄송하면 다야? 물어내야지) 죄송합니다, 고객님. (점장 불러)"



<녹취> "아니 피자 배달이 왜 이렇게 늦어? 30분 넘으면 무료 아니야! 너 왜 이렇게 배달이 늦어, 여기 쌓여 있는 피자 안 보여! "



대형마트의 점원부터 피자 배달원, 늦은 밤 학원 청소까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는 야옹이와 흰둥이는 갑을 관계에서 이 세상 모든 을(乙)들을 대변합니다.



세상을 향해 푸념하기 보다는 묵묵히 견뎌내며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때로는 위로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큰 공감을 얻습니다.



<녹취> 윤필 (만화가) : "주변의 얘기를 많이 다루다보니까 사회현상을 본격적으로 다루자는 목적은 아니라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담기는 것 같아요."



학습만화가 절반을 차지하는 국내 출판만화 시장에서 사회 참여 만화가 늘고는 있다지만, 그 비중은 아직 미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포나 다큐 만화들의 증가는 한국 만화의 성장에 긍정적이란 평갑니다.



<녹취>박인하(청강문화산업대 교수) : "한국 만화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다양한 만화들이 살아 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고 있는 거고요. 또 봤을 때는 다큐멘터리 영화나 소설들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만화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만화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모순과 부조리가 많다는 것과 그런 일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지나쳐 버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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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 시대를 그리다
    • 입력 2012-06-25 07:57:31
    취재파일K
1980년 5월 27일, 전남도청으로 진입한 계엄군 병사.

부상당한 시민군을 보고 머뭇거리던 그는 얼떨결에 방아쇠를 당기고 맙니다.

그로부터 26년.

방아쇠를 당겼던 김갑세는 대기업 총수가 됐지만, 시한부 인생 2개월을 선고받고...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 온 그는 광주 희생자들의 자녀들을 불러 모읍니다.

그리고 당시 책임자를 단죄하러 나섭니다.

만화가 강풀 씨가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만화 ’26년’의 줄거립니다.

<녹취> 강풀 (만화가) : "어린 친구들은 만화를 좋아하니까 알리고 싶은 욕심이 컸어요. 최소한 80년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다, 너희들이 살고 있는 이 땅에서 벌어졌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2006년 인터넷에 게재된 뒤 숱한 이야깃거리를 낳았던 이 만화가, 최근 또 화젭니다.

수 차례 투자자 모집에 실패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 4년 만에 다시 영화로 만들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모금 운동에 참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였습니다.

<기자 멘트>

최근 한국 만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은 이처럼 현실 참여적인 만화가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사회적 이슈를 만화가가 직접 취재해 그리는 르포, 다큐 만화라는 낯선 장르도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만화가들은 왜 작업실을 나와 현장으로 가고 있는 지, 또 이런 만화들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의미는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0일, 삼성전자 본관 앞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일했던 이윤정 씨의 영결식이 열렸습니다.

<녹취> 이종란 (시민단체 ’반올림’ 노무사) : "우리가 사랑했던...2년 동안 같이 아파하고 함께 해오던 윤정씨가 죽었습니다."

이 씨는 19살에 삼성전자에 입사해 6년 동안 일하다 퇴사했습니다.

하지만 퇴사후 7년 만에 뇌종양 진단을 받은 뒤 병을 이기지 못하고 숨졌습니다.

2년 전 산재 신청을 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고, 삼성은 개인의 질병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 사람들 보세요. 길을 막고 통행을 가로 막고 있어요. 시 사람들 해결해주세요"

그런데 영결식 내내 유가족 만큼 분노한 사람이 있습니다.

역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2007년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입니다.

<녹취> 황상기(고 황유미 씨 아버지) : "죽지않고 안전하게, 편안하게 마음놓고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암 걸린 환자가 절대로 나오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황상기 씨를 다시 만난 곳은 강원도 속초.

택시를 모는 황 씨는 승객들이 탈 때마다 최근 나온 만화책 한 권을 권합니다.

<녹취> 황상기 : "만화로 잘못된 것을 막 싸우는 과정을 그린 책인데 이 책 한 번 잠깐 보실래요?"

<녹취> "딸 이름이 유미예요? 사진이 있네요.."

황 씨는 아직도 택시 뒷자리에서 숨진 딸의 모습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녹취> "아 더워 이러는 거예요 유미 엄마가 옆에 앉아있다가 뒤로 돌아봤는데 ’얘가 왜 그러는거야’ 이래요. 벌써 숨이 넘어가는 거예요. 눈이 허옇게 뒤집혀서 - 눈을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눈을 감게 만들었어요. 막 울었어요. 속초까지 덮어놓고 오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 지도 모르겠어요."

딸의 백혈병이 직업병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싸워온 지 벌써 5년 여...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를 처음으로 공론화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법원이 황유미 씨의 산재를 인정하기도 했지만, 거꾸로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면서 여전히 소송이 진행중입니다.

딸의 죽음과 반도체 공장의 실상을 담은 이 만화를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윱니다.

<녹취> 황상기(고 황유미 씨 아버지) : "안전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이런 환자는 계속 나올 것 같은데... 만약에 환자가 나오더라도 산재보상법에 의해 안전하게 치료도 받고 보상도 받고 그래야지 않겠어요?"

김수박 씨가 이 만화를 내는 데 걸린 기간은 2년...

만화는 6개월 만에 그렸지만, 자료를 취합하고 사람을 만나는 데 1년 반이나 걸렸습니다.

당사자들의 녹취는 거의 그대로 대사로 옮겼고, 황유미 씨의 일기는 아예 복사해 책에 실었습니다.

<녹취> 김수박 (만화가) : "너무나 가슴 아프고 끔찍한 이야기기 때문에 좀 더 담담하고 냉정하게 이야기를 해야지, 사람들한테 신뢰감이 있지 않을까,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도 생각했었고요."

명랑만화를 그리는 게 꿈이라는 평범한 만화가가 사회 고발적인 르포만화를 그린 이유는 뭘까.

<녹취> 김수박 (만화가) : "이 이야기를 사람들이 귀를 막고 있다. 고개를 돌리고 있다. 그래서 아버님이 저렇게 이야기를 하시는구나. 답답하다, 소통이 되고 있지 않는 사회인 것 같다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서요 "

지난 2009년, 재개발과 철거 문제로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 남일당 건물.

망루에서 시위중이던 철거민 5명과 진압작전에 투입된 경찰 특공대 1명이 숨졌습니다.

3년이 지난 지금 참사가 일어난 건물은 없어지고, 공터는 주차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재개발 사업은 중단됐고, 주변 상황도 나아진 게 없습니다.

<녹취> "인근 식당 주인 잊혀졌죠. 잊혀졌잖아요. 해결난 게 있어요? 아무 것도 없잖아요."

유가족들은 여전히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결혼한 지 8개월 만에 용산 참사로 시아버지를 잃은 정영신 씨, 철거위원장이었던 남편은 화재를 일으켜 경찰을 숨지게 한 혐의로 5년 4개월의 징역형이 확정돼 3년 째 복역중입니다.

<녹취> 정영신 (용산참사 유가족) : "우리 테러리스트 아니거든요... 정말, 살인자도 아니고"

<인터뷰> 정영신 (용산 참사 유가족) : "당신들의 개발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니까요. 그래요, 당신들도 개발해야되겠죠. 낙후된 동네 좋게 만들고 그렇게 해야겠죠. 그런데 거기에서 사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요만큼은 들어달라는 거죠, 제발 좀."

답답했던 정 씨의 말을 들어준 건 만화가 김성희 씨였습니다.

정 씨의 시부모가 지난 1980년대 초에 갈빗집을 열고 지난 2006년 정 씨의 남편이 그 식당을 맥줏집으로 바꾼 장면.

이어 갑작스런 강제 철거와 용역들의 행위를 그림으로 묘사했습니다.

왜 정 씨 가족들이 망루에 올라가서 시위를 했었는 지 말하고.

이들이 테러리스트나 투사가 아닌 단지 열심히 일해서 잘 살아보려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고 그립니다.

<녹취> 김성희 (만화가) : "저 사람 정말 테러리스트 아닌 것 같은데 그리고 이 사람들 할 말 있어서 올라간건데 바로 어떻게 첫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그러니까 질문을 할 수밖에 없었고"

다큐나 르포만화 뿐 아니라 사회의 고단한 현실을 반영하는 만화는 다양한 형태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인기 웹툰 가운데 하나인 야옹이와 흰둥이도 그 중 하나입니다.

연필로 그려내는 소박한 그림체, 주인공은 사람이 아닌 개와 고양이입니다.

그림은 단순해 보이지만, 내용은 간단치 않습니다.

<녹취> "(아니 옷에 이렇게 기름이 튀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고객님. (죄송하면 다야? 물어내야지) 죄송합니다, 고객님. (점장 불러)"

<녹취> "아니 피자 배달이 왜 이렇게 늦어? 30분 넘으면 무료 아니야! 너 왜 이렇게 배달이 늦어, 여기 쌓여 있는 피자 안 보여! "

대형마트의 점원부터 피자 배달원, 늦은 밤 학원 청소까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닥치는 대로 일하는 야옹이와 흰둥이는 갑을 관계에서 이 세상 모든 을(乙)들을 대변합니다.

세상을 향해 푸념하기 보다는 묵묵히 견뎌내며 다른 사람을 위로하고, 때로는 위로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큰 공감을 얻습니다.

<녹취> 윤필 (만화가) : "주변의 얘기를 많이 다루다보니까 사회현상을 본격적으로 다루자는 목적은 아니라도 자연스럽게 작품에 담기는 것 같아요."

학습만화가 절반을 차지하는 국내 출판만화 시장에서 사회 참여 만화가 늘고는 있다지만, 그 비중은 아직 미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르포나 다큐 만화들의 증가는 한국 만화의 성장에 긍정적이란 평갑니다.

<녹취>박인하(청강문화산업대 교수) : "한국 만화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다양한 만화들이 살아 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고 있는 거고요. 또 봤을 때는 다큐멘터리 영화나 소설들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만화는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엇보다 이 만화들은 우리 사회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모순과 부조리가 많다는 것과 그런 일들을 우리는 너무 쉽게 잊고 지나쳐 버리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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